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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씨앗
아시땅 해녀 회고_ 김수환 나의 삼촌 김용익 작가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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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복이는 안 할 말을 했는가 싶어 짐 보따리가 가득 쌓인 마차를 올려다봤다. ‘새눈깔’이라고 섬 애들한테 놀림받고 있는 것을 어머니에게 말한 일이 없었다. 애들이 ‘새눈깔’ 하면서 떠다밀고 웃고 까불면 견디다 못해 주먹질 발길질로 힘껏 싸우고 시퍼런 멍이 들어 집에 오곤 했지만, 왜 싸웠는지 어머니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도 다른 사람들처럼 검은 눈이 아니고 푸른 눈을 가져서 마음이 안 좋은지 궁금했지만 이때까지 감히 물어보지를 못했다.
“참 이상하지요?” 천복은 희고 넓은 이마에 어린애답지 않게 주름살을 짓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아 눈이 까만데 나만 왜 파란 눈이고 엄마도 그렇고 할머니도 파란 눈이었다 하대요. 그 할머니도 눈이 파랬을까, 우째서 그럴까요?” “나도 모른다. 씨앗 속에 파란 싹이 있어 그런 게지.” ---「푸른 씨앗」중에서 천복은 안경 값을 은전으로 치러 주고서 길 옆의 가게마다 유리창에 비치는 제 모습을 들여다보며 삼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중엔 안경을 호주머니에 넣고 저녁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바닷가를 서성거렸다. 차차로 어둠이 내리자 그는 지치고 근심에 쌓여 쪼그려 앉아서 먼 등대빛을 바라보았다. 저의 색안경 쓴 모습을 보면 어머니의 푸른 눈에 섭섭한 빛이 떠오를 게 뻔했다. 하지만 색안경으로 푸른 제 눈을 가리지 않고는 학교 애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는 것이다. 깜박이는 먼 등대불처럼 안경 끼고 학교를 갈까 말까, 그의 생각도 자꾸 자꾸 깜박거리기만 했다. ---「푸른 씨앗」중에서 약국 영감님이 내 붓글씨를 또 칭찬해 줬다. 남들이 아버지를 ‘술독’이라고 부르는 것은 안됐지만 어머니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술 마시면 동전을 잘 준다. 취했으면 은돈 하나 달래서 화선지를 사야지. 뜰방에서 짚자리 엮는 아버지 옆으로 가 봤다. 시무룩한 얼굴, 말이 안 나왔다. ---「아시땅」중에서 ‘내가 그 훤한 얼굴을 좋아하는 만큼 그도 나를 좋아하는지?’ 동생 옆에 누워도 ‘자두’ 총각 생각은 구름처럼 밀려오고 어쩐지 걱정이 됐다. 이렇게 자는 것도 곧 달라질 것이었다. 바다에 가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그러나 춘수는 눈을 감고 물밑의 정경을 그리면서 ‘나는 아직도 해녀다’라는 생각에서 안식을 얻으려 했다. ---「해녀」중에서 그는 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고 자신의 외모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평소에 입는 옷도 남에게 오해를 살 만하였다. 피츠버그 듀케인 대학에서 가르칠 때 한번은 구내 경찰이 웬 거지 같은 사람이 학교 안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는 그를 구내 파출소로 끌고 갔다고 한다. “무엇 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내가 이 대학 교수다”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던지 이름을 묻고는 즉시 교무실에 전화해 확인을 하고는 고개를 흔들며 보내 주더라고 하였다. 그 다음 주 대학신문에 삼촌 기사가 특집으로 나며 그 허름한 모습이 신문 표지에 실린 후 교내에서 그 경찰을 만나니 삼촌을 향해 깍듯이 경례를 붙였다고 했다. ---「 회고_ 김수환: 나의 삼촌 김용익」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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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아이가 차이와 오해를 넘어 우정을 쌓는 푸른 씨앗 등
오늘날에도 유효한 의미와 재미를 담은 김용익의 중단편 수록 미국과 유럽 청소년들은 모두 김용익의 소설을 읽으며 자랐다. 김용익의 대표 중편 ‘푸른 씨앗’은 덴마크 교과서에 수록되었고, 단편 ‘해녀’는 미국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그들의 청소년기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김용익의 소설을 올해의 우수 청소년도서로 선정하였으며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국의 기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김용익의 소설을 권했다. 한국 특유의 감성과 토속적인 정취가 강한 소설을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권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용익은 한국어판 『푸른 씨앗』을 펴내며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푸른 씨앗』에서 눈빛이 다르다 하여 이 작품의 주인공 천복이처럼 따돌림을 당하는 등 형제 싸움 같은 인종 차별이 없고, 인류의 앞날이 우리네의 지난 세월보다 더 평화롭게 서로 도와가며 조화로울 수 있기를 축원하는 나의 꿈을 표현하고 싶었다.” 인종 차별 등 수많은 차별이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해외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역시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편견으로 주인공을 차별하지만 이내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중편 ‘푸른 씨앗’과 단편 ‘아시땅’, ‘해녀’는 청소년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