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머리에
Chapter 1 과학기술과 사회의 쟁점들 Chapter 2 과학사의 거짓과 진실 Chapter 3 동양의 과학, 서양의 과학 Chapter 4 수학은 배워서 무엇에 쓰나 Chapter 5 과학의 웃음, 과학자의 눈물 Chapter 6 과학과 정치 Chapter 7 과학기술의 과거와 미래 톺아보기 |
최성우의 다른 상품
|
1. 이성의 학문 '과학'과 열망의 존재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과 사람, 현대사회의 핫이슈
일본 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하고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원자력 발전의 안전 문제가 세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 일어난 디도스 공격은 수많은 컴퓨터를 마비시키며 일반인부터 청와대까지 대한민국 전체를 긴장시켰다. 2008년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여부에서 촉발된 논란은 전국적인 촛불시위로까지 번지는 등, 거의 1년 내내 우리나라는 광우병 때문에 큰 홍역과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른 바 있다. 2010년 11월 경상도의 한 축산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불과 두 달여 만에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매몰 처분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이 일어남은 물론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해 대규모 환경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우려를 몰고 왔다. 지금은 까마득한 옛일 같지만 불과 십수 년 전, 서기 2000년을 앞두고 지구촌은 컴퓨터의 연도인식 오류 문제, 즉 밀레니엄 버그(Y2k)가 초래할지 모를 혼란과 재앙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가며 두려움과 불안에 떨었다. 과학과 현대사회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원시사회에서 과학은 아직 싹이 트지 않았고, 고대사회에서 과학은 귀족과 식자층의 오락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며, 중세사회에서는 기독교에 짓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근대 과학이 발달하고 현대에 들어와 과학기술이 더욱 밀접하게 우리 삶 전반에 파고들면서 이제 현대인은 과학기술과 단절된 채로는 하루도 살아가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그런 만큼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논쟁과 이슈들에는 과학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이 많다. 사실 과학은 수치와 검증으로 이루어진 이성의 학문이다. 그런데 과학을 대하는 인간의 열망은 뜨겁다. 진리 탐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이든 과학을 다루는 인간의 야망 혹은 욕심 때문이든. 그래서 과학은 냉철해도 과학사는 뜨겁다. 과학은 과학일 뿐인데 그것을 연구하고 다루는 인간에 의해 옳은 과학이 있기도 그릇된 과학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에게 과학은 무엇인가? 21세기 인류는 과학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과학과 인간의 좋은 케미스트리, 행복한 융합의 길은 무엇인가? 2. 현대 과학기술과 사회의 쟁점들 1990년대 중반, 소설가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이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으로 전하는 한국인 물리학자 이휘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저자 최성우는 이 소설에 대중들이 그토록 열광한 이유를 과학기술의 과도한 애국주의화, 국수주의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약소국으로서 받아온 민족적 울분과 설움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과학영웅의 탄생과 민족 구원 갈망으로 이어졌고, 이는 최근의 황우석 박사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와 추종에서 다시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스타과학자에게 보인 대중의 집단 히스테리에 가까운 열광은 당혹감을 느끼게 하였으며, 과학이 애국의 이름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였다. 현대 생명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각종 예방백신과 항생제 등이 개발됨으로써 인류는 바이러스와 잘 싸워왔으나, 한편 약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들은 더욱 강력해지거나 변종, 변이를 만들어내 새로운 질병을 계속 만들고 있다. 에이즈나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표적이고,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등의 신종 감염성 질환으로 전 세계가 해마다 긴장을 하고 있다. 광우병 역시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 생소한 신종 질병인데, 세계화가 진행되고 각종 식품과 물자들이 수시로 국경을 넘나드는 오늘날, 인수감염(人獸感染) 전염병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책과 대응책이 필요하다. 