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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대의 위대한 비극을 그래픽노블로 읽다
프랑스에서만 6만 부가 팔린 그래픽노블 『오르부아르』는 소설과 시작이 같다. 이야기는 종전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총격 사건으로 시작한다. 프랑스군 정찰병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파문을 일으키고 프랑스군은 독일군 진지를 급습하기에 이른다. 전투 중에 총격 사건의 가공할 진상을 우연히 알게 된 병사 알베르는 포탄 구덩이에 파묻히고, 그를 구하려던 에두아르는 포탄 파편에 맞아 얼굴 반쪽을 잃는다. 참혹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두 친구는 사회에 복귀하지만, 다시 살아남기 위해 분투를 벌여야 한다. 전사자들은 추모하는 반면 골치 아픈 생존자들은 떨쳐 버리려 하는 국가의 위선 속에서 사회의 언저리로 내몰린 두 전우는 전후의 혼란상을 틈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기극을 꾸미기로 마음먹는다. 첫 페이지부터 독자의 멱살을 붙잡아 100년 전 프랑스의 진흙탕 참호 속으로 홱 끌어들이는 강렬한 액션, 영화만큼이나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 역동적인 서사, 복선과 반전,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그림으로 옮겨진 『오르부아르』는 소설보다 분량은 적지만 그보다 몇 배로 더 여운이 남는다.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인 크리스티앙 드 메테르는 장소와 인물에 따라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바꾸며 색채와 선으로 주인공들의 감정을 표현한다. 가장 슬픈 장면에서조차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마무리하거나 알베르, 에두아르, 프라델, 루이즈, 메를랭 등 각 캐릭터에게 저마다의 고유한 얼굴을 부여해 준다. 감동과 잔혹함을 넘나들며 인간 영혼을 압축하여 보여 주는 그래픽노블 『오르부아르』는 피에르 르메트르가 상상해 낸 인물에 크리스티앙 드 메테르가 절묘한 초상화가로서 그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번 한국판에서는 소설에서 마지막을 장식했던 에필로그를 고스란히 옮겨 실었다. 그래픽노블로만 『오르부아르』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 거대한 비극이 어떻게 끝맺음하는지 잠시나마 알게 해 줄 테고, 좀 더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소설까지 열 게 될 거라 기대한다. 또한 이 위대한 비극을 영화로도 만날 수가 있다. 유명 배우이자 2014년 39회 세자르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알베르 뒤퐁텔의 각색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올봄 「맨 오브 마스크」(뮤제엔터테인먼트)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적이 있는 피에르 르메트르는 '저는 시각적인 글쓰기 방식을 이용합니다. 머릿속에 쓰고자 하는 구체적인 장면이 상상되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입니다. 머릿속으로 보는 장면을 묘사하는 거거든요. 이런 경향이 있다 보니 영화화가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영화를 고려하고 쓰는 것은 아니고, 결국 영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