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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
정선용 편저 이미란 사진
일빛 201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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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글머리에

1. 장부의 눈물
-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꿈속에선 내 아내와 마주했는데
갑작스레 사별할 줄 내 몰랐어라
당신 그려 온밤 꼬박 지세운다오
백년해로 약속은 다 글러졌구려
늙은 나는 귀양지서 숨 붙어 있네
중천 가는 당신에게 내 부탁하오
당신 무덤 만들고서 돌아온 뒤에
빈방에서 잠 못 들고 홀로 앉았네
해당화 꽃 바라보니 마음 슬프네
내세에도 부부 되잔 말 잊지 마소
당신 모습 생각자니 간담 끊기오
늙은 눈물 빈 당에다 흩뿌린다오
약속의 말 눈물 속에 부쳐 보내오
곡하려고 해도 소리 아니 난다오
어느 누가 주렴 걷고 달 감상하랴
살아있는 나는 숨만 붙어있다오
꽃다운 혼 흩날려서 어디로 갔소
아내 없는 집은 온통 쓸쓸만 하리
꿈을 꾸자 외로운 혼 꿈속에 드네
다정한 저 제비들은 다시 왔건만
하늘이여 어찌 차마 이런단 말가
당신의 말 나의 귓전 맴돌고 있네
사는 동안 당신 온갖 풍상 겪었소
새벽 산엔 달빛 흔적 남아있구나
갈수록 더 애통한 맘 불어난다오
어느 누가 장부의 한 불쌍해 하리
뒤에 죽는 나는 슬픔 못 금하누나
가을밤의 이내 심정 어떠하리오
시집올 때 가져온 옷 보니 슬프네
당신 이제 아주 영영 떠나갔구려
며느리의 슬픔 당신 모를 것이리
꿈을 깨면 당신 모습 아니 보이네
백년해로 하잔 약속 저버렸구려
누가 당신 아이들을 등지게 했나
인간 만사 지금부턴 시름뿐이오
아내 쓰던 물건 보자 눈물이 나네
곱던 당신 떠올라서 맘 슬퍼지오
창 앞에다 벽오동을 심지 말 것을
슬픈 바람 빈 휘장에 불어오누나
죽기 전엔 나의 슬픔 아니 다하리
산새들도 나의 슬픔 아는 듯하오
덧없는 삶 달과 같고 꽃과 같구나
인간 세상 남은 나만 홀로 상심네
창문에는 외로운 등 가물거리네
반려 잃은 슬픔 누가 제일 크려나
산 밖에선 쉬지 않고 물이 흐르리
지던 달만 베게 머리 와서 비추오
꿈속서도 당신 모습 흐릿하다오
새벽녘에 숲속에서 바람이 이네
아내 쓰던 물건 보니 마음 상하네
땅속서도 나의 탄식 들을 것이리
인생살이 만고토록 덧없을 거네
이내 슬픔 그 언제나 끝이 나려나
어찌 차마 내 아내를 앗아갔는가
당신의 그 잔소리가 되레 그립소
아내 죽어 이 세상을 떠나간 뒤에
어느 때에 당신 잊기 젤 어려운가
내 비로소 아내 잃은 슬픔 알겠네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꿈꾸오
죽은 당신 차가운 재 되어 갈 거리
나를 위해 어찌 좀 더 안 머물렀소
인간 세상 어느 누가 내 맘 알겠소
애통한 맘 당신에게 전할 수 없네
이내 신세 가련하여 눈물 흘리오
집에 오니 죽은 당신 말이 없구려
당신은 달 바라보며 아들 빌었지
당신 생전 지어 놓은 하얀 모시옷
당신 정말 나의 좋은 벗이었다오
아내 묻힌 무덤 위에 다시 돋은 쑥
관 앞에서 아이들이 눈물 흘리오
예전의 그 당신 모습 아니 보이네
당신 보던 원추리는 다시 피었소
눈물 애써 참으려도 못 참는다오
슬픈 눈물 감추려고 눈길 돌리네
당신과 나 처지 바꿔 태어난다면
황천에다 무슨 수로 말을 전하랴
혼자 된 날 당신 또한 불쌍해 하리
가난 속에 당신은 날 걱정하였소
추울 당신 생각자니 간장 끊기네
당신과 나 어느 쪽이 더 슬프려나
우리 집안 당신 덕에 번성했다오
당신 죽자 주위 풍경 삭막해졌소
나의 옷을 맞게 지을 사람 없으리
어린 아들 두고 차마 당신 갔구려
당신 없는 집은 남의 집만 같다오
죽은 뒤에 보니 당신 어진 아내네

