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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
내가 찾아간 이탈리아 대자연의 땅 #1. 네그레제(Negrese) 01 어서 와, 이탈리아는 처음이지? 02 아그리투리스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03 민박집 대가족의 식탁 04 비오는 날 부엌에서 05 제철 식재료와 신선한 먹거리 06 만자레, 칸타레! 07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이탈리아어 # 2. 로카도르차(Rocca d’Orcia) 08 여행의 묘미 09 도시락 친구 10 순수한 열정을 만나다 11 여행에서 일상으로 12 우주와 이어진 와인 13 차오, 내일 또 만나! 14 스푸만테에 도전 15 버스 정류장에 나타난 천사 16 이탈리아 여자가 사는 법 17 자연의 소리 *여행준비물 #3. 피렌체(Firenze) 18 피렌체 홈스테이 19 나만의 지도를 만들다 20 도시의 아침 풍경 21 여자들의 멋 남자들의 멋 22 젤라또 천국 23 돌의 도시, 나무의 도시 24 커플, 커플, 커플… 25 몸을 생각하는 젊은이들 26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27 쁘띠 바캉스 28 도시의 작은 공방에서 29 사랑으로 사는 장인 *이탈리아 커피의 종류 #4. 수확의 이탈리아로(La raccolta) 30 시장에 가다 31 엄마의 요리를 배우다 32 해질녘의 아페리티보 33 포도 수확 34 수도원 생활 35 극장식 레스토랑 36 토스카나의 향기 37 작은 미술관 38 내가 좋아하는 모자 39 안경 식당 40 이국에서 온 구두 장인 41 귀족의 레스토랑 *피렌체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 지도 *피렌체에서 꼭 가보면 좋은 곳 리스트 작가의 말 |
Hirasawa Mariko,ひらさわ まりこ,平澤 まり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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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들었던 ‘아그리투리스모’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며 떠나질 않았다. 재미있는 어감에 내 마음이 술렁거렸다. 이탈리아의 농가에서 일손을 도우며 머무는 여행 스타일이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밭에서 금방 따온 신선한 채소로 만든 음식을 식탁 가득 늘어놓고 “밥 먹어라!”하고 부르며 태양처럼 밝은 미소로 손짓하는 엄마의 모습.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은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 --- p.2
드디어 떠나야할 때가 왔다. 어떻게든 짬을 내서 내 눈으로 직접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이 늘 그러하듯,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호기심과 약간의 용기와 웃는 얼굴만 있으면 어떻게든 길은 열린다고 믿는다. 튼튼한 위장과 이탈리아어 사전을 장착하고,목표는 “만자레 칸타레 아모레!(Mangiare, Cantare, Amore!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의 나라로 혼자 떠나는 여행. 어른의 모험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 p.3 “본 조르노(Buon giorno, 안녕하세요)!” 민박집 주인 할머니 안젤라가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느릿한 걸음으로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기분은 어때? 푹 잤어?” 그렇다. 어젯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와인을 마시고 취기와 졸음으로 몽롱해진 나는 일찌감치 방으로 자러 들어갔다. 이탈리아어도 못하는 내가 이곳에 혼자 남겨지는 초조함마저 잊을 정도로 졸음이 쏟아지는 바람에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하는 근심어린 목소리를 들었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났다. 오늘 아침은 의외로 컨디션이 좋다. --- p.14 “뭐 만들어? 나도 할래! 나도 할래!” 마치 지브리 만화의 주인공처럼 씩씩하고 호기심 많은 무적의 세 살짜리 꼬마가 나타나자 카를라는 역시 무덤덤하게, 나한테 했던 것과 똑같이 설명해주었고 베아트리체도 진지하게 듣고 있다. 한참 동안 셋이서 토르텔리를 빚었고, 첫날 아침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렇게 달랑 몸 하나만 가지고 찾아들어온 작은 민박집에서의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 p.15 밖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둘이서 느긋하게 파스타를 만들고 있다. 이건 뭘까, 이 편안함은. 불과 며칠 전에 처음 만난 이 집 식구들과, 상상할 수 없는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 카를라의 부엌에는 빗소리와 함께 느긋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평온한 아침이다. --- p.19 “맞아! 하고 싶은 것에 파시오네(열정)를 쏟는 것은 정말 근사한 일이야! 인생은 짧으니까. 신이 주신 천직을 만난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네!” 마르코 말이 맞다. 하고 싶은 일을 만나,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다. 이곳으로 오길 참 잘했다! 왠지 기분이 좋아져 술 한잔 하러 가고 싶었지만,바에서 카푸치노를 마시고 포도나무가 기다리는 언덕을 향해 차를 몰았다. --- p.39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하려는 용기를 낸다면 상대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고 그 순간 여행은 일상이 된다. 아주 조금씩 몸도 마음도 이곳 일상에 익숙해지고 있다. “안녕, 잘 잤어?”하는 아주 사소한 인사가 이렇게 기쁠 수 있다니! 정말이지 여행이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의 연속이다. --- p.41 포데레 포르테에서는 이탈리아 내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는 비오디나미 농법을 채택하고 있다. 