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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엄공주
못 들었어? 만에 하나, 아니 백에 하나, 십에 하나 좀 무리한 요구 같은데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나는 퇴직당하게 되는 걸까 2장 정소희 말만 하면 또박또박 말대꾸야 배드뉴스예요 언제까지 독립 팀으로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모르게 해야지 임원 분들은 무슨 생각인 거예요? 3장 엄공주 프린세스 아이덴티티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아요? 왜 그런 걸 훔쳐보고 그래요? 공주 씨는 기대하시고 체스의 말은 물릴 수가 없는 법이야 너무 양심 없이 노는 것 같애 4장 차석 누가 올린 걸까요? 차 대리 생각은 어때? 가이드라는 게 도대체 뭐야?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야?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어서요 일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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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대리님이 다시 눈을 빛낸다. 뭔가 또 다른 묘책이라도 갖고 있는 걸까?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요.” “차 대리, 뜸들이지 말고 말해 봐요.” “모든 정보는 퇴적된다.” “네?” “제가 짧게나마 언론사, 기업 홍보실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어요. 온라인 공간의 모든 정보는 퇴적된다는 것. 즉, 한 정보가 시의성이나 이슈를 잃고 나면, 그 위로 다른 정보가 덮여 쌓인다는 거죠.” 대리님은 중대 발표를 앞둔 주인공이라도 된 듯, 짐짓 여유를 부리기까지 하며 자신의 발언권을 한껏 음미(?)하는 모습이다. 그 덕에 내 존재는 우주의 미물로 퇴적해 버리는 듯하고, 발가락 빅뱅은 멈출 줄을 모르고…. “문제의 핵심은, 태민식품 엄공주 사원이 태민그룹 SNS 채널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죠. 달리 말하면, 지금은 ‘태민식품 사원’이라는 것이 엄공주에 대한 유일한 정보인 셈이고요. 이 한 가지 정보가 우리에게 위협적인 상황인 것이고요.” “그렇죠.” “이 정보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_ “1장 엄공주” 중에서 “회사에서 대놓고 SNS를 못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근무 시간에는 자유롭게 사용하지도 못하니까요. 그보다는 사규에 SNS 사용 시 주의할 사항들을 기입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김 실장 대답에 송 이사가 바로 대꾸한다. “주의사항 백날 떠들어 봐야 셀 놈들은 다 센다니까. 그보다 난 말야, 직원들 SNS 좀 감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요즘 직원들 채용할 때 SNS도 들여다본다며. 그럼 뽑고 난 다음에도 볼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말인데, 직원들 SNS를 주기적으로 감시하는 건 어때? 그럼, 이번처럼 엉뚱한 일 저지를 만한 직원들을 사전에 통제할 수도 있잖아.” “이사님.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미리 문제될 수 있는 직원들을 사전에 통제한다, 정말 좋은 의견이십니다.” 표 부장이 바로 응수한다. 상황이 더 이상하게 꼬이고 있다. 송 이사에게 이해가 안 가는 점을 먼저 묻는다. “저…. 개인 SNS를 감시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이건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 직원들 모두 싫어할 텐데요.” “그러니까 모르게 해야지.” 송 이사가 아무렇지 않게 대꾸한다. “네?” 귀를 의심한다. 설마, 잘못 들은 거겠지. “정 팀장. ‘잘못한 게 없다면 숨길 것도 없다’는 말 몰라? 떳떳하다면 문제가 될 일도 아닌데 뭘 그래. 우린 그저 직원들이 잘못된 길을 가면 그걸 사전에 막아 주고 제대로 갈 수 있게끔 안내해 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이번에 엄공주처럼 정 팀장이 직원 잘못 건사하는 일 따위는 안 생길 거라고.” 표 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서 실장은 남의 일인 양 아무 관심 없는 표정이다. ‘SNS 규제’라는 말을 처음 꺼낸 김 실장은 고개를 숙이고 노트에 무언가만 끄적거릴 뿐 아무 말이 없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든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단 한 가지다. ‘분명히 아닌 건 아니’라는 것이다. _ “2장 정소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