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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먹는다는 일
1 [SEASON] 지금 아니면 안 되는 복을 위한 복 봄나물의 공격 살사베르데라면 나의 김밥론 자두와 복숭아가 흐르는 세계 개불 여행과 나른한 수박 호박이 넝쿨째 가을이 오면 꽁치가 토란국을 끓이다 고구마의 죽음 호빵과 찐빵 귤 쪼개는 순간 동지에 하는 일 이제는 없는 시루떡 2 [SOUL] 내 영혼에 좋은 음식 계란밥의 세계 소금빵과 기스면 경상도식 뭇국 감자칩 연구원이라면 우아한 여자의 오리우동, 그리고 한국인의 소울푸드 우메소면과 상대성이론 인민에게 복무하라 나의 길티 플레저 냉면에 대하여 깨 있는 인생 요요마와 바몬드카레 따뜻한 굴의 세계란 이상적인 스키야키 3 [SLOW] 아주 천천히 완성되는 중 나의 반려균 나태한 요리의 미덕 숲속에서의 식사 추어탕 연구기 천천히 청포도 먹는 법 빡짝장을 찾아서 슬로푸드 중의 슬로푸드 만둣국은 왜 따뜻한가 잡스 샌드위치 스타벅스 샐러드 토크 그리너리 피플 하이라이스와 태교 음악 4 [STORY] 한 그릇으로 멀리까지 갈 수 있다면 참새의 혀 크레이프 타임 바닷가 햄버거집 치마와 망토 오렌지 강이 흐르게 해줄래? 정신분석과 토마토파스타 서프라이즈 국수 달밤의 체조와 간짜장 아시시의 살라미 코코아를 기리는 노래 꿀과 술과 시 늑대를 다스리는 법 음식의 기쁨과 슬픔 추천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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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 먹는 일에 관련된 가장 큰 기쁨이란 뭐니 뭐니 해도 먹는 일에 대해 쓰는 기쁨이다. 왜냐하면… 먹는 일이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나라는 사람을 만든 것은 음식이다. 살과 피와 머리카락은 물론 내가 지금 쓰려고 하는 이야기들도 내가 먹은 것들로부터 왔기에. 그래서 나는 종종 놀라곤 하는데, 음식은 대단히 육체적인 것 같지만 놀랍도록 정신적이기 때문이다. “대지에서 초목이, 초목에서 음식이, 음식에서 인간이 생겨난다. 이 인간은 실로 음식의 정수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우파니샤드에서 말하듯, 음식의 어마어마한 권능을 느낄 때가 많다. (…) 읽으시는 분들께서, 읽는 기쁨과 먹는 기쁨을 함께 누리신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읽는 기쁨’과 ‘먹는 기쁨’은 ‘살아가는 기쁨’의 다른 말이기도 하기에. 그 사소한 기쁨이 여기에 있다..
--- 「프롤로그: 먹는다는 일」 중에서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씀바귀김밥이 먹고 싶다.’ 이 말은 곧 ‘씀바귀김밥을 만들어야겠다’이기도 하다. 들어본 적도 없는 씀바귀김밥을 먹어보려면 내가 만들 수밖에. 엄청나게 맛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함께 들었다. 아니, 한 번도 씀바귀를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가능한가? 나는 가능하다.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메커니즘(?)으로 이런 음식에 대한 계시가 내려오곤 하는데, 거역할 도리가 없다. 너무 이상한 일이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그걸 먹기 전까지 계속 생각이 나므로 생각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해법은 단 하나. 그걸 먹는 것이다. --- pp.36-37 「나의 김밥론」 중에서 고아하다! 내가 처음으로 끓인 토란국의 맛은 그랬다. 고상하고도 우아했다. 그러면서 소박하고도 명랑했다. 그래서 작게 한숨이 나왔다. 몽글몽글하되 절대 뭉글뭉글해지지 않는 그 잔잔한 절도라니. 아아(작게 탄식). 과하지 않은 점성은 보일 듯 안 보일 듯 멋을 부린 멋쟁이 같았고. 오래도록 토란을 그리워했던 영향도 있겠으나 토란국의 맛이란 하아…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잔잔히 미소 짓게 한다. 누군가 보면 지금 무슨 생각해, 하고 물을 만한 그런 표정으로. --- pp.68-69 「토란국을 끓이다」 중에서 검은 그릇 안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짙은 고동색 국물 위에 우메보시 한 알과 쪽파만이 올려져 있다. 일단 국물을 마신다. 나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을 수밖에 없으므로. ‘왜 이런 걸 먹으면 눈을 감게 되는 걸까?’라고도 생각하며. 복합적인 맛이다. 달고, 시고, 부드럽고, 구수하고, 은은하다. 가다랑어와 다시마가 들어갔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열에 들뜬 우메보시를 터뜨려 면 사이사이로 스미게 한다. 