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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조건 1
이혼의 조건 2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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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날 도와줘. 그 사람하고의 결혼, 날 위해서 끝장내 줘. 그게 오빠 전문이잖아. 이 결혼, 난 끝낼 마음 없어. 정말 없었어. 그런데도 끝내야 한다니까, 영악하게 챙길 것은 다 챙기고 싶어.”
숨도 쉬지 않고 감정 하나 없이, 차갑디차가운 목소리로 내뱉는 현수의 모습이 너무 가엾고 처참하게 느껴져 희수는 눈을 감아 버리고 싶었다. 지금 이 녀석이 바로 내 동생 현수란 말인가. 칼날 같은 증오와 배신감으로 똘똘 뭉쳐선 얼음인형이 되어 버린 듯한 현수를 지켜보며 희수는 자신의 귀와 눈을 의심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지난 4년. 그토록 노력하고 헌신했던 아름다운 여자를 이토록 잔인하게 상처 주어 만신창이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더없이 여리고 착한 이 아이를 무감동하고 독기 서린 얼음인형으로 만든 것은 바로 매제 이지헌이었다. 단지 자신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망할 놈은 알고나 있을까?’ 현수와의 결혼 생활 동안, 남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최상의 것을 소유하고 누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러고 보면 이지헌은 현수라는 멋진 행운을 누릴 자격이 조금도 없는 무가치한 녀석이었다. 처음부터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던 그들의 결혼이 2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오롯이 현수의 노력 덕분이었다. 참아 낼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단지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인내하고 배려해 주었기에. 그런데 이제, 현수가 아니라고 한다. 더 이상 인간으로, 여자로서 참기 힘든 굴욕과 고통을 견뎌 내지 못하겠단다. 그래, 이제는 끝내야 하리라. “말해, 네가 원하는 조건을. 아주 작정하고 망쳐 주마!” 든든한 오라비의 호언장담에 현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 여자더라 위자료 내라고 해. 십 원. 그 남자, 나에게 이제 동전 십 원만큼의 가치도 안 돼.” 그 한마디로 희수는 현수의 마음에서 이지헌이란 남자가 완전히 죽어 버렸음을 깨달았다. 그에게 품었던 애달픈 사랑과 귀한 순수도 다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어.” 정시하는 오빠의 눈초리를 맞받으며 현수는 창백하다 못해 파랗게 질린 입술을 꼭 깨물었다. “4년 동안, 내가 그 남자의 여자였던 시간만큼 그 여자하고 결혼 못 해. 임신해서 아이 갖는 일도 안 돼. 기다리라고 해!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으면 그만큼 기다리라고! 같이 살든 말든 저들 맘대로 하는데, 임신이랑 결혼만은 안 돼. 이게 내 이혼 조건이야. 날 밀어내려면 그거 지키라고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