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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새로운 커플의 등장
자유결혼
두 사람
결혼의 변화, 성의 해방
커플 실험

시도|두 남자의 관계 방식
막스 베버와 오토 그로스
모범적인 결혼생활
이상적인 커플의 현실과 한계
윤리적 가치와 에로티시즘 사이에서
원죄 의식과 욕망
사랑을 에워싼 것들
에로틱한 사랑의 수사학

성과|이상적인 커플이 지닌 이중성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위험한 관계
트리오
동성애자의 결혼
세 겹의 삶
초대받은 여자
두 사람 사이의 희생자
위기의 핵심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두 사람의 결론

결혼의 예비학교|소설과 삶
불륜소설과 중매소설
엘리엇과 톨스토이의 결혼생활에 대한 소설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루친데’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브레히트의 ‘제3의 일’

위기|결혼과 갈등, 그리고 투쟁
‘결혼의 책’으로부터
질투의 감정
파트너와의 경쟁
남자 대 여자의 투쟁

에필로그|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결혼


옮긴이의 말|결혼의 환상과 현실사이에서

저자 소개

저자 : 한넬로레 슐라퍼 Hannelore Schlaffer
1939년에 태어났고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와 뮌헨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문학을 중심으로 많은 논문과 저서를 집필했다. 저서로 『빌헬름 마이스터-예술의 종말과 신화의 부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1770~1830. 그림으로 본 독일문학의 시대들』, 『단편 소설의 시학』, 『노년의 미학』, 『패션, 여성들의 학교』 등이 있다. 또한 많은 기고문을 집필하여 신문과 방송에 발표했다. 현재 슈투트가르트에 살면서 에세이스트이자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자 : 김선형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수학하고, 독일 뉘른베르크-에어랑엔 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르네상스 예술에서 괴테를 읽다』, 옮긴 책으로 『나』, 『호프만의 환상문학』, 『세라피온의 형제들』, 『수고양이 무르의 인생관』, 『패션, 여성들의 학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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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49g | 153*210*30mm
ISBN13
9788927803287

책 속으로

그와 같은 근대의 기획들 가운데 ‘지성인의 결혼’도 있다. 이 ‘결혼’에 지성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파트너 중 한쪽 혹은 두 사람 모두가 지적인 활동에 종사하기 때문은 아니다. 파트너 선택과 동거 형식이 개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댈 수 있는 구상을 따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즉 지성인의 결혼은 ‘하나의 생각’에서 태어나고, 그것에 의해 지속되며, 바로 그것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유지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관계이다. 결국 ‘지성인의 결혼’이란 하나의 약속된 관계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성적인’이라는 타이틀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테마인 ‘지성인의 결혼’은 결국 독립된 한 개인의 어떤 행동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단지 그 기획과 체험, 거기 담겼던 희망과 실패가 너무나 눈에 띄어, 후대의 커플들이 따라 하거나 변형을 시도하거나 혹은 그 모델 자체를 아예 거부하고도 남을 만했던 어떤 행동이다.

‘지성인의 결혼’은 결혼과 그것에 대한 회의 사이의 불안한 절충이다. 서로 대립적일 수밖에 없는 이상들이 하나로 모아져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속적인 성찰과 토론, 실험들이 필요했다. 그로스가 살았던 삶을 막스 베버가 숙고했고, 슈바빙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하이델베르크에서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루앙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부터 친구였던, 소설가 콜레트 오브리(Colette Aubry)는 이 두 사람의 등장이 미친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이었다. 그와 비슷한 것을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경험했을 그 감정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것은 바라만 보기에도 너무나 강렬한 것이었다. 그래서 때때로 슬퍼지기도 했다. 그런 것을 나 자신은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말이다.”

오직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감정의 매 순간순간을 만끽하고, 거대한 열정 대신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는 뻔뻔스러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일을, 마치 무슨 혁명적 대범함인 양, 인류에 대한 봉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는 오토 그로스처럼 자신들의 에로틱한 실험을 구원의 행위로 보았다. 다만 오토 그로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에서는 해방에 참여하는 여성이 이미 스스로 해방된 여성이라는 점이다.

