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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2장 3장 4장 종장 옮긴이의 말 |
Akiko Abe,あべ あきこ,阿部 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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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동생의 전 연인은 벌써 19분째 지각이었다.
--- p.9 북유럽풍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카페에서 테이블 앞에 나타난 여자는 아주 튀었다. 블루데님 작업복에 투박한 블랙 컴뱃 부츠. 머리는 높은 위치에 둥글게 만두처럼 묶었고, 자그마한 역삼각형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다. 전투기 정비사가 일을 마치고 기지에서 훌쩍 나온 듯한 분위기였다. --- p.13 “너, 유언장과 유서를 혼동하나 본데? 유서는 죽으려고 결심한 사람이 이유를 적어 남기는 거지만, 유언장은 자기 사후를 대비해 남은 재산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법적 효력을 지닌 방법으로 명시해두는 거야. 젊고 건강해도 유언장을 작성해둬서 손해 볼 것 없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아.” --- p.54 눈앞에 놓인 것은 믿을 수 없게도 파르페였다. --- p.82 “누구나 굶주리지 않고, 매일 생활하는 곳에서 편히 지낼 수 있어야 해요. 아이나 어른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라도.”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어질러진 집을 보면 비참한 기분이 들었던 것과 그저 공복을 달래기 위해 츄하이로 삼켰던 비스킷의 맛이 문득 생각났다. --- pp.102-103 “미래는 암울할지도 모르지만, 달걀과 우유와 설탕은 어지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너는 너랑 엄마가 먹을 푸딩을 네 힘으로 언제든 만들 수 있어.” 세상 전부가 싫다는 듯 짜증이 가득했던 소녀가 지금은 조용히 세쓰나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동자가 천천히 물기를 머금고 흔들리는 것을 가오루코는 바라보았다. --- p.133 “선의는 기름과도 같아서 사용법이나 양 조절을 잘못하면 오히려 상대를 힘들게 하니까요.” --- p.114 “하지만 영양을 챙기는 게 의미가 없다는 말은 그냥 넘어갈 수 없네. 죽을 때까지는 살아야 하고, 건강하지 않으면 살아가는 게 점점 더 괴로워져. 최대한 쾌적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영양은 필요해. 그리고 말이야, 주먹밥을 만들 줄 알게 되면 인생의 전투력이 올라가.” --- pp.130-131 “가토 쇼콜라, 이렇게 금방 만들 수 있어?” “레시피에 따라 다른데 이건 녹인 초콜릿에 생크림 대신 버터를 넉넉하게 넣고 우유, 달걀과 설탕을 섞어서 굽기만 하면 돼서 꽤 간단해요. 뭐, 칼로리 대폭발인 악마의 음식이지만요.” “살아가려면 가끔 악마에게 영혼을 팔 필요도 있지.” “드물게 마음이 맞네요.” --- pp.143-144 갑자기 눈앞에 닥친 여러 가지 사실에 감정이 엉망으로 무너져서, 수습할 수 없는 혼란 상태에 빠진 탓에 마음은 손쉽게도 분노라는 수단을 선택했다. --- p.256 실망과 체념이 애정을 송두리째 뽑아준다면 차라리 얼마나 편할까. 그러나 사랑은 끈질긴 잡초처럼 가슴에 뿌리내려서 아무리 뽑고 또 뽑아도 아주 조금 내린 비만으로도 이렇게 숨을 되찾는다. --- p.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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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잃고 멈춰버린 일상
그 끝에서 열린 새로운 세계 “오노데라 씨. 혹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서 한 번 더 말할게요. 하루히코가 죽었어요. 아직 스물아홉 살인데. 하루히코는 일부러 유언장을 준비해서, 오노데라 씨에게 자기 재산을 나눠주겠다는 의사를 남겼어요. 그러니까 이건 당신을 위한 하루히코의 인생 마지막 진심이라고 해도 좋아요. 그걸 필요 없다고 하다니, 실례지만 당신, 몸속에 모스그린이나 코발트블루 색깔 피가 흐르는 거 아니에요?” _18쪽 사십대 여성 가오루코는 남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일상이 무너진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흔적이 없어 원인 불명의 돌연사로 판정되지만,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써뒀다는 사실은 끝내 의문으로 남는다. 이해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가오루코는 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전 여자 친구 세쓰나를 찾아간다. 어렵게 마주한 세쓰나는 매정한 태도로 부탁을 거절하고,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팽팽하게 충돌한다. 그러나 세쓰나가 정성껏 차려낸 요리 한 그릇을 계기로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그렇게 절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생활의 작은 반경을 정돈하는 일은 어떻게 나와 타인의 마음을 구원하는가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우는 ‘카프네’의 시간 “집은 청소해도 금방 지저분해지고 음식도 먹으면 사라지죠. 그래도 괜찮아요. 고작 이삼일 정도라도 평소보다 집이 지내기 편해지고, 애써 뭘 만들지 않아도 이미 맛있는 밥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런 환경만 있다면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어요. 살아가기 위해 행동할 기력을 가질 수 있어요. 이게 카프네를 시작한 이유예요.” _103쪽 가오루코와 세쓰나는 가사 대행 회사 ‘카프네’에서 각각 청소와 요리를 맡아 파트너로 일하며 의뢰인의 집을 찾아간다.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어질러진 방이 아닌,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이 투영된 공간이다. 아픈 가족을 간호하거나 독박 육아를 떠안는 등 제각각 사연을 지닌 의뢰인들은 혼자 버티다 스스로 지쳤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 이들이다. 방치된 집안일과 텅 빈 냉장고는 ‘생활이라는 싸움’을 견뎌온 현대인의 피로와 고독을 드러낸다. 두 사람은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묵묵히 방을 정리하고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마련해준다. 이 작은 개입은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우는 회복의 시간이 된다. “그러면 세상 풍파를 극복하기 위해 일단 배를 채우죠.” 