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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의 시간빈곤에 관한 아이러니
한중섭
책들의정원 2018.07.15.
베스트
사회 정치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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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스리랑카 기차엔 있지만 KTX에는 없는 것

1부 바쁨의 지배

현재를 사는 원시인, 미래를 사는 현대인
‘뺄셈’의 여가에서 ‘덧셈’의 여가로
원더우먼 증후군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 정체된 질주

2부 바쁨의 탄생

사건의 시간에서 기계의 시간으로
신의 미움을 산 베짱이
번영의 시대에 부족한 것
주 15시간 근로한다는 예언

3부 바쁨의 강제

빠르게 돌아가는 지구본
‘나 이렇게 바쁜 사람이야’
쉴 새 없이 울리는 카톡 감옥

4부 바쁨의 미래

역사에 남을 중대한 변곡점
두 가지 선택지, 워커홀릭 또는 실업자
바보를 길러내는 학교
쾌락에 길들여진 사람들

5부 바쁨의 파괴

바쁨에도 질이 있다
노는 것은 쓸모없다는 착각
권태를 찬미하다
‘잠은 낭비’라던 에디슨은 틀렸다

6부 바쁨 공화국

시간 빈곤자들
‘하면 된다’는 신화를 돌이키며
생존을 위해 돌진하라
한강의 몰락
야망 없이 살자는 야망

에필로그 | 다시, 원시인의 시간으로
참고 문헌

저자 소개 1

생각하고 기록하는 사람이다. 인문학과 신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잡다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암호화폐 스타트업, 헤지펀드, 벤처 캐피털에서 경력을 쌓았다. 큰돈이 오가는 금융 투자 업계와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류의 부자를 만나며 ‘부자’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을 세울 수 있었다. 저서로는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결혼의 종말』 『비트코인 제국주의』 등이 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주요한 동기는 돈에 관한 순수한 호기심과, 작품을 인정받고 싶은 허영심, 그리고 독자들이 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생각하고 기록하는 사람이다. 인문학과 신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잡다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암호화폐 스타트업, 헤지펀드, 벤처 캐피털에서 경력을 쌓았다. 큰돈이 오가는 금융 투자 업계와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류의 부자를 만나며 ‘부자’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을 세울 수 있었다.

저서로는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결혼의 종말』 『비트코인 제국주의』 등이 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주요한 동기는 돈에 관한 순수한 호기심과, 작품을 인정받고 싶은 허영심, 그리고 독자들이 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정치적인 목적이다. 유튜브와 SNS에서 책을 리뷰하는 ‘21세기 살롱’을 운영한다. 글쓰기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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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32g | 128*188*20mm
ISBN13
9791187604662

책 속으로

시간의 절대 총량이 변하지 않았는데 왜 원시인과 현대인의 하루는 이렇게 차이 나는 것일까? 왜 원시인의 바쁨은 일시적인 반면, 현대인의 바쁨은 만성적인 것일까? 원시인과 현대인이 가진 바쁨의 성질이 다른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관’에서 비롯된다. --- p.23

종교개혁이 촉발되고 노동을 신성시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확산되며 다시 여가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다소 섬뜩한 말이 버젓이 성경에 있을 정도로 종교인들은 근면과 성실을 강조했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인간이 열심히 사는 것은 소명이요, 이렇게 해야 내세에 신을 향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 게으름은 악마라는 것이다. --- p.33

역설적이게도 여성의 활발한 경제 활동과 지위 상승은 여성의 삶의 가속화를 야기했다. 일터와 가정에서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상충될 수밖에 없기에 현대 여성은 일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이라는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진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직장과 가정에서 여성에게 과중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온전히 충족시키려면 여성은 원더우먼이 되어야 한다. --- p.46

점차 삶의 템포가 빨라지는 흐름 속에서, 정체된 질주를 하는 사람들이 겪는 피로감과 자괴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정체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바쁨’에 잠식당할 것이고, 이에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며 고통받는 사람 역시 늘어날 것이다. --- p.56~57

자연에 기반을 둔 해시계나 물시계 같은 원시적인 형태의 시계가 아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식 시계가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불과 수백 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나 19세기 열차와 철도의 발달은 시계에 기준을 둔 시간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기준 시간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p.63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라고 가르치며 정작 뒤로는 자기 배를 불린 교회 세력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은 칼뱅의 교리에 열광했다. 이제 시간 낭비는 죄악이 됐고 바람직한 삶이란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이 시기 이후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태동했고, 이는 인류가 길고 긴 바쁨의 행군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 p.79

인간의 기호에 대한 소비 욕구는 결코 충족되지 않는 법이다. 가급적 상위의 기호를 소비하고, 더욱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미디어가 만든 환상 속에, 현대인은 존재의 공허함을 소비로 채우려 한다. 사회 비판적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현대사회에 참으로 유효한 명제다. ‘소유냐 존재냐’의 갈림길에서 다수의 현대인은 전자를 택한다. --- p.91

바쁨은 가장 고도화된 은밀한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데 사용된다. 바빠서 정신이 없다는 말속에는 “나를 찾는 곳이 이렇게나 많으니 나는 무척 쓸모 있는 인간이다”라는 은근한 과시가 내포되어 있다. 현대인은 바쁨을 통해 자신의 존재 유용성을 증명한다. --- p.126

19세기, 터널공사에서 드릴이 사용되며 일꾼들이 해고 위기에 몰리자 가장 힘이 셌던 노동자 존 헨리(John Henry)가 나섰다. 그는 기계와 터널 뚫기 시합을 벌여 간신히 승리한다. ‘역시 기계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 대결에서 지나치게 기력을 쏟은 나머지 숨지고 말았다. 당시 사람들은 느꼈으리라. 인간이 기계를 이기려면 정말 ‘죽을 만큼’해야 한다는 것을. --- p.155

바쁨이 고속열차라면 권태는 간이역이다. 맹렬한 바쁨의 질주 속에서 우리는 이따금씩 잦아드는 권태를 통해 시간의 정지를 느끼고, 바쁨의 기어를 조절하며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특히나 권태는 우연한 창조 및 실존으로 가는 길목인데, 그 과정이 다소 공허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충분히 빛나는 유용성을 가지고 나쁜 바쁨을 파괴한다.

