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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 개정판을 펴내며_성(聖)과 속(俗)의 경계에 선 여인
작가의 말_언젠가 영원 속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 등장인물들의 혈연 및 혼인 관계 미실의 자녀들 『화랑세기』(김대문 지음) 필사본에 기록된 풍월주 계보 물앵두, 사라지다 벼랑 끝 꽃을 꺾다 불모지에 머물다 파랑새의 노래 갈망과 재앙 붉은 연못 몽중설몽(夢中說夢) 파란(波瀾), 그리고 남자의 사랑 살아 있는 귀신 만추(晩秋) 사랑의 종언 홍진과 단애 세계문학상 심사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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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가슴에 미실은 각인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날카롭게 벼린 칼이 그의 가슴을 저몄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그는 웃었다. 세종에게 미실은 감히 마지막 사랑을 맹세할 수 있는 첫사랑이었다. 그저 첫 번째 사랑이 아니라 더 이상의 어떤 헤아림도 무의미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미실은 세종이 자신에게 매료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 역시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 알았다. 남자의 눈동자는 불현듯 커다랗게 열리면서 짧고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빨라진 심장의 박동과 그만큼이나 거칠어진 호흡이 멀리서도 느껴졌다. 그의 눈빛과 호흡은 옷깃에 스쳐 들썩이는 나뭇잎이나 샘가에서 마주쳐 한동안 정적 속에 마주 보고 섰던 새끼 노루처럼 아주 단순하고 분명한 말을 외쳐대고 있었다. 그는 원한다. 오로지 원한다. ---「벼랑 끝 꽃을 꺾다」 중에서 미실은 지극히 묘한 여인이었다. 황제의 몸을 받아들인 그녀는 언제 그렇게 매정하고 쌀쌀하게 굴었느냐 싶게 사지로 황제의 몸을 힘껏 결박한 채 향기로운 교성을 드높이고 있었다. 제는 내심 당황하여 놀랐지만 그 절묘한 요분질에 혼절할 듯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다. 더운 숨을 몰아 내쉬며 시근거리는 미실의 얼굴에는 아직도 도리와 처지 따위를 핑계 삼으며 흘린 눈물 자욱이 얼룩져 있었다. ‘앙큼한지고! 과연 놀라운 요녀로구나!’ 진흥제는 노련하고 지혜로운 남자의 본능으로 즉시 미실의 위험함을 알아챘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것마저 알아버렸다. 그녀는 하늘의 자식으로 우우(優遇) 받으며 살아온 황제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지상의 여인이었다. ---「붉은 연못」 중에서 이승에 없는 한 사람을 추억하는 두 사람의 눈에 같은 빛이 서렸다. 미실이 그제야 가만히 뜯어보니 설원랑은 적잖이 사다함을 닮아 있었다. 사다함만큼의 귀격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서늘한 콧날과 거짓을 모르는 양순한 눈매가 꼭 생전의 그와 같았다. 누군가 흉곽을 헤집어 미실의 염통을 꽉 움켜잡는 것만 같았다. 미실은 아련한 통증을 느꼈다. “네 형이 못다 베풀고 간 정의를 내가 대신하리라. 그렇게 근심하며 두려워할 것 없다. 내가 원하여 하는 일이다.” 미실은 담뿍 감상에 젖어 설원을 끌어안았다. 친밀감과 연민으로부터 비롯된 그것은 순식간 미실 에 애욕으로 화하였다. 아무리 사랑의 잔을 넘치도록 들이켜도 좀처럼 목마름을 채울 수 없는 여인, 오래토록 애정의 결핍으로 마음을 앓아온 우울하고 삭막한 사내는 서로 얼크러지는 순간 벼락이 내린 봄 뫼처럼 사납게 타올랐다. ---「몽중설몽(夢中說夢)」 중에서 “생지옥에서 며칠을 살며 줄곧 손가(孫家)의 말을 떠올렸느니라. 조종하되 조종당하지 마라! 무릇 모든 싸움에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이익을 따져야만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손가의 궁극적인 가르침이도다.” “조종하되 조종당하지 말라니……. 그러면 어찌하시겠다는 것입니까?” “얻기 위해서는 기꺼이 잃어야 한다. 너와 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원화의 위를 내놓고 떠나리라.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은 나에게도 두려운 일이지만, 황제 역시 모든 진실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감당하기 버거운 공은 상대에게 던져줘야 옳다. 그 공을 다시 내게 돌려보내느냐 아니냐는 내가 아닌 상대의 몫이리라…….” 미실은 모질게 입술을 깨물고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다. 그 즉시 낭도들을 모아 원화의 자리에서 물러남을 선포하고 평복 차림에 목 놓아 울며 궁을 빠져나갔다. 미실의 명령으로 하종 또한 전군의 위를 사퇴하고 어미를 따라 궁문을 나섰다. 옥에 가두어 심문할 겨를도 없이 미실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서자, 진흥제는 그만 닭 쫓던 개가 먼 산 바라보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파란(波瀾), 그리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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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으로 왕을 모시는 ‘색공지신’의 혈통으로 태어난 미실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할머니 옥진에게 미태술과 가무의 비법을 전수받으며 성장한다. 세종전군의 마음에 들어 입궁을 하게 되나, 지소태후와 사도황후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궁에서 쫓겨나고 만다. 이로 인해 미실은 크게 상처를 입지만, 사다함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다시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자신의 운명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기로 결심하지만, 세종과 지소태후의 부름으로 다시 입궁하게 되어 사다함과 이별을 하게 된다. 사다함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버리고, 미실은 권력에 휘둘리기 보다는 권력을 휘두르는 쪽을 택하기로 마음 먹는다.
