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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로그
Love Blog, Love Log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우희덕
나무옆의자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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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D-7 커피, 카피, 코피
D-6 병신과 머저리
D-5 아라비아의 별
D-4 커플레이션
D-3 퍼즐
D-2 퍼플레인
D-1 인공위성
D-0 하루 일주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79년 서울 출생으로,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대학에서 15년 동안 일하며 퇴사 전까지 13년간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장편소설 『러블로그』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문화체육관광부 발행 정책주간지 『공감』에 「우희덕의 코미디 로드」, 「우희덕의 제주 표류기」를 연재했다. 이른바 문단에서 코미디 소설가로 활동하는 작가는 그가 유일하다. 실험적인 작품부터 로맨틱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코미디 문학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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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52g | 145*210*20mm
ISBN13
9791161570358

책 속으로

블로그에서 느껴지는 저항감은 폭동 수준이었다. 편집장이 더 이상은 감내하기 어렵다는 듯 구두로 계약조건을 적시했다.
“반복하지도, 번복하지도 않을 테니 잘 들어. 이제 일주일이야.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얘기야. 더 이상의 기회는 없어. 그 안에 내 마음을 포복절도 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은 요원하다.”
그것은 마감시간을 얼마 안 남긴 홈쇼핑 진행자의 멘트 같았다. 그들은 매번 마지막 기회, 라고 앵무새처럼 떠들었다. 편집장은 아니었다. 다 같은 마지막이 아니었다. 반복되지 않는 마지막은, 곧 끝을 의미했다. 그는 웃음이 사문화된 원고를 거래할 생각이 없었다.
“1년 동안 동굴 같은 옥탑방에서 글만 썼는데도 홍익인간의 시대는 아직입니까? 웃음 유발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암을 유발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 취급도 못 받는 겁니까?” --- p.20

“카페에 두고 간 제 원고요. 제 목숨이 달려 있어요!”
“무슨 내용이길래 그렇게 자유롭게 생과 사를 넘나드는 거야?”
“말하자면 복잡해요.”
“그럼 말하지 마.”
“숨기기엔 길어요.”
“그럼 숨기지 마.”
“그러니까…….”
“내가 죽기 전에는 들을 수 있는 거야?”
“……어떤 사랑이야기. 결핍으로 가득 찬 한 남자와 그와는 정반대로 살아온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예요.” --- p.38~39

그간 임 순경에게 곁눈질하고 귀동냥해온 수사의 ABC를 적용하기로 했다. DNA 아이덴티피케이션, 프로파일링, 디지털 포렌식, 루미놀 리액션 등 여러 가지 첨단 과학수사 기법 가운데서 선택한 것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월드와이드 핸드메이드 리서치였다.
인터넷 검색이었다.
또 하나의 세상. 사람들은 그곳에서 손으로 족적을 남겼다.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때로는 도의적으로, 나를, 때로는 남을. 그것은 모두 로그였다. 그래서 흔적을 추적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 먼저 입력한 키워드는, 커피공화국. 원고가 사라진 날 그곳을 찾은 이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 p.73~74

아라비아의 별. 무려 11년간의 궤적, 1,771개의 포스팅. 그것은 흔적을 넘어 기록이었다. 일상을 넘어 일생이었다. 그녀의 블로그는 그녀 자신의 삶을 총망라했다. 카테고리별로 라이프스타일, 맛집, 여행, 문화공연 등의 관련 글이 빼곡했다. 커피공화국 포스팅도 그중 하나였다. 특히 연애와 결혼에 관한 내용이 다분했는데, WEDDING 게시판에서는 스타들의 결혼식 사진을 비롯해 커플 이벤트, 연인과의 근교 여행코스, 싱글 탈출 10계명, 결혼 전 체크리스트 등의 콘텐츠가 다수 확인됐다. 연애 칼럼이나 사랑에 관한 시, 명언들도 눈에 띄었다.
“이걸 다 보다가는 눈에 쥐가 날 것 같아!” --- p.92~93

온라인 세계에서는 여권이 필요 없었다. 풍뎅이의 현장 가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발품을 팔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걸었던 흔적들을 유적지 돌듯 손으로, 눈으로, 그대로 밟았다. 길은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세상의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의 발자국은 겹치고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그것은 또 다른 층위의 경험으로, 흔적으로 남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로그였다.
경험은 공유할 수 있지만, 분리할 수는 없었다. 결국 멈춰버린 그 하나하나의 흔적들은 그녀의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늘 소멸의 편에 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한 발 한 발 실체적 진실에 접근했다. 실마리의 가장 끝은 두루마리 휴지 한 칸 크기의 사진 한 장이었다. 블로그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지 반나절이나 경과한 뒤였다. --- p.102~103

