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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제1장 보이지 않는 눈길 크리스티나를 위하여 작품이 된 관객 커샛과 드가 제2장 뒷모습의 표정 괴테의 착각 다시 등장한 그녀 군중 속에 선 추기경의 고독 제3장 엉덩이 두번째 얼굴 가장 엉덩이다운 순간 엉덩이의 남성성 하나로 묶인 두 사람 훔쳐본 대가 제4장 다른 세상으로 난 길 회화라는 무대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있었다 역전된 공간 무대 안의 창 제5장 손의 뒷모습 고뇌하는 손 대성당과 키스 제6장 배후 등의 기억 세계를 떠받치는 기둥 다윗의 뒷면 뒤돌아보는 부처님 부처님이 앉은 자리 어디가 뒤인가 제7장 조용한 세계 상상은 투과하고 시선은 차단한다 말없는 사람들 뒷모습의 순도 침묵의 심연에서 제8장 돌아보지 마라 황홀한 이끌림 금기의 역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멀어지는 뒷모습 나가는 글 도판 목록 |
LEE, Yeon-Sik,李連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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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불길하다. 신분이 높은 사람 앞에서 물러날 때는 뒷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뒷걸음질을 했다. 적이라든가 의심스러운 상대에게 뒤를 보이면 안 된다는 건 당연하지만, 높은 사람에게 뒤를 보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뒷모습이 상서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뒷모습은 여기에 있으면서도 저곳(彼岸)을 가리킨다. --- p.4
이 시리즈를 통해 슈트루트는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시선의 흐름에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했다. 슈트루트의 사진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관객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뒷모습들은 미술관을 헤엄치듯 떠다닌다. 작품은 뒷모습에 잠겼다가 올라왔다 하면서 흘러간다. 뒷모습의 물결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작품은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릴 것이다. --- p.13 뒷모습은 유일하지 않다. 서로 닮아서 다른 뒷모습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그 자리에 어떤 뒷모습이 들어와도 상관없다. 어떤 맥락에 놓아도 맞아떨어진다. 뒷모습은 익명이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p.25 여성화가는 미술의 관례에 따르 며 그것을 지탱하는 동조자이기에 모델과는 처지가 다르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성화가는 자신과 모델이 하나로 묶인 존재임을 안다. 모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화가는 자신의 뒤쪽을 의식한다. 나도 저렇게 보이겠구나. 달갑지 않지만 동류의식을 느낀다. 남성들이 자신을 보면서 옷 안쪽을 상상할 것임을 잘 안다. --- p.45 TV 카메라는 어디든지 찾아가고 들어가지만 TV 카메라의 문법에서 뒷모습은 금기다. 누가 되었든 TV 카메라 앞에서는 앞모습만을 보여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다들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서거나 앉는다. 스튜디오 바깥 어딘가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뭘 먹는 장면을 찍을 때도 시청자들의 시각을 고려해 한쪽을 터놓는다. --- p.51 고딕 미술은 북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에서는 폄하되기 일쑤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찬란한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며, 고대와 르네상스 사이에 자리잡은 고딕은 암흑시대의 탈선과 조야함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취급하곤 했다. 하지만 고딕 대성당을 실제로 본 이들은 찬탄을 금치 못한다. 고딕 대성당은 돌로 된 무거운 천장을 최대한 높이 끌어올리려는 기이한 열정의 소산으로, 수 세기에 걸친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이룬 불가사의한 균형을 보여준다. --- p.75 결코 소홀히 만들지는 않았지만 되도록 드러내지 않았으면 하는 뒷모습이 있다. 미켈란젤로가 피렌체를 위한 애국의 상징으로서 높이 4미터가 넘는 대리석을 깎아 만든 [다윗]은 정면과 측면에서 보면 당당하고 강렬하지만 뒷부분은 민망할 정도로 밋밋하다. [다윗]은 오늘날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원작이 놓여 있고, 미켈란젤로 광장 한복판에 청동으로 만든 모조품이 서 있다. 양쪽 모두 뒷모습이 훤히 드러나 있다. --- p.91 그림 속의 그녀는 어떤 계기를 찾고 있는 것 같다. 뒷모습으로서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지 못하고, 요구를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드물기는 하지만 함메르쇠이가 부인을 얼굴이 보이도록 그린 작품도 있다. 같은 사람이니 같은 감정을 지닐 터인데, 뒷모습이 아니라서 긴장감이 사라진다. 뒷모습이 더 집요하고 완고하게 보는 이를 붙잡는다. 뒷모습은 빚을 받으러 온 자의 얼굴이다. --- p.113 신은 금기를 제시하고, 악마는 금기를 깨라고 속닥거린다. 신과 악마는 서로 반대편에 있는 존재라기보다는 인간을 둘러싸고 협잡하는 존재다. 먹잇감으로 유혹하고 이리저리 휘둘러서 털어먹는 사기꾼들처럼 서로 역할을 나눠 인간을 농락한다. 금기야말로 신의 악마적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돌아보지 말라’라는 금기는 동시에 ‘돌아보라’라는 강렬한 유혹이다. 금기를 깬 것은 그저 의지가 약했다는 의미를 넘어, 신의 의지를 거역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 p.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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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보이지 않는 눈길
