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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오래 마주 앉아 나누고 싶은 이야기
1장 삶 인연 따라 아내가 내게 왔다 날마다 좋은 날 집은 천국이거나 지옥이다 온몸으로 자기 생명을 다 드러내는구나 내 입으로 들어가는 생명들에게 2장 자연 마음밭에 농사를 짓다 하늘이 낳고 땅이 기른다 자연은 공평하다 새소리도 법문이리라! 강은 늘 제 길을 간다 3장 마음 저마다 자기 노래하며 산다 나누는 일이 고통스럽던가요? 걷고 또 걸으면 길이 되리라 거기 아무 것도 없다! 욕심의 강이 흐른다, 물살 거칠다 나 다녀간다고 해라 4장 사람 권정생 선생이 그립다 ‘함께’가 없는 삶은 가짜다 숲 밖으로 얼굴만 드러내고 사는 것들! 마치는 글 / 삶이라는 바다는 차고 거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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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서 마음으로!!
목판화가 이철수가 말을 했다. 판화 활동 외에 좀체 말문을 열지 않던 그가 많은 말을 했다. 책 한 권 분량의 말을 쏟아냈다. 무엇이 그의 말문을 열게 했을까? 이번에 펴낸 《이철수의 웃는 마음》은 마음을 말하고, 마음에 대해 얘기한다. 입 무거운 그가 작심하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1987년 무렵 서울을 떠나 시골로 내려간 그는 그림으로, 농사로 불철주야 마음을 갈고 닦았다. 판화를 새기고, 농사를 지으며 애써 일군 마음밭의 울타리를 이제야 거두었다. 그리고 손짓을 한다. 들어와서 한 번 보라고. 딱 25년만이다. 80년대의 이철수는 민중미술 운동사에서 탁월한 판화작가였다. 그가 날선 칼로 새긴 대형 걸개그림은 운동권의 한 상징이기도 했다. 곧 사회변혁운동을 이끄는 운동권의 깃발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민중운동의 첨병이었고, 그의 판화는 민중운동의 도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귀촌을 감행해 충북 제천 박달재 아래 평동마을에 터를 잡았다. 운동에서 발을 빼고, 자연과 평범한 삶에 몸을 던졌다. 불교와 선불교에 대한 관심과 공부도 깊어졌다. 자연스럽게 판화에도 마음 이야기가 많아졌다. 자연, 생명, 사람, 환경, 삶 등을 통해 올바른 마음자리를 살폈다.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이제 함께 마음의 주인이 되자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에게 ‘함께’가 없는 삶은 가짜다. 세상의 불의에 맞서고, 또 물살 거친 강 같은 현실을 함께 건너자고 제안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함께 건너자는 말이다. 《이철수의 웃는 마음》은 이철수의 판화를 제대로 읽기 위한 책이다. 그가 새긴 판화의 밑자락에는 마음이 깔려 있다. 마음 위에 사람과 자연과 세상 이야기를 새긴다. 그래서 그의 판화는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공감해야 한다.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을 보지 말라는 당부다. ■ 책의 특징 및 내용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온몸으로 말한다 《이철수의 웃는 마음》은 이철수가 제천의 평동마을로 거처를 옮긴 이후 25년에 걸친 삶과 사색의 결과물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는 평범한 삶을 통해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한 구도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평범한 삶 속에 비범함을 감추고 있다고나 할까? 인간의 노동, 세상살이의 이치, 자연의 사계와 생명의 순환 등에 대한 통찰은 빼어나다. 자연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온몸으로 함께 살아온 탓일 게다. 나무, 풀, 바람, 별, 새, 물, 벌레 등 아주 작은 생명조차 놓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한다. 온몸으로 말한다. 1장 삶 부부, 가정, 집, 먹거리 등 기본적인 세상살이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시골생활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가치와 이치를 이야기한다. ‘저물도록 일했습니다. 이제 들어가자고 아내와 남편이 서로 부릅니다. 밥은 달고 잠은 깊을 겁니다.’ 일과 삶에 대한 통찰이 번뜩이는 화제가 만들어내는 울림은 깊고 넓다.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부의 정겨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2장 자연 자연은 이철수에게 삶의 도량이자 경전이다. 농촌에 살면서 온몸으로 느끼는 모든 소소한 생명들. 땅, 흙, 공기에 기대어 사는 끈질긴 생명력은 늘 경탄의 대상이다. 그 순간 자신도 각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농사 중에 하늘의 마음을, 하늘 보다 더 큰 힘에 대한 통찰의 언어를 듣는다고나 할까, 그걸 귀나 눈이 아니라 온몸으로 듣고 깨닫는 거죠.” 하늘은, 자연은 누구의 편을 드는 경우가 없다. 자연은 그냥 자연의 일을 할 뿐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다채로운 변화도 조화도, 그게 원래 그렇다고 받아들어야 한다. 3장 마음 마음공부란 마음의 길 찾기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떠나는 여행처럼 스스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인연 따라 불현듯 나타난 찰나적이고 사소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게 이철수의 깨달음이다. 그는 이런 소식조차도 눈이나 귀가 아니라 '몸‘으로 들어 알 수 있고, 또 그게 자신의 삶이 되기를 바란다. ‘염주 끈이 풀렸다 / 나 다녀간다고 해라 / 먹던 차는 / 다 식었을 게다 / 새로 끓이고 / 바람 부는 날 하루 / 그 결에 다녀가마 / 몸조심들 하고 / 기다릴 것은 없다’ ‘좌탈’이라는 제목의 판화 화제다. 그에게 죽음은 완전한 무, 또는 완전한 소멸이다. 4장 사람 이철수에게 사람과의 관계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인간관계하는 게 참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못 견뎌서 버리고 떠날 자리는 아니다. 그게 사는 거기도 하고.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도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장일순 선생과 권정생 선생이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권정생 선생은 메마른 보리밭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멀고 가까운 모든 불쌍한 죽음을 아파하? 슬?했지요.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참 적게 쓰신 분. 이런 분이 성자가 아니고 무엇일까요?” “언젠가 장일순 선생께서 ‘제일체심’이라는 글귀를 보내주셨어요. ‘마음을 다 버려라!’라는 건데, 이걸 한동안 주방 벽에 걸고 지냈죠. 쓸데없는 생각 말고, 밥이나 먹어! 그런 뜻으로 새기면서…….” 새 한 마리, 유리창 안에서 바깥을 찾지 못한다. 너 같다. 눈부신 가을꽃처럼 누구나 반짝이는 별빛이지. 당신도 나도 누구라도 당신이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 사람들이 길이라고 부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