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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회빈 강씨
소현세자 부인 개정판
김용상
멜론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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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주요 인물

여섯 번째 봄
농사를 짓다
정부인 이윤선
봉림대군
무역으로 돈을 벌다
번답과 수거
조선 처자 김수진
말을 휘몰아 달릴 수 있다면
청 태종은 죽고
어린 황제와 섭정왕
비익연리
7년 만의 일시 귀국
경진년의 악몽
무인 신무룡
의주상단
갈 수 없다
은밀한 사병
심양관
성리학과 사대부
다시 심양으로
괴소문
역관 정명수
팔기군
새로운 인식
조 소용
북경으로 가는 길
개구리와 바다거북
아담 샬 신부
환천희지
세자의 구상
환향녀
소무처럼 살았느냐
갈등
허망한 죽음
감춰진 진실
술렁이는 민심
양화당
음모의 끝
별궁
마지막 몸부림
나는 조선의 세자빈이다
그 후

저자 소개

저자 : 김용상
광주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30여 년간 신문사에서 취재기자, 편집국장, 편집인으로 일했다. 추리소설을 써오다 이번에 첫 역사소설을 냈다. 그동안 펴낸 추리물은 [살인자의 가면무도회] [살인비즈니스의 법칙] [늑대들의 안식일] [백색 미모사의 공포] 등 장편 6권과 중단편집 [여자] 등이다. 1999년에는 [살인자의 가면무도회]로 제15회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역사 연구에 빠져 역사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498g | 134*200*30mm
ISBN13
9788994175232

책 속으로

관소 신료들은 농사짓는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사코 반대했다. 청 황실에 맞설 힘도, 대안도 없으면서 모두가 흥분하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빈궁은 농사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방법으로도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이미 저들은 지난봄에 채소를 갈아 먹으라며 남문 밖에 30일 갈이의 남새밭을 떼어주었다. 그때도 관소 사람들은 한사코 마다했지만 저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관소는 할 수 없이 남새밭을 가꿨다. 저들은 이미 지난봄부터 관소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하려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날이 지나도록 대다수 신료들은 농사 이야기만 나오면 연신 앞 짧은 소리로 구두덜거렸다. 하지만 이것을 좋은 기회라고 여기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빈궁이었다. 빈궁은 그렇잖아도 세자를 도울 길이 없을까 궁리하던 참이었다. 청국에 잡혀 와서 조정을 대신해 양국 간의 현안을 해결하느라 노심초사하는 세자를 위해 빈궁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현재 관소 살림을 챙기고 무역으로 돈을 버는 것이 다였다. 마침 그때 청국이 농사를 지으라고 강권한 것이다. 그 순간 빈궁은 ‘이거야말로 물 본 기러기요, 꽃 본 나비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빈궁! 그……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오? 빈궁이 장사를 해보겠다, 그런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저하. 볼모로 잡혀와 사는 마당에 세자빈입네 하고 거처에 들어앉아 책이나 읽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하께선 무도한 저들의 겁박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계신데, 소첩이 여자라고 해서 아무 짓도 안하고 구경만 할 수는 없습니다. 범부의 아낙들도 남편을 위해 힘껏 내조하는 법인데,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려운 만난의 고생을 하고 계시는 저하를 어찌 제가 두 손을 묶어둔 채 멀거니 지켜보고만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빈궁! 어떻게 빈궁이 장사를…….”
“저하! 장사, 장사 하지 마십시오. 그저 단순히 이문이나 챙기자는 게 아닙니다. 각 지역간에 필요한 물건을 고루 나눠 먼 곳의 특산물도 언제든 쉽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민생에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저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심양성에 처음 들어오던 날, 점포들이 즐비한 것을 보고 모두 놀랐습니다. 어디 성 안팎뿐입니까? 청나라 방방곡곡에는 밥과 술, 말과 꼴 등 나그네에게 필요한 물품을 갖춘 점포들이 널렸잖습니까! 우리나라에도 그 편리한 점포 제도를 정착시켜나가려면 먼저 경험을 통해 효율적인 운영방안도 찾아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세상에는 조선과 중국, 왜국 그리고 몇몇 오랑캐 나라와 색목인들만 사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빈궁도 알고 있었다. 저 넓은 바다 건너엔 생김새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먹는 것과 입는 것도 다른 나라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수진이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어가며 설명해준 세상은 그동안 빈궁이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넓었다. 그 널따란 세상 곳곳에 다양한 인종들이 여러 모습으로 살고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버선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조선이 너무나 작아 보인 것도 충격이었다.
“조선의 위정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빈궁은 아득한 눈으로 세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세상이 이처럼 넓고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 말입니까? 아마 조야를 막론하고 잘 모를 것입니다. 설사 알더라도 ‘그깟 오랑캐들에 대해 알아서 뭘 하겠느냐, 어버이나라 명나라만 잘 모시면 된다’고 하지 않을까요?”
세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말을 듣고 빈궁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곳간을 열었다. 그리고 신료들을 모아 은자를 쥐여주며 그 사람들을 공속해 오라고 일렀다.
“내가 사대부들의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돈을 모은 것은 이런 때 쓰려고 한 것입니다. 저들이 속가를 아무리 비싸게 불러도 개의치 말고 반드시 살려내 데려오십시오.”
하긴 백성들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서른여섯이나 죽게 생겼는데 누군들 보고만 있으랴.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목숨부터 구하고 봐야 했다.
다음 날, 다행히도 강계 사람 서른여섯 명 모두를 속환하는데 성공했다는 전갈이 왔다. 그 전갈을 받고 서너 시각이 지나 서른여섯 명 모두가 관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아직도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꼼짝없이 죽게 됐다고만 들었을 뿐 극적으로 살아난 것은 아직 모르고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지금 자기들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왜 여기 와 있는지도 몰랐다. 눈치 빠르다고 자부하던 몇 사람은 여기서 죽게 되나 보다, 그렇게 넘겨짚었다.
한참 뒤 이들은 청국 관원들로부터 자신들을 넘겨받은 사람들이 조선 관복 차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지푸라기를 잡은 심정으로 여기저기 흘끔거리며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한 관원이 나서서, 이곳은 심양관이며 세자빈께서 돈을 내어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셨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도 그들은 한동안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서로를 끌어안은 채 목 놓아 울었다.

