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이정환의 다른 상품
|
주목할 부분은 정부가 200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모펀드의 은행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그해 5월 조흥은행이 미국계 투자펀드 서버러스(Cerberus)에서 5억 달러를 유치하기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을 때도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법의 대주주 적격성 조항을 들어 반대했다. 5억 달러면 14%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법에 따라 4% 미만인 1억 4,000만 달러까지만 가능하다고 통보했고 결국 서버러스는 조흥은행 지분 인수를 포기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도 같은 이유로 완강히 반대해왔다. 그런데 그해 6월 조지 H. 부시가 다녀간 뒤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칼라일의 꼼수, 누가 누구를 속였는가?」 --- pp. 50-51
검찰은 변양호가 의도적으로 외환은행 관련 보고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집중했다. 실제로 권오규는 대통령 당선자가 챙기던 업무일지에 조흥은행과 관련된 수많은 메모가 있었는데 외환은행 관련 메모는 거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피고인 변양호는 정권 교체기의 혼란을 틈타 결재를 편취하고, 상사를 기망하였으며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을 마비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다. 론스타가 살로먼스미스바니 한국 대표인 김은상 등을 통해 10억 달러에 51%의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가이드라인을 밝히고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도 변양호는 경제부총리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2002년과 2003년은 가뜩이나 김대중 정부가 물러나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던 과도기였다. 변양호는 ‘부총리 보고 필’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어 후임 부총리를 기망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무죄판결을 받았다. 「결론을 미리 써놓고 시나리오를 짰다」 --- p. 80 다음 날인 4월 25일 코메르츠방크의 재무부 부장 토마스 나우만(Thomas Naumann)이 방문한 자리에서 전용준은 “론스타의 51% 지분 확보는 전제 조건이고, 뉴브리지캐피탈은 경쟁 구도에 필요하지만 론스타 이외의 다른 대안은 국내에서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토마스 나우만은 이 자리에서 “물론 외환은행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지난 수년간 투자 수익을 제대로 낼 것을 기대해왔지만 결과는 바보 같은 투자를 했던 것으로 돼버렸고 이제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고 더구나 한국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신재하가 “딜이 무산되면 상반기 중에 정부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많다”고 하자 전용준이 “정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것 같다”면서 거든 정황도 확인되었다. 「BIS가 저래도 되는가?」 --- p. 134 7월 4일에는 모건스탠리와 살로먼스미스바니가 첫 미팅을 하고 본격적으로 자격 요건 문제를 논의한다. 변양호도 7월 4일 론스타의 자격 조건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한다. 외국계 펀드가 국내 은행 지분을 소유한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99년 6월 골드만삭스가 국민은행 지분 16.6%를 취득했고, 1999년 12월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 지분 100%를 취득했다. 2000년 9월에는 칼라일과 JP모건이 공동으로 한미은행 지분 36.6%를 취득했다. 골드만삭스는 의결권이 없는 지분이었고, 제일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한미은행은 형식적이나마 JP모건이 과반 지분을 보유, 금융기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론스타는 골드만삭스나 뉴브리지캐피탈이나 칼라일 등과 달랐다. 「죽은 사람이 팩스를 보냈다?」 --- pp. 217-218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은 외환카드 합병 이후 3년이 지난 2007년 1월에서야 검찰이 유회원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유회원은 네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으나 이듬해인 2008년 1월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해 법정 구속되었다. 그러나 그해 6월 고등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풀려났다.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던 건 외환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외환카드의 회생 방안 등을 제출하는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던 중이었고 감자 역시 대안 가운데 하나였다는 론스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감자 계획이 주가 하락을 부추기긴 했지만, 이미 주가가 하락 추세였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대법원은 3년을 끌다가 2011년 3월 유죄 취지로 다시 고등법원으로 내려보낸다. 그리고 10월 6일 파기 환송심 재판부는 유회원에게 징역 3년과 벌금 42억 9,500만 원을 선고하고 최종 유죄를 확정했다. 론스타코리아에도 벌금 250억 원이 선고되었다. 「누가 론스타의 눈치를 보는가?」 --- pp. 262-263 금융위원회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론스타는 마땅히 제출해야 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고 금융위원회 역시 제출하라고 요구해야 할 자료를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금융위원회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론스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얼마든지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설령 자료를 받지 못하더라도 이미 공개된 자료만 살펴봐도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공범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최종구(현재 금융위원회 위원장)는 과연 몰랐을까? 「론스타 구원투수, 김석동의 거짓말」 --- p. 297 하종선은 외환은행 매각과 무관하게 순수하게 변양호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의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했을까? 하종선은 3,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진술했지만 변양호는 이 가운데 1,000만 원은 자기 돈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하종선이 변양호의 동생 회사에 2,000만 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건 분명하다. 