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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튀
아디다스 디 로즈 투모로우 편두통 모모선생의 비밀 몽키치킨 완벽한사진 사춘기 백과사전읽는남자 응과쑤안 카니아쿠마리 세심탕의봄 황금손톱 까뮈와 고래와 롤라이35 키사스키사스 cb하우스 델라호야의 강수의사랑 작가의 말 |
조경국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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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기무당, 얼굴만 봐도 다 알아맞힌대….”
“그렇게 용해?” “그렇다니까.” “한번 가볼까.” “그런데 거기 꺼림칙해서….” “그러게.” “용한 무당이니 사람들 죽어 나간 거기다 신집을 차렸겠지.” “그때 죽은 남자들 모두 한풀이 해줬다던데.” “점 볼 때 그 옷 입는대, 발렌가 뭔가 할 때 입는 옷.” “저거 말이야, 저 양귀비처럼 생긴 옷. 요상하지.” ---「튀튀」중에서 문을 열고 접수대로 나가는 순간, 문 옆 거울 속에서 의사는 어시장 붉은 양동이에 갇혀 꿈틀대는 문어처럼 축축하고 투명한 몸으로 변해 얇고 긴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사가판 어류도감』 실사를 보고 있는 착각이 일었다. ---「편두통」중에서 모모 선생이 사 가는 책들은 주로 소설이었다. 책방이 문을 닫을 때까지 질기게 서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을 ‘불쌍한’ 소설들만 골라갔다. 출판사도 작가도 낯선 생경한 책들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책보는 눈이 없는 사람이다 싶었다. 하지만 소설 이외의 책을 고를 땐 내놓기 아까운 책들만 골라냈다. 종이컵에 담긴 맥주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비우며 서가를 꼼꼼하게 훑었다. 들어온 책이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모모 선생이 책을 고르는 동안에는 시간이 아주 느린 속도로 흘렀다. ---「모모 선생의 비밀」중에서 하루살이들의 춤을 보며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 손님이었던, 아이 손을 잡고 그림책 몇 권을 고른 젊은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짐짓 심각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메말라 가는 오아시스를 홀로 지키는 늙은 촌장 같아요.” 내가 “정말 멋진 표현”이라고 말하자 그녀가 아이와 함께 웃었다. 그녀의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완벽한 사진」중에서 나는 남아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만큼 그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값을 치른 나머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들은 그가 다시 책방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테다. 책에 영혼이 있다면 글자와 글자 사이의 침묵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까. ---「백과사전 읽는 남자」중에서 책을 팔러 온 손님들이 다시 책방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책방에 책을 팔고 가는 일은 인연을 끊는 것과 비슷하니까. 나는 인연을 끊은 책들을 다시 볼 때면 우울과 슬픔의 감정이 함께 일었다. 서가에 있던 것들이 팔리고 없을 때는 그 감정이 더 깊었다. ---「카니아쿠마리」중에서 이렇게 고장난 선풍기를 아직도 쓰느냐 타박하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고개만 부러졌을 뿐이라고, 책방 선풍기라 책 읽느라 고개를 숙인 것이라고 농 아닌 농을 건넸다. 짙은 초록색 선풍기는 누군가 책방 앞에 버린 것이었다. 겉이 멀쩡해 보여 혹시나 하고 가져왔는데 날개는 돌았지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중병을 앓고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헌책방이야 낡고 병든 것도 언제든 한자리 낄 수 있는 곳이니까. ---「까뮈와 고래와 눈물」중에서 『마라도』는 누구도 찾기 힘든 위치에 있었다. 그곳에 눈길이 닿은 건 우연이었다. 그냥 이유 없이 그 책이 꺼내고 싶었다. 사진집 서가 맨 위에 책등이 벽을 보고 서 있었다. 까치발을 하고 팔을 힘껏 뻗어도 닿기 힘든 위치였다. 어렵사리 책 뭉치를 딛고 뽀얗게 먼지 쌓인 『마라도』를 꺼냈다. 