땟국으로 얼룩진 명수의 볼에서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다른 관비가 보았다. 그는 명수의 눈을 막으려고 자신의 치마폭으로 그를 감싸 안았다.
“야, 야…… 명수야! 가자, 저리로 가자니께…….”
하지만 명수는 손길을 뿌리치고 제 아비어미가 매질 당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처음 한동안은 아이고, 어쿠쿠 하며 비명을 질러내던 아비어미는 곤장질이 서른 대를 넘어서면서 비명도 잦아들었다. 혼절한 것이다.

그때서야 현감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매질도 끝이 났다. 머뭇거리던 관노들이 주섬주섬 다가가 형틀에 묶인 이들의 손과 발을 풀었다. 그중 두 사람은 널브러진 이들을 업고 명수네가 기거하는 방으로 내달렸다.
그때까지도 명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피투성이가 된 아비어미의 처참한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야, 야…… 이게 무슨 일이고…… 이 피 좀 보소.”
곁에 섰던 관비가 치맛자락 끝으로 명수의 입가를 훔치자 시뻘건 피가 묻어나왔다. 앙다문 입술이 찢어진 것이다.

몇 달 동안 그 망할 놈의 노예시장에는 청인들에게 잡혀온 조선 백성 50여 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른바 매물로 나왔다. 일꾼이나 밤에 품을 여자가 필요한 청인들은 짐승이나 농기구를 고르듯 피로인의 옷을 벗겨 이리저리 살폈고, 밀고 당기며 흥정을 하다 사고팔았다. 농사나 허드렛일을 시킬 남자 노예를 고르는 자들은 나이와 골격, 건강상태를 살피고, 여자 노예를 찾는 자들은 얼굴이 예뻐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엉덩이가 크고 탄탄해야 아기를 잘 낳는다며 하체 골격을 유심히 살폈다.
노예시장이 문을 열고 10여 일 뒤부터는 조선 백성들이 몰려들었다. 청군에게 끌려간 가족을 찾아 산을 넘고 물을 건너온 백성들이었다. 그들은 살던 집이나 논밭을 팔아 어렵게 돈을 마련해 와서 노예시장을 뒤졌다.