하종선은 “이 회사가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만나서 설명하고 싶은 것을 변양호가 들어주고 한 것에 대하여 고맙다는 마음의 복합적인 상태, 변양호의 부탁 등 3가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종선은 이 돈을 회수하지 못했고 투자 이윤이나 배당금을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고 변양호가 정확히 1,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허위 주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들만의 이너서클」 --- pp. 357-358 로스차일드는 그렇게 사들인 한라시멘트를 프랑스의 라파즈에, 한라펄프를 미국 보워터에, 한라공조의 캐나다 법인을 미국 포드에 각각 나눠 팔았다. 만도기계는 만도와 위니아만도(만도공조)로 분리되어 각각 선세이지와 UBS캐피탈 컨소시엄에 팔려나갔다. 로스차일드는 만도기계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도 6,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890억 원밖에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3,160억 원은 은행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할 여력도 대출 받을 자격도 안 되었다는 사실을 이용해 알짜배기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로스차일드는 그 과정에서 브리지론 수수료로 260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외자 유치는커녕 엄청난 국부 유출을 초래한 셈이다. 「로스차일드에 놀아난 한국 정부와 만도기계」 --- pp. 407-408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 가운데 일부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된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는 론스타펀드4호의 간주 고정 사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간주 고정 사업장은 기업이 다른 국가 내 지점 등과 같이 물리적인 사업 장소를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자기를 위해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독립적이지 않은 대리인을 통해 사업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그 외국 기업은 그 대리인 소재 국가에 고정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는데 이때의 사업장을 의미한다. 한국의 세법이나 조세조약에서 간주 고정 사업장과 일반적인 고정 사업장을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세 방법 역시 동일하다. 「국가 위에 군림하는 단 한 번의 소송」 --- pp. 481-482 이용훈은 대법관에서 물러나 변호사 개업을 하고 전관예우로 5년 동안 60억 원을 챙기면서 삼성과 론스타를 변호했던 사람이다. 다시 대법원장이 되고 나서도 유독 삼성과 론스타에는 몸을 사렸다. 심지어 삼성을 위해 임의로 재판부를 바꾸고 특정 판사를 배제하는 꼼수를 두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용훈의 논리 그대로 1심과 2심 판결이 나왔고 이용훈이 제척 사유로 빠진 대법원 재판에서도 삼성은 면죄부를 받았다. 독수리 5남매가 돌연변이였을 뿐, 단독판사들은 부장판사의 눈치를 보았고 부장판사는 수석 부장판사의 눈치를 보았다. 대법원을 보고 알아서 기거나 조직적으로 기었다. 이용훈이 몰랐다고 발뺌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거나 적극적으로 주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론을 만들었지만 그 토론은 재벌과 금융자본 앞에 취약했다. 「그들이 언제나 풀려나는 이유」 --- pp. 512-513 |
|
외환은행은 어떻게 불법 매각되었는가?
한국의 은행법에는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거나 금융지주회사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원천적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은행법은 시행령에서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매각 당시는 물론 그 이전에도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위원회는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이 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 예외 규정을 적용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외환은행에서 팩스로 보내왔다는 “최악의 경우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2003년 말까지 6.16%로 떨어질 것”이라는 자료에 근거해서 이러한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BIS 비율이 8% 이하면 부실 금융기관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 자료는 외환은행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 론스타 측에서 만들었다는 것이 2005년 10월 외환은행 문제를 점검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밝혀냈다. 외환은행은 2003년 2,13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그 이듬해인 2004년에는 5,221억 원의 당기순이익 흑자로 돌아섰으며 2005년에는 당기순이익이 무려 1조 9,293억 원으로 불어났다. 부실 금융기관이 될 우려가 있다던 외환은행이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2년 만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적 호전은 외환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와 동아건설 등의 경영 정상화에 따른 것이다. 실적 호전은 매각 협상이 진행되던 2003년 상반기부터 이미 예견되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왜, 멀쩡한 외환은행을 투기자본인 론스타에 팔아넘겼는가? 모피아, 검은 머리 외국인, 김앤장 2003년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에서 론스타와 칼라일, 뉴브리지캐피탈 등 사모펀드들이 한국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한국 경제를 농락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시장의 원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졌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숱하게 팔려나간 기업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 론스타는 그 일부일 뿐이다. 그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신주 2억 6,875만 주를 인수하는 데 1조 750억 원,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 등이 보유하고 있던 구주 6,000만 주를 인수하는 데 3,084억 원을 썼다. 외환은행 매각을 서두르던 2006년 6월,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의 남은 지분을 콜 옵션을 행사해 인수한 주식이 모두 7,715억 원에 이른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돈은 모두 2조 1,549억 원이다. 