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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석가모니 순례길 뽈레 뽈레! 형극의 길 참 산꾼, 힐러리 경 물레방아 도는 마을 인심 좋은 여주인 여성 산악인의 모델이 되다 조난자 추모탑 앞에서 2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5,000고지를 돌파하다 비박 에베레스트 전망대에서 베이스캠프 입성 기지를 개통하다 손님맞이 라마제와 양 대장 후송 아이스폴 적응 훈련 양팔 하강 기술 자연의 놀라운 치유력 D-1 눈사태 3부 생과 사의 갈림길 캠프 원을 향하여 대지진 기적 같은 날 5일 만의 탈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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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갈림길
모든 게 한순간이었다. 꿈 많던 청년기, 두 눈을 앗아가 영원히 그를 암흑 속에 빠뜨린 폭발사고도, 에베레스트 정상을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리게 만든 네팔 대지진도. 수류탄 폭발이야 눈 깜짝할 새 일어난 돌발 사고니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 최고의 산이 허물어지고 무려 2만5천 여 명의 사상자가 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42초라니. 금방 집어삼킬 태세로 아가리를 벌린 크레바스들, 엄청난 추위와 공포감, 심장을 쥐어뜯는 호흡 곤란, 두통과 토사곽란… 지은이 송경태가 생애 가장 큰 역경과 마주했을 때 그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20분만 늦게 아이스폴을 통과했더라도 쩍쩍 갈라진 얼음구덩이로 빠져 생사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손끝에 감각이 없다. 발끝에도 감각이 없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죽음이다. 딱 한 발짝만 더 가서 멈추자. 그 다음에 쉬자. 아주 편히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순간, 식구들 얼굴이 떠올랐다. 떠날 때 미리 써놓은 유서도 떠올랐다. 빙 둘러앉아 유서를 읽는 모습이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여기가 낙원 죽음의 순간, 문득 50여 년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모두 신세진 사람들뿐이었다. 어려운 아이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꿈을 나눠주겠다고 먼 곳까지 날아와, 아무 말도 남기지 못 한 채 눈 속에 묻히고 싶지는 않았다. 남들이 하면 나도 할 수 있다. 성한 사람들은 밝은 데서도 눈을 떠야 보이지만, 나는 어둠 속에서도 육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절망과 희망 사이, 포기 직전 그를 일으킨 것은 결국 장애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주변에서 받은 은혜와, 그것에 보답하고 생을 마쳐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 코앞에서 설산이 무너져 내리고 대지가 파도처럼 출렁이던 나라를 떠나 지진 없는 나라, 혹한이 없고 산소가 풍부한 대지, 생명의 나무들이 자라는 들, 미끄러지지 않는 길로 돌아오니 모든 게 행복한 천국이요, 이 땅이 경이로운 낙원이었다. 3년 반 넘어 다시 돌아보는, 인생이라는 길 6박 7일 동안 장장 250km에 걸쳐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을 차례로 완주하고 남극 마라톤까지 달린 철인에게도 에베레스트는 쉽사리 속살을 열어주지 않았다. 시각을 제외한 감각만으로 엉금엉금 수천 미터 만년설을 기어오르는 것은 장애인 송경태에게 극기 이상의 인생 도전이자, 철인으로서의 존재 확인이었다. ‘한국산악회 창립 70주년 기념 송경태 에베레스트 원정대’는 그러나 캠프 원을 목전에 두고 회군해야 했다. 네팔을 덮친 대지진 때문이었다. 대지진 이전의 등반이 고산과의 생존 투쟁이었다면, 대지진 직후 하산은 죽음의 공포와의 전쟁이었다. 이 책은 삶의 문턱을 넘으면 그곳이 바로 죽음의 계곡이던 설산에서 2015년 4월 7일부터 5월1일까지 25일 동안 벌인 사투의 기록이다. 서너 해 지난 뒤 책을 펴내는 것은, 고비마다 역경이 있고 구비마다 애환이 담긴 인생길이 목숨을 건 등반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편견과 싸워야 하는 장애인들의 일상이 에베레스트 등반 못지않은 현실에서, 이 책이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교정해 주기를 그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