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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월하의 인연
2장 그물에 걸린 달 3장 연경당 귀신 4장 표류 5장 몰랐을 마음 6장 몽환방 7장 고백 8장 몰려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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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머지 한쪽 몸을 날려 담벼락 위로 올랐다. 하지만 성급했던 탓인지, 무게중심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기우뚱, 업복의 몸이 기어코 담장 바깥으로 추락했다.
“어어어!” 콰당… 이 아니라 물컹? 담을 넘고 떨어지나 싶었는데, 생경한 이물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둔탁한 통증이 이어지리라 여겼으나, 살짝 따끔한 느낌을 빼곤 멀쩡했다. 업복이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폈다. “비키거라.” 순간, 차고 단단한 음성이 울려왔다. 뱃속까지 서늘한 냉기가 그득한 말이었다. 업복은 제 몸 아래서 올라온 소리에 소스라쳐, 상대를 응시했다. 몸뚱이 밑에 뭔가 댕돌같이 단단하고 다부진 것이 깔려 있었다. 바람결에 흩날린 꽃잎은 차분히 상대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 p.18 불복한다면 팔 다리를 끊어서라도 끌고 가야만 했다. 저 목소리를 놓칠 수 없었다. 어느새 려의 눈에는 욕망이 득시글 자리했다. 려가 업복의 손목을 거세게 잡아챘다. “아얏, 왜 이러시오, 서생?” “내 너에게 이르마. 나와 함께 하지 않겠느냐.” “뜬금없이 무슨 소리요? 정신이 덜 깨었소? 나는 엄연히 식구가 있는 몸이오. 숭한 소리 하지 마시오, 서생.” “일전에 널 내 소관으로 삼겠다 하였다. 기억하느냐? 허니, 나를 따르거라. 명이다.” “하…. 서생, 억지 좀 부리지 마시오. 일전의 약조는 구두였소. 증좌도 없는데 무슨 행패요. 내가 서생 댁 노비요? 생명의 은인이라 참겠소만 그만하시오. 내 혜민서까지는 데려다 드리리다.” 업복이 앙칼지게 톡톡 쏘아붙였다. 려의 눈매는 더욱 섬짓해졌다. 그가 업복의 팔목을 비틀어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업복의 귓결 근처까지 려의 입술이 다가들었다. “지장 계약서 따윈 애초에 필요 없지. 내 말이 곧 법이니 구두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내가 너를 내 소관 하에 둔다 하면 너는 그저 내 밑을 따르면 될 뿐이다. 또한, 그 말인즉슨 내가 너를 살리고 지킬 수도 있지만 네 목숨을 끊는 것 또한 가능하단 말이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나를 따르겠느냐?" --- p.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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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증을 앓고 있는 왕 이려와 그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목소리 업복의 아슬아슬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교보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 작가 임이슬 작가의 역사 로맨스소설 조선시대 판 천일야화 밤이면 광포해지는 왕, 이려 포악하다고 소문난 조선의 왕 이려. 그는 사실 광증에 시달리고 있다.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통을 느끼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주변에 폭력을 휘두른다. 한바탕 피바람이 불고 나면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달아난 목숨도 여럿이다. 그의 병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며, 음모를 꾸미는 누군가가 일부러 왕을 독에 중독 시킨 것. 이려는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자신이 광증에 정신을 잃었을 때 자신을 붙잡아줄 수 있는 목소리를 찾으려고 한다. 소문난 전기수, 시강도령 업복 업복은 원래의 신분과 성별을 숨기고 이야기를 팔아 먹고 사는 전기수이다. 내금위장이었던 아버지와 오빠가 왕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난 후, 생계유지를 위해 전기수가 된 것. 그녀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뛰어난 연기, 그리고 고운 외모로 ‘시강도령’이라는 호(號)까지 얻었다. 그녀는 왕에게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분노로, ‘광호전(狂虎傳)’이라는 이야기를 지어 왕을 희롱하고 다닌다. 찾았다, 내 동아줄! 어느 밤, 업복은 평소와 같이 별당에서 여인네들에게 이야기를 팔고 담을 넘어 도망치는 중이었다. 높은 담벼락에서 뛰어내렸는데, 딱딱한 바닥이 아닌 물컹한 것이 느껴진다. 낯선 서생 하나가 업복의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업복은 자시(子時)를 넘어 돌아다니는 사내도 자신과 같이 죄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몸을 숨긴다. 민가의 어느 창고. 업복은 사내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자신에 대해 줄줄 이야기하고 만다. 사내의 정체는 바로 조선의 왕 이려. 그는 그토록 찾던 전기수 업복을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매일 밤 달은 지고, 또 차오르고 이려는 업복이 저를 따르지 않자 왕을 희롱한 전기수 업복을 체포하라 이른다. 포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복은 왕의 이야기꾼이 되라는 이려의 말을 끝까지 거부한다. 그때, 업복이 포박되어 있던 폐축사에 불이 나고 이려는 업복을 구출해 궐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업복에게 무수리로 분장하고 궁궐 안의 소문과 이야기를 모아달라고 말한다. 폐허 같았던 연경당과 왕 이려는 점점 생기를 찾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