신종 가축전염병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2010년 11월 발생한 구제역 역시 국내 축산업의 기반을 흔들 만큼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저자는 이런 위험성이 큰 사안들에 대해 정부와 과학계가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나눠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 초, 영국에서 광우병 공포가 번지기 시작하자 당시 농업장관은 4살 난 딸과 함께 쇠고기를 넣은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전국에 방영, 영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였다. 몇 년 후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인한 인적, 물적 손실은 엄청나게 불어났다. 그 후 영국 정부와 과학자문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과학계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중의 신뢰를 상실했고, 비밀주의와 온정주의가 모든 잘못의 근원이었다고 반성했다. 언론과 대중에게 지나친 공포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여 광우병에 대한 정보공개를 꺼렸고, 결과적으로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여부 문제로 불거진 우리나라의 촛불시위 사태 역시 정부의 ‘대국민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결과라고 저자는 덧붙였다. 현대사회에서도 각종 재난과 위험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어떤 경우에는 복잡성과 파괴력이 더욱 예측불가하다. 정부는 성숙한 위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과학기술자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일반대중들 또한 과학은 과학기술자들만의 영역이므로 잘 몰라도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현대 과학기술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과학기술의 사회적 이슈들을 예로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과 차세대 에너지 대안, 수소경제와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논란, 지구온난화 논쟁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게임 등을 조명했다. 3. 우리가 몰랐던 과학사의 진실과 거짓, 과학기술자의 뒷모습 과학에는 저명한 과학자들을 따라다니는 부풀려진 신화 및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잘못 알려진 일화들이 의외로 많다. 거짓과 조작을 딛고 끊임없이 진실을 파헤치고 진리를 추구해온 과정은 곧 과학 발전사의 중요한 부분이기도하다. 1911년 영국 서식스 주 필트다운에서 50만 년 전 인류조상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영국인을 흥분시켰다. 이웃 독일에서 인류조상의 하나인 하이델베르크인 두개골 화석이 발견되고 프랑스에서는 구석기시대 동굴벽화가 발견되자 자기들이 세계문명의 근원이라 여기고 싶었던 영국인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데, 마침 이를 한 방에 날려줄 희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최초 인류가 영국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화석 발굴자 찰스 도슨은 곧 저명인사로 떠올랐고 영국 학계는 필트다운인 논문 출판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도슨의 사후 필트다운인은 인간의 두개골과 현생 오랑우탄의 턱뼈를 붙여 만든 가짜 화석이었음이 밝혀졌고, 이로서 이 사건은 과학사상 가장 유명한 사기사건이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이런 날조와 사기는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해저유물 발굴단이 임진왜란 당시 격전지였던 해역 바다 밑에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에서 썼던 별황자총통을 발굴했다고 하여 국보 지정까지 받았다가 위조였음이 밝혀져 국보가 다시 취소되는 소동이 있었다. 몇 년 전 일본에서도 70만 년 전 구석기 유물이 발굴되어 일본 학계와 국민이 흥분한 일이 있었는데 이 역시 가짜였음이 드러났다. 한국의 구석기 유물 발굴에 초조감과 경쟁의식을 느낀 일본인들이 결국 암묵적인 공범 역할을 한 것으로, 영국의 필트다운 사건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 pp.71-79 다른 물건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과 더불어 인류가 꿈꿔온 오랜 열망 중의 하나는 바로 외부에서 동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영원히 움직이는 장치, 즉 영구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숱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영구기관 제작에 도전하였는데, 그중 제대로 작동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열역학 법칙에 어긋나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구기관에 대한 꿈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사기꾼들이 대중을 혹세무민하는 단골메뉴가 되었다. 18세기 초, 바퀴를 영원히 돌릴 수 있는 ‘자동바퀴’를 만들었다며 여러 나라의 귀족과 부유층들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아 호사스런 생활을 누린 독일의 오르피레우스, 1874년 물을 이용한 ‘공감적 진동’으로 대량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며 모터회사를 설립,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삼킨 미국의 존 킬리는 대표적인 영구기관 사기꾼이다. 