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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개
18세기 계몽주의 살롱의 은밀한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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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불안, 그리고 탈출 1766년 1월 10일, 루소와 흄이 영국에 도착하다
2. 순수한 영혼 ‘제네바의 시민’ 루소
3. 언제나 부족한 성공 흄,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간판
4. 음모와 난투 후원자들과 적들 사이에서 루소가 보낸 ‘기적의 해’
5. ‘익숙한 것’과의 결별 루소, 모티에에서 돌 세례를 받다
6. 사자와 수탉 사이 나쁜 영국과 프랑스 사교계의 공공연한 교류
7. 언제나 파리를 마음에 품고 ‘사람 좋은’ 흄, 프랑스 사교계를 휩쓸다
8. 험난한 여정 루소와 흄, 불안한 동거의 시작
9. 런던에서의 열풍 루소를 사랑한 런던, 런던을 싫어한 루소
10. 강변을 따라서 르바쇠르와 보스웰의 불장난
11. 동상이몽 흄의 이성적 회의주의 대 루소의 감성적 자연주의
12. 리즐 거리에서의 하룻밤 루소와 흄, 짧은 인연을 끝내다
13. 인기 높은 월폴 씨 루소와 흄을 갈라놓은 ‘프로이센 왕’의 가짜 편지 사건
14. 이성을 내팽개치다 쌓여가는 오해, 깨져가는 신뢰
15. 뺨 석 대 루소, 흄을 공격하다
16. 열두 개의 거짓말 흄, 루소의 공격에 반격하다
17. 기꺼이 상처를 입히겠지만 파리 사교계를 뒤흔든 소책자의 발간
18. 나를, 나의 개를 사랑해주오 궁지에 빠진 루소와 흄
19. 이상향의 친구들 책이 아니라 사건으로 역사가 기록할 『고백』의 탄생
20. 야생의 철학자는 어디로? 영국을 탈출해 프랑스로
21. 폭풍이 지나간 뒤 계몽주의의 두 거인, 영원히 잠들다
22.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루소와 흄에 대한 오늘날의 평가

주요 사건일지 l 감사의 말 l 옮긴이 후기 l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데이비드 애드먼즈&존 에이디노
각각 옥스퍼드대학교와 곤빌앤카이우스칼리지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BBC에서 시사 다큐멘터리 전문작가와 프로듀서로 만난 두 사람은 2001년 『비트겐슈타인의 부지깽이: 두 위대한 철학자 사이에 벌어진 10분간의 논쟁』(한국어판 제목은 『비트겐슈타인은 왜?』)을 발표하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이후 『바비 피셔, 전쟁에 나가다: 소련인들은 역사상 가장 이상한 체스게임에서 어떻게 졌는가?』(2004)와 『루소의 개』(2006) 등을 발표하며 ‘위대한 두 인물의 싸움’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논픽션 장르를 개척해냈다. 현재 에드먼즈는 개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동료 철학자 나이젤 와버튼과 함께 〈철학의 짜릿함〉(Philosophy Bites)이라는 팟캐스트 연재물(철학자들과의 인터뷰)을 제작해 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에이디노는 BBC를 그만둔 뒤 프리랜서 인터뷰 작가이자 컬럼니스트로 BBC월드서비스와 라디오4에서 여러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역자 : 임현경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연극무대에 섰으며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뒤 전문번역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번역가들의 네트워크 ‘컨트라베이스’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불안의 늪에서 행복을 꽃피워라』, 『속도에서 깊이로』, 『마즐토브』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510g | 140*210*30mm
ISBN13
9788994769035

책 속으로

두 사람은 같은 배를 타고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배경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흄은 프랑스 주재 영국 대사의 비서직을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루소는 자신의 저서와 팸플릿이 종교계와 정치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탓에 당시 거주하던 프랑스에서 쫓겨나 스위스로 도피했다. 그러나 결국 그곳에서도 성직자들이 선동한 군중의 돌팔매질을 받고 쫓겨나게 됐다 ---「1. 불안, 그리고 탈출」중에서.

흄은 스코틀랜드의 한 친구가 말해줬듯이, 파리에서 명사로 대접받다가 이제 자신이 ‘명사를 소개하는 사람’이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 루소는 와이트 섬에 있는 거처도 거절했다. 너무 사치스럽고, 사람들도 너무 많고, 나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망명객은 자기 몸을 뉘일 장소를 찾는 데 있어서 자신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굴고 있으며, 흄이 이로 인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9. 런던에서의 열풍」중에서.

흄은 루소의 별스런 견해와 성격에 불안해했고 루소가 정직한 인물인지 계속 의심했음에 틀림없다. 흄이 루소를 점점 경계할수록, 흄에게 의존하고 있는 루소의 마음상태 역시 점차 불안정해졌다. 성격상 흄의 사고방식은 대담하지 않고 온화한 반면, 루소는 타고난 반골이었다. 각자의 철학적 세계는 서로 달랐다.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 맺을 가능성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11. 동상이몽」중에서.

