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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이란 그릇 속에 잠겨 있는 내가 과연 올바른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분명 우리 아기를 안고 나면 못 보낼 것 같았지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폭력은 대물림된다는 말이 떠올랐고 내 아기에게까지 내가 겪은 고통과 아픔을 물려주는 것이 싫었습니다. 분만실에서 잠깐 본 아기가 자꾸 생각나 고민 끝에 신생아실로 아기를 보러 갔어요. 내가 알지도 못한 사이 내 몸에서 자라고 있던 우리 아기, 내 뱃속에 있으면서도 내내 불안했을 우리 아기가 제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뜨는 게 아니겠어요? 눈물이 났습니다. 하루를 내내 울면서 생각한 끝에 결국 내가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그전보다 확실히 용감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_20~1쪽
아기를 출산하고 아기아빠 부모님께도 임신 사실을 알렸습니다.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상처가 되는 말만 하셨습니다. 입원한 저에게 2번 정도 찾아오셔서 부부도 아기 키우기 힘든데 어린 나이에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냐면서 매번 입양을 권유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끝까지 아기를 키우겠다고 고집하자, 절대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없다고 단언하셨습니다. 내 나이 이제 19살. 솔직히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한 나. 아기까지 있는 19살 인생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쁘게 보일 수도, 불쌍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제 선택이 후회스럽지 않습니다. 지금 내 옆에 나의 분신 같은 천사가 있기에 너무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_35~6쪽 처음엔 막막하고 이런 현실이 짜증났습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는지 세상 탓도 해봤지만, 다 내가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비관, 원망도 소용이 없어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도움이 될 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새롭게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는 것을 배웁니다. 내가 지금껏 실수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리라 약속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포기하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내 속의 한 생명에게 행복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라면……. _42~3쪽 앞으로 우리나라에 미혼모들이 얼마나 더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옛날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에게 상처 받아 자기 자식 나 몰라라 하는 놈들과 그래도 내 새끼라고 어떡하든지 키우겠다는 미혼모들 중 누가 더 나쁜 걸까요? 미혼모들에게 안 좋은 시선만 보내지 마시고,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여 국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금전적인 지원과 시설 확장, 아이를 맡기고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운영 시간을 더 늘렸으면 합니다. 그래야 일과 양육 어느 한 가지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_79~80쪽 돌이켜 보면 저와 같은 아픔을 느끼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른들의 넓은 마음으로 몸소 사랑을 가르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자라면서 사랑을 몰랐어요. 어른들의 실수로 낳은 아이로 자라 혼자 외로운 인생을 살았습니다. 실수로 태어났다는 사실 때문에 한 번도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고 제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외할머니의 말 때문에 내 인생을 줄곧 실수하며 산 듯합니다. _95~6쪽 아기아빠와 나는 같은 학교에서 상위권, 속히 모범생으로 불리며 선생님들에게 인정받으면서 학교를 다녔다. 공부동아리로 만나 내 빈 마음 잘 알아주던 아기아빠! 모든 것을 다 해줄 듯 따뜻했던 아기아빠? 새빨간 거짓말, 거짓말이었다. 잔인한 순간의 선택으로 나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 어떤 양심의 가책이나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아기아빠와 그의 가족들을 등지고, 홀로 양육을 결심, 출산 도움을 받고자 학교를 잠시 휴학을 했던 것인데, 지금도 아기아빠는 버젓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나만 임신했다는 이유로 정신적, 육체적, 심리적으로 일상과 분리되어 잘못한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홀로 지고 있다. 다시 인정받기 위해 부모님과 인연을 끊어가면서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왜 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_103쪽 아이를 임신함으로써 내 인생이 두 동강 난 줄 알았다.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과 남자친구 또한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나의 임신이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변화는 내게 너무 소중한 자식이 생긴 것이며, 나의 몸이 언제든지 생명을 잉태해서 낳고 키울 수 있는 귀한 몸이란 걸 안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과거처럼 살지 않을 것을 다짐한 것 또한 나의 큰 변화다. 내년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수능 공부를 다시 하여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다. 