지금도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며 특허 출원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아 세계 각국의 특허청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에 꽤 유명한 정치인이 영구기관 발명가를 후원한다며 기사까지 냈다가 나중에 망신을 당한 적이 잇고, 국제유가가 150달러에 육박하던 2008년 여름에는 일본의 어느 기업이 물을 연료로 하여 달리는 자동차를 개발했다고 발표하여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 pp.85-90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폴 카머러는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생물 표본을 조작했다가 나중에 거짓임이 밝혀지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을 세계적인 공과대학으로 키우고 미국물리학회장을 역임한 밀리컨은 기름방울 실험으로 최소전하량을 밝힌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가 죽은 후 그의 실험데이터 선택 문제를 놓고 후대 과학사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즉 과학사기는 아니었지만 실험데이터를 취사선택하고 요리(cooking)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작이 개입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과 독일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얀 핸드릭 쇤의 초소형 트랜지스터 조작사건은 가장 최근의 과학사기 사건으로 유명한데, 이 둘은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 최고의 과학 잡지를 통해 단기간에 논문들을 쏟아내고 노벨상 후보로 떠올랐다는 점, 서로 다른 논문에 동일한 그래프를 사용하거나 사진이 중복되어 검증과정에서 꼬리가 밟힌 점, 논문조작이 밝혀진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시간을 주면 실제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변한 점 등이 똑같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말은 과학계에서도 불변의 금언이다. --- pp.93-95 저자는 이 외에도 비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불우하게 생을 마친 과학자들, 성차별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한 여성 과학자들, 노벨상을 받지 못한 과학자들 그리고 아인슈타인, 뉴턴, 왓슨, 에디슨과 테슬라, 갈릴레이, 멘델, 벨과 그레이 등 과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4. 현대인도 놀라는 고대 발명품들, 한국 전통 과학기술의 숨은 비밀 먼 옛날에는 과학기술이 거의 발달하지 못해서 이렇다 할 발명품이 없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시대에 제작된 기계와 여러 물건들 중에는 근대 산업사회 이후의 발명품들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것이 많았다. ‘안티키테라의 기계’는 해와 달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일종의 달력컴퓨터였고, 약 2천 년 전인 고대 그리스 알렉산드리아시대에 헤론이라는 사람은 증기기관과 비슷한 증기구를 만들었다. 헤론은 또한 오늘날의 커피 자동판매기와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수(聖水) 자동판매기도 만들었고, 크테시비오스라는 사람은 장교한 물시계를 만들었다. 이런 발명품들을 잘 응용해서 실제로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썼더라면 산업혁명이 17,8세기 영국에서가 아니라 2천 년 전 그리스 알렉산드리아에서 먼저 시작되어 인류의 역사가 크게 바뀌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질문을 당시의 발명자들이 들었다면 “힘든 일은 노예들이 다 알아서 하는데, 굳이 번거롭게 그런 기계를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당시의 노예제 사회에서 발명품들은 지배층의 오락을 위한 장난감이거나, 인간보다는 신을 위한 기계였다.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우리의 대표적인 과학 문화재로는 에밀레종과 석굴암을 들 수 있다. 에밀레종 특유의 은은한 종소리는 물리학적으로 맥놀이 현상, 즉 주파수가 비슷한 두 개의 파동이 간섭을 일으켜서 새로운 합성파가 만들어져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러나 첨단 현대 과학기술로도 그 신비로운 소리를 정확히 재현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석굴암은 전통적인 석굴 방식과는 달리 암벽을 뚫지 않고 화강암을 쌓아 굴 모양을 만든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창적인 방식이다. 