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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우가 쥘리에트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바로 이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인간은 이 때 묻지 않은 세상의 지적인 거울과도 같아서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을 드러나게 해주고 그 가치를 부여하는 것 또한 인간의 몫이었다. 둘은 고원 가장자리에 이르렀고, 이제는 흙먼지와 열기를 실은 안개에 잠긴 협곡이 내려다보였다. 해로우는 쥘리에트에게 앞장서라는 손짓을 했다. 쥘리에트를 태운 말이 비틀거릴 경우 뒤에서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쥘리에트는 인적이라곤 없는 눈앞의 풍경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러다 차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위압적인 자연 앞에서 인간은 보잘것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그녀에게도 자연은 인간에게 아무런 신세를 지지 않고 고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p.234
“틀림없이 마주쳤지만 인디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거야. 인디언들은 자기들이 사는 땅에서 주인 행세를 하지 않아. 그들은 땅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지. 땅은 그들을 너그럽게 봐주고, 그들은 땅을 존중하지. 제 것으로 삼겠다고 땅을 마치 죽은 살코기처럼 조각조각 나누는 욕심 따위는 결코 부리지 않아.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니까. 인디언들과 함께하면 만물의 균형을 배우게 되지.” 테드 해로우가 인디언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쥘리에트가 해로우에게서 받은 인상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해로우에게서 바람과 대지와 공간과 혼연일체가 된 인간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인디언들이 뭘 하면서 먹고살죠?” “인디언들은 그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 해로우가 대꾸했다. “인디언들은 자연이 모든 걸 풍족하게 공급해준다고 생각하지. 부족함은 백인들의 문명이 만든 거니까.”---p.236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간들은 도처에서 더 이상 전통적으로 믿던 여러 신을 섬기지 않고 유일신을 가장 높은 데에 올려놓았지. 이 유일신을 닮은 인간이 신성화되었고, 무리보다 개인의 가치가 더 커지면서 인류가 급증하기 시작했어. 자연이 증가하는 인류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균형이 깨졌고, 풍족함은 빈곤함으로 변하게 되었지.” 모닥불에서 불꽃이 탁탁 튀었다. 해로우는 마치 불꽃 멜로디에서 어떤 메시지라도 받는 것처럼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모닥불이 잠잠해지자 해로우가 말을 이었다. “인류는 더 많은 걸 생산하기 위해 땅을 혹사시키기 시작했지. 경계석을 세우고, 울타리를 치고, 쟁기로 갈고, 곡괭이로 파헤치고,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폭파시키는 등 땅을 마구 훼손하고 있으니까.” 울퉁불퉁한 지형의 그림자로 가득한 사막의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속삭이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마치 땅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237쪽 쥘리에트는 순결한 자연의 침묵 저편에서 아련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다른 상황이라면 단순히 관자놀이에서 맥박이 뛰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고 있었다. 아스팔트로 뒤덮이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도시, 땅을 포획하기 위해 그물처럼 던져진 고속도로의 도시, 무방비 상태의 평원과 비탈길을 따라 산허리까지 쏟아져 나온 인간의 발길에 짓밟힌 자연이 내는 소리였다. 쓰러진 숲의 소리, 살육된 야생동물의 소리, 오물 때문에 질식하는 강의 소리, 매연에 중독된 하늘의 소리,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의 소리였다. 그 이미지들이 쥘리에트의 예민해진 머릿속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그 이미지들이 너무 섬뜩해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 어떤 책도, 그 어떤 신문 기사도, 그 어떤 선전문도 이 황량하고 고요한 광막함이 만들어내는 위협을 능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온갖 더러운 것에서 떨어져 있어서 때 묻지 않은 이곳의 장엄한 자연은 아직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았다고 선포하고 있었다. 이 지구상에는 건조 지대, 산, 원시림 등 침범되지 않은 곳들이 아직은 충분히 남아 있어서 언젠가는 죽어가는 자연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p.238 해로우는 태연한 얼굴로 듣고 있다가 온종일 쥘리에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대답을 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두려워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지.” 해로우는 감정을 감추고 싶을 때 늘 그렇듯 잠시 파란 눈을 깜박이다가 덧붙였다.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아.” ---p.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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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서부 도시 브로츠와프에서 한 생물학 연구소의 실험실이 파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동물 보호 단체의 일당으로 보이는 범인은 연구소 안의 철책 우리를 열어서 실험동물들을 풀어주고 실험 기구들을 파손했다. 폴란드 경찰은 이 사건을 테러 행위로 간주하여 사설 첩보 기관에 의뢰하고 전직 CIA요원 폴과 케리는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한 수사에 나선다.
한편 연구소를 파괴하고 거기서 플라스크 하나를 훔친 쥘리에트는 이 사건의 주도자 중 한 명인 테드 해로우를 만나면서 이 사건이 그저 동물 보호 단체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퍼포먼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67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가난한 나라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며 이들 때문에 자연에 대재앙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던 참가자들이 30년 후, 가난한 사람들의 인구를 반 이상 줄이기 위해 강력한 전염성 세균인 콜레라균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브로츠와프 연구소에서 만들어 변형시킨 새로운 콜레라균은 전염성과 독성이 강해졌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콜레라균에 대한 면역성을 높이지 못한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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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파라다이스에 대한 향수가 불러온 엄청난 살상과 광기!