“마마. 저희 무사 100여 명이 집 주위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마마를 모시고 이 길로 마포로 갈 것입니다. 거기서 배를 타고 청나라로 갈 수 있게 모든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강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아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아니, 무사는 뭐고, 청나라는 또 무슨 말이냐?”
“마마를 이대로 돌아가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안 된다. 그리하면 안 된다.”
낭랑하고 다부진 음성이었다. 눈빛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수진은 당황했다.
“마마,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저희를 따르소서.”
“아니다. 이젠 좀 쉬고 싶구나. 난 너무 지쳤어…….”
수진이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금방 눈물이 쏟아졌다.
“울지 마라. 나를 위해 애써준 것은 고맙지만 나는 조선의 세자빈이다. 내 한목숨 구하자고 적국으로 도망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 또 능양군의 눈을 피해 여기저기로 도망 다니는 것도 구차스러운 일……. 나는 이제 지하로 가서 아버님과 세자 저하를 만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한국 여성의 표상, 민회빈 강씨

"이 시대 여성의 표상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소현세자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갔으나 볼모라는 현실을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여인.... 존귀한 세자빈이라는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조선 최초 여성 무역상으로 활약한 여인.... 무역으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청나라 심양관의 살림을 주관하고 노예로 끌려와 고통 받는 조선인을 속환하기 위해 힘썼던 여인.... 청나라를 경험하고 천주교와 서양 문물을 접하면서 조선의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절감한 여인.... 뛰어난 외교술로 남편 소현세자를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하며 조선과 청나라와 관계를 조율한 여인.... 이러한 공에도 불구하고 시아버지 인조의 미움을 사 사약을 받고 죽은 왕실 여인.... 이 책은 패전으로 일그러진 조선을 새로운 희망으로 일궈나가러 했지만 도리어 비난받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비운의 여인, 민회빈 강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저자 김용상 씨는 민회빈 강씨를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한국 여성의 표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지를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청나라 심양관에서 볼모 생활할 때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장서서 농사를 짓고 무역을 해야 했던 이유, 노예로 끌려간 백성들의 속환을 위해 누구보다 애썼던 행동들, 청나라와 소현세자와의 순간순간 칼날 같은 위험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한 뛰어난 외교술 등을 저자는 가슴 저미는 절절함으로 그려내고 있다.

민회빈 강씨, 그녀는 시대를 앞서 간 것이 아니라 따라갔을 뿐이다
도리어 당시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졌던 것은 아닌가?

민회빈 강씨의 청나라 심양에서의 활약은 한 마디로 대단했다. 당시 17세기는 유교적 가부장제 시대로 여성의 삼종지도가 으뜸이고 당연시되던 때였다. 그 서슬 퍼런 시절에 여성의 몸으로, 더구나 세자빈의 몸으로 손수 무역을 하고 대규모 농장을 운영해가며 감히 나라의 개혁을 꿈꾸었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현시대 관점으로 볼 때 민회빈 강씨는 남성 못지않은 뛰어난 기개와 총명한 재능을 지닌 실용적인 여성 경영자였다. 또한 현실을 파악하는 시대적 감각이 탁월할 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 사고력을 갖춘 인물이기도 했다.

지금 그때 상황이 재현된다면 누구나 변화의 흐름을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고자 노력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조선은 그러지 못했다. 조선의 사대부는 패전 후에도 여전히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망한 명나라를 섬기고 청나라를 무조건 멸시하고 증오하기만 했다.
작가 김용상 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볼모라는 신분으로 시대적 변화의 중심축에 있어야 했던 소현세자와 민회빈 강씨, 봉림대군 그리고 조선 사대부를 통해 당시 처해진 현실을 과연 누가 더 현명하게 대처하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민회빈 강씨는 시대를 앞선 간 여성이 아니라 흐름에 맞춰 걸어간 것이고 오히려 조선 사대부가 시대를 뒷걸음질한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당연히 안 되지요. 그러나 그런 마음은 가슴 밑바닥에 숨겨두고 시급한 일부터 하나씩 풀어나가자는 것입니다. 제가 비록 볼모 신세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사는 동안 많은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조선이 오랑캐라고 깔보던 청나라가 대제국 명나라를 제압해 대부분을 수중에 넣다시피 했습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선비들은 입만 살아서 '오랑캐들은 말 달리고 활 쏘고 창 던져서 짐승 잡아먹는 천한 자들이라 우리의 정신까지 지배하지는 못한다'고 하지요.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백성을 위하고 아끼는 지배계층의 마음은 이들이 우리보다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봐도 본받을 것이 많고, 사람들의 일상을 이롭게 해주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용기도 배울 만하다고, 아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한 고증과 상상력으로 완벽하게 되살려낸 소현세자 부인의 이야기
격변의 17세기, 그녀가 꿈꾸던 조선의 미래와 현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다