2. 여인의 마음
- 아내가 부르는 노래


우리 님을 어이할꼬
이내 청춘 어이할꼬
아낙의 마음
등잔불
남편 걱정
마음 변한 정인에게
님과 함께 지내고파라
오랜 이별
애달픈 맘
봄 시름
애간장이 녹을 때
대나무와 보름달
다듬이질
생각이 머무는 곳
잠 못 드는 가을밤
님을 보내며
꿈길
가난
친정 엄마
그리운 친정
눈물
아니 오시는 님
님 그리워 생겨난 병
그리움에 지새는 밤
사무친 그리움
긴 봄날
나뭇잎은 지는데
강가의 이별
여심
이별
꿈속의 만남
그리움
내 마음은 어찌하여 괴롭단 말가
님 떠난 뒤에
여자 마음 남자 마음
연지분
금비녀
홀로 자는 밤
낙화
난초
한스러운 가을밤
그리워라 옛적 같이 놀던 친구들
여인의 원망
잊혀진 여인
먼 변방에 계신 님께
거울이야 있건마는
짝 잃은 제비
짝 지어 노는 원앙
작은 주머니
가을날의 풍경
그리워라 내 살던 곳
다듬이질
이별 시름
이불 자락에 스민 눈물
이 좋은 봄 올해도 또 그냥 보내네
여자의 마음
맑은 삶
가난한 아내
매화
사립문
님 기다리는 맘
친정 생각
안 오시는 님
애타는 맘
시름
병을 앓고 나서
봄날 저녁

저자 소개

저자 : 정선용
1957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한문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다. 번역서로는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해동역사(海東繹史)』, 『학봉집(鶴峰集)』, 『잠곡집(潛谷集)』, 『사계집(沙溪集)』, 『청음집(淸陰集)』 등 70여 권이 있다.
사진 : 이미란
1957년 전북 이리에서 태어나 청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경기도 고양시 호곡중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던 중 2011년 6월 11일 경기도 안산의 시화호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50g | 153*224*20mm
ISBN13
9788956451626

출판사 리뷰

이 책에는 다른 한시 번역서나 해설서와 달리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지아비이자 한 남자로서 느껴야 했던 애틋하고 절절한 그리움이 녹아 있다. 이 책을 엮어 옮긴이는 말한다. 이 책에 실린 시는 올해(2011년) 6월 교장 부임을 앞두고 출사를 나가 사진을 찍던 도중 유명을 달리하게 된 아내에게 바치는 한시(漢詩)이며, 사진은 아내가 찍어 놓은 작품 사진 가운데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라고…….

이 책에 수록된 한시는 아내와 남편, 친구와 친정을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이 담겨 있는 시를 엄선해 엮은 것으로서, 크게 두 개의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이 지은 시를 모아 놓았고, 2편에는 떠나간 연인 혹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이 담겨 있는 시를 모아 놓았다. 이 책에 수록된 한시를 통해서 우리는 앞선 세대들이 남긴 도망시(悼亡詩 : 죽은 아내나 자식, 또는 친구를 그리워하거나 슬퍼하며 지은 시)를 통해 수백 년 전의 선비들이 숨죽여 아내를 그리워하던 마음이 오늘의 우리들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아내를 잃고 쓴 오원의 시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꿈꾸오」, 병자호란 때 절개를 지키기 위해 자결한 아내를 기리는 마음으로 지은 김류의 시 「다정한 저 제비들은 다시 왔건만」, 유배를 간 사이에 아내가 죽자 아내의 상여가 지나갔을 길을 상상하며 지은 홍귀달의 시 「늙은 나는 귀양지서 숨 붙어 있네」……. 이들이 지은 시에 담겨 있는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마음을 타고 우리에게 전해진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 그리고 새롭게 맞이하는 2012년 1월에 우리는 아내나 남편, 혹은 가슴 속 누군가에게 담아 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한 편의 시를 통해 전한다면 그 또한 한 해를 정리하고 맞이함에 있어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또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서로의 사랑을 더 굳건하게 다져 보자는 사랑의 메시지가 아닐까?

