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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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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내 어머니의 연대기
꽃나무 아래에서
달빛
설면

묘지와 새우감자

해설
역자 후기

저자 소개

저자 : 이노우에 야스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일본의 국민작가. 1907년 5월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서 출생했다. 군의였던 아버지의 부임으로 가족과 떨어져 증조부의 첩이었던 할머니와 유년기를 보냈다. 1936년 교토 대학 철학과에서 예술사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 마이니치 신문사에 입사해 학예부에서 미술을 담당했다. 종교,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다수의 역사, 종교, 미술 소설을 집필했다. 1950년 『투우』로 제22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으며 1951년 퇴사 후 문필 활동에 전념했다. 대표작으로 『덴표의 용마루 기와』(1957), 『빙벽』(1957), 『둔황』(1959), 『시로밤바』(1962), 『풍도』(1963), 『공자』(1989) 등이 있다.
역자 : 이선윤
1974년 서울 생. 대원외국어고,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고려대 일어일문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도일, 도쿄 대학 총합문화연구과에서 일본 근현대문학을 전공하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HK연구교수. 논문으로 「원더랜드에서 돌아오는 길-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공간인식과 자기결정」,「지도제작mapping이 말하는 욕망의 구도-아베 코보의『불타버린 지도』를 중심으로」, 혁명과 배제의 논리와 6·25전쟁기의 일본」,물과 공간표상을 중심으로 본 아베 코보의 ‘노아의 방주’ 모티프의 분석」등이 있고 공동 편역서로『조선 속 일본인의 에로경성 조감도-공간 편』(도서출판 문)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420g | 153*224*20mm
ISBN13
9788956251745

책 속으로

-노년의 문제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이 자전적 소설에는 통곡하는 비통함만이 슬픔의 표출 방식은 아니듯 조용한 침묵과 담담한 시선으로 표출되는 아픔이 그려진다. 기억의 축적으로서의 시간들이 사라진 후의 여백과도 같은 공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따뜻하다. 치매 노인이 있는 가정에서 현실적으로 겪게 되는 혼돈과 상처가 이 소설에서는 담담한 시선으로 표백되어 있다. 과거의 시간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규정해버리거나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기대하지 않고, 새로운 분신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는 흔들리는 기억의 문제로 아픔을 겪는 이들이 현재의 시간을 공유하고 견뎌내는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 역자 후기, ---p.231

-그날 밤 이층 방의 침상에 몸을 눕히고, 어머니가 눈이 내리는 밤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오늘 밤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어제도 그제도 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귀 기울이면서 밤을 보내고 또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한때 격렬하게 어머니를 재촉했던 본능의 푸른 불꽃도 꺼졌다. 눈이 내리는 밤 속에서 살고 있지만 드라마를 구성하고 스스로 출연하기에는 심신이 모두 쇠약해져 있다. 교만한 소녀로 꾸며진 어린 날의 어머니로 돌아갔는지도 모르지만 이미 무대 조명은 꺼지고 두 아들도 두 딸도 잃어버렸다. 남매들과 친척들, 지인들, 친했던 이들도 모우 잃어버렸다. 잃은 것이 아니라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지금 어렸을 적 자라난 집에 혼자 살고 있다. 매일 밤 어머니 주위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지금은 잊어버린 오래전 젊은 날, 그 마음에 새겨진 하얀 눈의 표면만을 지켜보고 있다. 『내 어머니의 연대기』 삼부작 중 「설면」, ---p.186

-아마도 모든 독자가 무의식중에 숨을 멈출 정도로 감동에 빨려 들어갈 만한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달빛」의 마지막 환상이다.

나는 스물셋의 젊은 어머니가 아기인 나를 찾아 헤매며 심야의 달빛이 쏟아지는 길을 걷는 그림을 눈 속에 그리고 있었다. 내 눈 속에는 또 하나의 그림이 있었다. 그것은 환갑을 넘은 내가 여든다섯 살의 늙은 어머니를 찾아 같은 길을 걷는 그림이었다. 한 장은 차가운 무언가에 젖어서 빛나고, 다른 한 장에는 무언가 황량함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장의 그림은 곧 내 눈꺼풀 위에서 겹쳐 한 장이 되었다. 거기에는 아기인 나도 있었고 스물세 살의 어머니도 있었다. 예순세 살의 나도 있고 여든다섯 살의 노파 얼굴을 한 어머니도 있었다. 메이지 40년(1907)과 쇼와 44년(1969)이 겹치고 그 사이의 60년 세월이 달빛 속으로 수렴되어 확산되고 있었다. 차가움도 황량함도 하나가 되어 날카로운 달빛이 모두를 꿰뚫고 있다.