루소는 자신에 대한 음모를 점차 구체적으로 파악해가고 있었다. 루소의 상상 속에서 흄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음모가 서서히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프로이센 왕의 이름으로 된 가짜 편지[루소가 궁핍 속에 뒹굴고 있다고 조롱한 편지]였다. 6월 23일, 루소는 확신에 가득 차 3백41개의 프랑스어로 작성한 편지로 흄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나는 당신과 당신 친구들의 계략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것이며, 유감스럽지만 일생에 걸친 당신에 대한 신망을 거둘 것입니다. 언젠가는 정의가 우리 모두를 심판하겠죠” ---「13. 인기 높은 월폴 씨」~「15. 뺨 석 대」중에서.

흄은 이제 자신의 적 루소를 이미 싫어하고 불신하는 파리 사람들에 대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파리는 흄의 작전사령부가 됐다. 흄이 자신의 사상을 나누고자 했던 바로 그 사람들, 즉 훌륭한 계몽사상가들은 흄을 위해 임시 자문단을 꾸렸다. 그들은 흄에게 작전을 일러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이렇게 하여 ?흄씨와 루소씨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에 대한 간결한 보고서?가 탄생한 것이다 ---「17. 기꺼이 상처를 입히겠지만」중에서.

애덤 스미스는 “나약한 인간 본성이 다다를 수 있는, 완벽한 지혜와 덕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인간”의 전형이라며 흄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런 흄은 왜 루소와의 불화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일까? 제정신인 사람은 미치광이를 제정신으로 만들 수 없지만, 미치광이는 제정신인 사람을 미치광이로 만들 수 있다. 아마 이 슬픈 조우의 교훈은 이것일 게다. 순간의 광기, 분노, 공포로 흄은 루소가 왜 자신을 고소했는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겉으로는 친구에 대한 의무를 다했지만 흄은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않았다

---「22. 진실은 드러난 것이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루소는 미치광이였지만 많은 영향을 끼쳤고,
흄은 제정신이었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았다!!!

l 계몽주의의 두 거인은 왜 싸웠는가 l


이 두 사람이 문인공화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가 남달랐기에 둘의 분쟁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 다툼의 관객 역시 유명인들이었으니, 지금에라도 그 일을 신중하게 검토해볼 만하다 (조지 버크백 힐, 역사가).

1766년 1월 10일 저녁,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영국해협. 폭풍으로 항구에 발이 묶여 있던 여객선 한 척에 3주 전 파리에서 처음 만난 영국인 외교관과 스위스인 망명객이 타고 있었다. 외교관은 철학자들을 독단의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해줬다는 평가를 받는 위대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이었고, 망명객은 프랑스혁명과 낭만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추앙받는 자유와 평등의 옹호자 장-자크 루소였다. 이들은 목적지인 영국의 도버 항구 쪽을 응시하며 서로 영원히 존경하고 우정을 나눌 것을 굳게 약속했다. 자신들이 앞으로 18개월 동안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맛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2001년 『비트겐슈타인의 부지깽이: 두 위대한 철학자 사이에 벌어진 10분간의 논쟁』(한국어판 제목은 『비트겐슈타인은 왜?』)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명콤비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존 에이디노는 ‘위대한 두 인물의 싸움’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서술장치를 활용해 이번에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유럽 궁정과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상 초유의 스캔들, 즉 루소와 흄의 싸움을 재구성한다.
이른바 ‘부지깽이 스캔들’(비트겐슈타인이 고성을 지르며 부지깽이를 휘두르고, 급기야 청중과 자신의 적수인 초청 발표자 포퍼를 두고 회의실 문을 쾅 닫으며 도망치듯 나가버린 일)이라는 ‘철학사의 결정적인 한 장면’에서 시작해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당대의 철학, 역사, 지성사를 흥미롭게 풀어낸 전작에서처럼 에드먼즈와 에이디노는 이번에도 BBC 시사 다큐멘터리 전문작가와 프로듀서라는 경력을 십분 발휘한다. 루소와 흄이라는 계몽주의의 두 거인이 남긴 저서들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비망록, 문서, 일기 등을 통해 이 두 사람의 인간관계를 꼼꼼히 조사한 에드먼즈와 에이디노는 루소의 자서전 『고백』에도, 흄의 자서전 『나의 생애』에도 전혀 그 전모가 밝혀진 적이 없는 “저 18개월 동안의 일”을 마치 지금 눈앞에서 일어난 일인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두 사람의 궤적을 좇아 18세기 제네바, 파리, 런던 등지를 종횡무진 누비는 저자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덧 루소와 흄의 복잡한 삶과 사상은 물론이거니와 계몽주의 시대의 살롱과 사교계가 지닌 문화적 의미, 위대한 사상가들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쉽고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철학사의 또 다른 ‘결정적인 한 장면’을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엮어낸 『루소의 개』는 철학적 재미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인문학적 호기심까지 두루 충족시켜주며, 계몽주의라는 철학사의 위대한 조류를 더없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l 계몽주의의 감춰진 속살, 이성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감정 l

