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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그리움이란
못 보낸 편지 그리움이란 꽃은 바램 떠난 자리 다음 단계는 숟가락 두 개 아내에겐 아가가 아련하다 손자를 보며 목련이 나에게 들꽃의 독백 단풍꽃 바둑을 두며 수월봉 제2부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 섬에 사는 것은 섬 그리기 파도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 섬사람 섬에 살아도 무인도 산천단 곰솔 아래서 숨 쉬는 돌 만남 막걸리 한 잔 한 마디 늦게 알다 감나무숲 산딸나무 봄은 봄이다 제3부 곡선은 돌아올 줄 안다 이렇게 살고 싶다 법문 법계사에서 백 팔 배 동그라미 앞에서 창령사 오백 나한 낙화암 다시 다랑쉬에 오르다 나무는 폭설 더 가진 만큼 달맞이꽃 나무가 말하길 겨울잠 헛독서 너무 쉽게 나오는 말 코로나 제4부 가끔은 가벼운 게 더 좋다 여행은 광고 한 줄 마음을 열면 인동초 2절까지 틀렸나 어떤 사돈 시 할아버지 시집 보내줄게 시간은 살아보라 바람에게 꽃 웃음 가을이 언제 와요 어떤 반칙 노래방에서 제5부 다 내려놓은 꽃 꽃무릇 벚꽃 벚꽃 지는 날 경주 배동 삼릉 소나무 깊은 밤 커피 한 잔 고사리 밭에서 4월 신엄 바닷가 4월 민들레 태풍.2 타조처럼 이발한 날 손바닥 선인장 산수국 봄비 오는 날 금창초 정류헌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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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을, 고성기 시인의 시집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와 두 번째 시집 『가슴에 닿으면 현악기로 떠는 바다』, 세 번째 시집인 『시인의 얼굴』에 이은 네 번째 시집이다. 화가, 소설가, 음악가 등 예술을 업으로 종사하는 사람에게 붙는 ‘-가’라는 접미사 대신 시인에게만큼은‘-인’이라는 접미사가 기대어진 이유는 시인이란 시를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성기 시인 역시 그렇다. ‘섬을 떠나야 섬이 보인다’는 젊은 시절의 열망과 ‘가슴에 닿으면 현악기로 떠는 바다’와도 같았던 삶의 굴곡과 어느덧 ‘시인의 얼굴’이 된 자화상과 이제는 ‘섬에 있어도 섬이 보인다’는 삶의 뒤안길에 선 고백이 네 권의 시집 속에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시인의 말을 빌어“모든 것을 다 갖고 싶고,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었던 젊은 시절엔 떠나야 바로 볼 수 있었지만, 일흔을 넘어 욕심을 하나하나 내려놓으며 생각해보니 내가 곧 섬이었고 바다였고 산이었음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 그의 고백처럼, 독자들은 고성기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를 통해 시를 삶으로 살아낸 시인의 삶의 시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1992년 12월 첫시집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를 낼 때의 설렘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싶고, 다 하고 싶었던 젊은 시절엔 떠나야 바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70이 넘어 욕심을 하나하나 내려놓으며 생각해보니 내가 곧 섬이었고 바다였고 산이었음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떠나지 않아도 볼 수 있게 되었나 보다. 그래서 쓴 시가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이다. 그러다보니 시가 쉬워졌다. 꾸미는 말과 기교가 사라지고 더러는 실체를 보게 됐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는 것! 그것이 어른의 진실임을 알게 되었다. 시집을 내는 일은 부끄럽다. 늘 모자라니까. 그래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보다는 쓰는 것이 덜 부끄럽다. 앞으로도 덜 부끄러운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2020년 가을 고성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