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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트레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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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r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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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_ 길의 기원을 찾아서
Chapter 2- 맛, 냄새, 그리고 집단지성의 길
Chapter 03_ 길들여지는 동물, 가축, 야생동물에게서 배운 것들
PARTⅠ. 관찰하기
PARTⅡ. 기르기
PARTⅢ. 사냥하기
Chapter 4_ 인생과 역사와 이야기가 얽히는 길
Chapter 5_ 걷는 자들을 위한 길
Chapter 6_ 길이 다시 야생 숲이 될 때: 정보망과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

에필로그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저자 소개 2

로버트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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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Moor

저널리스트로 [하퍼스], [n+1], [뉴욕 매거진], [GQ]를 비롯한 여러 잡지에 기고해왔다. 환경 저널리즘 부문 미들베리 장학금을 수상했으며, 비소설 부문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은 ‘길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5개월간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하이킹에 이어 대륙을 넘어 모로코까지 이어지는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의 대장정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그는 수천 킬로미터를 걷는 방랑자로서의 경험과 길 위에서 ‘길의 의미’를 찾는 경험을 문학적인 필치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 한편,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자취로서, 사회적 구성물로서 길의 의미를 과학, 역사
저널리스트로 [하퍼스], [n+1], [뉴욕 매거진], [GQ]를 비롯한 여러 잡지에 기고해왔다. 환경 저널리즘 부문 미들베리 장학금을 수상했으며, 비소설 부문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은 ‘길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5개월간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하이킹에 이어 대륙을 넘어 모로코까지 이어지는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의 대장정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그는 수천 킬로미터를 걷는 방랑자로서의 경험과 길 위에서 ‘길의 의미’를 찾는 경험을 문학적인 필치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 한편,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자취로서, 사회적 구성물로서 길의 의미를 과학, 역사, 철학, 고고학, 지리학 등 다양한 맥락에서 심도 있게 풀어냈다.
그의 첫 번째 저서인 《온 트레일스》는 출간 즉시 언론과 독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선정 올해의 논픽션 도서, [보스턴 글로브], [시애틀 타임스] [내셔널 포스트] 선정 올해의 책, [뉴욕 매거진]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텔레그래프] 선정 올해의 여행도서 등에 오르며, ‘깊이와 의미를 모두 아우르는 신예 작가’의 도서로 주목받고 있다.
이화여대 법학과와 호주 매쿼리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호주에 거주하며 현재 (주)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포르노그래피의 발명』 『인류의 범죄사』 『언어의 진화: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김대리, 정신 차려』 『주변 사람을 일촌으로 만드는 사교의 기술』 『현장에서 바로 통하는 파워 비즈니스 협상』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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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826g | 152*224*30mm
ISBN13
9788937892080

책 속으로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하는 스루하이커들 중 실패하는 사람의 80퍼센트는 육체적인 이유가 아닌 정신적인 이유에서 중도에 포기한다고 말이다. “그들은 매일, 매주, 매달 침묵 속에 걸어야 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거지”라고 그는 말했다. 나는 동부 숲들의 수도원 같은 침묵을 받아들이는 법을 힘들게 터득했다. 어떤 날에는 수 킬로미터를 걸은 후, 고요하고 수정처럼 맑으며 모든 생각이 사라진, 완벽에 가깝도록 명료한 정신에 이르기도 했다. 선사들의 말처럼, 나는 그저 걷고 있었다. --- p.28

나는 최초의 동물들이 왜 돌아다니기 시작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어서 이곳 미스테이큰 포인트까지 왔다. 미리 가정도 세워보았다. 먹이, 섹스, 또는 눈앞에 닥친 위험이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직관에 반하지만 그만큼 원초적인 욕구, 즉 안정을 향한 욕구에 대해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 결국 최초의 동물들이 모든 힘을 그러모아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간 것은 어쩌면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83

