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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된 동화 형태의 프롤로그
1부 파리, 오늘날 1. 해는 뜨고, 지랄은 시작된다 2. 시체의 뼈를 바르는 자 2½. 2부 스크린 뒤에서…… 1. 암탉을 비둘기로 착각하지 마 2. 노 그만 저어, 낭떠러지가 코앞이야 3. 사람들은 그를 재앙이라 부른다 4. 삼인의 닌자, 역습을 가하다 5. 동생보다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셜록 홈스의 형 6. 믹서에 뼛조각 들었어 7. 상황이 심각하다…… 하지만 절망적이진 않다 3부 일주일 후…… 1. 괴물은 우리 중에 있다 2. 당신 입에 안 맞는다고 다른 사람들 입맛까지 떨어뜨리진 마시라 3.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히치콕 박사의 에로 인형 4. 뱀파이어들에게는 고달픈 시절이다 4부 진술서 5부 아홉 달 후…… 1. 그들은 여인숙에서 나오지 않았다 2. 미라의 비밀 3. 빌어먹을, 그럼 애정은 어떡하고? 에필로그, 니슈 요양원에서는…… 역자 후기 |
J. M. 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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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펠릭스(삼십삼 세, 칠십 킬로그램, 일 미터 칠십이, 실존적 불안에 시달린다)를 깨우는 건 냄새였다. 정각 일곱 시, 고양이 크라수키(십 세, 십 킬로그램, 오십 센티미터, 물렁한 비만에 시달린다)가 힘겹게 반려인간들의 침대로 기어 올라가, ‘사료공급기’ 펠릭스의 코에 대고 역한 입 냄새를 풍겼다. 물론 약간 거칠기는 했지만, 그 방법은 기상에 걸리는 시간을 상당히 줄어들게 해주었다. 진짜 삶이―이불 바깥의 세상―만만치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했고.
펠릭스는 변화를 싫어했다. 그에게는 침대에서 나오는 것이 기어드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잠은 늘 그를 불안하게 했다. 그냥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무無 속으로 사라지다니…….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사람들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더한 것은 행여 영영 깨어나지 못해도, 그걸 결코 알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 생각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렸다. ---pp.17∼18 “아류영화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해받지 못한 혁명적 예술실험이야.” 상대방이 충격에 휩싸여 있는 동안, 그리고 그가 노골적으로 당신을 비웃기 전에, 이런 식으로 논거를 펼치십시오. “아류영화는 영화 장르의 개념 자체를 문제 삼음으로써 관객을 뒤흔들어놔. 말하자면 아류에서는 코믹 영화가 웃게 만들지 않고, 공포 영화가 두려움에 떨게 만들지 않아. 한발 더 나아가, 오히려 공포 영화가 웃게 만들고, 코믹 영화가 결국에는 가장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들마저 불안에 빠뜨리지.” (상대방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 폴 프레부아가 출연한 「아랍 국왕은 금발 아가씨를 더 좋아해」를 보여주겠다고 협박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의기양양한 어조로 이렇게 결론지으십시오. “따라서 아류영화가 허접하다는 비난은 문화적 순응주의에 안주한 소시민들이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예술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감추는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야.” 잘 해내셨습니다. 자, Z영화광 동지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거울을 똑바로 쳐다보고,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온 세상에 아류의 훌륭한 말씀을 전파하러 가셔도 좋습니다. 아멘. ---pp.2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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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메타픽션 글쓰기로 프랑스문단을 발칵 뒤집어버린 처녀작 『개를 돌봐줘』의 작가 J. M. 에르가 신작 『Z시리즈의 비밀』로 돌아왔다. 『Z시리즈의 비밀』은 영화 시나리오와 얽힌 연쇄살인의 수수께끼, 별난 캐릭터가 어우러진 코믹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Z시리즈(프랑스 영화계에서는 예산도 변변찮고, 기술적으로도 조잡하고, 예술성도 떨어져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 ‘Z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지칭한다) 영화를 주요한 코드로 사용하고 있다. 주류가 아닌 B급영화, 비주류 인생들을 소설의 전면에 내세우며 이 예외적이고 비루한 존재들의 소집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왜 반듯하고, 멀쩡하고, 잘나야만 하느냐고 되묻고 있다. ‘A급이 아니면 어때, 이렇게 즐거운데’라는 듯이 끝까지 망가질 대로 망가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은 단단한 룰로 둘러싸인 이 사회의 틀을 깨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즐거움, 유머, 놀이가 글쓰기의 동력’이라고 밝힌 바 있는 작가는 소설적 유희, 그 자체를 즐기는 이 작품으로 삼류 영화, 삼류 인생을 색다르게 담아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펠릭스는 에로틱 판타지, 이탈리아 서부극, 저예산 호러, 엉성한 범죄스릴러 등 Z시리즈라면 사족을 못 쓰는 영화광이다. 