비오디나미 농법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자연계에 있는 것을 이용해 조합제를 만들고, 땅속에 있는 생태계를 정비해 재배하는 방법이다. 자연에서 비료를 찾고 자연에서 성장 동력을 구하는데, 잡초를 뽑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과 공존한다는 이치다. --- p.44 포데레의 토지를 바라보며 그들이 말했다. “화이트 와인도, 스푸만테도, 최고의 와인을 만들면 독립해서 이 주변의 땅을 전부 사들인 다음 와이너리를 만드는 게 우리의 야망이야!” 꿈은 클수록 신비한 힘이 작용하는 것 같다. 그 꿈이 구체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끄러움 같은 건 일단 제쳐두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믿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하지만 꿈을 향해 인생을 어떻게 맛있게 숙성시킬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스푸만테가 맛있게 익을 무렵, 우리들은 어떤 건배를 하게 될까. --- p.49 혼자 떠나는 여행은 늘 조마조마하지만 그만큼 생각지도 못한 인연에 먹먹해질 정도의 행복한 순간도 만나게 된다. 평범한 하루까지도 잊을 수 없는 일생일대의 스펙터클한 하루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 p.51 시에나의 거리는 아름다웠다. 대성당 부속 미술관 위에서 내려다보는 파노라마가 근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좁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와 보니 눈앞에 숨 막히는 광경이 펼쳐졌다. 멀리 보이는 산, 토스카나의 구릉, 고도 시에나의 거리. 모든 것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물감 중에 번트시에나라는 오렌지가 섞인 짙은 황갈색이 있는데 그것은 이 경치가 황혼에 물들 때를 표현한 색이라고 한다. 인정! 하늘과 맞닿은 오렌지색 지붕과 중후한 석조건물들이 일제히 노을에 물들었을 때, 당연히 색 이름으로 쓰고 싶어지는 광경이었다. --- p.52 지도를 들고 찾아간 곳은 유기농 카페인 ‘카페라떼’. 작은 진열장에는 수제 케이크가 있고 아담한 실내에는 낡은 의자가 늘어서 있다. 테이블 크기도 제각각이라 척 보기에도 문과생처럼 보이는 여자가 조용히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커피와 함께 오후를 보내기에 딱 좋은 카페다. 도시에는 언뜻 봐서는 알 수 없는 숨겨진 장소가 존재한다. 하나씩 둘러보며 다니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 p.65 어느 나라에 가든 나는 시장을 궁금해한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음식’이 모이는 장소에는 그 도시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흥미롭고, 그 토지가 내어준 맛을 만나는 것 또한 무척 즐거운 일이다. 그곳이 이탈리아라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피렌체에 있는 몇몇 시장 가운데 도시 중심에 자리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중앙시장이다. 그 규모와 범상치 않은 외관만 봐서는 언뜻 시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 발자국 들여놓으면 그곳은 이탈리아인들의 위장을 채워주는 원더랜드다. --- p.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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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iare, Cantare, Amore!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 여행이 늘 그러하듯,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호기심과 약간의 용기와 웃는 얼굴만 있으면 어떻게든 길은 열린다. -Mariko Hirasawa- 이탈리아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 ‘아그리투리스모!’ [알쓸신잡3]에 소개된 이탈리아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 아그리투리스모!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는 이탈리아어로 농업을 뜻하는 아그리콜투라(Agricoltura)와 여행을 뜻하는 투리스모(Turismo)의 합성어로, 이탈리아 농가 민박에 머무르며 자연을 즐기는 여행법을 말한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에 지친 요즘 사람들은 소도시 여행을 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특히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작은 시골마을에서 풍요로운 삶의 여백을 찾아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한번쯤 해보고 싶어한다. [알쓸신잡3]의 잡학박사님들이 사랑한 도시 피렌체, 중세의 도시 시에나, 그리고 목가적인 농가 풍경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키안티 등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은 엄청난 문화유산과 함께 감동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여행작가인 마리코는 ‘아그리투리스모’라는 생소한 단어에 매력을 느껴서 3개월 속성 코스로 겨우 단어만 몇 개 외운 채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을 떠났다. 네그레제의 농가 민박집을 시작으로 피렌체, 시에나, 로카도르차의 농가에 길게는 일주일, 때로는 2-3일간 머물면서 슬로푸드, 유기농, 와이너리 체험,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등 느린 삶과 평온함이 깃든 일상을 경험하고 돌아온 작가는 여행의 감상을 멋진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엮어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을 출간했다. 