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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짱
아이돌 승부 연애 박쥐 부평초 빛의 아이 소녀상담실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
Mistuyo Kakuta,かくた みつよ,角田 光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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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넌 집이 어디야?” 하고 구마 짱이 뒷정리하고 있던 소노코에게 물었다. “우리 집은 기치조지와 미타카 사이” 하고 대답하자 “가도 돼?” 하고 싱글벙글 웃으며 구마 짱이 물었다.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싫다고 말했을 것이다. 혹은 아직 학생이었다면 아침까지 술을 마시자고 했을 것이다. 소노코는 나중에서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는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해서인지 아무래도 좋은 기분이었다. ---「구마 짱」
“좋아. 그럼 협정을 맺자. 내가 이 여배우와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면, 그리고 네가 밴드의 뭐시기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면 서로 웃으면서 굿바이 마이 러브하자.” “응.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하자.”---「아이돌」 “당신들 도대체 뭐야? 그 여자 뭐야? 이사하면 이제 오지 말라고 해줄래?” 그렇게 말하면 우리 관계는 깨지겠지. 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깨질지도 모른다. 도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패배할 가능성이 일 퍼센트라도 있다면 도박 따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약하구나, 하고 유리에는 생각한다. 이 사람 앞에서 자신은 한없이 나약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이런 식으로 자유를 빼앗기고 무방비한 상태가 돼버리는 걸까?---「승부 연애」 의식 속에서 타인이라는 개념이 몽땅 싹 빠져버리면 남는 것은 이제 자신밖에 없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밖에 없다. 누가 바보인지, 누가 실력이 부족한지, 누가 연줄로 득을 보았는지, 누가 이해해주지 않는지, 누가 자신보다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 정말로 머릿속에서 깡그리 사라져버린다. 그것은 구석구석까지 햇볕이 드는 광대한 들판에 서 있는 듯한, 상쾌하지만 허전한, 오줌을 지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박쥐」 히사노부와 헤어지고 나서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래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과거조차도. 실제로 기마코는 모든 걸 다 잃어버렸다. 구로다도 연극도 계획도 인생 설계도. 연못에 둥둥 떠다니는 부평초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부평초」 기마코에게 도망치는 모양새로 헤어졌다. 그다지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다. 헤어져도 그녀는 혼자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누군가의 목적지를 자신의 것으로 삼으면서. 새로운 일을 소개해준 건 죄책감이 아니라 고마운 마음에서였다. 기마코가 없었다면 분타에 대한 마음을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빛의 아이」 그렇게 괴로웠는데 지긋지긋해하지도 않고 다시 누군가가 필요해 사랑하고 무모하게 관계를 만든다. 네 번 차였어도 나는 사랑을 했다. 다섯 번 차였어도 또 사랑하리라. 그 사랑이 또 차이는 형태로 끝난다 한들 끔찍하게도 분명 또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리라. ---「소녀상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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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소노코에게 찾아온 곰돌이 티셔츠를 입은 남자와의 이야기 「구마 짱」, 구마 짱이었던 히데유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유리에와의 만남을 그린 「아이돌」, 유리에가 동경했던 아이돌 마키토와의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 「승부 연애」, 전직 뮤지션이었던 마키토와 단란주점 아르바이트생 기마코와의 위태로운 줄타기 「박쥐」, 단란주점 아르바이트생이자 무명 연극배우 기마코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를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이야기 「부평초」, 일러스트 작가이자 마음에 품은 친구를 항상 그리워하는 히사노부의 이야기 「빛의 아이」, 남편과 이혼하고 실연한 여자들과의 모임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고즈에의 이야기 「소녀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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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허무하고 일방적인 애정 드라마
1990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일곱 가지 이야기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이면서 끝난다. 그리고 이별을 고한 인물은 다음 단편에서는 이별당하는 주체가 된다. 자칫 겉보기에 진부한 러브스토리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구성은 이별을 말한 사람에게 비친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왜 이별을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렇게 앞선 이야기에서 느낀 감정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순간에 증발해버리는 묘한 감정 기복을 경험하게 하는 신선함이 있어 독자들은 쉽게 읽기를 멈추지 못할 듯하다. 모든 단편에서 저자는 사랑의 크기가 공평한 연애란 없음을 말한다. 둘 중 하나가 상대에게 강하게 끌려서 만나지만, 결국 좀 더 사랑한 쪽이 상처 받게 되는 그 관계성은 모두가 알지만 깨닫지 못하는 망각의 늪과도 같다. 상대에게 희생하고 충실한 일방적인 사랑은 결국 보답받지 못한 채로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하지만 마냥 슬퍼할 필요는 없다. 신기하게도 아픔은 곧 치유되고 한 단계 성숙된 모습으로 상처는 고스란히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로 바뀌면서 다음 사랑을 위한 희망으로 맺어진다. 그리고 각 단편에서 사랑이 깊어지는 계기는 직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신은 건조하고 판에 박힌 듯한 일상을 사는 것 같은 반면, 상대방의 멋있는 직업이나 의지 있는 삶은 눈부시게만 비친다. “이 사람은 굉장하다”, “이 사람을 닮고 싶다”라는 상대에 대한 동경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상대의 어떤 모습에서 유발된다. 그리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 관계일 때, 자신은 자격지심에 찬 나약하고 못난 존재가 돼버린다. 등장인물 모두가 누군가에겐 승자였지만 누군가에겐 패배자가 되는 셈이다. 그렇게 서서히 무너져가는 한 인물의 심리와 실연의 기억을 아련한 추억 속을 걷듯이 저자는 의연하면서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