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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숨결 인연의 몫 실어 시편 23편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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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폭력과 가난을 이겨낸 한 가족의 실재 이야기 『빨강모자를 쓴 아이들』이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이 글의 저자 김은상(1975년생, 2009년 실천문학 시부문 등단)은 자신의 불우했던 가족사를 소설로 재구성하면서 다음처럼 말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뷰 하는 동안 어머니는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는 일은 어머니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었고. 그 고통들의 일부가 글로 작성됐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실천했던 것은 참혹했던 한 인간의 삶을 재단하는 일이었다. 그나마 참혹의 최소화를 통해 폭력의 개연성을 지닐 수 있었는데, 이것이 초기 기획했던 에세이에서 휴먼다큐 소설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였다. 삶의 잔혹에 대한 인간의 방어기제가 겨우 문학일 수 있겠다는 푸념도 했다.”
이야기의 첫 전개부터 극적이다. “남편을 살해했습니다. ……나는 살해를 잘못 발음해서 사랑을 말하는 실어증 환자처럼, 매일매일 나를 살해하며 살아왔습니다.” 무차별한 남편의 폭력,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마다 잇따르는 시련과 고통……. “그때까지 아이 넷을 낳았는데 첫째는 낳은 지 사흘 만에 곁을 떠났고 둘째는 소아마비로 장애를 얻었으며 셋째는 사고로 가슴속에 묻어야 했습니다. 삶은 제멋대로 아이들의 순서를 바꾸며 그렇게,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비탄에 젖은 어머니에 대한 지나친 연민으로 인해 자칫, 이야기가 신파조로 흐를 수도 있었으나 작가는 문학적 기지를 발휘하여 아버지 대 어머니, 2인 화법을 과감히 구사하며 날실과 씨실을 엮듯 어머니와 아버지의 독백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또한 소설 곳곳에 은유와 암시를 상징하는 언어들로 번뜩인다. 특히 ‘간’과 ‘신장’ 등 장기의 일부를 심리표출의 매개로 사용하는 부분은 압권이다. “간이 비극을 벗어나기 위해 소금을 거부하면 신장이 먼저 우울해졌다. 그래서 내 살아온 삶이 비극을 향해 가는 간이었다면, 아내는 간의 횡포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신장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 ‘빨강 모자’는 주인공이 차마 꺼내고 싶지 않았던 봉인된 기억의 상징이다. 폭력과 가난에 시달렸던 어머니가 여섯 살배기 어린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 사과의 의미로 사주었던 선물이며 자신에게는 한없이 부끄러운 아픈 기억이다. 이 글에서 ‘빨강 모자’는 상처, 죄의식, 구원 등을 상징하며 마지막까지 소설 전체를 이끄는 알레고리로 작용한다. 강렬한 죽음을 열망할 때 구원의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주 사소하지만 간절한 소망이 담긴 아들의 한 마디 “엄마…… 꼭 살아야 해…….” 혹은 길에서 우연히 부딪친 외국인이 건네준 종이에 적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라는 말들이었음을 조용히 일깨워주고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존재하거나 부모의 학대를 못 이겨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폭력의 유전’에 대해 우려하며 말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마음에 간직해온 내밀한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는 것이었다. 폭력의 유전…… 그것이 삶 속에서 느껴질 때 공포의 대상은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증오의 방향은 나를 향해 있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더 잘 극복할 자신감이 있다. 내가 강해져서가 아니라 나에게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방황의 끝에서 들려온 어머니의 목소리. “사랑해라!” 이 문장이 주는 울림은 내 삶을 빛 한가운데로 인도했다.” 『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폭력과 가난에 노출된 한 가족이 어떻게 이를 딛고 회생해 가는가 보여주며 진정한 사랑과 용서, 구원이 무엇인지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 모두 “어쩌면 나도…… 어쩌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할 빨강 모자를 쓴 아이입니다.” 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