개미 무리가 일정한 밀도에 도달하면, 소수의 개미들(약 10퍼센트)이 그 흐름 한가운데서 “돌처럼” 꼼짝 않고 멈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 개미들은 길게는 20분 정도 꼼짝 않고 굳어 있으면서 주위에서 움직이는 다른 개미들을 두 열로 나뉘게 만들어 교통 체증을 예방했다. 즉, 일부 자기희생적인 개체들이 스스로 속도를 줄임으로써 무리 전체가 이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발견은 인간 군중에 대한 유사한 연구와 꼭 맞아떨어진다. 이 연구에서는, 출입구 바로 앞에 기둥 같은 장애물을 세워놓으면 사람들이 정연하게 열로 나뉘어 이동 흐름이 촉진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 p.124

이 대륙에 도착한 초기 영국인 이주자들 …… 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숲의 모습에 경이로워하면서도 원주민들이 세심한 손길로 나무들을 그렇게 크게 키웠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그들은 야생 사슴의 번성에 환호하면서도 그것이 계획적인 산불과 신중한 사냥의 결과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원주민들과 달리, 영국인 농부들은 토양을 빠르게 고갈시켰고, 강과 바다에서 수백만 마리의 물고기를 잡아들여 그것들을 비료로 썼다(한 여행자는 이에 대해 “참을 수 없이 지독한 악취”가 난다고 말했다). 그들은 소총으로 사슴과 엘크를 거의 멸종 직전까지 사냥했다. --- p.294--- p.295

자동차에서부터 기차,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연결 속도가 빨라질 때마다 여행자들은 창밖으로 흐릿하게 지나가는 땅으로부터 점점 더 소외되는 감정을 느낀다. …… 더 빠른 연결은 물리적 세계의 풍요로움을 경험할 기회를 눈에 띄게 감소시킨다.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이나 초고속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매우 빨리 달성하지만, 그럼으로써 그 두 지점 사이에 놓인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지형을 그냥 건너뛰게 된다. 인류학자 팀 잉골드Tim Ingold가 지적했듯, 우리는 끝없이 연속되는 지형에 몰입하는 대신, 점점 더 세계를 집과 고속도로, 공항과 비행 경로, 웹사이트와 링크처럼 “노드와 커넥터”의 네트워크로 체험한다. --- p.351

아이러니하게도 하이킹이라는 행위 자체 역시 기술에 의존한다. 초기의 많은 하이커가 산까지 가기 위해 기차와 자동차에 의지했다. 오늘날 하이킹에서 휴대폰이나 사륜모터사이클 같은 일부 기술은 불쾌하게 여겨지는 반면, 정수기, 캠핑용 오븐, GPS 같은 특정 기술들은 용인된다. 어느 경우든 기술은 가차 없이 야생의 세계로 흘러 들어와 하이커들로 하여금 새로운 땅에 도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가치에 최적화하게 만든다. --- p.359

최근 들어, 사람들은 정보 과잉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고안된 웹이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나의 트레일은 복잡성을 줄이고 이동을 용이하게 하지만, 천 개의 트레일을 이어놓으면 갑자기 그 자체에 대한 안내서가 필요한 미로가 되어버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너무도 방대한 트레일들의 네트워크로 그 자체가 야생의 숲이 되어버렸다. 케빈 켈리의 말처럼 “완전히 길을 잃을 수 있는, 개척되지 않은, 지극히 위험한 지형”이 되었다. --- p.382--- p.383

트레일이 주는 주된 기쁨 중 하나는 하이킹이 엄격히 제한된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매일 아침, 하이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다. 걷거나 그만두는 것이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다른 모든 것들(언제 먹을지, 어디서 잘지)은 알아서 자연스레 결정된다. 우리, 기회의 땅의 자손들은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 Barry Schwartz가 말한 ‘선택의 역설(너무 많은 선택의 대안이 주어지면, 심리적 부담과 피로가 가중되어 선택 대안이 소수일 때보다 더 안좋은 결정을 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옮긴이)’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이런 사람들에게 새로이 발견한, 선택으로부터의 자유는 커다란 안도감으로 다가온다. --- p.428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것은 두려움을 버리는 과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 사람이 지니고 다니는 물건들은 각각 부상, 불편함, 지루함, 공격 등 특정한 두려움을 표상한다. 그는 미니멀리즘에 가장 충실한 하이커들조차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최종의” 두려움이 바로 굶주림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너무도 많은 음식을” 가지고 다닌다. 그는 응급용 초코바 하나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 p.444

