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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혜화역에서
2. 레테의 강 3. 사면발이 4. 페미니즘 동아리 5. 헤르페스 6. 탈코르셋 7. 키보드배틀 8. 강남역 살인사건 9. 임신중단합법화 운동 10. 스텔싱 11. 김치녀 선생님 12. 리트윗 미주 작가의 말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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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건 물구나무를 서서 생활하는 것과 같아. 가부장제는 마치 중력의 법칙처럼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페미니스트라 해도 가부장제의 영향을 완벽히 거부할 수는 없거든. 개인이 중력의 법칙을 따르길 거부한다 해서 갑자기 마법처럼 중력이 사라져 버리거나 그 사람만 피해갈 수 없듯이, 페미니스트가 된다 해서 가부장제 사회가 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마법처럼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니니까. 결국 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건 이 자연스러운 중력의 법칙에 계속 저항하며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거꾸로 보는 건데, 이 운동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지치거나 무력감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쉬지 않고 24시간 365일 물구나무 자세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럴 땐 잠깐 쉬었다가 다시 또 돌아오는 거지. 너희들을 응원할게. ---「레테의 강」중에서
“오빤 괜찮아? 막 오빠가 더러워진 것 같고 그런 기분 없어?” 하지만 지석은 태연했다. “응. 너무 심각할 거 없어. 그냥 병인데, 뭐.” 지석의 말을 듣고 난 나는 억울했다. ‘똑같이 섹스하고 똑같이 성병에 걸렸는데도 왜 수치심은 여자만의 몫이지? 왜 남자는 나와 같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걸까? 난 창녀라는 비난을 들을까 봐 이렇게 두려워하고 있는데, 왜 남자는 창남이라는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저토록 당당한 거지?’ ---「사면발이」중에서 “그런 법이 어딨어요? 남자친구가 뭘 했다고 자기가 동의를 하고, 말고 해요? 낳으면 자기가 키울 것도 아니면서.” 하지만 의사는 냉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어쨌든 규칙이 그래요. 혹시나 애기 아빠가 나중에 딴 소리할 수도 있고. 나중에 알고 경찰에라도 신고하면 학생이나 우리나 다 곤란해져요. 그러니까 다음 번에 꼭 애기 아빠랑 같이 오도록 해요. 당일 수술도 가능은 한데 웬만하면 그래도 전화로라도 예약 잡고 오시고요.” ---「임신 중단 합법화 운동」중에서 “그래서 자, 이 포스터를 봐. 여성 후보가 누가 있지? 전체 인구 중에 여성이 절반인데 여성 후보는 거의 없다시피 해. 왜 그럴까? 너처럼 남녀 안 따지고 정책 보고 뽑아야 된다는 여자들이 많기 때문이야. 보수-진보의 프레임은 남자들이 자기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만든 거야. 여자들이 여기 휘말려서 보수냐 진보냐 그 정책을 보고 뽑는다고 하면 굳이 정당 입장에서는 여성 후보를 낼 필요가 없는 거지. 그래서 봐, 결과가 어떻게 됐지? 남자 후보들만 죄다 공천 받아서 출마했잖아. 물론 여자라고 다 여자 마음 헤아리는 거 아니고 여자 입장에서 정치하는 거 아니겠지만 정말 최소한 남자보단 나아. 여자들이 무조건 여성 후보만 뽑는다는 걸 알아야 정당에서도 여성 후보를 내놓을 거 아니야? 유권자가 자기 이익 따져서 선거 하겠다는 게 뭐가 나빠? 그게 정상적인 정치지. 유권자가 자기 이익에 투표해야 정치인이 유권자 눈치를 보지, 안 그러면 유권자가 바보 되는 거라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여성이 고위직에 올라가면 일단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건 그 여자는 룸살롱에 가서 여자 접대원을 끼고 놀지는 않을 거라는 거야. 그리고 여자 비서를 좀 더 가까이할 수도 있겠지. 성희롱하거나 권력을 이용해 강간할 일도 없고. 이 자체가 하나의 성과야.” 보라도 끄덕끄덕했다. “그건 맞네. 근데 여성 후보가 없는 정당도 많잖아. 후보가 다 남자면 어쩌지?” 지현이 말했다. “그럼 그냥 찍지 말고 ‘여성 후보 내놔’라고 쓰자.” ---「리트윗」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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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기존의 여성운동 흐름을 정리하고, 다양한 페미니즘의 길을 모색한다. 미투(#Me too) 운동, 불법촬영 편파판결 규탄시위(혜화역-광화문 시위)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2018년을 보내고 겨우 한숨 돌린 지금, 새로운 세대의 여성운동이 그간 지나온 길들을 찬찬히 되짚어 본다. 한국 사회는 온라인 중심의 새로운 페미니스트 세대를 충격과 공포로 맞이했으며, 이들에 대한 온갖 억측과 오해도 난무했다. 이에, 그간 여성운동에 참여했던 저자가 20대 여성 당사자로서 직접 자신들이 누구이며,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 밝힌다. 젊은 여성들을 페미니스트로 만든 것은 바로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남성들이다. 혹자는 젊은 여성들이 페미니즘 서적에 세뇌되었다 말하고, 또 혹자는 괜한 피해의식을 갖는다 말하지만, 이들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경험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여성도 성에 대해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피임 방법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금기시하고, 성병, 혼외 임신, 낙태 등에 대해서는 전부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한국 사회의 이중성을 20대의 목소리로 통렬히 고발한다. 젊은 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피해자에만 머무르기를 거부한다. 그보다는, 사회를 바꾸고 역사를 새로 써 나가길 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성 운동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 책은 이 질문에 있어 여섯 갈래의 서로 다른 길을 제시한다. 등장인물 여섯 명은 각자 서로 다른 운동의 길을 택한다. 여성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각자의 길을 존중하는 가운데 ‘따로 또 같이’ 연대한다. 탈코르셋부터 비혼비출산, 임신중단합법화 운동, 여성 정당 창당론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세대 여성운동의 촘촘한 재구성! 그동안 온라인에서 여성들은 운동 노선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해 왔다. 이 논쟁에서 커다란 줄기는 ‘제도화할 것이냐, 비제도화할 것이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권 바깥에서 하는 운동 중에 보다 개인적인 차원의 운동을 들자면 탈코르셋 운동과 4B(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 운동을 들 수 있다. 반면, 제도권 내로 진출하려는 부류도 있다. 아직 국내에 여성 정당이 탄생하진 않았지만 서구에서는 속속 탄생하는 추세이고,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논의와 준비가 진행 중이다. 각각의 운동 방식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이 소설이 각각의 방식의 장단점을 짚어보고,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며 연대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젊은 여성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기성세대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