작가는 출발 전, 아그리투리스모에 혼자 머무는 건 좀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홈스테이와 아그리투리스모의 차이를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홈스테이는 이름 그대로 가정집에 머무는 것이라 집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고, 이야기를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물론 밥도 함께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아그리투리스모는 숙박시설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식사뿐 아니라 모든 걸 혼자 해야한다. 어쩌면 혼자 떠난 여행자에게는 더욱더 고독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리코는 쾌활한 성격과 자신만의 용기있는 여행 방식으로, 아그리투리스모에 머무는 첫날부터 그곳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하고 가정식 요리를 배우며, 와인제조를 돕기도 하면서 다양한 농가체험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마치 현지인처럼 일상에 자연스레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아그리투리스모의 대가족 문화에 어울리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즐거움이 가득 담겨 있다. 대자연의 땅 토스카나의 풍요로운 일상을 하나둘 모은 열정의 기록! 로카도르차, 피렌체, 키안티가 있는 토스카나주는 이탈리아의 중앙에 위치하며, 비탈진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자연의 땅이다. 예로부터 귀족들과 부호와 문화예술인들이 토스카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휴양지로 이용했으며 이곳은 포도와 올리브오일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토스카나는 한창 영화를 누리던 때로 메디치 가문이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보티첼리와 같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을 후원하면서 문화와 예술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 훌륭한 조각작품이나 회화, 건축물은 이곳 토스카나의, 아니 이탈리아의 보물로 이 땅에 살아 숨쉬며,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시간이 되면 민박집 마당엔 불빛이 환하게 밝혀지고, 고기가 알맞게 익어갈 무렵 그 향기에 이끌리듯 가족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대자연에 둘러싸인 아담한 중정엔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시원하게 뚫린 파란 하늘 아래, 아직 라벨도 붙이지 않은, 차가운 와인으로 건배를 하자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만자레, 칸타레(먹고 노래하자!). 즐거운 일을 소소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이탈리아인은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풍요로운 시간을 즐긴다. 여름이 되면 토마토가 맛있게 익으니 엄마들과 엄청난 양의 토마토 소스를 만들고, 가을이 되면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돕는다.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들은 땅에 대해 뭐든 알고 있어 계절마다 맛있는 요리를 잔뜩 만들어준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아니, 어른들에게도 이 얼마나 건강한 날들이란 말인가. 땅에서 점점 멀어져 많은 것을 편리함이나 시간으로 바꾼 도시의 삶과 달리 이곳 사람들은 땅에 발을 굳건히 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포도의 달콤한 향기, 내리쬐는 태양, 발이 내딛고 선 땅의 감촉, 그리고 모두의 웃는 얼굴. 친구들의 밭에서 수확을 한다는 소망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모든 것에 공감하는 풍요로움을 느끼며 채워지지 않았던 조각이 무사히 끼워진 것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광대한 포도밭에서 모두의 얼굴을 떠올리며 수확이라는 커다란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_본문 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그 하루가, 아니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게다가 그것이 노을이 지는 하늘을 느긋하게 바라보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면. 이탈리아에는 이 시간을 즐기는 ‘아페리티보(Aperitivo)’라는 문화가 있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식사를 하기 전에 도수가 낮은 칵테일과 바 메뉴로 식욕을 돋구는 이탈이아의 독특한 식문화이다. 저녁 6시쯤 되면 마을의 바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수트를 입은 채로 카운터에서 잔을 기울이는 비즈니스맨도 있고, 밖에 마련된 테라스에 편히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연인들도 있다. 맥주를 마시며 혼자서 이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할아버지도 행복해 보인다.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에는 이렇듯 오래 머무는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 뿐 아니라 구두 장인의 오래된 공방,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모자 공방, 오래된 카페, 다양한 젤라테리아 등 이탈리아 소도시의 소박한 가게에서 만난 풍경을, 정감있게 그린 일러스트와 따듯한 시선이 담긴 사진으로 가득 채우고 있어서 눈으로 읽기에도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