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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양육자를 위한 초등 남아 성교육서
김서화
일다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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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_ “누구든지, 일단은, 뭐라도!

1장. 초딩이 된 아들
덜떨어진 아들 vs 야무진 딸
아이가 남자라서 뭐 어떻다고?!
초딩은 건너뛰는 성교육
아들이라면 ‘성폭력’은 패스
함께 읽는 책 (1)_ 시작하는 양육자들에게

2장. 난감한 어른
‘성적性的’ 잔소리가 필요하다
성교육 패턴 뜯어보기
아이 앞에서 의연하기
함께 읽는 책 (2)_ 글보다 말, 말보다 그림

3장. 너와 나 사이, 권력
권력에 대해 침묵하는 교육
남성성을 의심하라
엄마라는 여성의 일상
함께 읽는 책 (3)_ 책장 한 칸, 섹슈얼리티 컬렉션

4장. 성장하며 살아가는 몸
당황스럽다면 의심하라
포르노보다 더한 포르노적 관계
낯선 경험에 귀 기울이기
함께 읽는 책 (4)_ “괜찮아 사춘기야”

5장. 아이와 어른의 대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말 많은 아이, 기분 나쁜 어른
필요한 건 다시 페미니즘
함께 읽는 책 (5)_ 결국은 페미니즘

6장. 함께 바라보는 세상
나는 오늘 편지를 받았다: ‘성범죄자 공개서’에 대해
아이들의 감정은 아이들에게: 총과 군대를 말하다
할머니들의 어떤 귀향: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이와 함께 직면하기
우리, 공모자는 되지 말자: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함께 읽는 책 (6)_ 피곤해도 좋을 남자들에게

에필로그 _ 페미니즘이라는 언어로 소통하길 꿈꾸며

저자 소개 1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 연구원이자 동국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2018)가 있으며, 몸의 젠더화된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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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92g | 150*225*17mm
ISBN13
9791189063009

책 속으로

그날 내 아들은 ‘남자 편’에서, 그것도 덩치 큰 아이들 뒤에 서서 ‘여자 편’을 힐난하며 ‘힘’에 굴종하는 것이 맞다고 쫑알대고 있었다. 그건 집에서 늘 보던 것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집에서 아이는 제법 엄마 아빠와 대화로 일을 풀어갈 줄 알고, 활달하긴 해도 폭력적이라고까지 생각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훨씬 더 위계에 순종적이고, 무리 속에 있기 위해 목숨 걸고, 아무렇지 않게 폭력적으로 보일 만한 행동을 했다. 이런 일들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급증했고, 그때마다 내 눈엔 내 아이가 남자라는 사실이 두드러지게 보이곤 했다. --- p.37

칼럼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몇몇으로부터 ‘어떻게 자기 자식을 가해자로 상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서 나는 아이를 가해자로 보는 게 아니다. 그저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살면서 언제든 가해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 이상, 누군가에게 가해를 한다.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아,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생각 자체가 가해의 언어가 될 때도 있다. --- p.58

내 아이가 사기꾼 될 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양육자는 없다. 또 친구 때리지 말라고 훈계하면서 이 아이가 살인마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거나, 이 말이 아이의 잠재된 폭력성을 일깨워 더욱 더 잔혹하게 변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양육자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들의 성적 행동에 대해 미리 주의를 주는 것 또한 가볍게, 너무 심각하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 p.61

아이들은 이미 권력의 맛을 안다. 나는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권력의 힘과 권능에 대해서만 알지 그 외의 것을 배울 기회가 너무도 적다는 게 문제다. 그러고 보면 초등생에게 정말로 필요한 교육은 ‘권력을 가질수록 절대 네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교육과 관련해서는 권력 중에서도 젠더와 관련한 권력, 즉 젠더 위계를 가르쳐야 한다. 어릴 적부터 이를 알고 배우고 의심하고 성찰할 때라야 비로소 젠더감수성을 자기 안에 싹틔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p.115

아들이 야동을 보는 장면을 직접 목도한다면 난 분명 당황할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미리 알아볼 생각으로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녀석이 “야동? 야구동영상? 아니면 거시기한 거?” 하고 키득키득대는 게 아닌가.
보긴 봤구나 싶어 “어때? 무슨 내용이야?” 물어보니, 아들 왈. “그게… 내용이… 있는 건가?” 아, 나의 멍청한 질문이라니. 도덕적 잔소리를 잔뜩 준비해놨었는데, 그날은 나의 멍청함 때문에 포인트를 살리지 못하고 피식 웃고 넘어갔다. --- pp.148-149

언젠가 아들에게 사춘기 남자아이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미리 알려주기 위해 슬쩍 책 한 권을 건넨 적이 있다. 내 딴은 꽤 우수한 책이라고 생각했음에도 아들의 감상평은 딱 한마디였다.
“난 정자 만들기 싫은데.”
“왜?”
“아니, 내 몸속에 올챙이들을 키우라고? 미쳤어, 엄마?”
명랑하고 천진한 아들 말에 푸핫 웃음이 터졌다. 이 책의 요지는 너의 몸이 이제 곧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리라는 것인데, 너에겐 격변의 원인이자 결과처럼 지목된 그놈의 올챙이가 문제로구나. --- pp.167-168

“엄마, 혹시 나한테 야동 보여줄 수 있어?”
언젠가 아이가 제게 던진 질문입니다. 잠시 멘붕에 빠져 있던 저는 곧 정신을 수습하고 이렇게 대꾸했죠.
“엄마가 너한테 섹스 얘기 다 한다고 야동까지 보여줄 것 같아?
그게 뭐 ‘게임 한판 시켜줘’랑 같은 건 줄 알아?”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이제 아이가 슬슬 구체적인 ‘섹스’ 이야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아무래도 영상물이 좋지 않을까 싶어 유튜브를 뒤져보았죠. 그러다 〈성관계에서 동의의 의미-차tea로 이해하기〉라는, 괜찮은 젠더 관점의 영상물을 발견했어요. 아들의 기대와 달리 남녀의 신체는 하나도 나오지 않지만 성폭력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참 좋더라고요. 야동이야 내가 보여줄 일은 없고, 그렇다고 아이가 안 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 전에 이 영상만큼은 꼭 여러 번 보여줄 생각입니다. 이런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잡기 전에 야동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게 적어도 제가 가진 기준이니까요.