우리는 때로 그림 속에서, 때로는 그림 밖에서 인물의 뒤를 바라본다. 대표적인 뒷모습 그림인 [크리스티나의 세계], 그리고 미술관에서 감상을 하고 있는 관객 자체를 소재로 삼은 토마스 슈트루트의 작품을 통해 뒷모습을 보이는 인물을 바라본다는 행위를 탐구한다. 제2장 뒷모습의 표정 뒷모습은 표정이 없다. 그래서 그림 속 상황에 대한 오해를 일으키기도 하고, 한편으로 어떤 맥락에 놓아도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테르보르흐의 두 작품을 보며 뒷모습의 익명성을 탐구하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교황 사진을 보고 앞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해본다. 제3장 엉덩이 뒷모습 중에서도 애욕으로 안내하는 부위인 엉덩이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엉덩이의 표정, 그 안에 담긴 여성성과 남성성 등에 대해 탐구한다. 제4장 다른 세상으로 난 길 뒷모습은 회화라는 공간 밖으로도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암시하는, ‘그림 속에 난 창’이라 할 수 있다. 얀 반 에이크, 디에고 벨라스케스, 피터르 더 호흐가 뒷모습을 가지고 어떻게 그림 속 공간을 확장하였는지 보여준다. 제5장 손의 뒷모습 엉덩이에 이어 ‘손’이라는 부위에 집중해본다. 스스로의 뒷모습은 볼 수 없지만, 손등만큼은 우리가 늘 마주하면서도 뒷모습을 암시하는 부위이다. 주로 로댕의 조각을 통해 손이 어떻게 감정이나 신념을 드러내는지 살펴본다. 제6장 배후 뒷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뒤, 즉 ‘배후’라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 장에서는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을 비롯해 불상이나 프레스코와 같은 종교 미술을 통해 그 공간에 집중해본다. 제7장 조용한 세계 뒷모습은 눈도 입도 없으니 말도 없다. 특히 팀 아이텔이나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뒷모습 그림은 그야말로 출구 없는 침묵을 보여준다. 이 장에서는 뒷모습을 다룬 작품들을 ‘침묵’이란 키워드로 바라봐본다. 제8장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는 행위는 때때로 금기로 사용된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대한 회고 또는 부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늘 뒤통수를 보여주던 존재가 앞으로 돌아서는 것, 또는 그 반대로 앞에서 뒤로 돌아서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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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의 매력, 상황이 표정을 결정한다
이 책에 작품을 제공해준 인스타그래머이자 러시아 출신 사진작가 무라드 오스만은 2011년부터, 현재 그의 부인이 된 당시 여자친구 나탈리의 뒤태를 SNS 계정에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현재 2018년 8월 기준으로 430만 명에 이른다. 굳이 유명 사진작가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SNS에 뒤돌아선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이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 ‘#뒷모습그램’을 달고 있는 뒷모습 사진이 2만 9천여 장 검색되며, 해외에서는 ‘#backshot’으로 약 12만 6천 장이 올라와 있다. 미술가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뒷모습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연식은 뒷모습이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눈, 코, 입이 없는 대신에 “인물이 놓인 장소와 상황에 따라 뒷모습의 표정이 결정된다”며 “뒷모습은 스스로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 모든 의미를 빨아들인다”고 설명한다. 앤드루 와이어스가 크리스티나의 앞모습을 여러 차례 그렸음에도 유독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첫번째 작품인 [크리스티나의 세계](1948년)이고, 함메르쇠이가 그린 부인의 앞모습이 뒷모습만큼 깊고 음울한 긴장감을 자아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저자에 따르면, 뒷모습은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온갖 감정과 의미들을 흡수한다. 또하나 저자가 포착한 속성은 ‘뒷모습의 익명성’이다. 헤라르트 테르보르흐의 [아버지의 충고](1654년경)에서 뒷모습으로 등장한 여인이 [편지를 읽는 여인](1650-60년경)에서 옷 주름 하나 다르지 않게 다시 등장하는 것처럼, 뒷모습은 “유일하지 않고” 어떤 뒷모습이 어떤 맥락에 들어와도 맞아떨어진다. 덕분에 뒷모습을 보는 관찰자는 앞모습이 주는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8세기 석굴암부터 인스타그래머 무라드 오스만까지, 미셸 투르니에의 뒷모습 이야기를 이어가다 뒷모습을 다룬 동명의 책으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투르니에의 1981년작 『뒷모습Vues de dos』이 있다. 한국에서 2002년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사진가 에두아르 부바가 세계 전역에서 촬영한 53컷의 뒷모습 사진에 투르니에가 나직한 단상을 곁들인 사진 에세이이다. 이연식은 이 아름다운 책을 펼쳐 읽으며, 여러 미술품과 이미지에 담긴 매혹적인 뒷모습에 기대어 투르니에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본서 『뒷모습』은 투르니에와 부바의 작품의 오마주인 셈이다. 투르니에의 에세이 『뒷모습』에서 부바의 사진이 글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차지하듯, 본서의 또다른 주인공은 저자가 선별한 미술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총 50장의 작품이 때로는 작가의 글을 보조하거나, 때로는 단락의 주인공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일반적인 회화, 조각, 사진, 그리고 벽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미술 장르를 넘나들며, 연대순으로 살펴봐도 8세기의 석굴암부터 14세기 조토 디 본도네의 프레스코, 인스타그래머 무라드 오스만의 사진까지 매우 다양하다.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말한다. “뒷모습은 세상이 스스로를 가리면서도 드러내고, 드러내면서도 가리는 방식이다. 거꾸로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우리가 보는 사람들의 절반은 뒷모습이다. 누구나 어느 순간 부모나 스승, 연인, 또는 모르는 이의 뒷모습을 보고 뜻밖의 감정에 사로잡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뒷모습』은 당신이 느꼈을 그 뜻 모를 감정을 미술 작품을 통해 공유하고 풀이해주는 책이다. 비밀스럽고 내밀한 뒷모습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