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1부 펄펄 ㅁㅇ 그리고 ㅇㅁ 사랑 니들 보라를 보라 ㅍ 세계관 저절로 ㅅ 시옷 ㅁ 다음에 ㅂ ㄹ ㅁ에게 ㅓ에서 ㅡ로 ㄹ과 ㅁ ㅁ에게 바친다 ㅁ 여섯 ㅂ ㅅ ㅈ ㅊ 솔 은행나무 깡패 그림말 ㅁ에서 ㅇ으로 ㄴ과 ㄱ 씨, 당신 ㅇ 셋 2부 본다 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의 기차 황예숙이 빚은 도자기 「의자」 날개 또는 지느러미 겨울모기 수평선 두 예술가 봄날은 황소 어떤 날의 속초 속초 속초화가 김종숙의 그림으로 만난 속초 앞바다 물고기들 한정식의 사진연작 ‘고요’ 출전의 아침 두만강변 민들레 하얀 산 Super Moon 그날 루 동백꽃 눈꽃 속초行 그때 연필냄새 앵두나무 무인도 벌집 고무신 무덤 장날 폭포 촛불에게 바친다 3부 낮술 술의 기하학은 동그라미 가로늦게는 있고 세로늦게는 왜 없을까 오늘의 詩 술나무 자화상 와인 주법의 불교적 해석 구름 해설|한글이 빚어내는 사랑의 조건/이경호 |
박인식의 다른 상품
|
겨울모기
시를 쓰고 지우고 지우고 쓰게 한 사랑은 떠나고 계절로는 다 못 써 다 못 지운 겨울모기 몇 찾아왔다 가려움의 끝 원고지 벽면에 피와 살이 납작해진 나의 시들 붉은 꼬리 달고 무기징역 살던 언어감옥 탈출한다 ㅓ에서 ㅡ로 엄마엄마 어머니어머니 아흔 해 이고 지고 깨물고 온 ㅇ ㅁ 이제는 뗏목에 부려 아득한 바다로 흘러드는 으므니으므니 음마음마 --- 본문 중에서 |
|
세상을 껴안는 드넓고 도타운 시선
글시(詩)가 되어 삶의 모습을 그려내다 소설가, 미술평론가, 산악인으로서 전방위적인 삶을 살아온 박인식의 시집 『겨울모기』가 출간되었다. 온갖 산맥과 물감, 글줄 사이를 방랑하는 가운데 가슴속에 움튼 시상은 못 견딜 가려움이 되고, 마침내 “원고지 벽면에 피와 살이 납작”(「겨울모기」)하게 맺힌 시가 되어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렇게 모인 시 61편을 묶었다. 박인식 시의 중심은 보는 시(詩)이자 읽는 그림, 듣는 말인 한글로 글·그림·말을 한데 통합하는 ‘그림말’ 시다. 한글의 글꼴과 발음, 창제원리, 하나의 소리에 담긴 다양한 의미가 한껏 활용된 그림말 시는 다층적인 감각과 의미의 세계를 활짝 펼쳐 보인다. 이러한 형식이 그저 기존의 문인화나 구체시 등과 맥락을 달리하는 시도에 그치지 않는 것은 그 안에 시인만의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껴안는 깊고도 도타운 눈길 아래 첫소리(초성)·가운뎃소리(중성)·끝소리(종성)로 이루어진 글씨는 이윽고 글시(詩)가 되어 우리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림말 시로 사랑의 조건을 빚어내다 오늘 / 詩 한 수 그렸다 / 글은 ㄹ 받침 내줘 그림이 되게 하고 / 그림은 ㅁ 받침 떼줘 말 걸어온다 / 글과 그림과 말이 서로를 섞는다 / 몸과 마음과 영혼의 눈부신 삼위일체 / 아름다움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 여기서 만나 / 햇살 속에 발가벗고 관계 맺는다(「그림말」 부분) 시집의 무게중심을 드러내는 위 시에서 박인식 시인은 “글과 그림과 말이 서로를 섞”으며 하나 되는 것을 시로 표현하려 했음을 밝힌다. 그에게 시는 “몸과 마음과 영혼의 삼위일체”를 이루어 삶을 온전히 누리는 보람을 안겨준다. 나아가 시인은 시 쓰기를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그 아름다움의 실체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 가운데 ‘획을 더하는 것’, 즉 첨가의 방법을 빌어 표현된다. “너와 내가 껴안은 / ㅁ 하나 / 한 몸 ㅁ”(「ㄴ과 ㄱ」 부분)이라는 시구에서 보듯이 시인의 시 쓰기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ㄱ과 ㄴ이 만나 ㅁ이 되는 것을 ‘껴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 곧 삶의 사랑이다. 시인은 시집 전체에 걸쳐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가치인 사랑의 존재 조건을 빚어낸다. 시인의 세계에서 사랑이 가장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는 조건은 사람과 땅과 하늘, 즉 사람과 자연 나아가 자연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때 하늘, 땅, 사람이 한데 녹아난 모습은 모음의 구성 요소가 천(·) 지(ㅡ) 인(ㅣ)임을 환기시킨다.(이경호, 해설) 이처럼 시인은 한글의 모양과 소리, 창제원리 등을 활용한 그림말 시로 사랑의 조건을 빚어내며, 시를 더욱 깊숙이 체험하도록 이끈다. 드넓고 따뜻한 시선, 우리에게로 스며들다 박인식 시의 다양성은 그의 다채로운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닮았다. 삼만 년 전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가 만나는 하동의 고인돌에서 오늘날의 촛불 집회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시집 곳곳에 넘실댄다. 사진연작, 회화 전시, 예술가의 삶, 다른 이의 시편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시는 기존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 시 하나하나에는 한 권의 소설처럼 완결된 서사성이 녹아 있다.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이들에 대한 죄의식과 간절함(「ㅇ 셋」), 장터와 함께 사라질지도 모를 수십 수백의 도서관(노인)을 향한 안타까움(「장날」), 학도병으로 끌려간 종고모부와 뒤에 남은 어린 신부(「고무신 무덤」), 광장에 촛불로 선 시민(「촛불에게 바친다」)의 이야기 등 우리 모두의 삶이 때로는 따듯하게 때로는 뜨겁게 그려진다. 많은 때에 무자비하고 쓸쓸한 세상을 넓고 도탑게, 따뜻하고 간절하게 껴안는 시인의 시선은 시집을 읽어나가는 독자의 시선에도 찬찬히 스며든다. 산의 바닥이 / 바다의 천장에 / 수평으로 맞닿고 / 산의 드높은 곳이 / 바다의 드깊은 곳에 / 거꾸로 박힌 / 어떤 날의 속초는 / 산을 넘어 남자는 아버지가 되고 / 바다를 건넌 여자가 어머니 되는 날이었다 // 또 / 어떤 날의 속초는 / 남자와 여자가 / 높은 곳에서 / 깊은 곳에서 기른 / 산과 바다가 / 아버지와 어머니를 낳는 날이었다(「어떤 날의 속초」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