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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Chapter. 1 ~ Chapter. 9 <외전> 서라벌 달 밝은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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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소용없다는 것은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실크처럼 매끄러운 목소리가 불길한 느낌과 함께 해인의 피부 위를 짜릿하게 흘렀다. “소용이 없다는 건……끝내 날 내보내 주지 않겠다는 뜻이네요. 어제만 해도 내게 선택이 가능한 것처럼 말하더니 기억력이 나쁜가 봐요. 어제 한 말도 잊어버릴 정도니.” “여의환경은 천년 만에 돌아온 용궁의 보물이자 내 신물이다. 허술히 다룰 수야 없겠지.” “……여의환경 때문이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날 보내주지 못하는 이유가 여의환경을 잃어버릴까 봐 그런 거라구요? 아, 예 오죽하시겠어요. 잘나신 용왕님. 그러니까 여의환경 같은 거 언제든지 돌려준다고 했잖아요. 누가 이딴 거 가지고 싶어 가지고 있는 줄 알아요? 어서 가져가 버리고 날 내보내줘요.”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진작 찾았겠지, 아가씨.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어. 그대가 이곳 용궁에 머무르는 것이 유일해.” 가린의 눈엔 얼음조각이 박힌 듯 차갑고 투명해 보는 것만으로도 오한이 들었다. “계속해서 머무르라고요? 대체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 건가요?” “죽을 때까지. 유감이지만 그대의 육신이 죽을 때야 여의환경이 금제에서 풀리는 순간이 온다.” “그럼 죽여요, 어서. 애초 날 데리고 왔을 때 그럴 생각이 아니었나요? 위대하신 용왕님, 잘나신 용왕님 앞에서야 나같이 하찮은 인간의 여자 따위야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요? 죽어서야 이곳을 나갈 수 있다니 그건 너무해. 정말로 끔찍하다구요.” 해인은 말을 마구 쏟아내다가 문득 가린에게서 만년설처럼 지독한 한기가 몰아치는 것을 느끼고 움찔했다. “보지도 않고서 남의 마음속을 잘 아는 듯 말하는군. 그대 말대로 인간 하나의 목숨 따위야 내겐 아무것도 아니다. 어서 빨리 죽어 벗어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이곳이, 그리고 내가 그토록 싫다는데 안 됐군. 그 소원을 들어줄 수가 없어서.” “왜 이렇게 날 괴롭혀요? 우리 그동안 그래도 잘 지냈잖아요. 그냥 이대로 좋은 기억을 안고 헤어지는 게 낫지 않아요? 왜 이렇게 되어야 하나요?” “그대만 괴로운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 본문 내용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