--- p.207~208

출판사 리뷰

직장인 70퍼센트,
“나는 개인시간을 포기한 타임푸어”

연간 2천 69시간에 달하는 평균 노동시간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오래 일하는 나라. 평일 여가가 3.1시간뿐이며 그마저도 대부분이 TV 시청으로 채워지는 나라. 고위직 임원에서 신입사원까지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정확한 통계 하나 없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빨리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의 일상은 언제나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다. 시간이 곧 돈으로 통하는 금융업계 종사자 K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서울에 사는 주식 중개인 K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TV를 켜고 지난밤 미국 증시와 연준(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코멘트에 관한 뉴스를 들으며 시리얼을 우적우적 먹는다. 출근길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메일을 확인한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오전 회의를 마치고, 고객에게 보낼 보고서 하나를 부랴부랴 작성한다. 점심은 샌드위치로 대충 때운 후 몇 통의 문의 전화에 응답하고 상사에게 서류를 제출하고 나니 오후 8시. 회사를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집이 아닌 강남의 음식점으로 향한다. 간단히 저녁만 하고 싶었지만 거래처 박 부장이 폭탄주를 마시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인다. 오늘도 아이가 잠들기 전에 귀가하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야근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이와 같은 모습으로 삶을 보내고 있을까. 노르웨이의 사례를 찾아보자. 노르웨이는 2016년 UN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와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국민이 행복을 느끼는 데는 시간적 여유가 큰 몫을 차지한다. IT 회사에 재직 중인 한센의 일상을 살펴보자.

한센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다. 개발부서에서 근무하는 그는 아침 8시에 일어나 세 아이와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 그의 동료는 오늘부터 3주 동안 스페인으로 휴가를 떠났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면 그도 2주간 캠핑을 다녀올 생각이다. 노르웨이의 법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40시간으로 규정하지만, 노조와 회사가 협상한 끝에 한센은 37.5시간을 일하고 있다. 탄력근무제가 적용된 그의 퇴근 시간은 오후 4시. 거리는 벌써 일과를 마친 사람으로 가득하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함께 양고기를 굽고 저녁을 차린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는 다함께 내일 계획을 이야기한다. 그의 가족은 몇 년째 주말농장을 가꾸고 있다. 내일은 올해 첫 당근을 수확할 셈이다. 그는 벌써 신이 난 아이들을 재우고 자신도 잠자리에 든다.


‘워커홀릭’은 미덕이고 ‘번아웃’은 일상인 한국…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시간빈곤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를 중심으로 확산된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타임푸어(time poor)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제적 절박함과 높은 교육열은 한국인의 삶이 과열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언제부터 ‘빨리빨리’라는 말을 외치게 되었을까.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의 저자 한중섭은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시기’를 기점으로 꼽는다. 일제는 조선인을 가혹하게 부리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상을 퍼뜨렸다. 이는 서구 열강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게으름은 악이요, 근면함은 선이다’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적극 활용한 것과 같다. 그리고 1960~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고 국가주도경제가 실현되며 ‘하면 된다’라는 말로 압축되는 근면·성실의 정신이 확산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 겪은 불안은 새로운 형태의 불안으로 대체되었다. 한국인에게 더 이상 일본 순사나 북한군은 근심거리가 아니었다. ‘하면 된다’의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국인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똑같이 가난한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누구는 출세하고 누구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성공의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한 사람들이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_본문 중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든,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든, 한국인은 자신의 일상을 숨 쉴 틈 없이 옥죄었다. 직장인은 야근을, 10대는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했다. 조금이라도 남는 시간은 어떻게든 자기계발에 투자되었다. 학원가에는 퇴근이 늦어 수업에 참석할 수 없는 샐러던트(공부하는 직장인)를 위해 새벽반이 개설되었고, 그마저 여의치 않은 이를 위해 런치클래스(점심시간을 이용한 수업)가 열리기도 한다.


케인즈는 예언했다
“2030년, 주 15시간 노동의 시대가 온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을 부른 ‘하면 된다’ 정신은 이제 한강의 몰락을 부르고 있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기반을 둔 산업은 이미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경쟁력을 빼앗겼고, 공교육은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보다 정답을 잘 고르는 ‘회사형 인재’를 양산하고 있을 뿐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곳에 또 다른 천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젊은 세대는 탈진할 때까지 달리기를 거부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우리는 지금 역사에 남을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노동 없는 산업의 등장을 예고한다. 이제 인류는 1퍼센트의 엘리트와 평범한 99퍼센트로 나뉘게 되며, 누군가는 바쁘고 싶어도 바쁠 수 없는 잉여 인간으로 몰락하게 되리라는 섬뜩한 경고가 떠오르고 있다. ‘바쁨’조차 양극화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존 케인즈는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전망을 던졌다. ‘경제가 거듭 성장한 결과, 100년 뒤 후손들은 주 15시간만 일하고 여가를 누릴 것이다.’ 케인즈의 이 예측이 1930년에 등장했으니 이제 예정일까지는 10여 년이 남았다. 과연 우리는 그의 바람대로 물질적 번영과 함께 시간적 풍요를 누리게 될 것인가. 무엇이 우리를 더 바쁜 삶으로 내몰고 있는지 잠시 멈춰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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