동거녀에게 얹혀살며 집에서 딸아이 조에를 돌보거나, 영화를 보며 소일하는 그를 사람들은 저능아 취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삼류 인생 펠릭스에게도 기회가 찾아온다.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룬 그의 시나리오로 호러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제작자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똑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펠릭스는 졸지에 용의자로 지목받게 된다.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현장으로 직접 뛰어든 펠릭스, 그런 펠릭스를 감시하는 형사 갈라쉬, 비밀을 감추고 있는 요양원의 노인들이 어우러져 사건은 점차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코믹 미스터리 장편소설 『Z시리즈의 비밀』은 엉뚱한 행동을 벌이는 모자란 등장인물들과, 뒤늦게 밝혀지는 뜻밖의 사실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시나리오, 소설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형식의 코믹 미스터리 메타픽션! 영화 시나리오와 똑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다! 주인공 펠릭스는 공정무역 애호가이자 결혼반대주의자 동거녀 소피, 태어난 지 일 년 만에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 ‘젠장’인 딸아이 조에, 십 킬로그램이 나가는 뚱보 고양이 크라수키와 함께 산다. 펠릭스는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유치한 Z시리즈 영화를 보거나, 조에를 돌보는 것이 주된 일상이다. 소피는 인정해주지 않지만 그는 ‘닥터 Z’라는 필명으로 ‘아류영화 블로그’에 활발히 글을 올리며 아류영화의 미학을 사수하고 있다. 펠릭스는 자신의 시나리오 「불안의 요양원」으로 육류 유통업자 부디니 씨와 호러 영화를 만들기로 하는데, 요양원 연쇄살인을 다룬 그의 시나리오와 똑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일은 점점 이상하게 꼬여가기 시작한다. 용의선상에 오른 펠릭스는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비밀은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게다가 사건 해결보다 수사일지 작성을 중요시하는 갈라쉬 형사와 수사보다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비르질은 도통 범인의 윤곽도 잡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제2, 제3의 사체가 발견된다. 메릴린 먼로로 분장하거나 목에 드라큘라 이빨 자국이 남은 시신은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있는 듯 보인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사건의 실마리는 점차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또한 이 소설의 메타픽션 기법은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깨는 데 한몫하고 있다. 처음에는 허구로 그려진 시나리오 「불안의 요양원」의 발췌본이 실제 배경이 되고, 소설 사이사이 이미 출간된 『Z시리즈의 비밀』을 어느 독자가 휴양지에서 읽으며 품평을 하는 등 작가는 이 소설이 허구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스스럼없이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조잡하지만 자유롭고 유쾌한 삼류 영화, 삼류 인생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미학 무명의 퇴물 배우들로 득실대는 요양원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왕년의 에로 배우 부부 샤를과 마들렌은 백두 살과 백다섯 살이라는 나이에도 밤이면 나란히 앉아 포르노를 감상하며 젊은 날을 회상한다. 일생을 바친 거리 전도 퍼포먼스를 인정받아 이곳에 들어온 생 프뢰 신부는 요양원 벽마다 성수를 바르고 다니며 구원을 외친다. 히치콕의 영화에 출연(비록 편집되었지만)했다고 자랑하며 마들렌과 신경전을 벌이는 쉬잔은 주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느라 늘 바쁘다. 눈꺼풀 틱에 시달리고 박제가 취미인 요양원 원장 슈록코프 박사는 요양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에 틱이 더 심해진다. 한편 사건의 열쇠를 쥐고 맹활약할 것 같던 미스터리 마니아 갈?쉬 형사는 ‘갈라쉬 통계표’라는 유죄지수 분석 시스템을 가동시키며 모든 주변 인물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는다. 펠릭스, 슈록코프 박사, 요양원 노인들 전원을 모두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저울질하지만 좀처럼 그 범위가 좁혀지지 않는다. 경찰시험에서 연거푸 떨어진 그의 아들 비르질은 유력한 용의자인 펠릭스의 집에 잠입해, 감시는커녕 조에와 함께 Z시리즈 영화를 보며 희희낙락하며 수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하나같이 모자란 캐릭터들은 예외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며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작가는 B급영화와 무명 배우들의 자유로움, 그 의외성이 주는 신선함을 이 소설에서 백 프로 활용하고 있다. 어디서도 이렇게나 별난 캐릭터를 발견하기 어렵다 싶을 정도로 그들은 독특하다. 이 별난 캐릭터들을 따라가며 웃다 보면, 어느새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의 결론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