영혼을 위로하는 영양가 있는 음식들의 향연 꼭대기에 올라간 딸기는 마지막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고, 하얀 크림과 스펀지케이크가 이루는 완만한 언덕에 살짝 스푼을 넣었다. 수맥을 찾은 것처럼 농염한 초콜릿 소스가 쏟아져나와 가슴이 뛰었다. 그래, 이 파르페를 본 순간부터 계속 두근거렸다. 초콜릿 소스가 묻은 크림과 스펀지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달콤하다. 술 이외에는 전부 싫다고 생각했는데, 풍성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 순간, 몸 안의 세포가 되살아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_83~84쪽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다채로운 음식들이다. 세쓰나는 각자의 사정에 맞는 메뉴를 선정해 요리한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만든 딸기 파르페, 맥주인 척하는 사과 주스, 달걀 된장과 주먹밥, 무지개색 피자 등 다양한 음식이 등장한다. 저자 아베 아키코의 감각적이고 위트 있는 묘사는 음식의 맛은 물론, 그것을 마주한 인물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식사를 나누는 장면은 식탁이 ‘먹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 속 음식들은 도서에 수록된 《카프네》 초간단 레시피 책자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는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아니지만 함께 맛있는 밥을 먹자 관계의 지평을 열어 우리의 내일을 긍정하는 소설 “아니야…… 오늘은 그거 말고, 저기, 나랑 네가 먹고 싶은 걸 먹자.”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하루히코도 없고 기미타카도 없다. 그래도 좋은 것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만은 아닌, 앞으로의 내 인생을. _225쪽 한편 이야기의 이면에는 남동생 하루히코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남아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가 남긴 유언의 뜻은 무엇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가족과 타인, 그리고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물으며 독자를 예상 밖의 결말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것은 기존의 가족이나 연인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두 여성이 서로를 향해 쌓아가는 유연하고도 단단한 신뢰다. 이들의 낯설고도 다정한 연대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그려낸다.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겨주는 행위’라는 제목의 뜻처럼, 《카프네》는 다정한 접촉과 사소한 돌봄이 오늘을 살아내는 가장 강력한 실천임을 보여준다. 웅크린 몸에 기지개를 켜듯 “내일도 살고 싶다”는 상쾌한 마음을 건네는 소설이다. ■ 일본 서점 직원들의 찬사 ★★★★★ “깨끗하게 청소한 정돈된 방에서 수제 주먹밥과 푸딩을 먹으며 읽는 것을 추천” ★★★★★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중인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 “읽는 동안 곁에서 함께 걸어주며, 살며시 등을 밀어주는 듯한 따뜻함이 가득한 이야기” ★★★★★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꼭꼭 씹어 먹듯이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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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네》는 특유의 발랄한 문체 덕분에 단숨에 읽히지만, 결코 가벼운 작품은 아니다. 이 소설은 상처의 치유와 재생, 그리고 돌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작가는 ‘회복’을 거창한 구원이나 극적인 각성의 순간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소박한 식사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책을 읽는 동안 따뜻한 밥 한 그릇과 잘 정돈된 방이 약보다 더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카프네》를 읽는 일은 멈춘 것처럼 보였던 순간에도 삶이 여전히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경험이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이상하게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박상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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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끓여낸 뜨거운 음식이 먹기 좋게 따뜻해지고 이내 차가워지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 소설은 함께 먹는 음식이 식어가는 틈에 깃드는 짧은 평온의 표정을 고유하게 선사한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식기 전에 먹어, 금방 치우니까 쉬고 있어, 잠시 눈이라도 붙여 같은 말로 꽁꽁 언 마음을 서서히 녹인다. 발을 뻗을 만큼만 조금씩 정리해보는 마음으로, 차가워진 음식을 다시 한번 데워보는 마음으로, 찬찬히 오늘을 함께 바라보자고 한다. 말줄임표를 달고 조심히 내뱉던 맛있다는 한마디들은, 내일도 살고 싶다는 말처럼 다가왔다. 카프네라는 반경. 아베 아키코가 그린 세계처럼 안팎으로 식구가 되어 살아가는 삶을 꿈꿔본다.” - 임진아 (에세이스트, 삽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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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묘사에 압도당하며 읽었다. 제목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울었다.” - 마치다 소노코 (《바다가 보이는 편의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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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서로를 이해하는 건 어렵다. 그러므로 인간은 함께 식탁에 앉는 것이다.” - 미즈노 요시키 (밴드 이키모노가카리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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