“계약 초기에는 좋은 작품도 많이 남겼잖습니까. 그 가능성을 믿으시고 재계약을…….”
“재고를 많이 남겼지. 악성재고. 그런 가능성이라면 사양하겠어.”
“그래도 늘 여론의 주목을 받지 않았습니까?”
“비판여론이 주를 이뤘지.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고 의심만 샀지.”
“제 마니아들마저 외면하시려는 건 아니죠?”
“외면해야 마니아가 되는 거지.”
고해는 성사되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벽안의 신부는 나의 죄를 사할 생각이 없었다. 터놓을 수밖에 없었다. 해고가 성사될 수 있었으나 더 이상 숨길 수는 없었다. --- p.121~122

“제가 좋아하는 건 알래스카! 늘 겨울로 보이지만 여름이 있는 곳이죠.”
“전 사막을 좋아합니다. 데저트. 모래밖에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별들로 가득한 곳!”
“제가 좋아하는 건 고래상어! 상어인데 성격이 온순하죠.”
“전 범고래를 좋아합니다. 킬러 웨일. 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바다의 포식자!”
“제가 좋아하는 건 씨 없는 수박! 씨가 많은 과일인데 씨가 없죠.”
“전 딸기를 좋아합니다. 스트로베리. 씨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씨가 많은 과일!”
짧은 대화는 영원할 것처럼 계속됐다. 물리적 거리는 계속 바뀌었지만 우리의 화학적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건…….” 내가 머뭇거렸다.
중첩된 궤도에서 멀어져가는 그녀가 말했다.
“……왜 말을 못하시죠?”
“그것이 우주를 돌아 그 사람에게 닿을까요?”
“그것은 우주에서도 소멸하지 않아요.”

--- p.197~198

출판사 리뷰

사라진 원고를 추적하는 코미디 작가와
수많은 로그들 속 흔적으로 얽혀 있는 그녀
이것은 꿈일까 현실일까, 그녀만이 답을 알고 있다!


‘러블로그’는 ‘글쓰기’의 문제, 허구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 해체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중층적인 구성을 통해 흥미로운 주제를 설득력 있게 차근차근 전개해가는 솜씨가 상당하다. 작품 곳곳에 감각적 언어와 수준 높은 어희(語?)가 내장되어 있어 소설을 읽는 동안 ‘코미디(comedy)’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독서 후에 묵직한 페이소스가 남는다.
_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김성곤, 은희경, 서영채, 우찬제, 엄용훈, 하성란, 정이현)

소설의 화자는 [더 위트]라는 코미디 월간지에 소속되어 글을 쓰는 30대 작가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상품성과 유리되고 작품성마저 결여된” 작품만 써내는 문제 작가로 편집장의 눈총을 받아오다 급기야 회사로부터 최후통첩을 받는다. [더 위트] 10주년 기념호에 단 한 줄이라도 글이 채택되지 않으면 재계약은 없다고. 생존을 위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그런데도 그의 글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게다가 담당 에디터와 카페 ‘커피공화국’에서 이야기를 나눈 직후, 지난 1년간 비장의 카드로 준비해온 원고마저 사라진다.

카페 주변을 샅샅이 뒤져봐도 원고는 흔적도 없고, 그는 동네 지구대를 찾아 수사를 의뢰한다. 그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임 순경은 특수절도에 혐의를 두고 원고를 추적하기로 한다. 그와 별개로 그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월드와이드 핸드메이드 리서치”, 즉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 단서를 찾아 나선다. 그 결과 ‘커피공화국’을 키워드로 찾아 들어간 블로그 ‘아라비아의 별’에서 의미심장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사진을 정밀 분석한 임 순경은 원고가 사라진 그 시간에 ‘그녀’가 카페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제 그녀와 그녀의 블로그가 모든 추적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항공사 승무원으로 세계 77개국을 여행하고 지금은 커플매니저로 일하는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그와 얽혀 있다. 처음에는 [더 위트]를 위기에 빠뜨린 경쟁사 [코미디킹]의 작가와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그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람인 듯 보였으나 차차 그 이상으로 그와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이 드러난다. 그는 그녀가 ‘커피공화국’에서 쓰고 있던 편지, 자신과의 소개팅이 좌절된 날의 일, 불과 몇 센티미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 스쳐 지났던 일, 자신의 첫사랑과 그녀의 관계 등을 블로그를 통해 차례로 알게 된다.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는 그의 삶에 영향을 준, 그가 그토록 찾고 싶어 한 주인공이었다.