지혜는 기능에 의해 판가름된다. 그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트레일은 계속 이용되고, 계속 이용되는 트레일은 더 오래도록 남는다. 더 많이 이용되고 더 오래 지속되게 하는 특성은 자연스레 트레일의 지혜의 본질이 된다. 트레일이 현대 인류 환경과 그토록 관련이 깊은 이유는 지극히 개방적인 정신 때문이다. 지혜로운 트레일은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고, 누구라도 데려간다.

--- p.452

출판사 리뷰

수억 년 전 생명체가 최초로 만든 길을 찾아 생흔학자와 함께 뉴펀들랜드 섬 화석 지대를 탐험하고, 때로는 곤충학자들을 만나서 개미와 애벌레들이 페로몬을 뿌려 만든 보이지 않는 길을 살피며, 냄새의 흔적이 어떻게 고도로 효율적인 집단의 길로 형성되는지 알아본다. 또 야생동물이나 가축 등 포유류가 남긴 길의 지혜와 그것이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코끼리 보호구역을 찾고, 직접 양치기와 사냥을 체험해보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보루네오섬,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에서는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수렵채집사회 전통을 유지하는 그들의 삶에 지형과 길이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그 역사적 배경과 함께 살펴본다.
로버트 무어는 미국 메인 주에서 시작해 뉴펀들랜드 섬, 아이슬란드, 모로코까지 대륙을 넘어 이어지는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 개발에 참여하고, 그 길을 하이킹한다. 그 과정에서 19세기 들어 도시인의 안식처로 시작된 하이킹 트레일이 어떤 역사를 거쳐 슈퍼트레일로 진화하고 있는지, 그것이 인터넷망 같은 새로운 길이나 현대인의 사고의 길과 어떤 면에서 닮아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은 좋은 하이킹 트레일의 특징을 예로 들며, 가장 지혜로운 길, 가장 오래도록 남는 길에 대해 고찰한다. 트레일은 설계자의 욕망도 반영하지만, 결국에는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욕망에 따르게 된다. 그렇지 못한 길은 설계자가 아무리 담장을 두르고, 표지판을 설치해도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다른 지름길을 낸다. 또한 침식이나 풍화에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이 있어야 하고, 목표지점을 더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효율성이 있어야 하며,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경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이는 움직이는 생명체가 걷고 추구하는 거의 모든 길이 품은 지혜일 것이다.
7년에 걸친 이 기나긴 여정에는 계절마다, 길마다 수천 가지 얼굴을 드러내는 야생자연의 모습, 길 위의 방랑자만이 할 수 있는 경험과 사색이 생생한 문학적 필치로 담겨 있다. 또한 과학, 문학, 철학, 역사, 지리학, 심리학 등 ‘길에 관한 다양한 결의 지식과 번뜩이는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의 첫 책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방대한 지식과 독특한 경험을 조화롭게 엮어낸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선정 올해의 논픽션 도서, [보스턴 글로브], [시애틀 타임스] [내셔널 포스트] 선정 올해의 책, [뉴욕 매거진]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텔레그래프] 선정 올해의 여행도서 등에 올랐다. 또한 ‘의미와 깊이’를 아우르는 도서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자연과 걷기를 좋아하는 독자, 인생의 길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 융합된 인문학적 지식을 갈구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깊은 여운과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길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길 위의 방랑자로 걷고 사색하며 얻은 살아 있는 지식