프랑스 공쿠르 상 수상 작가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충격적인 환경 스릴러! 겸손한 인간이 살기를 품은 야수들을 향해 간다. 겸손한 인간을 보는 즉시 그들의 야만성이 누그러진다. 겸손한 인간에게서, 추락하기 전 아담의 향기를 맡았기 때문이다. 야수들이 다가가자 아담이 천국에서 그들에게 이름을 주었다. 천국에서 추락하기 전의 아담의 향기, 온갖 동물과 심지어는 야수까지도 사로잡는 그 향기를 어떻게 아담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11년 10월, 국토의 3분의 1을 휩쓴, 50년 만에 최악의 홍수를 맞은 태국의 수도 방콕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대홍수의 원인으로는 이상 호우와 무분별한 도시화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의 빙하마저 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전 세계 고산지대의 빙하 중 4분의 1이, 2100년에는 절반 이상이 없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이런 이상 기후 현상은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며,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담의 향기』는 이렇듯 망가져가는 우리의 지구에 대한 걱정에서 출발한 책이다. 오늘날 전 세계가 짊어지고 있는 환경문제를 탐정소설 기법으로 버무린 이 작품은 날로 증가하는 빈민들이나 인구과잉은 이제 더 이상 연대책임이나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인 위험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비뚤어진 시각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단호히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공쿠르 상 수상작 『붉은 브라질』에서와 마찬가지로 작가는 『아담의 향기』에서도 여주인공 쥘리에트의 입을 빌려, 서구인들이 제3세계를 향해 보내는 동정적이고 기만적인 시선을 비판하면서 인도주의적 소망을 곳곳에 담고 있다. 『아담의 향기』는 폴란드에서 카보베르데, 시애틀, 스위스, 오스트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콜로라도 사막에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종횡무진 횡단하는, 숨 가쁜 환경 스릴러이다. # 인구 증가는 인류를 잉태해온 자연에 재앙이다? 세계 인구가 50억 명이 된 지 24년, 60억 명에 도달한 지 12년 만인 2011년 10월 31일, 세계 인구는 70억 명 시대를 맞았다. 이에 유엔은 10월 31일을 ‘세계 인구 70억의 날’로 정했다. 세계 인구는 2025년에는 85억 명, 2050년에는 100억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 증가는 당장 식량문제를 일으키고, 환경과 자원 문제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인구문제는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서 심각한데, 20세기 후반 개발도상국에서 인구 증가의 88%가 일어났으며, 특히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인 아시아가 세계 인구 증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3%에 이른다. 『아담의 향기』에서 음모를 꾸미는 이들은 ‘인구 증가’는 인류를 잉태해온 자연에 ‘재앙’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어쩌면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날 아스팔트로 뒤덮이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도시, 인간의 발길에 짓밟히고 쓰러진 숲, 온갖 오물과 화학물질로 오염된 강, 매연에 중독되어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 등 인간에 의해 지구가 겪고 있는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의 주범인 ‘신 포식자 집단’을 이끄는 인물 테드 해로우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인디언들은 자기들이 사는 땅에서 주인 행세를 하지 않아. 그들은 땅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지. 땅은 그들을 너그럽게 봐주고, 그들은 땅을 존중하지. 제 것으로 삼겠다고 땅을 마치 죽은 살코기처럼 조각조각 나누는 욕심 따위는 결코 부리지 않아.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니까.” 이 말을 들은 여주인공 쥘리에트는 해로우에게서 바람과 대지와 공간과 혼연일체가 된 인간의 힘을 느낀다. 그리고 처음으로 죽어가는 땅에 대해 생각한다. 여기서 쥘리에트는 바로 우리 자신, 즉 지구가 오염되고 있고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도 하고 있지만 이를 절실히 느끼고 있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대변한다. 그리고 콜로라도 사막의 광막한 자연을 마주한 쥘리에트의 생각은 작가가 외치고픈 환경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기도 하다. # “어떤 이유로도 죽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죠.” 해로우에게서 인디언의 순수한 자연관에 대해 듣고, 그를 따라다니면서 때 묻지 않은 장엄한 자연의 모습에 압도되어 정작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던 쥘리에트는 어느 순간부터 해로우의 주장은 인간에 대한 혐오감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해로우는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은 뭘 죽여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인간이 땅을 죽이고 있으니 인간으로부터 땅을 지켜야 한다. 가난을 ?난하면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없애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지구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없애기 위해 콜레라균을 살포하려는 작전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쥘리에트는 해로우의 이런 생각들은 잘못되었으며, 그가 해결책으로 생각해낸 것은 흉악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넘쳐나는 인간은 유해한 종족을 멸종시키듯 없애버리는 게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해로우의 생각은 잘못됐으며, 환경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연대책임과 공평함, 사랑 등 인간적이면서 이성적인 방법으로 극복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침내, 해로우의 작전을 성공적으로 저지한 뒤에 쥘리에트는 자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비록 별것 아닌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보람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