론스타는 2012년 2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지분 전량을 4조 4,059억 원에 내다팔고 떠난다. 그런데 그 이전에 배당으로 받아간 돈이 1조 7,098억 원이다. 2007년 6월, 콜 옵션으로 인수한 지분을 블록 세일 방식으로 내다팔아 1조 1,918억 원을 챙겼다. 결국 론스타는 외환은행 투자로 2조 1,549억 원을 써서 7조 3,085억 원을 벌어들였다. 순수익은 5조 1,536억 원에 이른다. 단일 거래 건으로는 기록적인 시세 차익이라고 할 수 있다. 론스트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는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외환은행 고위 간부, 법무법인 김앤장, 회계법인 삼정KPMG, 그리고 투기자본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맥과 이들이 어떻게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매각에 관여했는지 보여준다. 특히 변양호를 주목해야 한다. 변양호는 2001년 4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 2005년 1월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마지막으로 재정경제부에서 퇴직, 2005년 8월 보고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인물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변양호는 외환은행 매각을 두 달 앞둔 2003년 7월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비밀회동을 소집한 사람이다. ‘10인 비밀회동’이라고 불리게 된 이날 모임에서 외환은행 매각 방식과 절차가 결정되었다. 10인 비밀회동의 참석자는 변양호와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추경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김석동, 은행감독과장 유재훈, 외환은행 행장 이강원과 부행장 이달용, 경영전략부장 전용준, 한국 정부의 매각 자문을 맡았던 모건스탠리 전무 신재하, 청와대 정책실 행정관 주형환 등이다. 이날 회의에서 변양호 등은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는 아니지만,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외환은행 매각을 밀어붙이기로 합의했다. ‘등’이라는 한 글자가 외환은행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런 절묘한 ‘신의 한 수’를 알려준 게 바로 김앤장이었다는 사실이다. 회의 일주일 전인 7월 8일, 김앤장이 재정경제부에 전달한 법률 검토 문건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금융감독위원회 예외 인정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김앤장의 의견서를 베껴 쓰다시피 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변양호는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변양호 등이 고의로 외환은행의 자산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론스타에 부당 이득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했다. 변양호는 1심 재판의 최후 진술에서 “저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남대문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기와를 뜯고 살수를 해 진화에 성공했더니 기와를 뜯어낸 행위가 잘못이라고 꾸짖는 것과 같습니다.……존경하는 재판장님, 최근 소위 변양호 신드롬으로 능력 있는 후배 공무원들이 일을 적극적으로 하질 않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부디 현명한 결정으로 후배 공무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그런데 오죽 하면 스티븐 리가 외환은행 인수가 끝난 뒤 박순풍과 전용준 등을 만난 자리에서 “골드 메달리스트가 변 국장, 실버 메달리스트가 엘리어트 박(박순풍)”이라고 치켜세웠겠는가?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로펌이다. 그런데 김앤장에는 일명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리는 그의 인맥이 포진해 있었다. 이헌재는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의 고문으로 옮겨갔다. 그의 인맥은 재정경제부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권 곳곳에서 발견된다. 칼라일과 정부 관료들이 만나는 지점이 칼라일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앤장이고, 그 인맥의 중심에 이헌재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했던 정부 관료들, 변양호, 김석동 등도 모두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불린다. 김앤장은 법무부 장관 출신의 최경원,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박정규, 법무부 보호국장 출신의 윤동민,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김회선 등 쟁쟁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왔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역시 김앤장의 고문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승수, 검찰총장을 지낸 송광수, 헌법재판소 소장을 지낸 박한철,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등이 김앤장 출신이거나 김앤장에서 고문 등을 맡고 있다. 회전문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에 김앤장 자문위원을 지낸 김형민은 외환은행에 들어가 부행장까지 지냈다.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을 지내고 김앤장으로 옮겨간 서동원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다시 옮겨간 일도 있었다. 뉴브리지캐피탈의 제일은행 인수 때부터 살펴보면 이헌재는 끼지 않은 곳이 없다. 여기에는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스티븐 리와 칼라일의 이사인 제이슨 리 형제를 비롯해 정치권,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걸친 광범위한 인맥, 김앤장과 삼정KPMG라는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이 연루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네트워크와 회전문 현상의 중심에 이헌재가 있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을 ‘론스타 게이트’가 아니라 ‘모피아 게이트’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주주 자본주의와 단군 이래 최대 소송 소버린자산운용이 한국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3년 2월 18일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뒤 SK의 주가가 1만 3,000원 언저리에서 6,000원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나던 무렵이었다. 소버린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를 내보낸 때가 4월 3일이었다. 크레스트시큐리티즈라는 외국계 증권사가 나타나서 SK 주식 8.64%를 매입했다고 신고한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SK의 SKC&C 지분이 8.49%로 최대 주주였는데 최대 주주가 바뀐 것이다. 