낭만적인 사랑은 항상 결혼을 꿈꾸었다. 왜냐하면 결혼에 이르러야만 몽상적인 독서의 세계가 비로소 현실적인 이성이 믿을 수 있는 예비학교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안네 베버가 자기 자신과 막스 베버에게 까다롭게 요구했던 것들은, 약혼한 처녀가 충분히 가질 법한 환상들이었으며 결혼으로서만 그 정당성을 입증받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막스 베버와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그녀가 독서로부터 얻었던 지성적인 행복은 곧 현실에서의 지성적인 행복이 되었다. 그렇지만 낭만적인 사랑에 있어서 마리안네 베버는, 그녀뿐만 아니라 소설을 즐겨 읽던 많은 여성 독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정신적 열정만 사실로 인지할 수 있었을 뿐, 감각적 열정은 느낄 수 없었다. 문학이라는 예비학교는, 두 사람의 몸이 가까워지게 하기보다는 두 사람의 머리를 보다 쉽게 연결시켰던 것이다.

“제3의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커플들을 결속시켜왔다. 예컨대 가족의 체면, 돈, 살림살이, 자녀. 하지만 브레히트의 창작 공동체는 미래를 향하고 있었으며, 규격대로 짜 맞춘 반복이 아닌 창작품들을 내놓았다. 마치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가는 흐름처럼. 브레히트 주식회사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형식들, 새로운 연극들을 만들어내었다. 아내들, 연인들, 자녀들, 그리고 친구들로 구성된 브레히트의 지성적 창작 공동체는 가치를 확신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바쳤다. 브레히트의 작업장은 모든 가능한 능력들을 하나로 결속시켰다. 다만 그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두 사람 이외에 더 필요한 “제3의 일”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결혼은 점점 더 그 고유한 의미를 찾은 사람들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 되어갈 것이다. 그것은 무엇이든 고도로 발달할수록 당면하게 되는 일이다.” 카이절링의 미학적 요구들은 결혼생활이 사라진 사회를 가리키고 있다. 결혼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흔치 않은 재능을 필요로 할 것이다. “결혼관계의 유일무이성에서 볼 때, 그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결혼이 진보하면 할수록 그것이 이성 간의 유일한 관계로 간주되는 일은 점점 더 늘어나기는커녕, 점점 더 드물어질 거라는 점이다.”

수많은 결혼들이 명백한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혼한 남자의 80퍼센트가 재혼을 하고, 이혼한 여자들 가운데 72퍼센트가 또다시 결혼을 결심한다. ‘지성인의 결혼’은 하나의 일부일처제가 끝나면 새로운 일부일처제가 시작되는 형식으로 변화된다. 여기에 현대적인 결혼의 진정한 특성이 비로소 드러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실험이며, 실험이란 결코 끝을 맺을 수 없으며, 다시금 반복되기 마련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비속어들이 결혼이라는 사전에서 사라졌다. 그와 관련된 언어가 정화되었다는 것은 파트너를 일컫는 다양한 관계들을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그에 반해 감정을 교환하는 관계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지칭하는 새로운 개념들이 나타났다. 동거, 파트너, 반려자, 동반자, 생활공동체, 계약결혼 등. 단지 결혼이라는 말만으로는 더 이상 의미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어떤 형용사가 덧붙여지느냐에 따라 어떤 종류의 관계가 문제되고 있는 것인지 드러난다. 삶의 파트너로서의 결합인지, 동지들의 결합인지, 전통적인 부부 역할에 충실한 결합인지, 아니면 지성적인 합의를 모색하고 있는 결합인지.

결혼은 이제 더 이상 강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혼을 해야만 획득할 수 있었던, 오직 결혼 안에서만 가능했던 모든 것들을 그사이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생활, 자녀교육, 주거 공동체, 사회적 접촉 등. 식당과 작은 술집들, 유치원과 탁아소, 독신자들의 거주지와 주거 공동체, 도시의 축제와 동호인들의 파티가 예전에는 부부들이 담당했던 전통적인 과제를 넘겨받았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사회 단위의 형태는 가족이 아니다. (…) 문제는 그룹이다. 한 쌍의 커플이 아니라 하나의 그룹이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것이다. 물론 그런 그룹들은 어느 한 시기에 즐거움을 공유할 뿐이며, 그 이상의 어떤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 모범적인 그룹은 당연히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팀이어야 한다. 한 팀으로서의 삶은 어쨌거나 꽤 많은 시간과 파트너로서의 집중을 요구한다. 팀으로 존재하는 관계에서도 에로틱한 관계들은 형성될 수 있다. 우정도, 토론 서클도, 동호인 그룹도 가능하다. 어쨌든 그들은 단독자로 존재하는 개체를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바쁘게 만들어준다. 누군가와 커플이 되는 순간부터 그러하듯이 말할 수 없이 다양한 사건들로.