--- pp.271-272

출판사 리뷰

성교육 공백기에 놓이는 초등 남아들

“아들 성교육 해?”
저자가 한 번씩 주변에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들에게 질문하면 “때 되면 해야겠지? 아직은 어리니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요새는 학교에서 다 배우잖아.” 하는 이도 있고, 혹은 “딸내미도 아닌데 무슨 성교육”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아빠들도 많다.

현재 기성세대 중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거나, 본인들 스스로가 성에 관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양육자들이 아이 성교육을 위해 첫발을 떼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은 ‘우리 애는 덩치만 컸지 하나도 모른다’, ‘우리 애는 느리다’, ‘때가 되면 해야겠지’ 하며 미루거나 회피하기 일쑤다. 남아들은 그런 식으로 성교육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지하철 성추행을 보도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저녁을 준비하던 나는 “사람 많을 때 지하철 타기 정말 싫다니까. 저런 놈들 너무 많아!”라며 한탄 섞인 혼잣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아들이 화들짝 놀라며 내게 물었다.
“엄마도 저런 일이 있었다고?”
“있지. 왜 없어.”
대수롭지 않아 하는 나의 태도에 아들은 더 놀랐는지 어느새 싱크대 옆까지 와서 얼굴을 치켜들고 나를 뚫어지게 본다.
“정말? 진짜 저런 일이 있었다고? 엄마가? 왜?”
뭐냐, 이런 진심 어린 반응은? 내가 더 당혹스럽잖니. 아니 그럼 엄마는 저런 일 없었겠냐. 얼마나 흔한 일인데. 이런 생각을 하며 나도 잠시 아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들은 곧 “헐. 난 몰랐네. 엄마 괜찮아?”라고 묻는다. (p.125~126)

이 책에는 저자인 엄마와 초딩 아들이 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다. ‘성적(性的) 대화’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여자 엄마가 겪어온, 혹은 지금 겪는 일상이고, 다른 한편에선 “싸내”가 되고 싶은 초딩 남아가 겪는 학교생활과 성장해가는 일상에 대해 서로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엄마, 대체 화장실에 있는 그거 뭐야?”
어느 날 아들이 화장실 선반에 올려놓은 물건에 대해 물어왔다. 가끔씩 보이지만 이내 며칠 만에 없어지곤 하는, 도통 사용처를 모르겠는 그것 말이다.
“생리대야. 엄마 꺼.”
“생리대가 뭔데?”
그렇지. 월경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생리대라 말한들 그 쓰임을 알 수 없지.
“여자들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월경이라는 걸 시작하게 돼. 대개 한 달에 한 번, 짧게는 3일 정도에서 길게는 일주일도 넘게 몸에서 피가 나오거든. 그럴 때 속옷에 그 생리대를 착용하면 흐르는 피가 옷에 묻는 것을 방지하고, 생활하는 데 편리한 점이 있지. 네가 본 생리대는 일회용품이고, 천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있어. 여자들 몸에 직접 넣어서 피를 흡수시키는 종류도 있고.”
“헉. 피 나는데도 안 죽어?” (p.160~161)

이 일화처럼 초딩 아들에겐 낯설기만 한 여자 엄마의 경험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하는 장면도 있지만, 때로는 격렬한 토론이 오갈 때도 있다. 특히 임신과 출산, 더 나아가 피임과 섹스, 몸의 결정권 앞에서 초등 남아와 페미니스트 엄마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팽팽한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렇듯 저자는 성교육을 아이와 일상에서, 실제 경험 속에서 ‘대화’로 시도한다.

“저는 아들 성교육을 ‘대화’로 시도하고, 이를 그대로 글로 옮겨 독자 분들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성교육은 단지 정보나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소통의 기술로서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조기영어교육을 강조하는 이들은 곧잘 이런 말을 하지요. 일상을 영어로 가득 채우라, 영어에 흠뻑 빠져야 한다, 언어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라, 반복하라,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라, 경험 속에서 배우라, 그래도 안 되면 일단 외우고 시작하라 등등. 여기서 ‘외우기’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10년씩 배웠는데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도 패턴 100개 외우면 미국 중학생처럼 말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위의 구문들을 성교육에 그대로 적용하여 이렇게 바꿔보고자 합니다. 모든 일상을 젠더 문제로 바라보라, 깊게 빠져 고민하게 하라, 계속 질문하라,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 빠뜨려라, 실제 경험 속에서 문제를 찾아라, 사람들의 다양한 조건과 문화를 이해시켜라, 반복하라, 외울 건 외워라!” (p.272)

아들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거나, 성교육에 관한 마땅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하는 양육자들에게는 이 책은 분명 첫발을 내딛고 용기 내어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 줄 것이다.

또한 각 장에는 [함께 읽는 책] 코너가 있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지만, (양육자가) 그 전에 나 스스로에게 성교육을 한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도움 받을 수 있는 책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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