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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르
미리엄 비 옮긴이의 말 |
David Gros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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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딱히 흥미로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당신에게는 주고 싶거든요. 내가 남에게 받거나 누군가한테 줄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들을 말이죠. 당신에겐 아무 의무도 없어요. 굳이 답장을 해줄 필요도 없고요. --- p.11~12
우리는 진실의 혈청을 주사맞은 사람처럼 마침내 진실을 털어놓게 될 거예요. 난 스스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난 그녀와 함께 진실을 피처럼 흘렸다”라고. 그래요,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거예요. 나의 칼이 되어주세요. 그럼 맹세코 나도 당신의 칼이 되어줄게요. 예리하지만 연민이 깃든, 내 것이 아닌 당신의 단어들로요. --- p.19~20 당신이 썼던 단어를 다른 곳, 신문이나 텔레비전 광고에서 우연히 접하게 될 때면 내 동공이 확장된다는 걸 알고 있는지……. 그러니까 어떤 단어들은 아주 명백하게 당신 것이고 당신 영혼의 흔적이 깃들어 있어서, 어느 누가 그 말을 하더라도 마치 당신이 말하고자 한 것의 일부나 파편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 p.30 나로 말하자면, 해변에서 옷을 벗는 것조차 부끄럽고, 길가의 우편함에 편지를 집어넣는 모습을 남에게 들키는 것도 견디지 못해요. 남몰래 편지를 부치는 사람에게는 아주 은밀한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 p.67 내가 당신의 삶에 가담한 건 바로 그 순간이에요. 일종의 이상야릇하고 비참한 순간이었는데 난 그 점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었어요. 바로 그 순간 당신의 미소 밑바닥에 내 이름이 깔린 걸 보았거든요. 그래서 내가 달려든 거예요. 한편으로, 거기에 적힌 이름이 내 이름이 아닐 수도 있어요. 어쩌면 내가 당신을 알아볼 수 있고,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알려주고 싶어서 그렇게 성급하게 뛰어오른 걸 수도 있어요. --- p.76 우리가 실제로 만났다면, 결코 이런 식으로 서로를 알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난 당신을 당장 유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평소의 무지한 방식대로 당신에 대해 알아갔겠죠. 그랬더라면 우린 뭔가를 잃었을 테고, 또 뭔가를 결코 알 수 없었을 거예요. --- p.146 어제 당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런 편지 왕래가 무척 특이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어요. 당신이 내 편지를 뜯어 진실을 받아들일 즈음에 난 이미 다른 어딘가에 가 있잖아요. 내가 당신의 편지를 읽을 때면, 실제로는 이미 지나버린 당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난 당신이 이미 떠나버린 순간 속에 들어가 당신과 함께 있게 되죠. 결국 우리는 각자의 잊힌 순간들에 충실하게 돼요. 어때요? 아마 내가 당신의 편지 하나하나마다 슬픔을 느끼는 건 그래서일 거예요. 편지 내용과 상관없이 말이죠. 당신이 대학에서 보낸 이 재미있고 대단한 쪽지도 마찬가지예요. 삶이 지나쳐가고 있으니까요. --- p.175~176 본래 그렇잖아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좋건 싫건 간에 마개가 꽉 닫힌 결혼이라는 항아리 속에 갇혀버리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내가 숨을 크게 들이쉴 때마다 그녀에게서 뭔가를 빼앗게 돼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오고 가는 하찮고 내키지 않는 계산에 따라 말이죠. 결국 모든 건 계산적인 대차대조표로 바뀌고 말잖아요. --- p.227 “난 주로 내가 속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왔어요.”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거의 고함이 터져 나왔어요. 나도 그래요! 그런데 감히 그렇다고 말해본 적이 없어요. --- p.372 그런데도 난 엄마가 들어온 걸 모르는 척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고, 화려하고 당당하게 고결한 언어로 말을 늘어놓아요. 창피해하지도 않고 혼자 흥분하면서요. 그래야 내가 얼마나 훌륭하고 매혹적인지를 엄마도 이해하고 정확히 알게 되고, 나라는 추수 잔칫상 앞에서 엄마 자신이 건포도에 불과하다고 느낄 테니까요. 그래서 내가 절대로 엄마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게 되죠. --- p.405 여기에 앉아 가장 단순한 것들에 대해 쓰고 싶어요. 조금 전에 떨어진 낙엽을 묘사한다든지, 발코니에 쌓아놓은 의자 혹은 전등불에 모여드는 나방, 온전한 하룻밤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기도 해요. 해가 떠오르고 어둠의 색깔이 변할 때까지 말이죠. 며칠 밤낮을 이렇게 앉아만 있어도 괜찮을 거예요. 풀잎 하나하나, 꽃, 울타리의 돌멩이, 솔방울까지 묘사하고, 그런 후에 준비가 되면 조심스럽게 나 자신에 관해서도 말하는 거죠. --- p.413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본능에 따라, 하고 난 혼잣말을 했다. 옷을 걸쳐 입고 빗속으로 나섰다. 순식간에 젖어버렸고, 화장을 하거나 머리를 빗거나, 립스틱을 바를 여유도 없었다. 아마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지, 그는 알아보지 못할 거야. --- p.4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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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는 소설의 거장”이자
“보복 매커니즘의 도구가 되기를 반대한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 이스라엘이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를 점령한 지 20년이 되는 해를 기억하기 위해, 1987년 이스라엘 시사주간지 [Koteret Rashit]는 젊은 소설가 다비드 그로스만을 7주간 웨스트뱅크에 파견한다. 그로스만은 한 세대 동안 영토가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일상에서 잔인한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고 글로 밝혔다. 특집 기사는 이스라엘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고, 이때의 기록은 『황색 바람The Yellow Wind』으로 출간되었다. 『양의 미소The Smile of the Lamb』,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See Under: Love』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이스라엘 안팎에서 자행되는 비극과 부조리를 작품에서 다룬 다비드 그로스만은, 2017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A Horse Walks Into a Bar』를 통해 “진실을 말하는 소설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우리가 증오하며 위협으로 여기는 적들 역시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006년 8월, 제2차 레바논 전투에서 헤즈볼라군의 미사일 폭격으로 아들을 잃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평화에 대해 말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들이 전쟁에서 사망했고, 많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에게 평화라는 것이 환각에 불과해져버린 지금까지도. 