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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장 프롤로그 1 2장 프롤로그 2 3장 고양이 눈을 가진 소녀 4장 하늘도 놀라고 땅도 놀라 5장 천려일실, 한 번의 실수 때문에 6장 연꽃이 핀 집 7장 마을에 전쟁이 일어나다 8장 소복을 입은 소녀 9장 하늘이 벌을 내리다 10장 정려문이 세워지다 11장 에필로그 |
Lee Soo-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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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하는 김우신을 쏘아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아아,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평화로운 우리 집안에 무슨 액운이 끼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박수하는 처음부터 10년이 넘어서 돌아온 사내를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해도 아버지가 자식을 몰라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며느리가 서방님이라고 반기는 바람에 그들을 집에까지 끌어들였던 것이다. ---p.112 차랑은 계속 걸었다. 연약한 여자라 걸음이 느렸으나 뙤약볕이 내리쬐고 비가 내려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밤이면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면서 울었다. 논에는 벼가 파랗게 웃자라 있었고 밭에는 고구마와 고추가 자라고 있었다. 퇴락한 마을을 지나고 산을 넘기도 했다. 밤에는 헛간을 빌려 잠을 자고 새벽이 되면 다시 걸음을 떼어 놓았다. 그녀가 수많은 군중들을 이끌고 한양으로 올라온다는 말이 한양의 조정에 알려졌다. ---p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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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의 거부 박수하는 슬하에 세 명의 아들딸을 두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집안의 큰살림을 도맡아 꾸려가는 용맹하고 기개 있는 여장부, 큰딸 문랑. 아름다운 용모에 한 번 읽은 책은 그대로 외워 필사할 만큼 영민함을 갖춰 조선 선비들 사이에서 만권당이라 불리우는 서옥 하헌당을 관리하는 작은딸 차랑. 그리고 성혼까지 하고서도 과거 급제를 재촉하는 아버지의 성화를 못 이기고 집을 나가 버린 집안의 걱정거리이자 그녀들의 오빠, 제구.
남편이 집을 나간 탓에 과부 아닌 과부로 살아가던 제구의 아내 이숙영에게는 이창래라는 오라비가 있다. 동생을 부잣집에 시집보내고서 얻은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던 그는 돈이 궁할 때마다 하헌당에 들러 귀한 책을 훔쳐다 팔았는데, 어느 날 또 그렇게 훔친 「탁씨일가전」이란 책을 읽고서 박수하의 재산을 탈취할 계략을 생각해 낸다. 박제구와 닮은 인물을 찾아 동생 이숙영을 설득해서 남편으로 인정하게 하여 박수하의 집안으로 들임으로써 재산을 상속받게 하려는 것이었다. 한편, 작은딸 차랑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5주기를 맞아 절에 불공드리러 가던 길에 화적을 만나 겁탈당할 위기에 빠지지만 우연히 그 길을 지나던 사대부 명가인 박팽년 가문의 자제 박원규의 구함을 받는다. 꽃다운 소녀와 헌헌한 청년은 구해 주고 구함을 받는 와중에 눈이 맞고 마음이 맞아 혼례를 약속하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 집으로 향한 박원규는 조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박팽년의 가문에서 길지를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창래에게 속아 박수하의 선산에 묏자리를 써버린 탓에 박원규와 박차랑의 집안은 송사를 벌이고 그러는 와중에 철천지원수가 되고 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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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사대부에 도전한 당찬 소녀 차랑!
막강한 권력과 부를 움켜쥔 양반들의 끝없는 욕심과 허황된 욕망을 짓밟는다! 픽션, 논픽션, 팩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매력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온 작가 이수광의 새 장편소설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산송 기록과 이항복이 지은 「유연전」을 바탕으로 하는 「차랑, 왕을 움직인 소녀」는 고루한 역사적 사건의 기술에 그치지 않고 속도감 있는 문체와 치밀한 구성, 짜임새 있는 줄거리,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을 갖춘 인물들을 통한 ‘역사적 사실史實’의 재해석이다. 역사소설이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일거에 날려 버릴 흥미진진한 서사적 기둥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이 작품은 중독성 강한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을 것이다. 명당을 두고 벌어지는 두 가문의 처절한 전쟁과 그 속에 숨겨진 숨 막히는 음모! 이창래는 성주 부자 박수하의 며느리인 이숙영의 오빠로 양반이라는 신분 하나만 믿고 온갖 파렴치한 짓을 일삼고 다니는 무뢰배이다. 「차랑, 왕을 움직인 소녀」는 이창래가 조선의 선비들 사이에서 만권당이라 불리우는 서옥 하헌당에서 한 권의 책을 훔쳐 읽고 꾸며낸 간계에 얽혀버린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들 행세를 하는 사기꾼과 며느리, 사돈이 한통속으로 박수하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한 사기극을 벌이는 와중에, 아들딸을 혼례 시키려던 박수하 일가와 박경여 일가는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명당자리를 두고 철천지원수가 되어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려고 나섰던 언니까지 잃은 차랑은 가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조선 사대부의 권력에 피나도록 맞부딪친다. 「차랑, 왕을 움직인 소녀」에는 이창래가 벌이는 희대의 사기극, 박수하의 딸 차랑과 박경여의 아들 박원규 사이에 피어나는 로맨스, 명당을 두고 두 가문이 펼치는 팽팽한 대결 등 흥미롭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팩션의 대가 이수광은 미처 예상치 못한 사기극의 전말, 그 속에 숨은 음모와 계략, 사건의 한가운데 자리한 소녀 차랑과 그녀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조선 시대의 유교적 윤리에 억압되어 있던 사대부들의 욕망과 그 욕망이 표출되는 모습을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역사소설 주인공의 틀을 깨트린다. 「차랑, 왕을 움직인 소녀」의 등장인물들은 이제껏 보아온 역사소설의 정형화된 인물상을 무참히 깨뜨린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적진을 돌파하는 문랑,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차랑의 모습은 조신하게 예법을 지키는 양반가 규수의 이미지를 가볍게 무너뜨린다. 저잣거리 왈패와 다를 바 없이 반상을 가리지 않고 오입질을 일삼는 데다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사기극도 마다하지 않는 이창래의 모습 역시 희화된 양반의 또 다른 이미지이다. 작가는 정형화되어 있는 기존의 역사소설 속 인물상과 서사의 형식을 깨뜨리는 시도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현대인과 다를 바 없는 조선 시대 사람들의 욕망과 사랑, 질투와 분노 등 생생한 감정에 공감하게 한다. 그리하여 독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마치 지금 우리의 삶처럼 밀착하여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