해설, ---p.227

출판사 리뷰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국보급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가 치매 어머니에게 바친 절절한 사모곡


“다 잊어버렸어요. 노망이 들어서.”
“괜찮아요. 기억이 안 나도.”
나는 말했다. 기묘한 일이었지만 어머니가 옛날 일을 기억해내려는 표정과 고개를 기울이거나 얼굴을 숙이며 무릎 위로 시선을 떨어뜨리는 모습에는 참회라도 강요하는 듯한 조심스러움과 측은함이 있었다. 어머니에게 옛날 일을 기억시킬 권리는 나에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경우에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무언가를 끌어내려는 것은 그야말로 눈이 내리는 얼어붙은 늪에서 나무 조각 뭉치 따위를 끌어내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괴롭고 슬픈 일일 것이다. (『내 어머니의 연대기』 삼부작 중 「설면」, 186쪽)

이노우에 야스시가 꼽은 대표 자전 소설, 『내 어머니의 연대기』삼부작

이노우에 야스시는 우리 독자들에게 역사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바탕으로 펴낸 『둔황』(1959),『풍도』(1963) 등이 유명하다. 1976년 일본 문화훈장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일본의 국보급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꽃나무 아래에서」,「달빛」, 「설면(雪面)」의 세 단편으로 이루어진 삼부작 소설이다. 각각 문예지 『군상(群像)』에 1964년, 1969년, 1974년에 발표되었고 1977년 고단샤가 삼부작을 묶어 출간한 이래 이노우에 야스시의 대표 자전 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 번역본에는 삼부작과 마찬가지로 자전적 내용의 단편이자 죽음이라는 비슷한 주제를 다룬 「묘지와 새우감자」가 추가되었다.

이노우에 야스시는 이 작품들에 대해 스스로 ‘수필도 소설도 아닌 형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라는 사실적 소재를 다루었기에 주로 허구를 통해 역사적 상상력을 펼쳐온 기존 소설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노년을 응시하며 죽음과 인간사라는 보편적인 테마를 미시적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일본의 사소설 전통을 잇고 있다.

이노우에 야스시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죽은 후 30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마음에 남을 작품으로 『시로밤바』와 『공자』, 그리고 『내 어머니의 연대기』를 꼽았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해 쓴 소설이지만 실상 저자가 어머니를 거울삼아 자신의 노년을 감당하고 죽음과 대면하려 했음을 묵직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인생을 약처럼 달여 보면 무엇이 남을까?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집착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노쇠와 치매로 고통 받으며 죽음의 언덕길을 내려간 이노우에 야스시의 어머니다. ‘나’는 어머니의 노년에 드러나는 말과 행동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응시하고 고찰한다. 어머니는 자신을 돌보는 아들딸을 하인으로 여긴다. 평생을 함께한 아버지의 존재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없다. 어린 시절 양자로 들어왔던 오촌 오빠와의 어슴푸레한 연정 이야기를 고장 난 레코드 판처럼 반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처연한 슬픔을 자아낸다. “어머니는 걸어온 긴 인생을 70대, 60대, 50대, 이렇게 걸어온 방향과는 반대로 지우고 있는 것이다.” (『내 어머니의 연대기』 삼부작 중 「달빛」, 67쪽)
하지만 점점 과거를 지우며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중에도 어머니가 집착하는 것이 있다. 집에 누가 와도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젊은 아가씨를 만나면 상대가 누구더라도 꼭 시집은 갔느냐고 묻고, 시집간 사람한테는 아이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가족 여행 중에도 ‘부의금 첩’을 몸에서 떼놓지 않는 에피소드에서 보듯 ‘죽음’만이 관심사로 남는 것. 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매제 아키오의 입을 빌려 다음처럼 표현된다.

“부의금을 받고, 받은 금액만큼 돌려준다, 이건 분명 인간의 채무관계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인지도 몰라요. 어딘가 불길하기도 하지만 훌륭한 것 같기도 해요. 확실히 사람은 태어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죽는다, 인생을 약처럼 달여 보면 결국 이것만 남을지도 모르죠.”(『내 어머니의 연대기』 삼부작 중 「달빛」, 79쪽)

때로는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어머니의 치매와 죽음을 담담히 그려내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부모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은 오늘날 고령화사회의 중대 문제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오백 만을 넘은 우리나라 또한 2026년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 자전적 소설은 치매 노인이 있는 가족들이 현실적으로 겪게 되는 혼돈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억이 사라진, 여백과도 같은 공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이 이노우에 야스시의 따스하? 유머러스한 필치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통곡하는 비통함만이 슬픔의 표출 방식은 아니듯 조용한 침묵과 담담한 시선으로 표출되는 아픔”(작가 후기, 231쪽)이 더욱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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