그로스만은 전쟁이라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글쓰기를 통해 무력감에 대항하는 길을 찾았다. 쳐다보기를 겁내지 않는 것, 현실을 똑바로 보고 제대로 모순을 말하는 것, 그로스만에게는 그것이 전쟁의 공포에 마비되지 않고, 역사적 피해의식을 극복하는 길이다. 그는 어떤 것을 서술하는 것이 이스라엘에서 개인에게 남은 유일한 자유임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운명을 자신만의 단어로 묘사하는 자유”인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글이 보복 매커니즘의 도구가 되는 것에 극렬히 반대했으며, 불안한 시대의 책임을 함께 감수하기 위해 행동했다. 전쟁이 마지막 결정권을 쥐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목소리를 높이는 행위는 여전히 그로스만에게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오직 편지로만 토로할 수 있는 인생의 가장 은밀한 순간들 다비드 그로스만의 어느 소설보다 섬세하고 열정적인 작품 “완전히 상대의 몸으로 들어가는, 그 속에서 길을 잃지도 않고 자신을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오직 단 한 번,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꿈꿨던 야이르는 동창회에서 스쳐간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가진 미리엄에게 편지를 보낸다. “당신 생활에 끼어들려는 게 아니라, 그저 내 편지를 받아주면 좋겠다”라고 청하는 야이르. 만나지 않은 채 오직 편지로, 잔인할 만큼 솔직한 갈망을 담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남자에게 미리엄은 화답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삶에 가담”하기 시작한다. 각자 배우자와 아이가 있음을 알기에, 끝이 보이는 관계를 선택한 이들은 점차 서로에게 “한 번쯤 이런 비밀을 소리쳐 털어놓을 수 있는, 땅에 파놓은 구덩이”이자 “내 영혼을 누군가의 손에 건네주고 싶었던 사람”이 되어간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봄부터 가을 끝자락까지 계속되는 야이르의 편지로, 2부는 미리엄의 일기로 구성되어 각각의 관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고, 3부에서는 뒤섞인 두 사람의 욕망이 마주하는 순간이 그려진다. 시대와 국가라는 화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은 『나의 칼이 되어줘』에서는 예외적으로 거대한 역사적, 문화적 진공 상태에서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이 책은 이미 자신에게선 스쳐지나갔다고 여겼던 감정을 서로로 인해 일깨우는 남녀의 이야기로, 사랑, 책망, 불안, 자책, 연민, 집착 등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감정들이 편지를 사이에 두고 봇물처럼 쏟아진다. 누구나의 인생에서 종종 숨기고 싶은 은밀한 순간들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폭넓고 복잡한 슬픔을 가진 인간이란 존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인간의 어두운 얼굴을 발견해내는 낭만적인 이야기다. 수많은 매혹적인 오후를 선사할 작품._[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쓰기에 관한 탐구인 동시에 절대적인 자유의 한순간을 탐구하는 책._[가디언]”이란 평을 받으며, 그로스만 소설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열정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기 바깥의 삶을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에 관하여 오로지 글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두 사람은 더욱 스스럼없이 자신의 일그러진 모순들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 고안해 낸 안젤루스라는 존재를 통해 비참했던 어린 시절을, 마개가 꽉 닫힌 항아리 속에 갇힌 것 같은 따분한 결혼 생활을, 아버지로서 겪는 갈등과 일찍이 깊게 골이 난 정서적 결핍까지도 낱낱이. 그렇게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을 공유한 야이르와 미리엄은, 그래서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되었을까. 애석하게도 우리는 그들이 쌓아온 극적인 친밀함 자체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난 몇 달간의 편지 속 세상은 현실에 쉽게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걸 결국 확인하게 된다. 『나의 칼이 되어줘』에서는 소통에 대한 강박적인 갈망과 그 한계를 통해 자기 바깥의 삶을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늘 사람들 간의 거리에 천착했던 그로스만은 그동안의 작품들을 통해 어머니와 아들, 남편과 아내, 혹은 연인 사이를 갈라놓는 친밀함의 한계를 추궁해왔다. 나와 타인은 완전히 하나로 겹쳐질 수 없는 다른 존재이기에, 우리는 늘 어긋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상대에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거리가 존재할까. 그만큼의 거리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까. “글을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상처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뿐.” 자신도 상처의 일부임을, 상처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말하는 그로스만은 이 작품에서 이 작품에서 인간의 내밀하고도 개인적인 욕망과 관계의 불완전함에 대한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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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야기. 당신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독창적이고 재능을 갖춘 작가의 소설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 [뉴욕 타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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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이고 선정적이며 아찔할 뿐 아니라 황홀하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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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에 관한 탐구인 동시에 절대적인 자유의 한순간을 탐구하는 책.”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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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어두운 얼굴을 발견해내는 낭만적인 이야기다. 수많은 매혹적인 오후를 선사할 작품.” -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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