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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
계절이 머무는 순간들 양장
권산
우드스톡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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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산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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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꽃은 강을 따라 올라온다
꽃과 햇살은 지천인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화전花戰
저마다의 ‘때’, 4월

상투적인, 그러나 치명적인 아름다움 신록
신록은 들판에서 시작한다
상투적인, 그러나 치명적인 아름다움 신록
모두가 하는 일, 사는 일

눈길과 손길
눈길과 손길
염천

노인과 들판
가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노인과 들판

손끝은 시리고 마음은 붉다
단지 살다
손끝은 시리고 마음은 붉다
강산무진江山無盡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
바람 안 불면 눈 온단 소리제
겨울나무들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일찍 ‘붓’을 꺾었다. 민중미술단체에서 ‘미술평론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가 그만두고,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본격적인 밥벌이 전선에 나섰다. 대학에서 보따리 장사, 공장에서 시다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월급쟁이로 사는 일은 피해오면서, 주로 미술 관련 사이트 디자인을 했고 인쇄물 디자인과 영상물 편집 작업도 병행했다. 서울에서 몇 년 밥벌이하면서 가족을 건사하다가 불현듯, “도대체 나는 왜 일을 하나?”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그냥 나를 위해 살자.”는 결정을 내린다. 2006년에 아내와 함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일찍 ‘붓’을 꺾었다. 민중미술단체에서 ‘미술평론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가 그만두고,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본격적인 밥벌이 전선에 나섰다. 대학에서 보따리 장사, 공장에서 시다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월급쟁이로 사는 일은 피해오면서, 주로 미술 관련 사이트 디자인을 했고 인쇄물 디자인과 영상물 편집 작업도 병행했다.

서울에서 몇 년 밥벌이하면서 가족을 건사하다가 불현듯, “도대체 나는 왜 일을 하나?”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그냥 나를 위해 살자.”는 결정을 내린다. 2006년에 아내와 함께 전라남도 구례로 이사했다. 구례로 옮겨 온 이후 6년 동안 김장을 담그기 위해 작은 텃밭에서 배추를 키우는 것 외엔, 컴퓨터로 디자인하는 일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쓴 책으로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2010)과 『아버지의 집』(2012)이 있다. 일상적으로는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매일 아침 물음표 없는 ‘행복하십니까’라는 제목의 @편지를 도시 사람들(지리산닷컴 주민들)에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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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23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728g | 152*210*20mm
ISBN13
9791196243227

출판사 리뷰

2010년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은 농사짓고 살아야 할 것 같은 시골 생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주었다. 작가는 서울을 떠나 구례로 이사했지만, 농사가 아닌 늘 해왔던 웹디자인을 그대로 밥벌이로 삼았다. 사는 곳만 바뀌었을 뿐인데 여유까지 생겨 구례 소식을 도시 사람들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독특한 경험을 토대로 여러 권의 책이 나왔다. 구례에 온 지 어느 새 11년이 흘렀다. 지리산 자락에서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에 부대끼며 너무도 여물어버린 시선이 넘쳐서 포토에세이 한 권이 금세 만들어졌다. ‘지리산 닷컴’에 연재하며 수많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여준 포토에세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계속되는 밥벌이를 공감하다.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는 계절의 흐름 따라 자연을, 사람을, 살림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큰 인생의 이치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은 계절 따라 변하는 살림, 즉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이사했지만, 작가의 밥벌이는 여전했고, 정착한 마을 사람들도 밥벌이로 사계절을 보낸다. 결국, 지금 우리의 삶과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꽃 필 때 꽃놀이하고 단풍 들 때 단풍놀이 하려고 서울을 떠났는데 장소가 변했다고 일상의 여유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 제일 우스꽝스러운 것은 일이 끝난 늦은 밤에 ‘산동 산수유’, ‘광양 매화’ 같은 검색어로 꽃의 상황을 체크하는 모습이다. 남북으로 20분만 달리면 광양과 산동에 당도하는데, 블로그에 오늘 올라온 서울 사람들의 꽃구경 이야기로 내가 사는 곳의 꽃소식을 가늠한다.
-23p.

