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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삶이 네게 고양이를 주거든, 고양이 집사로 거듭나라
Part 1 (사실) 아리는 주인 내가 집사 고양이에게 츄르를 줘봤습니다 / 16 고양이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 26 고양이가 풍경을 방해합니다 / 31 고양이가 이어폰을 박살냈습니다 / 36 고양이를 놀려보았습니다 / 42 고양이를 썰어보았습니다 / 47 고양이와 광란의 밤을 지새웠습니다 / 54 고양이가 사자가 되었습니다 / 59 고양이를 설득하려 해보았습니다 / 66 고양이에게 반항해보았습니다 / 71 고양이와 아침부터 노래를 불러보았습니다 / 77 고양이 궁디를 팡팡해보았습니다 / 82 뉴질랜드 고양이는 달랐습니다 / 87 고양이에게 방해를 받았습니다 / 93 고양이에게 빗질을 해보았습니다 / 99 고양이에게 뉴질랜드 선물을 바쳤습니다 / 104 고양이가 가방을 점령했습니다 / 110 고양이와 이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116 고양이가 적응 중입니다 / 122 Part 2 (그래도) 아리는 고양이 내가 주인 고양이의 이름을 불러보았습니다 / 130 고양이가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 137 고양이 귀를 청소해보았습니다 / 139 고양이에게 새해 선물을 받았습니다 / 144 고양이를 비웃어보았습니다 / 150 고양이마술을 해보았습니다 / 155 고양이와 목욕을 해보았습니다 1 / 161 고양이와 목욕을 해보았습니다 2 / 167 고양이와 병원을 가보았습니다 / 174 고양이에게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 181 고양이와 행복하다면 야옹해를 해보았습니다 / 186 고양이가 설날을 맞이하여 새로운 장난감을 찾았습니다 / 191 고양이를 찾아보았습니다 / 197 고양이와 쌀보리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 203 고양이를 잠 못 들게 해보았습니다 / 210 고양이가 집을 지었습니다 / 216 고양이한테 모닝콜을 당했습니다 / 221 고양이의 미래를 예측해보았습니다 / 227 고양이와 약속을 해보았습니다 / 231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 238 에필로그 |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고양이와 함께 한 모든 날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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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력 1,000년. 우리가 책상에서 인간의 소중한 무언가를 밀어 떨어뜨리고, 우리의 바이러스가 묻은 털을 곳곳에 살포하고, 탈출하기 위해 몇 번이고 상자 안에 들어가 숨는 등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인간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귀여워하고 사랑하면서 고양이를 탄압하던 그 시절, 모두가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때…. 고양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우리 고양이들의 구원자이신 위대한 ‘아리’ 님은 자신과 같이 살던 아둔한 인간을 제압한 후 흩어진 고양이들을 규합하여 강력한 고양이 군단을 만들어 모든 인간들을 제압하고 고양민국을 세우신 바, 우리는 매년 위대한 아리 님과 광복의 날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특히 올해 고양이력 1,000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극비에 붙여져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문서를 공개함으로써, 위대한 아리 님의 위상을 드높이고 고양민국의 영원한 태평성대를 꿈꾼다. 이하 기밀문서는 위대한 아리 님께서 아둔한 인간과 머물던 시절, 인간이 기록한 일기장의 한 부분을 발췌한 문서로써 전능한 아리 님이 탄압받던 시절과 인간의 잔인함, 그 와중에도 우리 고양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한 위대한 아리 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고양이가 풍경을 방해합니다」중에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나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고양이와 사는 사람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고, 같이 살지 않는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같이 살지 않는다.” 사실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다양하다. (…)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결국 근본적인 이유는 모두 같다. 인터넷으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실물을 옆에 두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고양이들이 내뿜는 매력에 중독된 것이다. 사연들은 모두 변명일 뿐,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끝내는 고양이와 살게 되었을 사람들인 것이다. ---「고양이에게 빗질을 해보았습니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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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양이와 살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어느 날 새벽, 뭐에 홀린 듯 고양이 분양에 대해 검색하고, 바로 다음 날 부산 남포동역에서 주먹만 한 새끼고양이의 집사이자 주인이 된 한 남자. 