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零. 열리는 장
一. 마음 속에서 부는 바람 二. 암운(暗雲)이 인연을 만들고 三. 가인(佳人)이 가인(佳人)을 만나다 四. 마음은 봄비에 자라는 새싹처럼 五.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 六.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七. 운명은 때때로 속임수를 쓴다 八. 그대의 기억 속엔 내가 없다 九. 연리지의 맹세도 덧없 十. 사랑엔 진심 하나로 족하다 十一. 닫히는 장 ― 하나 十二. 닫히는 장 ― 둘 글의 이해를 위하여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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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고했소. 피하지 않은 것은 모두 그대 책임이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험스러운 목소리에 예진은 그제야 자신이 서현을 너무 자극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이라도 피하면 될 일이라 생각한 머릿속과는 달리 예진의 두 발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흥분에 입 안이 점차 말라와 천천히 아랫입술을 핥았다. “아…… 학!” 돌연 예고도 없이 곁에 선 나무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여진 예진은 사내의 뜨거운 입술이 대뜸 가슴팍을 덮치자 비명에 가까운 신음 소리를 냈다. 말랑말랑한 유실은 자극을 받자 곧 단단해지며 좀더 애무해 달라는 듯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섰다. 그러나 사내의 무정한 혀는 한 번 맛본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그걸 외면하고 배꼽을 향해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 온몸을 활활 태우는 듯한 느낌에 예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어디가 거치적거렸는지, 이윽고 서현은 짜증난다는 듯 예진의 옷을 쫙쫙 찢어 내렸다. 갈기갈기 찢겨진 옷을 본 예진은 이상한 쾌감에 몸을 떨며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서현은 찢겨진 옷자락을 하나 들고 예진의 팔을 나무 뒤로 돌려 묶었다. “사내란 짐승이오. 궁지에 몰리면 짐승에게 이리 물리고 찢기는 법이지.” 서현의 차갑고 냉랭한 목소리에는 희미한 자책의 물기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딱딱한 나무줄기가 아파서 몸을 틀어 대던 예진은 서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어느 순간, 예진은 자신의 아래 깊숙한 곳에서 이는 낯선 감촉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 흡! 아아…… 으으…… 으학!” 언제던가. 어릴 적 일이었다. 어느 따스한 봄날에 키우던 개들이 서로 짝짓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수컷의 그것이 장대한 몽둥이처럼 되더니 암캐 위로 올라타 미친 듯이 찔러대는 그 모습에 절로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고개를 돌릴 수도 없고, 심지어 다른 곳으로 피할 수도 없었다. 그 때는 암캐가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럽겠구나 하고만 생각했는데 마치 거대한 불 몽둥이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마구 유린하는 느낌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 아파…….” 자신도 모르게 약한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던 예진은 서현을 밀쳐 내려 했지만 만년거암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화가 난 것인가, 이 사람. 남녀 관계가 매번 이리 힘들지 않다 하지만 제발 이번 한 번으로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어. 예진은 서현이 성난 말처럼 자신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통에 거친 나무줄기에 등이 여기저기 쓸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아프기만 하던 아랫도리에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쓰라리던 것이 뭔가 화끈거리고 간질간질한 느낌으로 바뀌더니 조그만 물결이 점차 합해져 거대한 해일로 변했다. 해일은 하늘을 가릴 만큼 높이 솟아올라 그녀를 덮쳤다. 예진은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쾌감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첫 번째 절정에 올라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데 서현의 물건은 여전히 장대하여 그 기세가 꺾일 줄 몰랐다. 두 번, 세 번 거듭하여 쾌락의 절정에 오르고 나서야 서현은 비로소 그녀 안에 자신의 분신을 쏟아 냈다.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어 번들거리는 서현의 몸이 겹쳐 왔지만 더럽다거나 혐오스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예진은 서현의 가슴에 가만히 고개를 기대려 했다. 그 순간 서현은 마치 더러운 것과 거리를 두기라도 하는 양 그녀와 맞붙었던 몸을 급작스레 떼었다. - 본문 내용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