비싼 값이 아니라면 횡재한 기분이었다. 사진가는 세상을 떠났고 이 책은 절판된 그의 첫 사진집이었다. 더는 구하기 힘든. ---「롤라이35 수집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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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헌책방 책방지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폴로책방 주인 ‘다림’을 대신해 우연히 책방을 맡게 된다. 헌책방의 시간은 천천히, 깊게 흐른다. 그 고요하고 묵직한 공간으로 책방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어딘가 쓸쓸하고 푸석하고 물기 젖은 이야기를 가졌다. 그 사람들은 사연이 얽힌 자신의 책을 떠나보내기도 하고, 헌책방 서가에 꽂힌 책에서 자신만의 추억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무 별일 없이도 찾아왔다가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작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만큼 다채로운 사연을 자연스레 한 권의 책과 연결 지으며 어느새 우리를 아폴로책방으로 데려다 놓는데, 매 단편의 끝에는 내용에 등장하는 책에 관한 책방지기의 짧은 책 소개가 이어져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단! 책방지기가 소개하는 책 중 한 권의 책은 가상의 책이다. 독자들의 작은 재미를 위해 책방지기가 작정하고 한 권의 책을 숨겨 놓았다. “메말라 가는 오아시스를 홀로 지키는 늙은 촌장 같아요” 몽환적이면서도 서늘하고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비 오는 날에만 아폴로책방을 찾던 모모 선생, 광리방과 몽키치킨의 원숭이, 발레복 튀튀와 애기무당, 백과사전을 읽는 남자, 롤라이35 수집가, 어디론가 떠난 책방 주인 다림과 그녀를 사랑한 강수…. 아폴로책방을 찾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은 모두 읽고 난 뒤에야 ‘아!’ 하는 뒤늦은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묵직한 안타까움을 주기도 하며, 이유 모를 헛헛함으로 마음을 쓸쓸하게도 한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몽환적이면서도 서늘하고, 따뜻하면서도 쓸쓸하다. 그런 이야기들을 아폴로책방의 책방지기는 “메말라 가는 오아시스를 홀로 지키는 늙은 촌장”처럼 체념과 초연함이 함께 빚어냈을 담담한 어조로 들려준다. 어떠한 사연으로 이미 세상일에 무심하고 진작 희로애락에 무뎌진 듯 보이는 ‘나’이지만, 책방을 찾은 사람과 책에 귀를 기울이고 눈길을 보내는 데 아직 정성과 온기를 잃지 않아 전해주는 이야기의 여운이 깊다. ■ Editor's Note “인생은 조경국처럼” 유쾌하고 무모한 이 작가의 사연! 수시로 책방 자리를 비우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재미를 즐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이 책의 저자를 두고 사람들은 부러움과 질투를 딱 반반씩 섞어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조경국처럼!” 헌책방 주인, 오토바이 라이더, 작가, 사진·필사·책읽기·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전천후 강의, 막일 등의 각종 알바…. 그의 정체성에 제각각의 색을 더해주는 넓은 스펙트럼의 활동과 그동안 쌓아둔 충성 포인트를 사용해 두 아이와 아내를 두고 유라시아 횡단 오토바이 여행을 계획하는 자유로운 그의 영혼, 이 두 가지는 모두 주변인들이 감탄해 마지 않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그가 무려 열아홉 편의 이야기를 지었다. 손바닥소설인 짧은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평소 꾸준히 이야기를 짓고 글을 써온 덕분일 것이다. 게다가 이 유쾌하고 무모한 책방지기이자 작가는 책을 팔아 긴 여행길에서 하루 정도라도 잠자리 편한 호텔에서 자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으니, 편집자는 백일기도라도 올려 이 책의 성공을 기원해야 할 판이다. 세상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할 것 같은 아폴로책방의 나날을 작가는 조곤조곤 읊조리는데 실제인 듯 환상인 듯 어느덧 우리를 그 공간으로 빨아들이는 매력을 분명 가졌으니 어느새 편집자도 옆에서 ‘중판출래’의 꿈을 함께 꿔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