이 책은 길의 의미와 본질을 역사, 문화, 과학, 철학 등 다양한 시선에서 풀어나가고 있지만, 내용의 가장 큰 틀이 되는 것은 ‘꾸준히 길을 걷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이다. 무어는 5개월에 걸쳐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으며, 때로는 몇 년에 걸쳐 세계 곳곳을 하이킹하며 겪은 놀라운 경험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길고 긴 트레일 하이킹을 순례길을 걷는 것처럼 동경 어린 시선으로 보지만, 사실 그 현장은 구속과 자유, 고통과 상쾌함, 두려움과 희열, 고독과 만남, 자연의 무자비함과 넉넉함, 인간의 파괴성과 선함 등등, 그 모든 상반된 것이 얽히고설킨 묘한 경험이다.
무어는 하이킹을 하면서 물집과 굳은살로 뒤덮인 발, 거머리 같은 흉터로 가득한 다리, 지방은 물론 근육마저 연료로 쓰이느라 수척해진, “한두 곳은 늘 유지보수를 애걸하는 몸”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고된 몸으로 걷다가도 상당한 거리를 주파한 날에는 놀라운 상쾌함을 느낀다. 아름다운 광경과 자연 곳곳의 숨은 지혜에 감탄하다가도, 같은 자리를 맴돌며 길을 잃게 만드는 숲의 불가사의함에 공포를 느끼고 온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드는 거친 자연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때로는 몇 주를 침묵 속에서 고독하게 걷다가도, 동료 스루하이커들을 만나 동고동락하며 야생의 생활에 기꺼이 몸을 던진 사람만이 아는 동류의식을 체험하기도 한다.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장면도 있다. 한번은 발톱이 거의 다 빠지고 몸이 쇠약해진 60대 중반의 스루하이커가 하이킹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그를 알고 지내던 모든 동료가 나서서 그를 도울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고는 그의 짐을 나눠 들어주며 하이킹 종주를 도왔다. 도시의 콘크리트 정원에서 외톨이 방랑객으로 살아가던 저자가 야생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선함’과 따뜻한 인간애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무어는 자신을 비롯한 하이커들에게 왜 ‘트레일 하이킹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묻는다. 그들은 이렇다 할 답을 들려주지 못했다.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해서” 또는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서” 같은 두루뭉술한 말을 했다. 무어는 트레일을 걷는 동안 그 이유를 절감하게 된다. 너무 많은 선택, 어지러운 자유가 난무하는 인생에서 벗어나 오롯이 ‘길이 주는 구속과 단순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단순함의 구속에서 정신만큼은 놀랍도록 자유롭게 사색에 몰입할 수 있었다.
저자는 길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차고 넘치는 선택과 가능성의 대혼란을 이해할 수 있는 선으로 압축시켜놓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많은 선택과 혼돈, 복잡성 속에서 단순함과 질서, 안정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 삶에 있어 궁극적인 ‘길(道)’을 제시하는 종교나 사상은 더 많은 지지층을 얻는 반면, 인도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처럼 “진리에 이르는 길은 없다. …… 어떤 종류든, 특히 생각과 이해의 분야에서 모든 권위는 가장 파괴적이고 악한 것이다”라며 ‘길의 부재’를 설파한 사상은 그리 널리 퍼질 수 없었다.
무어는 생명체 최초의 길(움직임의 자취)을 찾아 뉴펀들랜드섬에 가서, 5억 6500만 년 전 에디아카라기의 생명체가 남긴 흔적을 살펴본다. 그때 이 화석을 찾은 옥스퍼드대 생흔학자와 함께 동행했는데, 그는 이 고대 생물이 힘들여 해저를 움직이며 길을 남긴 이유는 ‘말미잘처럼 단단한 곳에 붙어 지내다가 바닷물에 휩쓸리게 되자 다시 안정적인 자리를 찾아 움직였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저자가 처음에 가정했던 것처럼, 태초의 생명체가 길을 낸 이유는 먹이, 섹스, 위험 등이 아니라, ‘안정’의 욕구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뉴펀들랜드 섬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매달릴 수 있는 익숙한 무언가를 찾길 간절히 바라던 경험을 상기한다. 나무의 고정성을 포기하고, 기꺼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 생명체가 길을 낸 근원적인 이유, 그토록 오래 자연을 떠돌던 자신의 행보가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히 제 집으로 돌아가고픈 욕망, ‘안정성’에 대한 욕망일 수 있었던 것이다.


