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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그림에서 삶을 줍다
제1부 나를 찾아 떠나는 그림 여행 1. 그림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윤두서, 〈자화상〉 2. 나물을 캐다 말고 여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윤용, 〈협롱채춘〉 3. 도원을 동경했던 안평대군의 꿈: 안견, 〈몽유도원도〉 4. 홀연히 느낀 바가 있어 껄껄 웃다: 김명국, 〈달마도〉 5. 살다 보면 때로는 내가 낯설어지기도 하지: 강세황, 〈자화상〉 6. 수박을 갉아 먹는 들쥐의 행복감까지: 신사임당, 〈수박과 들쥐〉 7. 바람은 수염만 흔들 뿐 선비는 초연하다: 이인상, 〈검선도〉 8. 금강산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 정선, 〈금강전도〉 제2부 사람 사이의 일이 모두 사랑이다 9. 달은 기울어 삼경인데: 신윤복, 〈월하정인〉 10. 아이고 영감, 위험해요!: 김득신, 〈파적도〉 11. 아비는 자리를 짜고 아이는 책을 읽는다: 김홍도, 〈자리짜기〉 12. 회초리는 매섭지만 훈장님의 얼굴은: 김홍도, 〈서당도〉 13. 친구를 위해 세상을 버리다: 양팽손, 〈산수도〉 14. 삶의 절박함을 그림으로 승화하다: 심사정, 〈파초와 잠자리〉 15. 동그랗고 앳된 얼굴에 불면 날아갈 듯한: 신윤복, 〈미인도〉 16. 국화 위에 벌레 한 마리를 그려 넣다: 정조, 〈국화도〉 17. 굿이 한창인데 젊은 남녀의 시선은: 신윤복, 〈무녀신무〉 제3부 ‘빠삐용 의자’에 앉아 인생을 바라보다 18.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네: 정선, 〈백악산〉 19. 가짜를 통해 진짜를 보다: 이하응, 〈석란도〉 20. 아내의 빛 바랜 다홍치마에 사랑을 그려 보내다: 정약용, 〈매조도〉 21. 추운 겨울의 소나무를 칭찬하신 뜻은: 김정희, 〈세한도〉 22.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에 귀 기울이다: 김홍도, 〈마상청앵도〉 23. 새소리 위아래에서 들려오니 낮잠이 곧 쏟아지네: 이재관, 〈오수도〉 24. 세상이 함부로 대하니 스스로 눈을 찌르겠다: 이한철, 〈최북 초상화〉 25. 근엄한 모습 뒤에 숨겨진 양반들의 민얼국: 신윤복, 〈청금상련〉 26. 나도 저 강물을 닮고 싶구나: 강희안, 〈고사관수도〉 제4부 꿈이 이끄는 삶 27. 나비에 미쳐 나비 꿈을 꾸다: 남계우, 〈화접도〉 28. 나라고 해도 좋고, 내가 아니라 해도 좋네: 김정희, 〈자화상〉 29. 물동이를 이고 가다 화만 낼 것이 아니라: 김홍도, 〈우물가〉 30. 물고기가 아니라 세월을 낚았다오: 이경윤, 〈조어도〉 31. 어미 개를 둘러싼 강아지들의 나른한 한때: 이암, 〈모견도〉 32. 여백, 비움의 아름다움: 조속, 〈매작도〉 33. 도와 예를 넘어서는 최고의 경지는 즐거움: 김정희, 〈춘농로중〉 34. 일흔두 살에 생애 최고의 작품을 완성하다: 이하응, 〈석란도〉 12폭 병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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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이루고자 뜻을 세우거나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면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보는 것처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미망(迷妄)을 걷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무언가를 이뤄보겠다고 애쓰는 것은 마치 기름 묻은 손으로 미꾸라지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조금 떨어져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봐야 한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관(觀)이라 한다. 관이란 눈을 감고 마음으로 보는 세계다. 여기에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법을 천천히 병행하며 생각을 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기억과 상처, 자신이 알고 저지른 잘못, 잘못인지도 모른 채 저지른 잘못들을 하나, 둘 보게 된다. 이것들은 모두 마음의 쓰레기다. 쓰레기가 가득한 곳에서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온통 쓰레기 천지가 되듯이 마음도 마찬가지다. 청소를 하지 않은 채 살아가면 작은 일에도 마음의 중심을 잃고 화를 내거나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성찰의 관건은 이처럼 호흡을 병행한 관의 과정이 얼마나 진지하고 절실하냐에 달려 있다.---p.20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모두 여덟 폭으로 되어 있는데 〈수박과 들쥐〉는 그중 하나다. 얼마나 자세하게 그렸는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수박을 갉아 먹고 있는 들쥐의 행복감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들쥐와 수박에서 시작하여 화면 위에 그려진 대상들을 하나씩 차례로 보아나가면, 우리의 시선은 마침내 수박넝쿨을 따라 공중으로 향하게 된다. 순간 그림의 공간이 확장되면서 넝쿨주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만난다. 들쥐와 수박으로부터 나비에 이르기까지 그림 속 모든 소재가 아름다운 채색과 섬세한 묘사로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 이처럼 사랑 가득한 그녀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포근하고 행복해진다. …결국 부모의 사랑과 남편의 지지로 형성된 높은 자존감이 품격 있고 생동감 넘치는 신사임당 예술의 근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p.62~65 지난날을 돌아보면 가슴 뛰는 순수함이나 충동적 감정에 나를 던진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방황도 하고 사랑도 하고 좌절도 하는 것이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일 텐데 말이다. 그때는 왜 그렇 게 팍팍하기만 했는지…. 