이 고양이에 ‘아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난 8년간 동고동락하며, 결코 길지 않은 고양이와의 삶을 추억하고자 짧은 영상을 만들어 올려 인기 유튜버가 된 남자. 실상은 고양이 아리 님을 모시는 집사 주제에 늘 고양이의 주인이라 자처하며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채널 구독자들에게 비난과 꾸지람을 듣는 남자. 늘어나는 구독자 수만큼을 금액으로 환산해 종종 고양이협회에 기부하며 아리의 간식비를 탕진하는 남자. 아리와 함께 여러 ‘쓸모없는’ 실험들을 하면서 마지막엔 늘 손을 갖다 바치며 예의 그, 비명으로 마무리하는 이 남자의 영상은 단순하고 같은 패턴이다. 그러나 ‘품종묘’도 아니고, ‘개냥이’는 더욱 아닌 흔하고 평범한 ‘코리안 숏 헤어’ 길냥이 고양이와 평범한 듯 비범한 대한민국 싱글 남성의 일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넘는 무언가를 선물했다. 마치 트렌드처럼, 고양이를 기르지 않으면 나만 유행에 뒤쳐지기라도 하는 듯 고양이 집사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요즘, 이 남자는 사람들에게 고양이와 사는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순간, 당신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 남자의 유튜브 영상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지독한 패러독스에 동감하며, 이 남자를 지지한다. 어쩌다 집사가 되어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생명체와 살고 있는 이 젊은 남자는 누구도 아닌 고양이 ‘아리’로 인해 동물에 대한 의식이 전보다 더욱 깊어졌으며,(=더 자주 물리며) 하고 싶지 않아도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날마다 물리고 있다.) 주인이라 자처하지만, 이제는 이 성질 나쁜 고양이와 친구가 되어버렸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고양이 집사들에게는 공감과 동감의 눈물을, 호시탐탐 고양이 님을 영접할 기회만을 기다리는 혹은 영접을 앞두고 있는 예비집사나 ‘랜선집사’들에게는 불난 집의 부채질이 되기를, 나아가 고양이에 대해 큰 호감을 느끼지 못한 이들에게조차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고양이 다 있고, 나만 없어!”를 외치게 만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와 사람의 동거사同居史이다. ‘랜선집사’를 진짜 냥 집사로 만드는 마성의 책! 찢어진 벽지, 꽃무늬 이불, 고양이털이 점령한 옷과 가방…. 그간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고양이 집사들과는 다르다. 인테리어 화보마냥 깔끔하고 세련된 집에서 ‘인테리어의 완성은 고양이’라도 되는 듯 아름다운 품종묘가 느긋하게 걸어오거나,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포즈와 표정으로 집사 무릎 위에 누워있는 풍경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 집 아니면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 집과 같은 느낌이다. 말리고 혼내고 읍소해봤자, 인간의 사정 따윈 안중에 없는 고양이가 친히 벽지에 남긴 발톱자국, 고양이가 들어가 누워있어도 그 현란한 무늬에 쉽게 찾을 수 없는 꽃이불, 고양이털이 앙심이라도 품은 듯 야무지게 박혀 있어 이제는 떼어낼 의지조차 없어진 실내복 등은 그냥 고양이와 함께 사는 우리 모두의 평범한 공간을 보는 듯, 보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전생에 고양이에게 잡혀 먹힌 쥐라도 되는 양, 아리의 신경을 건드리고 못 살게 굴지만 결국 늘 크게 혼나고야 마는 아리 주인은 의외로 귀청소를 하면서 행여나 고양이가 다칠까 벌벌 떨고, 예민한 아리가 못견뎌할 것이 뻔해 그렇게 소원해마지 않는 둘째 입양도 고사하는, 천생 집사이다.(아리가 고양이별로 떠나면 두 마리를 한꺼번에 영접할 계획을 세워놓고 벌써부터 신이 나 있지만.) 사람들에게 성우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평소 근사한 저음을 자랑하는 아리 주인의 목소리는 아리에게 손을 물어뜯길 때 예상치 못한 고음을 뽑아내며 듣는 이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영상의 백미이다. 또한 주인공이 아리임은 분명하나 평소 본인의 손과 팔, 상체 정도만을 노출하며 항상 등장하는 아리 주인의 정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철저히 미스터리한 매력의 채널이기도 한다.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작가, 아리 주인은 자신보다 유명한 고양이 아리에게 명예를 양보하고, 간신히 이 책 한 권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왜 고양이를 좋아할까? 고양이와 같이 살면 뭐가 좋을까?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세상에서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가능할까? 과연 종이 다른 고양이와 인간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잘 지낼 수 있을까? 지금 내 곁에서 그르렁거리는 이 고양이는 나와 사는 것이 정말 좋을까? 정말 행복할까? 꼬리에 꼬리는 무는 질문들은 잠시 거두자. 모든 집사들이 고양이와 살기 전 그리고 살면서 계속 품을 의문들에 대한 답은 이 남(자)집사가 특유의 유머와 고통을 겪으며 성찰로 갈무리해 책에 잘 버무려놓았으니 말이다. 당신은 그저 좋은 집사가 될 궁리를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