고대 생명체의 길부터, 동물의 길, 인터넷망 길까지,
과학, 역사, 문화, 지리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살펴본 길의 총체적 의미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길에 관한 연구들을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개미의 길은 특히나 ‘영리’해서 지금까지도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길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개미는 한 개체로 보면 어리석지만, 군집으로 뭉치면 엄청난 효율과 영리함을 보인다. 이렇게 상향식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비결은 개미들이 길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단순한 피드백 규칙에 있다. 개미들은 먹이를 발견하고 돌아오는 길에 ‘페로몬’을 남기는데, 먹이의 양이 많을수록 더 많은 페로몬을 남긴다. 그리고 나머지 개미들이 그 길을 따라가며 돌아오는 길에 더 많은, 신선한 페로몬을 남긴다. 그래서 먹이가 많을수록 개미가 더 많이 지나가게 되고, 길은 더 나은 방향으로 미세조정 되어 먹이와 개미둥지 사이에 점점 더 곧은 길이 형성된다. 반면 먹이가 줄어들면 페로몬은 점점 약해지고 휘발되어, 그 길을 따르는 개미가 줄어들고, 길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이런 최적의 길을 만드는 데는 현장감독도 지도자도 필요 없다. 개체들이 직접 만나 의사소통을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환경 속에 누적된 신호에 따라 반응하는 ‘간단한 규칙’만 지키면 된다. 이런 협업 메커니즘을 ‘스티그머지(stigmergy)’라고 한다. 스티그머지에 따라 수많은 초기 경로가 탐사된 후 최적 경로는 증폭되는 반면 효율이 떨어지는 나머지 경로는 쇠퇴하는 것이 개미 군집 알고리즘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알고리즘은 영국의 전자통신 네트워크 개선, 효율적인 운송 경로 설계, 경제 데이터 분류, 재난 구호물자 공급 과정 개선, 공장에서의 과제 일정 편성 등에 활용되어왔다. 그리고 무어는 개미들이 활용하는 이러한 단순한 규칙 알고리즘이 무인자동차 시대에 응용되는 날을 상상해본다.
포유동물의 길 중에서 유독 흥미로운 길은 코끼리의 길이다. 코끼리는 엄청나게 먼 거리를 이동해 새로 비가 내린 땅을 정확하게 찾아가기도 하고, 경사가 낮은 길을 찾아내고, 샛강에서는 수면이 얕은 곳을 용케 찾아 건너는 ‘길 만들기 선수’다. 코끼리는 몸 자체가 길을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 비상한 청각과 후각이 먹이를 찾아가는 데 유용하고, 넓은 어깨로 덤불숲을 헤쳐 나갈 수 있다. 또한 엄청난 무게 때문에 평지에서 1미터를 갈 때보다 수직으로 1미터 올라갈 때 25배나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까닭에 이동할 때 어떻게 해서든 완만한 경사를 찾아내려고 한다. 기억력도 비상하다. 이동할 때 암컷 우두머리가 풀밭과 물웅덩이 위치를 기억하는 역할을 맡는데, 이동이 반복되면서 어린 코끼리들에게 이런 경로가 전수된다. 그러나 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던 코끼리의 이동경로, 미네랄과 물, 먹이가 있는 곳을 찾는 그들의 생명선은 벌채와 개발로 인해 계속해서 끊기는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다른 누군가의 길을 착취하며 그들의 삶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은 인간 역사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체로키족 보호구역에서 생활하고, 이들의 트레일을 하이킹하며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간다. 식민시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수천 년에 걸쳐 매우 효율적인 길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15~16세기에 유럽인들이 왔을 때 원주민들은 이들에게 호의적인 길잡이가 되어주어 복잡한 지형의 네트워크를 알려주었다. 그 길을 따라 측량사, 선교사, 농부, 군인 들이 이동했고 그와 더불어 질병, 기술, 사상이 흘러왔다. 그러나 엄청난 수의 외국인들이 몰려왔을 때, 정작 쫓겨난 사람은 그 땅을 수천 년간 길들인 원주민이었다. 원주민 강제이주령으로 1만 6천 명의 체로키족이 추방당했고, 그중 다수는 1600킬로미터에 이르는 험난한 길(눈물의 길)을 걸어가다가 4분의 1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문자 없이 모든 역사와 문화를 구전으로 남기던 인디언 원주민들에게 ‘자연의 지형과 길’은 인간이 죽어도 남는 영원히 남는 무대이자, 모든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품은 ‘대형서가’처럼 기능했다. 그러나 자연 지형과 길을 정복의 무대로 보고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했던 유럽 이주민들은 원주민의 삶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방식으로 모든 환경을 재단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미국, 아이슬란드, 모로코까지 대륙을 넘어 이어지는 19,300킬로미터의 슈퍼트레일인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IAT)을 직접 걸으며 하이킹이 현대인에게 주는 의미인지를 고찰해본다. 이 길고 복잡한 길은 모든 곳을 가고, 모든 이들과 연결되려는 현대인의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노드와 커넥터로 이어지는 인터넷의 길도 이와 마찬가지다. 하이킹 트레일은 복잡한 삶을 벗어나 단순함을 선사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이었고, 인터넷은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다루려고 하는 게 그 주된 목적이었다. 그런데 길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슈퍼트레일은 그 자체로 안내가 필요한 복잡한 미로가 되었고, 인터넷은 정보가 범람하는 얽히고설킨 길이 되었다. 무어는 이런 시대의 흐름이 필연적이며, 새 시대의 기술지형도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들 길에서 ‘장소와 장소 사이’를 빠르게 이어버리느라 그 중간 지형을 느끼고 체험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 사람들의 ‘생각과 생각’ 사이를 곧바로 이어버리느라 그 사이의 ‘문화적 맥락’을 건너뛸 때 발생하는 속단과 편견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길이 너무 많은 시대, 발밑 길의 지혜를 읽어냄으로써 스스로에게 더 현명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끌어준다.