미실은 동륜태자와 사통하여 아이를 갖고, 마침내 진흥제의 눈에 들어 왕을 모시는 본래의 운명을 따르면서 점차 신라 왕실 권력을 장악해 간다. 진흥제의 지지 아래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원화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러나 동륜태자가 진흥제의 후궁과 사통하다가 개에 물려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동안 동륜태자의 비행과 난봉을 부추겨왔던 미실은 재빨리 원화의 자리를 내놓고 출궁하여 몸을 피한다. 미실을 원망하던 진흥제는 미실을 잊지 못해 결국 다시 궁으로 불러들인다. 진흥제가 죽자, 미실은 금륜태자에게 황후의 자리를 약속 받고 사도황후와 함께 금륜을 진지제로 추대한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미실은 진지제를 폐위시키고 진평제를 추대하여, 3대에 걸쳐 왕을 모시게 된다. 그리고 왕을 도와 정사를 돌보고, 화랑도를 키우는 데 크게 일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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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여 건의 인터넷 서평과 함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베스트셀러『미실』의 재탄생!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그대로를 되살린 김별아 장편소설 『미실』의 ‘무삭제 개정판’ “내가 아는 미실은 세상의 모든 여성이면서 그 모두를 뛰어넘은 어떤 존재다”― 김별아 전통적인 여성상을 뒤흔들어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 매혹적인 장편소설 『미실』 사랑을 가졌으나 사랑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을 탐하나 권력에 매몰되지 않는 미실. 김별아 작가가 『화랑세기』 속에 잠들어 있던 여인을 소설 『미실』로 생생하게 되살려내면서, 매혹적이면서 위험한 여인 미실의 존재가 독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자리를 잡았다. 2012년 1월, 제1회 세계문학상 본디 원고를 되살리고 오류를 수정한 무삭제 개정판으로 『미실』이 다시 세상에 나온다. 2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문단에서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흔치 않은 작품으로, 출간 이후 3,400여 건 이상의 블로그 서평이 인터넷에 실렸고, TV 드라마에서 ‘미실’의 캐릭터를 참조했음직한 여성이 등장하기도 했다. ‘무삭제 개정판’은 초판 출간시 분량 문제로 덜어냈던 원고지 150매 분량의 원고와 120여 개의 각주를 되살린 ‘정본’ 『미실』이다. 그리하여 이 정본에는 모계로 이어지는 ‘색공지신’의 혈통으로 태어난 미실의 운명, 그리고 진골정통과의 경쟁구도가 초판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또한 미실의 남편인 세종전군의 쓸쓸한 죽음과 아들 보종에 의해『미실궁주사기』로 정리된 사상가·정치가로서의 미실의 면모가 구체적으로 묘사됨으로써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미실의 자녀들’을 정리한 표와 『화랑세기』에 등장한 ‘풍월주 계보도’를 추가하였고, 몇몇 오기와 오류를 바로 잡았다. 세계문학상 심사평에서 “거침없는 소설 문법, 정려한 문체, 도발적 캐릭터”(소설가 박범신), “안정적이고 우아한 문체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생한 주인공”(소설가 김연수)이라는 평을 받은 김별아 작가는 화려한 문체 속에 고어와 아름다운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한 페이지에 똑같은 단어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을 만큼 공력을 들여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고 낯설지만 생동감 넘치는 어휘들을 곳곳에 심었다. 초판보다 많은 각주로 오히려 읽기 힘들지 모른다는 우려를 넘어, 숨겨진 우리말을 현재형으로 삼고자 하는 작가의 확고한 의지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사실을 중심으로 한 역사소설 쓰기에 천착하고 있는 작가는 첫 역사소설 『미실』 이후, 지금까지 총 6편의 장편 역사소설을 발표해 박제된 역사 속 인물들의 사람냄새와 살냄새를 우리에게 환기시킨 바 있다. 역사의 행간에 숨겨진 인물들에게 작가가 불어넣은 숨결들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진정한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1,500년 전의 여인 미실이 색공지신의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던 것처럼. 독자 서평 이 책을 통해서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만날 수 없었던 미실의 숨겨진 참 면모를 엿본 것 같아서 무언가 마음이 뜨끈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책장에 담겨 있던 이 책을 왜 진작 빼어들지 못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녀처럼 아니, 미실처럼 그런 아름답고 당당한 여인이 되고 싶다. - 알라딘 무지개 님 ‘전아, 고아, 우아’의 3종 세트가 딱 어울리는, 작가의 수고로움이 페이지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별사탕처럼 달콤한 보석. - 티스토리 가림토 님 제도와 편견과 유교적 윤리가 작금의 여성상을 만들어놓기 이전의 원시적이고 극히 본능적인 생명의 율동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 이글루스 ryong 님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그래서 꼭 만나고픈 역사 속 인물들을 그 누구보다 생기발랄하고 아름답게 살려낸다. 마치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춰보기라도 한 듯. - 이글루스 휘문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