여름에 고온다습하고 겨울에 추운 열악한 자연환경을 뛰어난 축조기술로 극복한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원래 석굴의 지붕 쪽에는 햇빛이 들어올 수 있는 광창이 있어서 석굴을 환하게 비추었다고 한다. 또한 자연 제습장치로서 원형의 주실 벽면에 외부로 바람이 통할 수 있는 환기창이 있었을 뿐 아니라, 석굴 밑으로 흐르도록 되어 있어 석굴 안의 결로 현상을 방지해주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5.16군사정변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콘크리트 시멘트를 이용하여 보수공사를 하면서 광창과 환기창 등이 파괴되어 석굴암은 누수와 결로, 이끼 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현대 과학기술로 문화재를 구한다는 것이 실은 문화재를 더욱 파괴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저자는 또한 고려청자 비취색의 비밀과 (설계도가 있어 복원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로켓 무기로 공인받은 세종시대의 신기전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조선시대 세종 조는 우리 역사상 전통 과학기술이 가장 눈부시게 발달한 시기로 꼽는다. 그런데 이토록 뛰어난 전통 과학기술은 왜 근대적 계승발전을 이뤄내지 못했을까. 고대 그리스와 달리 우리나라의 전통 과학기술은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학 체계를 지니지 못했고, 대부분 실용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기술과 전문지식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주로 중인이나 천민 등 낮은 계급에서 향유되어 사회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한다. 5. 20세기 과학은 21세기 과학과 이것이 다르다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현대사회에서 과학과 정치 역시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들의 정치적 행보를 살펴보고, 현대의 미국, 구소련, 중국, 북한 그리고 우리나라 등지에서 과학기술이 정치적으로 영향 받은 사례들을 거론하였다. 나폴레옹시대 서로 다른 정치적 처신으로 운명이 갈린 세 명의 수학자, 화학비료 개발로 인류의 생존에 큰 기여를 했으나 1차 대전에는 화약과 독가스 등 화학무기 개발에 참여하여 전범의 굴레를 쓰게 된 화학자, 히틀러와 나치 하의 과학자들, 매카시즘의 광풍에 휘말린 과학자들, 청치적인 이데올로기를 과학이론에 개입시켜 큰 혼란을 몰고 온 옛소련의 생물학자 리센코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지난 세기말인 1993년 미국에서 당시 건설 중이던 ‘초전도 슈퍼입자가속기’ 계획이 중단된 것은 냉전구도의 종식에서 비롯된 정치적인 요인과 큰 관련이 있다. 2차 대전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거대과학(Big Science)은 현대 미국 과학기술의 전형적 특징이 되었는데, 냉전종식으로 대량 살상무기 개발의 필요성이 줄어들자 이 분야는 자연 축소되었고, 대신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생명과학기술 및 관련 분야는 21세기에 미국이 세계적인 패권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여전히 중요한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 --- pp.265-270 현대 중국의 대중과학 대 엘리트과학 논쟁, 구소련에서의 과학과 철학 논쟁, 1990년대 후반 미국과 유럽에서 과학전쟁을 불러온 소칼 박사의 지적 사기사건, 북한의 주체과학에 대해서도 살폈다. 한편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는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월남전에 참전하는 대가로 미국 존슨 대통령에게서 받아낸 원조다. --- pp.286-290 저자는 마지막으로 21세기 과학기술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 밝혔는데, 그에 따르면 우선 자연의 궁극을 밝히는 환원주의적 경향의 과학연구보다는 실용적인 응용과 관련된 분야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곧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환원주의적 물리학이 쇠퇴하고 생명과학과 나노과학, 반도체와 초전도체 등을 포함한 신소재 분야, 카오스이론과 복잡계 물리학 분야 등이 더욱 발전할 것이다. 둘째로, 기초과학과 응용공학, 기술의 경계가 갈수록 엷어지고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인접학문들끼리의 ‘학문 분야 간 연구’가 활성화되고, 여러 학문이 융합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셋째로, 과학계의 영웅시대가 끝날 것이다. 즉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몇몇 천재적인 슈퍼스타들에 의해 과학 전체가 좌우되는 모습이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수십 수백 명이 팀워크를 이뤄 공동으로 하는 집단 과학 연구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결국 자기만의 영역에 갇히기보다는 지식을 통섭하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며 팀을 이뤄 시너지효과를 낼 줄 아는 융합형 인간이 21세기의 과학인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