나는 아이와 함께 커 나가는 작은 엄마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난 괜찮다. _121쪽 사실은 교복 입은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행여 지각할세라 헐레벌떡 뛰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부러웠고, 간만에 본 곱게 차려입은 예쁜 친구의 모습이 부러웠고, 친구들의 시시콜콜한 학교 얘기들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불투명한 나의 미래, 빛줄기 하나 없는 캄캄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지만 우리 아이를 위해 독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금 달려가는 이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뒤돌아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_140쪽 생각해보면 아이를 임신할 때부터 낳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어요. 유산기, 조산기, 입덧, 빈혈로 수도 없이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고, 39주째 아이가 1.8kg밖에 되지 않아서 다니던 개인병원에선 낳을 수 없다고 했었고, 태반이 퇴화되고 있다고 해서 유도분만을 선택해야 했고, 엉덩이를 찢어서 아이를 낳았지만 의사의 실수로 신경을 잘못 건드려서 아직까지도 고생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액땜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제 아이는 지금까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거든요. _164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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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엄마들의 가장 아름답고도 아픈 이야기
미혼모라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회는 그녀들을 성적 개념이 없고, 도덕적으로 무분별한 집단으로 단정 짓는다. 하지만 묻고 싶다. 우리 중 누구 하나 그녀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궁금해 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또 묻고 싶다. 아이를 낙태하는 것과 낳아 기르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강인하며 책임감 있는 행동인지. 이 책은 미혼모공동시설인 구세군 두리홈에서 공모한 미혼모 수기를 엮은 것으로, 너무 일찍 엄마가 되어 버린 17명의 소녀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녀들은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괴로워 세상을 원망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오히려 전보다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고 하나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혼모들은 저마다 가족과 사회에 융화되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가난, 폭력, 부모님의 이혼 등 불우한 가정환경에 노출되었거나, 탈북자, 노숙자처럼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정체성과 자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소녀가 많다. 물론 삶이 고단하고 환경이 어렵다 하더라도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아이를 갖게 된 것은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고귀한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 그 존재가 기쁨이 아닌 혼란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 자체로 칭찬받을 일은 아닌 것이다. 가족과 남자 친구로부터 외면 받고, 학업과 꿈꿔왔던 미래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어린 소녀들에게 큰 부담이자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미혼모의 대부분은 아이를 홀로 낳아 직접 키우고 있다. 간혹 여건이 안 되어 입양을 보낸 경우도 있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낳아 세상의 빛을 보게 하고, 홀로 양육을 결심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태중 아기의 건강이 걱정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산고 후 제일 먼저 아이를 보고 싶어 하고, 아이를 입양 보내면서도 끝까지 죄책감에 가슴을 치며 아이의 행복을 비는 모습, 출산 후 어설프게 젖을 물리고 젖꼭지가 헤져도 아픔을 참고 모유수유를 하는 모습,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학업과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모습, 아이와의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며 조금씩 저축하는 모습. 이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엄마가 되겠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여, 다른 엄마들의 몇 배에 달하는 노력으로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을 뉘라서 여느 엄마와 다르다 할 수 있겠는가? 어린 엄마가 된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10대는 10대만이, 20대에는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삶의 과정들이 있는데, 엄마가 되면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스런 아기를 품에 안게 되었지만, 그밖에 많은 것들을 남보다 더 빨리 포기해야만 하고, 세상의 잣대와 편견으로부터 수없이 상처받는다. 그래서 그녀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지만, 이 길을 걷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녀들이 또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충고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혼모들은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사회적 편견과 미혼모를 위한 제도의 부족이라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여러 핸디캡이 있지만 그래도 자신들 또한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주체적 외침과 낙인에 대한 도전이 느껴진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계획하지만, 계획하지 않은 삶조차 책임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들을 좀 더 이해하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할 소중한 인연이자 강인한 엄마인 그녀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를 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