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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
[유어마인드] 이로의 일본 돈가스 탐방기
이로이나영 그림
난다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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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세이 top20 3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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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 6
돈가스 마이센 아오야마 본점 ─ 1인의 영역, 1인분의 크기 ─ 12
이치린 ─ 별점의 문제와 해변의 돈가스 ─ 30
돈가스 돈키 ─ 석석석 ─ 49
신후지 본점 ─ 춤추는 B세트 ─ 66
돈가스 아오키 다이몬점 ─ SPF 돈가스 타이쿤 ─ 86
카츠헤이 ─ 바쁜 현대인과 돈가스카레 ─ 106
소스안 ─ 승리할 필요 없는 돈가스덮밥 ─ 130
양식 요시카미 ─ 113가지 선입견 ─ 150
돈가스 긴자 니시무라 ─ 우주보다 서랍, 비법보다 시간 ─ 166
돈가스 니시아자부 부타구미 ─ 맛이 생활을 구한다 ─ 186

저자 소개 2

2009년부터 책방 ‘유어마인드’와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운영한다. 『책등에 베이다』(2014),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2018)를 썼다. 연희동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반려자 모모미, 세 마리 고양이 모로로, 쿠리쿠리, 표표와 함께 지낸다. 『아무날에는 가나자와』를 기획하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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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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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선이 뚜렷하고 힘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미하고 따뜻한 색, 부드러운 선으로 그려진 작품 보기를 좋아합니다. 2014년부터 가상의 인물(남자)과 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70g | 130*185*20mm
ISBN13
9791188862214

책 속으로

지금부터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돈가스만, 일본의 돈가스 가게만 이야기하려고합니다. 돈가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어떤 말은 돈가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터입니다. 돈가스와 상관없는 생각마저 돈가스가 불러오죠. 쓸데없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요리에 대한 쓸모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과 손뼉 치며 나누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열 곳의 돈가스 가게에서 먹고 듣고 보고 우물거리며 생각한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귀여운 사진이나 물 한 잔처럼 쓰이길 바라며 “지난번에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라고 말문을 열어봅니다. --- p.8~9

로스가스에서 고기 끄트머리 비계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지방의 영역이 너무 크거나 작지 않고, 녹듯 과하게 튀겨지지 않은 상태가 좋습니다. 그래서 로스가 나오면 젓가락으로 들어서 옆면을 잠깐 봅니다. 미식가처럼 살펴보고 둘러보고 수첩에 적고 하진 않지만 그래도 꼭 한번 봅니다. 옆면의 상태가 좋아 보이는 돈가스는 늘 괜찮았습니다. 사실 이게 맞는 이론인지 확인해보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의식입니다. “저는 늘 등심의 옆면 지방을 유심히 봅니다”라고 했을 때 전문 요리 비평가가 “그건 맛과 아무 상관 없어요”라고 해도 저 역시 그의 말이 아무 상관 없죠. 작은 풍습 내지는 축제 혹은 미신 같습니다. 개인 의식은 곧 이야기가 되어서 이렇게 자랑인 양 적을 수도 있고요. 스스로 그런 목록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든지요. 작은 행운을 기대하며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더 좋은 일이 생길까 고르는 순간은 그 자체로 이미 좋은 시간입니다. 또 좋은 일이 생기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징크스를 보호하기 위해 핑계 한번 만들면 되죠. “그건 아이스크림이 아니었어, 차가운 척하는 구슬 알갱이들이었지.” 스스로 누구인지 잘 알 수 있는 길은 그렇게 자신에게 고립된 문장들에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p.42~43

“얼마 전에 돈키에 다녀왔는데요. 극장형……”
“아, 거기 너무 치킨 같더라고요.”
“치킨요”
“튀김옷 상태가 통닭튀김 같아요. 그리고 고기가 너무 동떨어지다보니까 처음 받았을 때는 김이 날 정도인데 빨리 식어서 후반부가 영 맛이 없어요. 독자적인 방법만 찾다가 산으로 갔달까요.”
“아니 산으로 가는 돈가스도 하나 있으면 좋지 뭘…… 다 바다로 갈 수 있나……”
“네”
“아니에요. 나중에 다시 한번 가볼까봐요.”
“거기 말고 츠키지 시장 근처‘ 카츠헤이’에 가세요. 돈키에서 정식 하나 먹을 돈으로 두 사람이 돈가스카레를 먹고 나와서 UCC 캔커피 하나씩 마실 수 있다니까요!”
이런 대화들요.