한 그릇을 비우는 데 얼마가 흘렀을까.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작은 영원이다. --- pp.142-143 「우메소면과 상대성이론」 중에서 이번 동지에는 팥죽을 쑤고 싶다. (…) 잠깐. 왜 죽은 ‘한다’보다 ‘쑨다’가 자연스럽지? 그래서 ‘쑤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곡식의 알이나 가루를 물에 끓여 익혀서 죽이나 메주 따위를 만들다’라는 뜻이다. 죽이나 메주가 아니라면 ‘쑤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다. 짐작해보건대, 이 ‘쑤다’라는 단어에는 ‘만만치 않음’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곡식의 알갱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식량이지만 곡식의 입장에서는 씨앗이다. 씨앗이란 자기들의 유전자 정보가 들어 있는 후대와의 연결고리고. 동물들에게 쉽게 먹혀버리면 그들은 절멸하고 마는 것이다. --- pp.91-92 「동지에 하는 일」 중에서 이상하다.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인데, 참새와, 참새의 부리와, 참새의 혀와, 지구와, 이 세상과, 이 세상의 아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상상을 좋아하고. 나를 상상으로 이끄는 것들을 좋아한다. 음식들은 나를 자주 상상하게 만들고, 상상은 나를 알 수 없는 저 세계로까지 데리고 간다. 그러니까 내게 음식을 상상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이다. (…) 음식을 상상하면 ‘동심’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한 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아이가 되는 기분이다. 이 기분이 그렇게나 좋을 줄 몰랐다. ‘童心’이면서 ‘動心’이다. 아이가 된 마음이 출렁거린다. 그러면 나는 동물이 된다. 動物, 움직이는 물체. 그렇게 된 나는 세상의 움직임을 느낀다. 눈과 코와 귀와 입이 움직이고, 마음과 몸이 움직이고, 마음과 몸을 따라서 세상의 음식들, 세상의 음식들이 불러온 모든 것들이 움직인다. 그것들이 마음과 몸을 타고 흐른다. --- pp.272-274 「참새의 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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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나를 상상하게 하고, 먼 곳까지 데리고 간다”
소설가 한은형이 이야기하는 삶의 사소한 기쁨 한 그릇에 담긴 세계는 항상 그보다 더 크다. 그리고 그 세계를 가장 ‘맛있게’ 들려줄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바로 소설가 한은형일 것이다. 『레이디 맥도날드』 『거짓말』 등 날카롭고 감각적인 소설로 독자들을 사로잡아온 작가는 여러 권의 음식 에세이를 펴낸 자타공인 미식가로, ‘먹는 이야기’라면 빠질 수 없는 최고의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음식 앞에서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아이가 되는’(273쪽) 사람, 한은형 작가에게 음식이란 상상을 불러와 다른 세계로 데려가주는 존재다. 귤을 쪼개는 순간에서 이타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과자 한 봉지를 두고 감자칩 연구원이 되어 진지한 토론을 벌이며, 음악을 듣다가 버몬트와 바몬드카레의 연결고리를 떠올리는 것 또한 그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음식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작가만의 소설적 상상과 사유의 문장을 만나 문학과 예술, 철학의 세계에 가닿았다가, 기꺼이 다시 일상 위에 내려앉는다. 『먹는 기쁨에 대하여』는 작가가 오랫동안 쓰고자 했던 제철 음식과 슬로푸드, 소울푸드에 대한 이야기에,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한은형의 상상식당’을 비롯해 여러 지면에 발표해온 글들을 더해 완성되었다. 음식을 매개로 펼쳐지는 한은형 작가만의 깊고 매력적인 시선, 그리고 맛깔스러운 기쁨의 순간을 음미해보기 바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맛을 그리워한 기분이 든다” 시간과 계절을 만나 천천히 깊어지는 음식 이야기 이 책은 ‘S’로 시작되는 네 개의 키워드-Season(시즌 푸드), Soul(소울푸드), Slow(슬로푸드), Story(푸드 스토리)-를 따라 음식의 세계를 여행한다. 