그런 맥락에서 유난히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이 있었으니, 바로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 1813의 〈월하정인〉이다. 신윤복은 이 그림에서 한밤중에 이루어진 남녀의 밀회장면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은은한 초승달을 배경으로 늦은 밤 으슥한 골목에서 젊은 남녀가 밀회를 즐기고 있다. 달빛 아래서 두 남녀가 정을 나누는 장면을 숨 막힐 듯 섬세한 필치로 묘사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두 사람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쓰개치마를 쓴 여인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남자에게 시선을 주면서 발그레 홍조를 띠고 있고, 호롱불을 들고서 여인에게 시선을 보내는 남자의 표정은 그윽하다. “달은 기울어 삼경(三更)인데,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알리라(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라는 화제의 내용은 이들의 가슴 뛰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p.85~87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니 조선시대 풍속화 가운데 김홍도의 〈서당도(書堂圖)〉가 떠오른다. 〈서당도〉는 훈장님을 중심으로 한 서당의 수업 광경을 묘사한 그림인데, 김홍도는 평범한 일상의 찰나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냈다. 이 그림은 원형구도에 배경을 생략한 채 자세와 동작만으로 주제를 강조한 점과 훈장님과 학생들의 심리상태까지 표현한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인물들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림을 살펴보자. 훈장님 앞에서 우는 학생은 외워야 할 분량을 못 외워서 종아리에 회초리를 맞은 듯하다. 옷을 추스르느라 울면서 데님을 고쳐 매는 중이다. 아프다고 얼마나 엄살을 부렸는지 책은 바닥에 팽개쳐져 있고 친구들은 웃고 있다. 다른 아이들의 표정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무척 재미있다. 모두들 웃는 가운데 훈장님을 중심으로 왼쪽에 앉은 아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은 소리로 답을 일러주고 있고, 가운데 아이는 또 다른 답을 찾으려는지 책장을 뒤적이고 있다. 오른쪽 학생들 중 끝에서 두 번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박장대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사뭇 긴장된 표정이다. 뭔가 급히 외우는 것으로 보아 다음 차례임이 분명하다. 거친 듯 생략적인 붓질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신기할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되어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p.110~112 늦은 봄날 한 선비가 말을 타고 비탈진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문득 어디선가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가 들리자 선비는 급하게 말을 세웠다.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멈춰 서느라 긴장한 말과 달리 말 위의 선비는 여유로운 표정이다. 한 손엔 부채를 들고 다른 손엔 고삐를 쥔 채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선비의 시선은 물오른 버들가지 사이로 영롱한 소리를 주고받는 한 쌍의 꾀꼬리에 가 닿는다. 버들가지 사이에서 꾀꼬리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감탄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소리로구나!” 선비는 자연의 소리에 공감할 줄 아는 귀를 가졌다. 마치 《경청》의 나무 노인이 말한 것처럼 ‘자연과 대화’하는 경지로 보인다.---p.199 첫어느 여름날, 아낙네 셋이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있었다. 이때 더위와 갈증에 지친 한 사내가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갓을 벗어 걸친 채 넉살 좋게 다가왔다. “아! 날씨 한번 덥네. 물 한 모금 얻어먹읍시다.” 사내는 세 아낙네 가운데 제일 젊고 예쁜 여인에게 물을 청했다. 물을 받아든 사내는 가슴을 드러낸 채 벌컥벌컥 물을 마시면서 두레박을 건넨 여인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갈증을 핑계 삼아 수작을 거는 것이 분명하다. 물을 건넨 여인은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 이 그림의 압권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치마를 걷어붙인 채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여인의 표정이다. 서로 좋은 감정을 주고받는 남녀의 모습을 보며 못생긴 아낙네가 심통을 부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녀자의 도리가 땅에 떨어져도 분수가 있지,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네”라며 남자의 수작을 거절하지 않는 젊은 아낙에게 도덕적인 차원의 비난을 퍼붓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질투심 때문에 화가 난 것이 분명하다. ---p.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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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마라톤 경주의 반환점을 돌았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으라! 바닥난 체력을 회복해줄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할 것이다 옛 그림을 들여다보니 내 인생이 보였다 저자는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동양화 실기를 전공하고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 이론을 공부한 옛 그림 전문가다. 