참, 이 글의 제목 ‘석석석’은 예상하시겠지만 돈가스 자르는 소리입니다. 끓는 기름에서 막 꺼낸 로스가스를 석석석석석 혹은 석석석 뜨거우니까 잠깐 쉬고 서서석 잘라 그릇에 올립니다. 튀김옷 속에 숨어 알 수 없는 상태였던 고기를 이제야 볼 수 있습니다. 알맞게 튀겨졌길 기대하며 괜히 고쳐 앉습니다. 어떤 가게에서는 대성공, 어떤 가게에서는 몹쓸 고기를 주었다며 투덜거리며 나옵니다. 그럼 또 어디를 가볼까요. --- p.62~63

온갖 수고를 들여 돈가스 가게를 방문하곤 문장으로 상상한 맛을 조롱할 만큼 대단한 돈가스를 먹고 싶습니다. 미식 기행에서 힘을 얻으면 기대 이하의 가게도 괘념할 필요 없어집니다. 혀를 감동시킬 요리를 만나는 데 필요한 과정이니까요. 부타구미가 이상적인 육질을 찾아 나서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과장하여 말하면 맛있는 요리의 기억이 모여 저를 구합니다. 구한다는 감정이 꼭 필요해요. 일방으로 구제하지 않고 서로 구하는 관계요. 모모미씨가 저의 인생을 구했고 제가 모모미씨의 삶을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세 마리 고양이 모로로, 쿠리쿠리, 표표를 구했지만 동시에 그들이 저희를 구하고 있습니다.

--- p.203

출판사 리뷰

연희동의 독립책방 [유어마인드]의 주인장이자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운영하는 이로의 산문집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를 펴냅니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나영과 함께한 이번 산문집은 제목에서 짐작을 할 수 있듯 ‘돈가스’에 관한 이야기를 주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가스’에 대해서만 말하는 책은 또 아닙니다. 직접 먹어보고 온 일본의 돈가스 가게 열 군데가 소개되고 있지만 특유의 감정적 호들갑으로 돈가스의 맛을 탐하게 하는 책도 아닙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돈가스’에 관해 자세히 말해보는 어떤 시도 속에 있다고나 할까요. 그런 ‘돈가스’를 향한 현재진행형의 책이랄까요. 어쩌면 저자 이로의 이 말이 긴요한 힌트가 될 것도 같습니다. “돈가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어떤 말은 돈가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터입니다. 돈가스와 상관없는 생각마저 돈가스가 불러오죠.” 그러니까 열 곳의 일본 돈가스 가게에서 먹고 듣고 우물거리며 생각한 표현들이요, 그걸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요, 그 진심에 대한 전심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합니다.