시간이라는 큰 주제 아래 4부에 걸쳐 느슨하게 연결된 53편의 글은 식문화와 요리, 식재료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위트로 가득하면서도, 슬로쿠커로 요리한 음식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1부에서 ‘죽순 사치’ ‘대극천 복숭아’ ‘안흥찐빵’ 같은 제철 음식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금 여기’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2부에서는 계란밥, 치킨, 냉면 등에 얽힌 추억이 소환되며 삶과 생명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3부는 발효와 장, 담금술, 사찰음식의 세계를 탐색하며 느리게 사는 삶의 감각을 되새기고, 4부에서는 소설가의 상상을 따라 타인의 삶과 예술, 낯선 세계를 만나기도 한다. 생생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쓰인 음식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인 박연준의 말처럼 “인생의 쾌미”가 전해지고, 작가 김신지의 말처럼 “사는 일에도 감칠맛이 돈다”. “오늘은 무엇을 먹어서 또 스스로를 기쁘게 할 것인지“ 오늘을 조금 더 맛있게 살아가는 방법 『먹는 기쁨에 대하여』 곳곳에는 일러스트레이터 메그(김지은) 작가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그림이 선물처럼 함께한다.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터치와 섬세한 감각이 어우러진 그림들은 한은형 작가의 글과도 닮았다. ‘씀바귀 김밥’ ‘서프라이즈 국수’ 등 책에 등장하는 레시피나, 감자칩 모음집 등을 매력적인 그림으로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기쁨을 선사해준다. 누군가는 물을지 모른다. 고작 음식 이야기 아니냐고. 그러나 가장 사소한 일부가 때로는 삶 전체가 되기도 한다. 음식 에세이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이 한 권의 책에서 혀끝에서 시작된 감각이 가장 멀리까지 나아가는 순간, 우리는 넓고 깊은 기쁨의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무엇을 먹어서 또 스스로를 기쁘게 할 것인지. 무엇이 되었든, 기쁘게 할 무언가를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은 잠시 잊고요.”(34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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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쾌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솔직히 나는 먹거리를 고민하는 일을 인생의 난제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무얼 먹지? 대충 먹지. 이렇게 생각하며 끼니를 ‘때우던’ 내가 이 책을 통해 달라졌다. ‘아무거나’가 아닌 ‘무엇’이 먹고 싶어진 것! 책을 쥔 채 인터넷 검색 창을 들락거리며 호기심과 군침을 주체하지 못했다. 호박고지가 쏙쏙 박힌 시루떡이, 씀바귀를 넣은 김밥이 당장 먹고 싶어졌다. ‘슬로쿠커’로 묵은지를 지져 먹고, “복사꽃이 채 지기 전에 복을 먹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작가의 문체에서 ‘귀여운 기개’와 잔잔한 유머를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톡톡, 떨어지는 별사탕을 먹는 기분이랄까. 먹는 데 진심인 사람은 살아가는 데 진심인 사람일 테다. 그런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알고 나니 꼭 친해진 기분이 든다. 그러니 작가님을 한 달만 따라다녀도 되겠냐고 물어보면, 기겁하시려나. -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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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삶이라는 재료 본연의 맛을 누구보다 잘 살리는 셰프다. 그래서일까. 소설가의 주방을, 단골집을, 추억 속을 걷는 동안 내내 허기가 졌다. 섬세한 문장으로 요리된 음식을 향한 허기라 여겼는데 점차 알게 됐다. 달큰하고 시고 맵싸하게, 뜨겁고 차갑게, 그러니까 가능한 한 생생하게─이 삶을 맛보고 싶은 허기라는 걸. 잘 살고 싶어 허기가 진다. 사는 일에도 감칠맛이 돌게 하다니, 소설가란 역시 최고의 셰프다. 먹는 일은 결국 삶에 대한 의지이자, 삶이 주는 기쁨. 오늘을 살아낼 기운이 없는 이에게 미음을 떠먹이듯 이 책을 읽어주고 싶다. - 김신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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