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일’에 관해서 제대로 된 논쟁과 정책이 부족한 나라이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의 불명예를 벗은 지 한 세대도 되지 않은 나라에서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게’ 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정책이라고 제시된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뿌리 깊어,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자의 모든 단체행동은 일단 ‘불순한’ 것으로 전제하고 논쟁이 진행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괴롭고 얼마나 보람이 있는지, 일터에서 얼마나 ‘사람대접’을 받는지에 따라 우리의 매일매일은 보람찰 수도 있고 생지옥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의 ‘질’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된다. 그런 노동들이 없으면 사회가 재생산될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 육아노동, 어르신 돌봄 등 집안이나 공동체에서 무보수로 (대부분 여성들이) 하는 노동들은 ‘일’ 취급도 잘 못 받는다. 이제는 이민 노동자 없이 돌아갈 수 없는 경제가 되었건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민 노동자는 아직도 투명인간이다.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는 이러한 ‘일’에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너무나 훌륭한 책이다.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인본주의’적 시각을 절묘하게 조합한 이 책은 앞으로 우리가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교범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