[마이센]에서는 ‘영역’에 대한 호기심에 불을 지핍니다. 본래 목욕탕이었던 건물이라 “40도 가까운 물에 몸을 불리며 심호흡하던 공간에 앉아 150도가 넘는 기름에 튀긴 고기 튀김을” 먹으면서 저자는 ‘쟁반’ 이야기를 합니다. 돈가스 하면 “대부분 1인분의 양을 적당히 큰 쟁반에 담아 그 쟁반 그대로 두고 가죠.” “쟁반 안쪽은 당신의 영역, 바깥쪽은 모두의 영역”, 그러나 채 썬 양배추 접시며 젓가락 받침이며 컵 하나까지 가만 보면 제 영역을 반듯하게 지키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관심으로 보니까요, 깊이 보니까요, 먹을 일에 약간 주춤하니까요. 뿐 아니라 돈가스를 먹으러 들어온 이들과의 거리, 그 앉은자리에서도 영역 생각을 아니하지 않게 합니다. “홀로 갖는 비좁은 시간”이 ‘영역’이라는 말에 비유가 될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저자의 ‘태도’를 배웁니다.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없는가, 무엇을 해선 안 되는가, 내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확인하면서 그 와중에 뭘 할 수 있는지 기어코 알아내려”는 애씀, 그 돈가스의 검정 쟁반으로부터 저자가 배웠듯이요. [이치린]에서는 ‘별점’을 두고 글의 물꼬를 풉니다. 가게 이름을 검색해서 별점을 찾아보고 리뷰를 읽었다면 발견하지 못할 스스로의 품평에서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정보의 습득이나 별점 체계를 배제하진 않습니다. 다만 뭐든 번갈아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이때의 ‘번갈아’에 주목합니다. “하나의 사건처럼 제 앞에 쿵 하고 떨어지는 일들이 절 뒤흔들었으면 합니다.” 이때의 ‘뒤흔들’에 주목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요리인 돈가스를 먹는 나를 통해 까다로운 자신과 엉망인 자신을 동시에 발견”한다는 데서 일견 저자의 ‘태도’를 또 살피게 됩니다. [돈키]에서는 “최선을 다해 제멋대로”일 때의 귀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스스로 정한 방식들, 그러니까 흔들리지 않고 제멋을 고수해서 이 공간에서만큼은 제멋이 곧 멋이 되게” 만드는 자유로움, 그 개성 어린 조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우리는 왜 글을 쓸까요. 우리는 왜 책을 만들까요. 확신하기보다 의심하기 위해 쓰고 만든다면 이는 보다 열린 사고의 증거가 아닐까요. 이 또한 ‘태도’의 측면에 크나큰 비유라 할 수 있겠지요.

돈가스를 대하는 어떤 태도의 측면을 지나 돈가스의 다양한 ‘맛’을 소개하는 페이지는 [신후지 본점]이나 [돈가스 아오키]에서 충분히 엿볼 수가 있습니다. 나아가 돈가스를 둘러싼 ‘시간’의 측면에 대해서도 대비되는 두 편의 글을 만날 수 있지요. [가츠헤이]에서는 속도와 대결하기 위한 느림의 미학에 초점을 둡니다. 느리면 “주인장이 무얼 원하는지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우리는 비로소 우리를 보게 되지요. 그런 둘러봄 가운데 여유를 생각하는 가게이고요, 반면에 [소스안]은 치열함과 빠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시간을 단축했다고 맛을 줄이진 않습니다”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 가게이기도 했지요.

이런 느림과 빠름에 뒤섞인 길을 제각각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 속에 들르게 된 [요시카미]와 [돈가스 긴자 니시무라] [부타구미]에서 결국 저자는 ‘돈가스’를 마주한 ‘’나‘ 자신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됩니다. 돈가스를 앞에 둔 나를 바라보는 나. 그렇게 ‘돈가스’에서 ‘나’로 번져오는 사유. 우리 그렇죠. 참 나에 대해 안다 싶어도 이리 보고 저리 볼수록 잘 모르겠다 싶죠. 그런 나에 대한 확신이 나를 참 무력하게도 하고 두렵게도 하고 화가 나게도 만들지요. 그래서 피하게 하고 가리게 하고 숨게 하고 그러죠. 이 책은 ‘돈가스’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국 주제로 보자면 ‘나’임을 종국에는 알게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에게 재차 되묻고 연거푸 생각하게 하는 일로 나란 사람의 ‘태도’를 단단하게 가지게 하는 것, 이 책의 독특함은 아주 천천히 느리게 이 책을 느리게 읽어나가는 데서 보다 깊이 느끼실 것입니다. 간간 숨어 있다 튀어나오는 유머도 꼭 잡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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