이성으로 무장한 흄이 풍부한 감수성의 주인공 루소의 공격에 과민반응을 보인 것은 얄궂다. 1766년 여름 흄은 평생 추구하던 중용의 도를 벗어버리며 결국 이성은 감정의 노예일 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루소와 흄은 같은 배를 타고 있었지만 그 배경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흄은 계몽주의의 산실이던 파리의 살롱을 특유의 지적 능력과 품위로 사로잡으며 프랑스 주재 영국 대사의 비서직을 성공리에 마친 뒤 파리에서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루소는 자신의 저서와 팸플릿이 종교계와 정치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탓에 당시 거주하던 프랑스에서 쫓겨나 조국 스위스로 도피했다. 그러나 결국 그곳에서도 성직자들이 선동한 군중의 돌팔매질을 받고 쫓겨나게 됐다. 흄은 결국 박해 받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며 명예를 상징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이 53세의 망명객을 위해 영국에 은신처를 마련해줘야 하는 무거운 짐을 떠맡은 것이다.
『루소의 개』는 이처럼 대조적인 입장에 있던 두 위대한 인물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파국을 추적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흔히 ‘사상의 차이’만을 부각하는 딱딱한 지성사와는 또 다른 서술 전략을 펼쳐 보인다. 즉, 저자들은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 가령 이 책에 등장하는 짐짓 품위 있어 보이는 계몽주의자들은 육두문자에 가까운 표현으로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넓적하고 통통한 얼굴에 입은 크고, 바보 같은 표정밖에 지을 줄 모른다”(찰먼트 백작이 흄에 대해 한 말), “선생님은 독사를 가슴에 품고 있슴 것이나 마찬가지에요”(돌바크 남작이 루소에 대해 한 말), “그는 오랫동안 정신이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미친 것입니다”(흄이 루소에 대해 한 말).
그렇지만 저자들은 자칫 선정적으로 보일지 모를 계몽주의자들의 이런 속내를 각자의 사상적 특징과 연결해 놀라운 솜씨로 해석해낸다. 특히 이 책의 두 주인공 루소와 흄의 갈등을 설명해내는 부분은 압권이다. 몇몇 우연한 사건(흄의 잠꼬대, 루소의 재정상태에 도움을 주려던 주변 사람들의 관심, 프로이센 왕의 가짜 편지 등)이 겹쳐져 피해망상이 커졌을 때 루소는 흄에게 이렇게 말한다. “대중들은 속기 좋아하고 당신은 그들을 속이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이에 격분한 흄은 루소의 적들조차 당황스럽게 하는 비난을 퍼붓는다. “루소는 가장 사악한 인간이자 인간의 본성을 모독하는 가장 흉악한 악당이며, 심지어 거짓말쟁이에 잔인하고 파렴치한 인간이오!”
루소와 흄의 저서들을 꼼꼼히 분석한 저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초대한 자와 초대받은 자가 서로의 사고방식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었다. 단적으로 흄은 전적으로 이유를 따지고 의심하는 회의론자였던 반면에, 루소는 감정ㆍ자기소외ㆍ상상력의 창조물이었다. 바로 이런 지적 특성의 괴리가 둘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지게 만들었다. 루소는 마음속으로 확실한 결론을 내린 뒤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 넣었다. 흄의 방법은 정반대였다. 사실에서 시작해 그 사실을 토대로 사건을 구성했다. 루소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전부터 자신에 대한 치명적이고 광범위한 음모를 확신했다. 이와 달리 흄은 곧장 증거부터 수집했다. 흄은 모든 증거를 자세히 검토해 자신을 공격하는 악몽 같은 주장을 무너뜨리려 했고, 그 주장을 믿어야 할 이유보다 믿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고 여론을 설득하려 했다. 한마디로 직관적 상상에 기댄 루소는 후원자였던 흄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노케 했다. 이렇듯 저자들은 “서로의 업적에 대한 존중, 쫓겨난 자에 대한 흄의 동정, 안식처를 필요로 하는 루소의 욕구, 공동의 친구들, 나이에 따른 공손함 등”이 고작이었을 뿐 두 사람의 인연은 기초 자체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고, 바로 이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의 말처럼 어디에도 루소가 상상했던 것 같은 ‘음모’는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결론이 아니다. 저자들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계몽주의 시대의 살롱과 사교계, 그 핵심 인물들의 삶을 보다 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이성이란 무엇인지, 우정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루소의 개』가 재미있는 철학사 책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문학 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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