추천평

로버트 무어는 모험적이면서도 박식하고 철학적인 총명한 가이드다. -BBC

로버트 무어는 여행 자체의 의미를 탐색하는 생각의 궤적, 그리고 머나먼 야생 숲을 걷는 여정을 기록한 ‘걷는 철학자’다. 읽는 내내 놀라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 [월스트리트 저널]

로버트 무어와 동행하다 보면, 문제에 맞닥뜨리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하는 다양한 샛길을 만난다. 그런 여정은 우리를 일깨워줄 뿐만 아니라, 땀에 흠뻑 젖고, 덥고, 춥고…… 단언컨대 재미있는 경험이다. - [내셔널 지오그래픽]

자연의 역사, 과학적 탐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생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인류의 심오한 명상을 다루고 있다. 무어의 책은 매혹적이다. - [보스톤 글로브]

문화적 공간, 역사, 혹은 친숙한 지형으로서의 길에 대한 명상을 담은 훌륭한 기행문이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큰 만족감을 안겨주는 책이다. …… 『온 트레일스』는 인간과 동물의 삶의 중추가 되는 길에 대한 명상을 담은 책으로, 여행기, 사회학, 역사, 철학이 탁월하게 조합돼 있다.
- [워싱턴 포스트]

로버트 무어는 몽테뉴처럼 한 가지 주제를 100가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작가다.
- [이코노미스트]

현명한 하이커이자 작가가 색다른 종류의 길로, 그리고 의미를 탐구하는 도보 여행이자 새로운 발견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온 트레일스』는 시종일관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 [커커스 리뷰]

이 책은 인류와 자연, 문명과 야생의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수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 …… 방랑하는 모든 사람이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무어는 그들이 찾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 [뉴욕 매거진]

대단한 재능을 지닌 작가다. 그는 개인적이면서도 경험주의적인 주제를 수필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글은 풍성하고 생생하며, 분석은 노련하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 [버즈피드]

길에 얽힌 집단 지혜를 탁월하게 탐험한 책이다. 따뜻하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서사라인 그 자체로 충분한 보상이 된다.
- 윌리엄 피네건 (『바바리안 데이스』 저자)


역사, 과학, 철학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하이킹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훌륭한 책으로 탄생시킨, 빛나는 화합물이다.
- [내셔널 북리뷰]

올해 최고의 아웃도어 도서다. 시간을 들여 숲을 도보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탁월한 작품이다.


[시에라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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