‘지성인의 결혼’을 둘러싼 실험들은 행복에 이르는 길 위에 있는 사회를 보여준다.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행복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힘겨운 역사적 시도는 결혼 형태의 변화뿐만 아니라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하나의 새로운 개방성을 가져왔다. 실험 자체가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제도로서의 결혼은 이미 명망을 잃어버렸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심각한 결점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파트너와의 내면적 유대는, 일단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점점 더 친밀해지고 보다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이 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커플로 사는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서로 구속받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는 시대에는 어떤 종류의 만남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끝까지 찾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뮌헨의 독문학자 한넬로레 슐라퍼의 우아한 에세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넬로레 슐라퍼는 이 책에서 커플이 된 두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딱 한 마디의 충고를 하고 있다. 똑바로 쳐다보라, 당신들이 가진 사랑의 꿈이 현실이 될 것 같거든 매일 그것을 새로 짜라. 그리고 늘 실패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결혼은 미래의 삶을 보장해주는 안정된 제도로서 이미 수명을 다했다. 결혼은 더 이상 절대적인 결속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남자와 여자의 4분의 3은 아직도 결혼을 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성공적인 결혼을 위한 전제조건들은 무엇일까? 공통의 관심사, 동등한 권리, 두 파트너의 직업활동. 그리고 결혼의 가장 절대적인 이유, 사랑. 이 책의 저자 한넬로레 슐라퍼는 사랑이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감정이지만, 믿을 만한 것은 못 된다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결혼을 가지고 선구적인 실험을 단행했던 인물들을 찾아보고, 그들의 시도와 실수로부터 무언가 배워야 할 최적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도이칠란트라디오

당신에게는 어떤 방식의 결혼이 필요합니까?
‘결혼’이라는 제도가 생겨난 이래
결혼한 이들도, 하지 않은 이들도 한 번쯤은 이 질문을 던져보았다.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다른 방식’의 결혼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혼’ 이후의 또 다른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면,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모든 관계를 위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


이제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으로는 미래를 결정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랑과 결혼, 일, 그리고 한 개인의 삶이 이루는 미묘한 함수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결혼과 관계되어 나타나는 몇몇 통계와 조사들은 그에 관한 중요한 근거를 뒷받침한다. 미혼인구의 증가, 20년 전에 비해 4세 이상 높아지고 있는 초혼연령, 결혼과 동거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을 통해 사회?문화?경제 여건의 빠른 변화와 함께 커플관계에 대한 인식도 급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미혼인구(25세~49세, 2010년 기준)는 10명 중 4명꼴로, 40년 전인 1970년에 비해 무려 7배 늘어났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을 텐데, 제도로서의 결혼, 커플관계의 성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 그만큼 늘어났음을 뜻하기도 한다.
『지성인의 결혼』은 전통적인 결혼에서 조금 비껴나, 새롭고도 대안적인 커플관계를 모색하는 책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부터 이미, 급진적인 사고를 했던 몇몇 인물들(막스 베버, 오토 그로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브레히트 등)은 그러한 관계들을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실험했다. 그들이 ‘지성인’이었기 때문에 ‘지성적인’이라는 수식을 붙인 것이 아니다. 파트너 선택과 관계 형식을 두 사람이 스스로 구상하고 결정하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관계를 꿈꾸는 새로운 커플의 등장

“다른 사람들은 제쳐둔 채 오직 둘이서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두 사람은 이미 죽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권태로 인해 죽는다.”-시몬 드 보부아르

이상적인 관계, 혹은 이상적인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공식이 지닌 오류를, 그 사이사이에 필요한 수많은 설명과 조건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더해 ‘자유로움’까지 실현하고자 했던 ‘지성인의 결혼’은 이상을 현실화시키고 현실을 이상화시키는 과정, 그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역사이기도 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도 여전히 전통적인 결혼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서서히 ‘사랑’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또 여성들이 교육받기 시작하고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서, 일부 급진적인 몇몇 인물들은 새로운 관계를 ‘구상’했고 그것을 ‘이상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해 실험했다. ‘자유결혼’의 한 형식이기도 하고, 성적 방종을 뜻하는 ‘리베르티나주’를 품고 있기도 한 ‘지성인의 결혼’ 속에서 그들은 사랑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 자아의 실현, 그리고 자유(성적인 자유를 포함한)까지도 추구했다.

