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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동네술 겨울의 사랑 서커스 타운에서 온 병정 밤배 씨값 The Wedding Shoes 해설_ 서종택(소설가, 고려대 명예교수) 밤배 고동소리로 오는 감동 작가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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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시장에서 노인의 앞 판자 위에 놓인 꽃신을 보다가 오고 또 오곤 했다. 앞으로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결심이, 올 때마다 이 시장 모퉁이에 더 오래 있게 한다. 다시 오면 꽃신이 한 켤레씩 눈에 띄지 않았지만 사려고 머뭇거리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슬퍼서는 안 될 일이 슬프게 되어버린 어떤 결혼의 내 추억처럼 꽃신을 사가는 사람은 눈에 잡히지 않았다. 지금 저 판자 위에 꽃신 다섯 켤레만이 피난민으로 가득 찬 시장의 공허를 담고 있다. 그것이 다 팔려 가기 전, 한 켤레 신발을 위해 돈주머니를 다 털어 버리고 싶지만 결혼 신발 아닌 슬픔을 사지나 않을까 두렵다.
---「꽃신」중에서 남은 달걀을 다 부쳤다. 피리아저씨도 점잖은 말과 달리 저 미군같이 한두 입에 다 먹었다. 두 사람이 굶주리고 왔는데 동네 사람 배고픈 사정을 내가 몰랐구나. 나는 피리아저씨한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다. ---「동네 술」중에서 지안이 들고 오던 조그만 찻잔, 그 둘레같이 완전한 사랑의 꿈은 찻잔에 입술을 댈 때마다 지안의 마음에 음악을 들려주었을 것이다. 지금 그 잔에 조그마한 금이라도 간다면 지안이는 모진 상처를―차라리 내가 그 잔을 버리고 음악도 잊어버리고 어디로 영 가 버리는 거다. 이 언청이 입술로 어두운 곳에서 저 진달래 꽃잎 같은 입술을 찾아 꼭 누른다면 어떻게 될까? 지안은 아파서 피를 흘리겠지. 그렇지만 지안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람마다 아픈 상처가 있는 것. 요즘 세상에 흉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 상처 있는 곳이 다를 뿐이지. ---「겨울의 사랑」중에서 “얘들아, 크라운은 왕관이고 이 서커스 클라운은 코가 아주 크다. 너희들 코 두 개 뭉친 것보다 더 크다. 속이 아무리 답답해도 클라운은 귤 하나 들어갈 만한 큰 입 벌리고 웃는다. 익살을 부려서 남을 웃기기만 하는 것이 클라운이다.” 그때 내 앞에 섰던 애는 희미하게 볼 수가 있었다. 이마에서 곧장 웃고 있는 입까지 내려온 딕의 코를 만져 보려는 듯 손을 뻗더니, “크라운 아저씨.” 딕을 가리키며 그 애가 소리쳤다. “이 아저씨가 크라운이지. 헬로 크라운.” ---「서커스 타운에서 온 병정」중에서 그 배는 계절과 함께 쭈그러든 것같이, 고향으로 가지도 못할 것같이 내가 기억했던 것보다 아주 작아 보인다. 많은 선객들을 보자 나도 그 틈에 끼었다. 배에 오르니 생선, 해초 냄새―이제야 고향에 들어선 것 같다. 옷 보따리를 든 사람들을 밀어붙이며 선실 불빛을 향해 앞으로 갔다. ---「밤배」중에서 송화는 조갯살을 공중 높이 던졌다. 조갯살은 바람에 날리어 치마 위에 떨어진다. 바우도 송화 바구니 속에서 왕새우를 집어 높이 던진다. 새들이 두 아이를 둘러싸고 빙빙 돈다. 송화는 연방 조갯살을 바우에게 주면 바우는 그것을 공중 높이 던지고 송화는 조개와 소라를 바위에 부수어 바우에게 주곤 한다. 바구니에 조개가 다 없어질 때까지 그들은 그런 장난을 했다. ---「씨값」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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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문화차이를 뛰어넘어 세계를 감동시킨
김용익 대표 단편 소설 7편 매일 수많은 해외 소설들이 한국에 번역 출간되고 있다. 반면 한국 작가의 소설이 해외에 소개되는 일은 그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김용익의 소설은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 국가와 유럽, 심지어 인도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소개되며 작품에 대한 극찬과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 문화가 아직 낯설게만 느껴졌을 그 시절, 김용익은 한국 특유의 정서와 토속적인 정취를 진하게 담은 소설로 해외 수많은 매체와 기관에 깊은 감명을 남겼다. 김용익에 대한 관심은 소설에 그치지 않았고, 이내 다른 예술에도 새로운 영감을 주며 그의 작품은 미국과 한국 등에서 연극, 발레, 영화,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었다. 이 책에는 해외에 발표되어 깊은 사랑을 받은 소설들 중 김용익이 우리 정서에 맞게 한국어로 다시 쓴 작품 6편과 영문 작품 1편, 총 7편의 단편을 담았다. 해외 유명 매체들이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 극찬하며 주목한 데뷔작 ‘꽃신’과 그 원문 ‘The Wedding Shoes’가 각각의 언어로 문장의 미려함을 선보이고 있으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 ‘밤배’, 한국전쟁 중의 한국 사회를 잘 묘사한 ‘동네 술’, ‘겨울의 사랑’, ‘서커스 타운에서 온 병정’, ‘씨값’을 소개한다. [해설] 김용익의 소설은 그가 도달한 문학적 성취에 합당한 평판을 받지 못했다. 한국 현대문학사는 그를 소홀했거나 지나쳤다. (중략) 김용익의 소설은 향토성과 세계성이 만나는 문학사의 보기 드문 사례이다. 아련한 그리움의 정서와 현실과의 대결에서 마침내 맛보게 되는 그득한 상실감······ 그 한국적 향수와 페이소스는 사라져 가는 ‘꽃신’의 환영처럼 애처롭고 ‘밤배’ 고동소리로 크게 울린다. -서종택(소설가, 고려대 명예교수)_ ‘밤배 고동소리로 오는 감동’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