그곳은 과거와 현재의 교점이었다. 접선 지점이었다. 연장선상이었다. 지난 1년간 블로그에서 그녀가 방문한 곳들을 점으로 찍으면 가장 많은 접점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하나의 별이면서 우주였고, 하나의 궤적이면서 이야기였다. 그녀는 나라는 존재가 있기 전에도 움직이고 있었다. 소개팅이 좌절된 날 이후에도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분명 이 길을 걸을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궤도이다. (209~210쪽)

화자는 꿈과 현실, 자신이 쓴 텍스트를 오가며 그녀와의 접점을 발견해간다. 하지만 비밀은 여전하다. 모든 사물과 사건에 이면이 존재하듯, 그가 알고 있는 사실도 반쪽 진실일 뿐이다. 그는 정말 원고를 잃어버린 것일까. 그것은 그저 꿈이었나, 현실이었나, 텍스트의 세계였나. 오직 그녀만이 답을 알고 있다.

꿈과 현실이 중첩되는 일주일 혹은 하루 동안의 이야기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은 꿈일 수도 있고 현실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크게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독특하게 구성했다. 하나의 평면에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시키는 과감한 기법을 시도한 것인데, 하나는 꿈과 현실이 되풀이되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로, 또 하나는 한 번의 커다란 꿈과 깨어남으로 이루어진 하루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그 속에 또 다른 해석의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현실과 꿈, 화자가 쓴 소설 원고가 겹쳐져 어떤 상황에서는 꿈이 현실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현실이 텍스트고, 어떤 상황에서는 텍스트가 꿈이 되면서 허구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해체된다. 작가는 이를 암시하기 위해 소설 속에서 독자가 작품을 완성한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며, 마지막 장에서 이르러 파격적 구성의 전모를 드러낸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우희덕표 언어유희와 코미디 문학의 힘

『러블로그』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말장난이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감각적 언어와 수준 높은 어희(語?)”, “언어의 마술사처럼 시종일관 재미있게 펼쳐내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B급 유머와 줄기찬 아재 개그” 등의 평가를 받은 그의 언어유희는 집요할 정도로 일관되어 소설을 읽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타적이라고 믿었는데 오직 배를 불리기 위해 배를 타온 배타적인 선장” “‘저기 보이는 게 화성 아닌가요?’ ‘마습니다.’” “오아시스는 신기루 하게도 사막으로 변모해갔다” “구두수선 골목마저 어수선해졌다”와 같은 재치 있는 표현들이 작품에 그득하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말장난이 더욱 도드라진다. 라임을 맞춰 리듬감을 살리거나 중의적인 뜻을 담은 이런 유머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한편 문장을 한 번 더 곱씹게 하며, 중층적인 소설의 구성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그의 언어는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눈을 맞추며, 현실에 대한 풍자로도 이어진다.

한국문학에서 탁월한 입담과 재치로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작가는 많다. 그러나 출발부터 자신을 코미디 소설가라 말하고 코미디 문학을 하겠다고 밝힌 작가는 우희덕이 처음이지 않을까. 그는 세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오랫동안 미소 지을 수 있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유머로 저만의 ‘코미디 소설’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코미디의 힘을 믿는 그의 다음 소설이 무척 기대된다.

눈물 나게 웃긴 것도 코미디지만, 웃음이 날 정도로 슬픈 것도 코미디였다. (152쪽)

추천평

『러블로그』는 ‘코미디 장르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코믹픽션 작가가 도둑맞은 자신의 원고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탐색하게 되는 인터넷 블로그의 세계와, 거기에서 일어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 해체를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그 과정에서 이 소설이 어느덧 진지한 고급문학으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이다. 언어의 마술사처럼 시종일관 재미있게 펼쳐내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와 마지막 반전은 이 소설 특유의 매력이다. - 김성곤 (조지 워싱턴대 초빙 석학교수·서울대 명예교수)
이건 뭐지? 솔직히 『러블로그』의 처음 몇 장을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계속되는 ‘드립’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B급 코미디로 유명한 배우의 영화가 떠올랐다. 온갖 드립을 날리며 관객들의 혼을 빼던 배우가 어느 순간 정색을 하고 한마디를 내뱉는데, 앞의 상황들 때문인지 그 장면이 주는 울림이 컸다. 하지만 그건 영화이고 문학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설 속에서 B급 유머 자체를 본 적도 별로 없을뿐더러 이토록 줄기차게 아재 개그와 블랙코미디를 이어가는 소설은 더더욱 본 적이 없다. 작가는 공을 들이고 들여 엇나간 문장을 만든다. B급 감성을 고집하면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문학에 대한 야유일까. 세상에 대한 풍자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작가에게도 낯설었을 이 소설의 진가는 소설을 끝까지 읽는 순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소설을 읽으면서 웃었던 것만큼 쓸쓸해져 있다는 것을. - 하성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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