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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생명
어차피 스러질 목숨/ 명(命)줄/ 존엄하게 죽을 권리/ 그대 안의 타인들/ 인심(人心) 2부 사람들 설날 정경(情景), 그 후/ 뻘/ 소인(小人)/ 새암/ 인생3기(人生三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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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날 듯 유별스레 가뿐한 것은, 바로 지난밤의 정사(情事)로 전신의 세포며 혈관이며 뼈며 근육이며가 백 프로 제 기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안다. 한 달여간 살 속, 뼈 속, 피 속에 축적되어 경직된 이롭지 아니한 액정(液精)의 포말들이 한 번의 격정으로 싹쓸이하듯 흘러나갔음을 신체의 상쾌함으로 깨닫는 것이다.
침대 머리맡에 네모로 접혀진 메모지가 있었다. ‘… 한참동안 기억될 거야 … 상희’ 또박또박 각인하듯 쓴 그녀의 글귀가 아니라도, 그녀는 이제 다시 자기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왔다. ---「어차피 스러질 목숨」중에서 “환자의 몸에 칼을 댈 수 있는 의사의 전권(專權)으로 병원마다 장기이식을 위한 불법 장기적출이 경쟁적으로 시술되고, TV와 신문에서는 이를 미담으로 대서특필하고, 대통령은 살아 있는 장기기증자와 유족에게 상(賞)을 주는 세상이지만…. 생명의 소유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 자신의 것일 수밖에 없어. 몇 시간 후에 끝내 사망할 목숨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본인 외에 누구도 감히 손댈 수 없는 거야. 생명은 유일하고, 존엄하고, 경외스러운 거야….” 강혁은 연구실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병원 뜰로 나선다. ---「어차피 스러질 목숨」중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부연 빛살이 일렁거리면서 의식이 깨어난다. 진작에 아득히 떠났던 소리의 파편들이 무한한 공간에서 어떤 형체로 조합되면서 제자리로 찾아드는 느낌이다. 우주의 심부에서 터지는 신음처럼 기이하게 다가들던 형형색색의 음절이 제각각 춤을 추듯 짝을 맞추면서 드디어 음(音)의 형태로 변형된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현몽인 듯도 싶고 신의 말씀인 듯도 싶은 음향의 입자들이 구름덩어리처럼 몰려온다. ---「명(命)줄」중에서 아내 또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반이 끝나고 최형구가 병원에 가기 위해 현관을 나서려 하자 뒷덜미를 잡듯 말을 꺼냈다. “잘 됐네요. 이번에 어머님 오신 김에, 아버님 문제 결정을 봤으면 좋겠어요….” 형구는 묵묵부답인 채 현관문을 밀고 밖으로 나섰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시어머니의 상경을 불편해 하다가 금방 기회를 포착하려 드는 그녀의 기민함이 역겨웠던 것이다. 지난 20년 세월 동안 봐 온 그녀의 성격이지만 그러나 문제의 성질로 미루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내용을 여느 생활 이야기를 하듯 예사롭게 거론함에 마음이 심히 우울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중에서 첫날밤은 그녀에게 지옥 같은 날이었다. 누구 하나 그녀에게 초야의 방사(房事)에 대해 알려준 적이 없었으므로 점악은 신랑이 자기를 죽이려 하는 것으로 알았다. 시집을 가면 신랑 각시가 밤마다 살을 섞고 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웃에 사는 시숙모로부터였다. 그러나 점악은 신랑과 살을 섞는 행위가 뼈를 가르듯 너무나 고통스럽고 두려워 저녁만 되면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정주간 구석에서 웅크리고 자거나 마실을 나갔다가 신랑에게 붙잡혀 끌려들어가기도 했다. ---「인심(人心)」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