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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화마가 태운 자리
2장 청연(請宴) 3장 백년가약 4장 숨바꼭질 5장 요물 사냥 6장 밤이 깊다 7장 비망기 8장 결전 9장 드러나는 진실 10장 천일에 지는 밤, 끝나지 않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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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 올라온 잉어처럼, 큰 몸을 펄떡대며 몇 번을 기절했다 깨기를 반복한 려는 열에 달떠 뜨거웠다. 숨결 역시 불덩이를 삼킨 양, 활활 타올랐다. 업복은 그 고달픈 호흡이 애달아 제 가슴에 시퍼런 멍울이 졌다.
“쉬… 쉬. 전하, 괜찮아요. 다 괜찮으니까 진정하세요.” 려는 귓결을 울리는 서늘한 백색소음에 얼핏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그러나 곧 착 가라앉듯, 밑바닥으로 꺼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욱… 어흑, 죽… 겠느냐, 죽이겠느냐!” 눈 안의 실핏줄이 터져, 벌게진 시야로 그가 업복을 바라보았다. “…전하! 정신 좀 차리세요.” 여전히 의식이 혼몽한 려는, 이윽고 제 허벅지를 찌르던 손을 들어 업복의 두 팔을 움켜쥐었다. --- p.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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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증을 앓고 있는 왕 이려와 그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목소리 업복의 아슬아슬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교보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 작가 임이슬 작가의 역사 로맨스소설 조선시대 판 천일야화 밤이면 광포해지는 왕, 이려 포악하다고 소문난 조선의 왕 이려. 그는 사실 광증에 시달리고 있다.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통을 느끼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주변에 폭력을 휘두른다. 한바탕 피바람이 불고 나면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달아난 목숨도 여럿이다. 그의 병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며, 음모를 꾸미는 누군가가 일부러 왕을 독에 중독 시킨 것. 이려는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자신이 광증에 정신을 잃었을 때 자신을 붙잡아줄 수 있는 목소리를 찾으려고 한다. 소문난 전기수, 시강도령 업복 업복은 원래의 신분과 성별을 숨기고 이야기를 팔아 먹고 사는 전기수이다. 내금위장이었던 아버지와 오빠가 왕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난 후, 생계유지를 위해 전기수가 된 것. 그녀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뛰어난 연기, 그리고 고운 외모로 ‘시강도령’이라는 호(號)까지 얻었다. 그녀는 왕에게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분노로, ‘광호전(狂虎傳)’이라는 이야기를 지어 왕을 희롱하고 다닌다. 찾았다, 내 동아줄! 어느 밤, 업복은 평소와 같이 별당에서 여인네들에게 이야기를 팔고 담을 넘어 도망치는 중이었다. 높은 담벼락에서 뛰어내렸는데, 딱딱한 바닥이 아닌 물컹한 것이 느껴진다. 낯선 서생 하나가 업복의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업복은 자시(子時)를 넘어 돌아다니는 사내도 자신과 같이 죄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몸을 숨긴다. 민가의 어느 창고. 업복은 사내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자신에 대해 줄줄 이야기하고 만다. 사내의 정체는 바로 조선의 왕 이려. 그는 그토록 찾던 전기수 업복을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매일 밤 달은 지고, 또 차오르고 이려는 업복이 저를 따르지 않자 왕을 희롱한 전기수 업복을 체포하라 이른다. 포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복은 왕의 이야기꾼이 되라는 이려의 말을 끝까지 거부한다. 그때, 업복이 포박되어 있던 폐축사에 불이 나고 이려는 업복을 구출해 궐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업복에게 무수리로 분장하고 궁궐 안의 소문과 이야기를 모아달라고 말한다. 폐허 같았던 연경당과 왕 이려는 점점 생기를 찾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