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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 작가 김석범이 그리는 인간회복의 이야기
‘조선적(朝鮮籍)’이란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이 2차 대전 패전 후 일본에 사는 조선 출신의 한국인에게 붙인 표식이다. 외국인 등록제도에 따라 편의상 부여한 임시 국적인 셈인데, 조선적은 남한이니 북한이니 사실상 관련이 없는 무국적이나 다름없지만, 한국에서는 ‘조선적’을 용공 세력으로 규정, 정치적 이용 수단으로서 활용해왔다. “왜 ‘국적’ 하나로 우리들은 이렇게도 고뇌하거나 휘둘려야만 하는 걸까. ‘국적’이라는 이름 아래 인질로 잡혀 있는 거지. 권력이야. 정치……. ‘국가’라는 이름의 권력.” (본문 中) 김석범 작가는 남도 북도 국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국적인 ‘조선적’을 택해 양쪽에서 ‘불편한 인물’로 낙인찍히면서도 통일조국의 국적 회복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민단과 총련으로 갈라져 여전히 냉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일본 재일동포 사회의 ‘분단의 모순’ 속에서 작가 자신이 온몸으로 체험한 사실들을 소설 주인공 한성삼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온갖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소설의 존재 가치와 역할에 대해 준열한 성찰의 물음을 제기하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은 소설이 결코 한갓 허구의 언어예술로 자족하지 않는다는 간명한 진실을 상기시킨다. 그의 언어는 팽팽한 긴장력으로 역사의 퇴행과 숱한 폭압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에게 과거는 망각의 뒤안길에서 가뭇없이 스러져 휘발되는 대상이 아니라 지금, 이곳으로 소환돼, 살아있는 자들이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지, 그래서 우리가 모색해야 할 미래의 지평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는다. 이와 관련하여, 갈수록 근대 국민국가의 모순과 한계가 극명해지는 가운데 김석범의 『과거로부터의 행진』이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의 국적과 연관된 정치사회적 사안은, 그가 평생 진력하고 있는 4·3항쟁의 온전한 역사적 정명(正名)과 긴밀히 연동돼 있다. 그렇다. 파행적 근대 속에서 과거를 향한 추억과 그리움에 젖어 있기보다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과거로부터 힘찬 ‘행진’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고명철/문학평론가, 광운대 국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