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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
재회 회임 적 전야 함락 윤회 기로 절연 변경 피안 작가의 말 고려 인종 시대 약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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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를 놓아요. 당신은 당신 세상에서 살아요. 가여운 어머니가 눈물로 주신 세상이잖아요. 저 때문에 포기하지는 말라고요. 돌아가요. 돌아가서 어머니 몫까지 살아요. 그것이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거예요.”
돈후는 천천히 돌아섰다. 돌아서 망연히 내려다보는데 온요가 손을 뻗어 돈후의 뺨을 어루만졌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온요가 울고 있다. 쑥부쟁이를 닮은 나의 온요. 쑥부쟁이 온요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저를 살라야 피어나는 슬픈 꽃. 너는 정말이지 고약한 꽃을 닮았구나. 돈후도 온요를 감싸 안았다. 온요는 돈후 품에서 하염없이 흐느꼈다. 돈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송인(送人)」중에서 온요는 덕우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고는 덕우의 두툼한 손을 잡고 말했다. “아재, 제가 전장에 가려는 것은 운 도련님 때문만은 아니에요. 생전에 운곡 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남이 필요로 하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다 내주신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었잖아요. 저는 아버지의 딸이에요. 의술도 아버지께 배웠고요. 저는 제 의술이 필요한 곳으로 가겠어요.” ---「함락」중에서 “나란, 제발 가게 해줘. 이제껏 살면서 단 한 번도 내 욕심 부려본 적 없어. 하지만 이번만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어. 압수에서 그를 버려두고 온 걸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알아? 차라리 그의 곁에 머물다 죽는 것이 나았어. 나 살자고 그를 지옥에 밀어 넣었잖아. 너는 몰라. 그가 얼마나 외로운 처지인지. 나를 떠나보낸 뒤 그는 지옥 같은 집에서 고통스럽게 살았을 거야. 그러니 가야겠어. 가서 그가 맞는지 확인할 거야.” 나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온요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온요를 쳐다보던 나란이 한숨을 내쉬었다. ---「변경」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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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과 활기로 가득한 천 년 전 고려
다른 세상, 다른 사랑을 꿈꾼 네 젊은이의 이야기 김영미 장편소설 『징과 돌의 노래』는 고려 중기 묘청의 난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자 짐을 안고 있다. 고려 최고 권세가의 아들이면서도 말 못 할 비밀을 지니고 살아가는 돈후, 아픈 과거 때문에 마음을 닫은 온요, 아버지와 가문을 등진 운, 고려와 섞일 수 없는 이방인 나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는 네 젊은이가 서로를 만나 싸우고, 사랑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소설은 아프고 아름답게 그렸다. 작품에는 천 년 전 고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지도를 그리듯 묘사된 개경 거리, 탄탄하게 고증된 복식과 제도, 귀족, 상인, 노비, 장인, 추쇄꾼 등 다양한 사람들, 언어와 풍물을 통해 전해지는 그 시대의 문화와 습속을 느껴보는 것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시대 분위기를 살려내는 정갈한 문장이 멋과 향취를 더한다. 권세가 김부식, 혁명가 묘청과 정지상, 의뭉스러운 임금 인종 등 실제 역사 인물의 활약도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이들은 권력을 위해, 이상을 위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밀어붙인다. 그러나 그들이 꿈꾸는 고려는 결국 백성의 삶과 닿지 못한다. 권력을 쥔 이들이 다투는 사이 억압받고 소외되는 소설 속 젊은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날 고단한 청년들의 삶과도 닮았을지 모른다. 이들의 싸움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 이유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 끊어지리까 천년을 외로이 살아간들 믿음이 끊어지리까 제목 ‘징과 돌의 노래’는 고려가요 ‘정석가(鄭石歌)’의 제목을 우리말로 풀어낸 것이다. 천 년을 헤어져 살아도 임을 잊지 않겠다 노래한 고려가요처럼, 『징과 돌의 노래』의 주인공들은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픔을 지닌 아웃사이더들이 사랑에서 희망을 찾으며 세상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잔잔한 위안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