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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
소명출판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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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소거된 고독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
땅의 동통
대담-이것만은 꼭 써야 한다

역자 후기

저자 소개 2

1925년 오사카(大板)에서 태어난 김석범은 평생에 걸쳐 ‘제주 4·3 사건’에 관련된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 그는 18세인 1943년에 제주도에서 일 년여 머물며 의기투합한 청년들과 조선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1945년 3월에는 중국으로 탈출해서 임수정부를 찾아간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 오사카로 돌아가야 했다. 해방 후인 1946년에도 그는 서울로 돌아와 국학자 정인보 선생이 설립한 국학전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사카로 밀항한 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김석범이 ‘제주 4
1925년 오사카(大板)에서 태어난 김석범은 평생에 걸쳐 ‘제주 4·3 사건’에 관련된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 그는 18세인 1943년에 제주도에서 일 년여 머물며 의기투합한 청년들과 조선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1945년 3월에는 중국으로 탈출해서 임수정부를 찾아간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 오사카로 돌아가야 했다. 해방 후인 1946년에도 그는 서울로 돌아와 국학자 정인보 선생이 설립한 국학전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사카로 밀항한 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김석범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주도에서 밀항해 온 친척으로부터 제주 민중들의 참혹한 학살 소식을 접하면서부터였다. 이후로 그는 야만적인 권력에 의해 자행된 ‘제주 4·3 사건’의 문학적 형상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나이 32세 때인 1957년에 발표한 ?간수 박 서방(看守朴書房)?과 ?까마귀의 죽음(鴉の死)?에서 시작해, ?관덕정(觀德亭)?(1961), ?만덕유령기담(万德幽靈奇譚)?(1970) 과 ??月?(2001)에 이르기까지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김석범은 1988년 다시 고국을 찾을 때까지 정권의 회유와 압박으로 많은 괴로움과 좌절을 겪어야 했으며, 제주 4·3 평화상 1회 수상자가 되었을 때도 이념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조국의 진정한 통일과 미래를 위한 망명 문학이 부정되는 현실에 맞서 자신의 문학은 ‘망명문학’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살고 있었다면 ?화산도?는 쓸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문학계에서도 김석범은 일본어로부터 자유와 해방이라는 고뇌를 안고 작가 활동을 해왔다. 일본어를 절대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보편성에 근거한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면서, 조선인 작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는 길을 지향했다. ?화산도?로 1983년 아사히신문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상과 1998년 마이니치(每日) 예술상을 수상했다.

김석범의 다른 상품

Cho Su-il,趙秀一

1982년생.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교수.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일어교육과,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 언어정보과학전공에서 공부했다. 김석범문학을 비롯한 재일조선인문학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金石範の文?-死者と生者の?を紡ぐ』(岩波書店, 2022), 역서로는 김석범 소설집 『만덕유령기담』(보고사, 2022, 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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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140*210*30mm
ISBN13
9791159059926

책 속으로

석방은 사형의 다른 이름이다. 그 소녀에게 사형의 아침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치마 속바지에 숨겨둔 흰 수건을 꺼냈다. 선명한 흰색. 그리고 간수에게 부탁해 붓과 먹물을 받아 흰 수건을 펼쳐 놓고 거기에 자기 이름과 나이, 출신 마을을 꾹꾹 눌러 적고 치마와 속바지를 걷어 올린 허벅지에 단단히 동여맸다. 그녀는 유치장 선배들에게 그간의 완고하고 무례한 태도를 깊이 사과하면서, 언젠가 사형의 날이 찾아와 여러 사람과 함께 구덩이에 묻혀 버리면 이윽고 자신의 몸은 썩어 형체가 없어지고 만다, 언젠가 부모들이 찾으러 와도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수건을 숨기고 있었노라 얘기하고…….
--- p.43

보름달이 뜬 밤, 50명씩 밧줄에 묶인 나체의 남녀 500명이 탄 백 톤급 옛 어선의 출항이 완전한 비밀이 될 수 있을까. 혹은 비밀이 새어 나올 것을 전제로 한 학살자들의, 섬 주민들에게 은근한 학살의 공포를 한층 부추기는 효과를 계산에 넣은 극비기도 하고,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학살의 방식이기도 하다.
--- p.151

제주에는 말이 없다. 기억이 말살되어 말이 없다. 허위의 말이 날갯짓하여 친숙한 말이 됐다. 빨갱이의 씨라고 임산부의 배를 가르며 학살을 자행한 제노사이드. 4.3의 사실은 공포 때문에 기억되지 않는다. 기억이 말살된 곳에 역사는 없다. 역사가 없는 곳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막강한 권력에 의한 기억의 타살. 다른 하나는 공포와 싸우는 도민 스스로 그 기억을 망각 속에 내던져 죽이는 기억의 자살.

--- p.259

출판사 리뷰

이 소설집에 수록된 첫 번째 작품 「소거된 고독」은 2017년 10월, 슈에이샤의 월간 문예지 『스바루』에 발표된 소설이다. 주인공인 90세의 현역 소설가 K는, 과거 ‘요나키소바’라는 야식 라면 장사를 소재로 발표했던 세 편의 작품을 비교해 읽으면서 자신이 왜 그런 소설을 썼고, 같은 줄거리의 소설을 반복해 쓰는 과정에서 소거된 ‘고독’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고민한다. 삶의 전환점이 되었던 만남과 사건을 반추하는 K의 내면의 흐름을 점묘하는 이 소설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회상하며 성찰하는 자기 검증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작품인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는 『스바루』 2020년 7월호에 발표된 소설로,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실존 문제와 더불어 작가 자신이 천착해온 4·3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문제를 되짚는 작품이다. 「소거된 기억」과 마찬가지로 작가 김석범과 등치 관계라 볼 수 있는 노작가 K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의 지인인 영이라는 젊은 여성과의 『바다 밑에서, 땅 밑에서』라는 작품을 둘러싼 대화, 영이와 K의 삶이 하나의 서사로 어우러지며 자기 실존과 4·3을 애도하는 방법을 사유케 한다.저세 번째 작품인 「땅의 동통」은 『스바루』 2022년 5월호와 6월호에 발표된 소설이다. 4·3과 제주도를 시공간적 무대로 하는 『화산도』를 집필한 작가 K가 1988년에 이룬 42년 만의 한국행과 1996년, 1998년의 한국행을 둘러싼 에피소드, 산천단에서 『화산도』의 주인공 이방근과 조우하며 그의 시선을 통해 다시금 4·3의 기억과 역사를 사유하는 K의 의식의 흐름이 서사의 축을 이루며 전개되는 작품이다. K는 4·3의 희생과 기억, 그 역사의 바로 세우기가 그저 4·3만의 일이 아니고, 4·19와 5·18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깊은 광맥’ 속에 침잠해 있는 ‘죽음 안에 밴 영원한 침묵’을 대상화하고 발화하게끔 하는 주체의 감성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석범은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를 통해 자신의 실감을 중심으로 한 개인의 삶을 넘어, 4·3을 둘러싼 사회적·역사적 문맥 등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이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해방’ 정치 권력의 ‘억압’과 ‘통제’로 소거된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소생시키는 ‘생존의 미학’을 펼치며 차별화된 ‘투쟁’과 ‘구제’의 글쓰기를 해온 작가라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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