우리는 가장 소중했던 사람,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듣는다

아내와 나는 스물아홉에 결혼해서 서른 두 해를 함께 살았다. 가난한 집의 장남이었던 내게 시집 온 아내는 우리 세대의 다른 부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어려움을 참으로 질리도록 겪었다. 그런 삶 속에서도 아내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너그러움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 오면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 나와 함께 사는 동안에 아내가 겪었을 가장 큰 고통은, 아마도 자신을 살갑게 대해 주지 않는 나에 대한 서운함이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나는 못된 남편이었다. 아내에 대해 고마운 마음으로 살갑게 대해 주기보다는 조그마한 흠결조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못난 남편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후회스럽다.
「여인의 마음 : 아내가 부르는 노래 」의 소서(小序 : 짧은 머리글)에서

이 책을 엮어 옮긴이는 30년을 함께 했던 아내와 사별한 아픔을 시로써 표현하고 있다. 30여 년을 교직에 있었고, 교장 부임을 기다리고 있던 그의 아내 이미란, 생전에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삼았던 그녀는 자신의 사진과 남편인 정선용이 번역한 한시를 한데 엮어 책으로 출판하자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제 아내가 먼저 떠난 지금, 부부의 약속은 이 한 권의 책으로 지켜지게 되었다. 정선용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주옥같은 옛 시를 손수 선별하고 번역하여 이 책을 엮었고, 아내가 생전에 찍어 놓았던 사진 중에서 시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을 골라 책으로 엮었다. 한시를 어려워했던 아내를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선별했다는 정선용의 말에는 아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음 저며저며 아내를 사랑했던 선비들의 마음을 읽는다
몇 해 전, 400여 년 전 조선시대에 쓰인 한 통의 편지가 발견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남편을 그리워하며 아내가 쓴 편지였다. 편지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어 우리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는 신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과연 수백 년 전의 선비들은 어떤 마음으로 아내를 떠나보냈을까?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에서 9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평소 아내를 아꼈으며, 유배를 떠나 있는 동안에도 자주 편지를 보내며 아내를 그리워했다는 김정희의 일화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세간에 전해질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지병을 앓고 있었고, 김정희가 제주도에 있는 동안 세상을 떠나게 된다. 비탄에 잠긴 그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죽은 아내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어찌하면 저승에 가 월모 만나 애원하여,
내세에는 당신과 나 처지 바꿔 태어나랴.
나는 죽고 당신 살아 천리 밖에 있으면,
이내 마음 이내 슬픔 당신도 다 알리라.

다음 생에서는 서로 바꾸어 태어나 아내를 먼저 보낸 자신의 마음을 먼저 떠난 아내도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이 시에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김정희의 애절한 마음이 짧은 시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책을 엮어 옮긴 정선용은
후학들을 위해 현재의 고문(古文) 번역에 관한 오류를 바로잡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을 엮어 옮긴 정선용은 한국고전번역원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해동역사(海東繹史)』 등 수많은 고문서를 번역해 왔다. 26년째 고문서를 번역해 왔지만 언제나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역시나 오역의 문제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한시의 경우, 시를 지은 저자의 이력과 당시의 역사를 아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글자마다 담긴 뜻이 어려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고문서 혹은 한시의 오역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오역을 끄집어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도 입사 초기의 에피소드를 직접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등고자비(登高自卑)’에 관련된 일화였다. 등고자비란 원래 ‘높은 데 오르고자 한다면 낮은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뜻의 고사인데, ‘~에서부터’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자(自)’를 ‘자기 자신’이라는 뜻으로 잘못 해석하여 ‘높은 데 오르니 내가 하찮아 보인다.’라는 뜻으로 오역했다고 이야기한다. 정선용은 이 책의 한시를 엮으면서 오류를 최소화 하는 데 정성을 다했다. 또한 오역을 바로잡으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물 흐르듯 한 번에 읽힐 수 있도록 운율(韻律)을 맞추는 데도 많은 신경을 썼다. 흔히 딱딱하다고 생각되는 한시가 독자들의 가슴 깊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의도에서였단다. 이 한 권의 책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줌과 더불어 후학들에게는 한시 공부를 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이 책의 엮어 옮긴이 정선용의 희망이다.
리뷰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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