공시 이후에도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4월 13일까지 14.99%를 확보하자 SK는 발칵 뒤집혔다. 소버린은 4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적으로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노골적인 선전포고였다. 그러고 나서 28개월 동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매도했다. 주주 자본주의는 이미 한국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굳어지고 있다. 주주 자본주의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 핵심은 자본의 투기적 속성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소버린을 내보내도 다른 소버린이 온다.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폭주하는 자본, 단순히 국적 자본을 지킨다는 논리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 재벌 대기업 집단처럼 창업자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을 때는 주주 자본주의의 원칙이 더 절실히 요구된다. 그 무렵 SK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고 소버린이 아니라 누구라도 욕심을 낼 만했다. 실제로 주가는 5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소버린뿐만 아니라 SK에 투자한 주주들은 국내 주주와 해외 주주를 막론하고 놀라운 시세 차익을 챙겼다. 소버린 사태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SK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방만한 경영, 경영진의 비도덕성에서 찾아야 한다. 재벌 대기업 집단의 문제와 투기자본의 문제를 모호하게 뒤섞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투기자본이냐 재벌이냐의 단순한 구분은 문제가 많다. 투기자본의 대안이 굳이 재벌일 이유도 없고 외국자본의 대안이 굳이 국내 자본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론스타가 ISD를 거론한 것은 2012년 1월 27일 외환은행 매각이 마무리된 뒤 3개월이 지난 5월 22일이었다. 한국 정부에 ISD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공식 통보한 것이다. 중재 의향서라는 것을 벨기에 대사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한국 정부는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론스타의 소송 가액은 외환은행 매각 지연 15억 7,600만 달러와 국세청의 부당한 과세 처분 7억 6,000만 달러, 손해배상 지연에 따른 추정 보상 등 23억 4,350만 달러 등 모두 46억 7,950만 달러에 이른다. 환율 1,100원 기준으로 5조 1,574억 원이다. 그리고 2개월 뒤인 8월 5일 론스타가 갑작스럽게 중재 의향서 전문을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론스타는 기업 뉴스 전문 통신사인 『비즈니스와이어』에 올린 글에서 “한국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계속되고 있으나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내용이 있어 투명성을 위해 한국 정부에 보낸 중재 의향서 전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로서는 론스타에 두 번이나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되었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겼고, 대주주 자격 요건이 논란이 되자 온갖 거짓말을 쏟아내며 여론을 무마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이 유죄로 드러나자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려 떠나려는 론스타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다. 그랬던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한 건 배은망덕을 넘어 황당무계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론스타의 주장은 크게 2가지다. 첫째,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고의로 방해해 국민은행이나 홍콩상하이은행 등과의 매매계약이 파기되었고, 결국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2조 4,000억 원 가까이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 정부가 양도 차익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한국과 벨기에가 맺은 조세협정의 이중과세 금지 조항과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의 외국인 투자자 보호 의무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자유 시장의 경쟁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이었다. IMF와 굴욕적인 협상을 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명분으로 신자유주의 구조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외국 자본 유치에 목을 맸던 시절이었다. 이제 막 IMF를 졸업했는데 다시 금융 위기를 맞기보다는 론스타가 내민 달콤한 달러를 받아들이고 약간의 불법은 묵인해도 된다는 오케이 사인을 누가 주었는지 밝혀야 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은 약간의 불법이 아니라 법의 근간을 흔들고 금융 감독 정책과 정부의 시스템을 농락한 심각한 범죄였다. 어쩌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은 확신에 찬 모피아 관료들과 눈 먼 돈을 쓸어 담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경제 논리에 물러서는 무능한 정치인들, 원칙도 철학도 없었던 IMF 모범생 국가가 빠진 함정이었다. 이제라도 외환은행 불법 매각 과정에 치명적인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격을 박탈하지 않았고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질질 끌면서 5조 원 소송의 빌미를 주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 그것은 론스타 게이트를 극복해야 비로소 IMF를 졸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
한국 경제는 투기적 국제 금융자본의 천국이 된 지 오래다. 영리를 추구하는 회계법인과 법무법인들이 이들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지라도, 국민 경제의 이익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마저 많은 수가 사실상 국제 금융자본의 로비스트가 되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과연 국민 경제를 살릴 길은 없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철저한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 날카로운 이론으로 무장한 지식인, 풍부한 대안적 상상력을 가진 사회운동가라는 1인 3역을 해가면서 한국 경제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 문제점을 분석하며, 대안을 모색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