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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양영길(문학평론가) 146
시인의 말 009 제1부 숨비소리 딱 걸렸다 013 물질 014 바닷물은 숨비소리로 흐른다 016 세숫대야 018 테왁 020 해녀 금단이 022 가묘 024 순비기 사랑 026 이젠 뇌선을 먹지 않아 028 파도의 흔적 030 바다로 간 사람 032 서천꽃밭 지우개 꽃 034 튼 손 036 제2부 갈 염색 갈 염색 041 씨실과 날실 사이 042 개미가 그림을 그렸어 044 길을 놓쳐 버렸다 046 물들이기 047 자연으로 돌아가는 색 048 청출어람 050 보이지 않는 설득 052 기상도를 그리다 054 화가와 까마귀 055 퇴고 056 감물 들이던 날 057 꽃 진 자리 058 팽나무로 가는 름구덕 060 제3부 하산 명령 하산 명령 065 빙폭 등정을 아시는가 066 공공의 갑질 068 계절과 계절 사이 070 눈이 내리면 072 귀환 074 복분자술과 댓글 076 고슴도치와 눈사람 078 싸락눈의 꿈 080 으아리 꽃 082 물증 083 꿈꾸는 대왕암 084 술벗 086 제4부 이제 울지 않아 순데기 091 캡슐커피 092 이제 울지 않아 094 그때는 몰랐었다 096 이게 오늘이야 098 애옥 뿌리 캐었더니 100 조약돌 하나쯤 남기고 싶어 102 바람의 딸 104 손톱 끝에 핀 봉선화 106 딴 주머니 107 아! 몰랑 108 내 어린 꿈 110 빗자루 112 기별 114 제5부 꿈꾸는 넥타이 고시원으로 간 바둑돌 117 숲을 지키는 나무 118 꿈꾸는 넥타이 120 모유는 신체 일부라는데 122 불쏘시개 124 겨울 달빛 126 가장의 하루 128 하도리 철새 도래지 130 탈피샘 132 이삿짐 134 잔디 깎기 136 이사 138 내 아버지 애창곡 140 궁금증에 빠진 연필 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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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사유의 시간에 말 걸기
양영길(문학평론가) 하나의 몽상이 시적 문법 속에서 일관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시적 대상을 만들어야 한다. 김순란 시인에게 그것은 어머니의 ‘물질’과 자신의 ‘등정’, 그리고 ‘순데기의 삶’을 통해 존재 사유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지워버릴 수 없는 표시를 자신의 이미지에 새긴다고나 할까. 천연 염색을 통한 시적 경험은 특별했고, 고분고분 살아야 한다는 강요된 시대의 아픔도 있었다. 존재 사유(思惟)의 시간은 흐르는 물의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김순란 시인에게 있어 ‘흐르다’는 동사는 ‘이제’를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 두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과거는 부조리하고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를 기점으로 하는 현재는 과거를 조롱하듯 반발하는 시간이다. 이러한 존재 사유의 흐름은 아무리 퍼내도 끝이 없는 상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열린 상상력을 통해 시인은 비로소 부조리한 세상의 삶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해방감을 맛보고 있다. (중략) 까뮈가 예술 작품을 부조리한 현상으로 본 것처럼, 김순란 시인도 우리가 사는 사회를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견뎌내야 하는 삶인지도 모른다. 김 시인의 시적 행간에는 ‘외적인 세계 대신에 내적 풍경’, ‘환상과 사실 사이의 구분 결여’, ‘시간에 대한 자유로운 태도’를 엿보게 한다. 사랑이 공부해서 알 지 못하는 영역인 것처럼 ‘물질’은 물질이 삶이 아닌 사람에게는 제대로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빙폭 등정도 마찬가지다. 존재 근거로써의 바다와 절벽, 바다에 들 때의 물질은 깊이로 내려가고 절벽을 오를 때는 높이로 올라가고, 또 입을 옷감은 우리가 딛고 사는 흙에서 나온 풀과 꽃으로 물들였다. 김 시인은 ‘이제’라는 부사를 많이 쓰고 있었다. ‘이제’ 전과 후에 따라 능동적 위치에서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찬 부조리한 현실의 공허함을 펼쳐놓고 한 마디 하고 있었다. 사회적 복종에 대한 상상력의 끊임없는 아이러니인 셈이다. ‘장미꽃다발’을 버린 것처럼 ‘이제 쉬고 싶’고 ‘느슨하게 풀어’(?꿈꾸는 넥타이?)지고 싶은 김 시인. ‘다시 그곳에 가고 싶’(?내 어린 꿈?)은 시인은, 대상을 주의 깊게 응시하는 관조의 내면에 시간적 상상력을 가로지르는 신비를 담아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