막스 베버는 그의 아내 마리안네 베버와 함께 지성적인 동지애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는 아내를 ‘교육’했고 지적인 동반자로 함께하길 원했다. 그러나 결혼생활의 중압감과 성욕의 억압으로 그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에 이르고 말았다. 대조적인 방법으로 같은 시기에 급진적인 사상을 전파했던 오토 그로스는 성의 해방을 외쳤다. 그는 여자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끝내 스스로 파멸에 이르고 말았다.
그들에 이어 파리에서,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가 만나면서 말 그대로 ‘지성인의 결혼’이라고 부를 만한 관계가 탄생한다. 그들의 계약결혼과 그 안에서의 삼각관계,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저자가 이들의 관계를 다시금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주목하는 것은, 그들의 복잡한 애정관계가 어떻게 가능했고 어떤 식으로 유지되었느냐 하는 점이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수많은 파트너들, 동성애인, 애인의 애인들까지 얽힌 관계들 속에서도 둘만의 계약을 끝까지 지켰고, 그것을 소재로 여러 저작들을 남겼다.

결혼의 예비학교로서의 문학

“육체적 쾌락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별로 할 말도 없는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두 개의 현상으로 세상은 굴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은 다시 잘 분류하여 관찰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도 하나의 생산품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받는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베르톨트 브레히트

저자는 문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회현상이 문학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듯이, 실제 인물들의 삶에 나타난 ‘지성인의 결혼’과 문학으로 나타난 ‘지성인의 결혼’을 끊임없이 대비시켜 보여준다. 보부아르는 『진중일기』, 『초대받은 여자』 등을 통해, 사르트르는 『출구 없음』 등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철학적 성찰을 담은 문학으로 구현해낸 바 있다. ‘결혼의 예비학교?소설과 삶’이라는 제목으로 저자는 아예 한 부를 할애하고 있는데, 조지 엘리엇의 소설 『미들마치(Middlemarch)』, 발자크의 『결혼의 생리학(Physiologie du mariage)』 등 불륜소설과 중매소설, 결혼풍자극을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루친데』, ‘지성인의 결혼’에 대한 모델을 분명하게 제시한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지성인의 결혼’이라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생각하고 몸소 실천했던 브레히트의 『제3의 일』 등을 소개하고 작품들과 그 저자들의 삶을 함께 살펴보면서 ‘지성인의 결혼’이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져왔는지를 여러 관점에서 살펴본다. 당시 결혼의 선구자들의 실제 삶, 그들의 고뇌, 그리고 사회의 시선을 대비시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지성인의 결혼’이 품고 있는 가능성, 그리고…

“사람들은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이 자유가 자유로서 더 이상 자유롭지 않기를 바란다. 이 자유가 스스로에 의해 속박되기를 바란다. 이 자유가 스스로의 속박을 원하기를 바란다.”장 폴 사르트르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시도들은 급진적인 것이었고,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아도 여전히 그렇다. 그들의 여러 시도가 ‘다른 방식의 결혼’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 기존의 관습적인 결혼이 어떤 희생과 포기를 암묵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지성인의 결혼’을 시도한 이들은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결혼을 유보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미 ‘결혼적령기’라는 말도 무의미해지고 있으므로) 역시 ‘지성인의 결혼’이 추구했던 다른 형식의 관계가 필요할 것이다. 파트너와 함께 스스로 커플의 틀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관계, 사랑과 갈등을 조절하고 질투와 같은 감정을 넘어설 줄 알며 각자 사회적 위치에 대한 지지와 견제 사이에서 방법을 찾아가는 관계. 그것을 누구나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형식 안에서 실천할 것인지, 보다 급진적인 방식으로 실천해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성인의 결혼’이 품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변형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다. 그것을 이어갈 새로운 주인공들은, 단 한 번으로 완결 짓는 것이 아니라 일부일처제의 반복, 새로운 커플관계(팀 혹은 그룹의 개념으로)의 지속을 통해서 해답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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