심지어 사는 곳의 꽃 소식을 서울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는 아이러니한 일도 일어난다. 어쩌면 밥벌이라는 것, 먹고 사는 것의 계속됨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어떠한 고상한 사상이나 가치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살림이라고. 장소가 어찌되었든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밥벌이를 한다는 것 이러한 살림에 대한 생각은 우리에게 쉽게 공감을 준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세계의 평화도 아니고 남북통일도 아니고 환경을 살리는 일도 아니다. 단지 살림이다.
-202p

알면 알수록 알싸한 사람들, 그들의 살림

같은 밥벌이라도 이곳 사람들의 밥벌이에는 감동이 있다. 봄에 씨앗 뿌리고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걷어가는 일련의 농사 일이 때론 숭고해 보이기도 한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농사 일이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가장 기본적이면서 원초적인 밥벌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들의 농사는 자연과 싸우는 일이기도 하고 자연과 어우러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자연의 소리를 몸으로 느끼며 살았던 사람들이라 서두르는 기색도 없다. 사람이 할 일을 하고 그 뒤에는 하늘에 맡긴다.

소금 농사처럼 버섯도 ‘버섯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구 할은 하늘 몫이다. 가을에 맛보는 표고는 봄에 정해지는 일이다.
-91p

시간이 흐르고 그 많았던, 나를 스쳐 지나간 중요했던 일들을 뒤돌아본다.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럭저럭 살고 있다. 오히려 일상에서 평범한 어느 대목의 일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우리 인생의 갈림길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일상이고 살림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농부는 배추 모종을 심고 있었다. 이제 가을이라는, 또는 여름이 가고 있다는 하늘과 땅의 말씀이다. 사람은 그것에 따르고 묵묵히 노동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무슨 도리가 있느냐는 대답인 양 배추 모종은 하나하나 맨땅에 새겨지고 있었다.
152p

자연과 함께하며 수많은 자식을 세상에 내보낸 사람들이라 그럴까. 구수한 사투리를 쓰지만 이들의 언어는 간명하고 인생을 관통하는 지혜가 있다. 그리고 사람을 보듬고 품어주는 따스함과 강인함이 있다.

잘 생기고 성한 것은 돈으로 바꾸거나 자식들에게 보내주고 내가 먹을 것은 못난 것들 수습하고 다듬어 먹는다.
물론 아까워서 그렇기도 하다.

“암시랑토 안 해. 맛은.”
-137p

노인은 허리를 최대한 펴기 위해 나뭇가지를 꼬옥 붙잡았다. 미늘기는 박태기를 빛나게 했고 박태기는 노인의 버팀목이 되었다.
-43p

사라지는 것, 어쩌면 원래 그러한 것

계절이 바뀐다는 건 어쩌면 시간이 흐른다는 것의 다른 말일 수도 있다. 저자는 11년 구례에 살면서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낀다. 때론 열매를 걷은 빈 땅을 보며, 때론 땅에 떨어진 꽃을 보며, 때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그렇게 시간을 온몸으로 견딘다.

서걱해진 통화를 마무리하는 당신의 말은 언제나 같았다.
“밥 잘 챙겨 먹어라.”
누구나 자신 앞에 놓인 무엇인가를 견디고 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이 석양을 함께 바라보고 싶다.
-122p

대평댁 집 앞 도라지 꽃 앞에서 그리운 사람이 생각났다. 몇 년째 이 장소에서 도라지 꽃을 촬영하지만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노인들은 한 분 두 분 보이지 않는다.
-138p

하지만 분명한 건 여전히 남은 삶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해야 할, 사는 일이 남았다는 걸 깨닫게 한다.

마을 입구에서 노제를 지냈다. 상여는 평전 언덕으로 향했다. 평생을 살았던 마을을 굽어보며 누우실 것이다. 신록이 녹음으로 변해갈 무렵의 상주들은 살짝 더워 보였고 남은 사람들은 어제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이도 이틀 전까지 하시던 그 일.
사는 일.
- 96p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는 씨를 뿌리고 꽃이 열려 열매 맺는 과정, 먹고 살기 위한 수고로움과 이러한 사람의 노력을 기특하게 여긴 자연의 선물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사람이 빛난다. 자연에 빌붙어 밥벌이를 했던 사람들은 누구보다 겸손하고, 자연과 싸우며 살림을 일군 사람들은 누구보다 강인하다. 홀로 자연을 이길 수 없기에 함께하는 배려를 몸에 자연스레 터득했고, 자연 앞에서 어느 날 사라질 것을 조용히 알아가는 지혜는 AI보다 깊을지도 모르다.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를 덮고 나면 자연과 함께 단단하게 성장한 사람들이 눈을 헤치고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자체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꿋꿋하게 살림을 이어가는 자신을 토닥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랑말랑한 느린 여행서를 생각하고 가볍게 시작한 일 앞에서 지나간 십여 년을 되짚는 제법 무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단순한 풍경 사진이 아니었다. 나는 무수한 찰나와 멈춤 속에서 결국 여행이 아닌 삶을 살고 있었다. 여러 번의 선택과 삭제 끝에 남겨진 사진들은 어떤 풍경의 절정이 아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사진 속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2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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