평생 전통 미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연구해왔고, 강의를 통해 제자를 길러냈다. 하지만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이 옛 그림이 내포한 의미라는 것도 공식을 통해 도출하듯 일률적이거나 어느 때고 변함없이 ‘반드시 이것’이라고 정해져 있지 않다. 그림을 대하는 순간 내가 어떤 상황인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즉, 그림은 감상하는 사람을 투영한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그러므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일이다. 저자 역시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읽었다고, 나아가 ‘인생과 화해했다’고 이야기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바다에 사는 게가 ‘탈피’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신경세포 하나하나까지 분리해서 작은 나를 벗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힘겨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게의 삶이다. 그와 비슷한 일이 그림을 통해서 일어났다. 그림을 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 동안 크고 작은 깨달음이 있었고, 뜻밖에도 모든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 것이다. 더구나 어설픈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게 된 것은 앞으로의 삶을 위해 더없이 큰 축복이었다.”(프롤로그 중에서) 오랜 세월 잊고 살았던 나를 발견하는 작업 학업을 마치고 여러 해를 아이 키우는 엄마로, 남편의 사업을 내조하는 아내로 살았다. 그렇지만 배움의 갈증은 언제나 남아 있었고 자신만의 꿈을 펼치고 싶다는 소망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윤용의 '협롱채춘'을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 “깊은 산속에 집을 짓고 수많은 책 속에 파묻혀 늙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보지만 아녀자로서 현실의 삶은 그럴 수가 없다.”(23쪽) ‘내 삶이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뭔가가 더 있으리라’ 하는 아쉬움은 시간이 흐르면서 때로는 조급증으로 때로는 체념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저자를 흔들어댔다. 이처럼 꿈은 품었지만 현실에 발이 묶여 있다는 고통 속에서 꺼내준 작품이 바로 강세황의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야인의 복장에 관모를 쓴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책 읽고 공부하는 선비로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조정에 적을 두고 있는 관리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오랜 세월 잊고 살았던 ‘진짜 나’를 찾았다. “이쪽과 저쪽의 중간에 있는 삶도 하나의 존재일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경계인’도 하나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와 함께 경계인만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57쪽) 그때부터 저자는 학자들만의 전유물로서가 아니라 우리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을 일반인과 함께 나누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강의로, 책으로, 전시회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스스로 찾아낸 역할을 기쁘게 해내고 있다.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또 누군가의 누구로서 살아오느라 정작 자신은 잊어버렸을 여성들은 특히 이 책의 내용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나만의 시각으로 그림 읽기 이 책에는 우리 옛 그림 중에서도 비교적 많이 알려진 작품을 골라 소개했다. 나, 사랑, 인생, 꿈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30여 화가의 작품을 요리조리 뜯어봤다. 그 하나하나를 오래도록 들여다보면 그저 스쳐 지나버렸던 선 하나, 꽃잎 하나에서도 자기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림을 보는 두 가지 관점으로 ‘눈으로 읽기’와 ‘마음으로 읽기’를 이야기한다. “‘눈으로 읽기’는 그림의 형식적인 측면과 작가의 인생에 대한 이해로 이루어진다. 먼저 선, 먹, 여백과 같은 동양화의 조형적 특징과 소재가 상징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작가의 생애와 사상 을 살피고 제작 동기까지 알고 나면, 그림 한 점을 온전히 이해하는 경지에 도달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림을 제대로 보려면 ‘눈’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고 ‘마음’으로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 그 림에서 몇 걸음 물러서 적당한 거리를 두어보자. 그렇게 하면 어떤 분위기나 기운 같은 것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때가 바로 마음으로 보는 순간이다.”(프롤로그 중에서) 한 발 다가가서 보고, 몇 걸음 떨어져서 본 다음, 내 인생에 비춰 보자. 수험생이 문제풀이 하듯 작품명과 주제를 외우거나 어디 가서 아는 체 좀 해보겠다고 저명인사들의 해석을 줄줄이 외울 것이 아니라, 내 삶을 풍부쿇게 만드는 나만의 그림 읽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 첫 걸음을 떼는 데 이 책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