작가 조용상 씨는 [조선왕조실록],[심양장계]등 사료를 철저히 조사하여 당대의 조선 상황, 청나라의 자연과 문물, 실존 인물들의 명멸을 치밀하게 교차시켰다. 병자호란 뒤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끌려가 8년 동안 볼모 생활을 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뜬 민회빈 강씨.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거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따라가고자 했던 왕실 여인을 소설로 살려냄으로써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으로 부각시켰다.
병술년(1646년) 5월. 인조가 내린 사약을 받? 소현세자 부인, 민회빈 강씨는 숨을 거둔다. 그녀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열일곱에 세자빈이 되어 구중궁궐 깊은 곳에 살다가 병자년(1636년) 난리를 겪고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로 끌려간다. 그녀는 만 8년 동안 볼모의 몸으로 청나라 땅에 머물며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된다. 청나라와 조선 사이에서 긴장 완화 구실을 하는 소현세자를 돕고자 무역을 중개하고 농사를 주관하며 또 얻은 수익으로 열악한 관소의 살림을 꾸리고 노예로 팔려온 조선 백성을 속환하는데 힘썼다.

이렇듯 민회빈 강씨는 부강 조선을 꿈꾸며 장차 임금이 될 남편 소현세자를 적극적으로 돕고 배움을 갈고닦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으니, 8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지만 임금(인조)은 아들 내외가 친청파라 하여 세자 부부를 참혹하게 냉대하다. 귀국한 지 두 달 조금 넘어 세자는 불귀의 객이 된다. 독살설이 꼬리를 무는 남편의 죽음 이후 세자빈의 삶도 위기일로로 떨어지는데....

"열정적이고 현명했던 여걸 민회빈 강씨, 나는 그분을 흠모한다"
역사는 그의 의지를 꺾었으나 미래는 그의 이름을 새긴다


감히 아녀자 주제에, 그것도 세자빈 신분으로 대소 신료들이 말리는 장사를 하고 농사를 지어? 게다가 임금이 볼 장계를 미리 넘보질 않나, 남편을 꼬드겨 청나라 오랑캐들에게 아부하고 간살을 떨어?
씩씩하고 적극적이며 현실 파악에 뛰어났던 민회빈 강씨에게 떨어진 조선 사대부들의 비난이다. 당시 권력층이 따르는 사상과 시대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주어진 운명의 칼날은 한없이 가혹했다. 조선에 돌아오자마자 소현세자가 어이없이 숨을 거두고, 이어 세자의 지위가 봉림대군(효종)에게 넘어가면서 소현세자빈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다. 결국 소현세자빈은 별궁에 갇혔다가 사약을 받고 죽은 후, 73년이 지난 1718년(숙종 44)에 무고함이 판명되어 복위된다.
이렇듯 당대 현실은 그녀를 내쳤지만 역사는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격동의 시절 조선 중기를 조명하는 작가의 시선이 비운의 한 여성을 포착한 것이다. 뛰고 달음질하고 도약했으나 현실 정치의 그물에 걸린 여인. 과거에는 슬프게 사라져야 했으나 미래에 다시 살아 돌아오는 여인, 그 이름 민회빈 강씨!

"국제정세와 시대의 변화를 읽을 줄 알았던 소현세자가 보위를 이었더라면 열정적이고 현명했던 여걸 세자빈과 함께 개혁 개방을 적극 추진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우리의 역사도 비극으로만 점철되진 않았을 것이다."

작가 김용상 씨가 민회빈 강씨를 소설로 살려낸 이유이다. 그리고 이 시대가 그녀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만약 소현세자가 보위를 이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억울하게 사라져야 했던 소현세자와 소현세자빈을 사지로 몰고 간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오늘날 다시는 재현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이 책의 특징]

- 작가는 비록 볼모 생활이지만 청나라 심양관에서 보여준 민회빈 강씨의 활약상을 통해 이 시대 한국 여성들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심양장계] 등 사료를 철저히 조사하여 당대의 조선 상황, 청나라의 자연과 문물, 실존 인물들의 명멸을 치밀하게 교차시킨다.
- 기본적으로 고증에 충실하여 당대 조선 사회와 정치 현실을 진솔하게 그려내는 한편, 작가의 따뜻하고 애틋한 시선이 인물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 씩씩하고 다부진 소현세자 부인, 총명하고 충실한 김수진, 고난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환향녀 등 작가는 여성들을 긍정적인 인물로 창조함으로써 조선 중기의 타락한 남성성과 대조되는 여성성을 제시하고 있다.
- 야지랑스럽다, 감사납다, 걸근거리다, 다라지다, 벋버스름하다, 비웃적거리다, 삥등그리다 등....... 다채로운 우리말을 동원한 작가의 풍부하고 윤택한 묘사가 읽는 즐거움을 한층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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