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오몬 라
작품 해설 _ 『오몬 라』에 대하여 작가론 _ 쏘련의 해체와 러시아의 포스트모더니즘 문학―빅또르 뻴레빈을 중심으로 작품 목록 |
|
마치 안락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은 것처럼 허공에 앉은 자세로 그는 공중에 떠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그 뒤에 달린 호스가 마찬가지로 느린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의 헬멧 유리는 검은색으로, 삼각형의 반사광이 환하게 언뜻언뜻 번득일 뿐이지만, 나는 그가 나를 볼 수 있음을 알았다. 그는 어언 몇 세기 동안 쭉 죽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확신에 찬 태도로 팔은 별을 향해 뻗고, 두 다리는 너무도 당연히 아무 지지도 필요로 하지 않아서,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무중력뿐임을 영원히 절감했다. […] ---pp.18∼19
“[…]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우리의 사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시간이 없었어. 전쟁이 너무 많은 힘을 소진시켜 버렸으니까. 과거의 잔재나 내부의 적들과의 싸움도 너무 길었지. 기술 면에서 서방을 제압할 시간이 없었던 거야. 하지만 사상 경쟁은 한 순간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지. 역설은―이 또한 변증법의 일면인데―우리가 거짓으로 진실을 지탱한다는 데 있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정복하는 진실을 안에 담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와 자네가 목숨을 바쳐 추구하게 될 그 목표라는 건 형식적으로는 일종의 거짓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것은 그대가 영웅이 되기 위해……” ---pp.72∼73 […]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우리에게 다다른 반짝이는 기만적인 빛으로 판단하며 평생을 우리가 빛이라 부르는 것을 향해 가는 여정으로 소모한다. 그 광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나 자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구호가 거론하는 노동자와 농민, 군인과 창조적 지식인들 위로 날아오르는 순간을 향해 일생을 바쳤으며, 이제 여기 빛나는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실과 궤도에 달랑 매달려서 다음의 인식에 이르렀다. 천체가 된다는 것은, 환상 철도선을 정차 없이 뱅뱅 도는 죄수용 객차에 탄 채 종신형을 사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 ---p.168 “[…] 우주 정복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순수하고 성실한 영혼만 있으면 충분하다. 멀리 있는 달 표면에서 사회주의 승리의 깃발이 펄럭이게 하는 데는 그런 영혼이 하나만 있으면 돼. 하지만 여하튼 하나, 일순간이라도 그러한 영혼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깃발은 그 영혼 속에서 펄럭일 테니까……” ---p.221 |
|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으로 인류를 놀라게 한 쏘련의 우주개발. 하지만 달 착륙 프로젝트에서 쏘련은 미국에 선수를 빼앗긴다. 냉전의 한복판. 달에서 평화/레닌/쏘련이라는 글자를 전 세계에 생중계하고자 쏘련의 우주개발 팀은 회심의 작전에 돌입하는데……. 지상의 현실에 좌절해 하늘을 꿈꾼 소년 오몬 끄리보마조프는 언젠가 우주비행사가 되어 달로 날아가리라 생각했다. 미국의 아폴로호가 착륙한 곳이 달의 표면이었다면, 쏘련의 오몬은 달의 뒷면을 향한다. 로켓으로 달나라에 간 영웅은 지금도 필사적으로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있다.
|
|
러시아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이자 러시아 젊은 세대의 우상
『뉴요커』가 선택한 ‘세계의 젊은 작가 6인’ 가운데 한 사람 세계 평론가들에 의해 카프카와 헤밍웨이, 불가꼬프에 비견되는 예술가 빅또르 뻴레빈을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으로 만든 첫 장편소설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그것이 문학적 사건이 되고, 작품 자체가 그 시대의 상징이 되는 작가. 책이 출간되는 족족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그를 둘러싼 일화만으로도 수많은 ‘작가 신화’를 탄생시킨 장본인. 러시아 문단의 총아 빅또르 뻴레빈의 첫 장편소설 『오몬 라』(1992)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대중문학의 해일이 순문학을 삼켜 버리는 듯했던 1990년대 초반, 뻴레빈의 출현은 쏘련-러시아의 새로운 독자 세대 모두에게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프란츠 카프카, 비톨트 곰브로비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이나 쿠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예술적 산문을 통해 바라본 쏘련의 현실, 쏘베뜨 유토피아의 환상을 풍자한 『오몬 라』가 서점에 깔린 다음 날, 뻴레빈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오몬 라』의 화자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오몬’은 ‘경찰특수부대’의 약자로, ‘경찰이 되어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직 경찰인 주인공의 아버지가 지어 준 것이다. 막연히 ‘하늘에 대한 동경’에서부터 시작한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차차 ‘전투기 비행사’가 되고 싶은 열망으로 구체화된다. 그러다 우연히 ‘국민경제 달성 박람회장’에서 우주비행사가 그려진 모자이크화를 본 날, ‘우주비행사가 되어 달로 날아가고 싶은’ 꿈을 가진 또래 친구 미쪽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우주비행사’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키워 나간다. 이 소설은 일견, 우주여행과 달에 대한 순수한 동경을 품은 소년이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의 역경과 시련을 다룬 성장소설 같아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이 살고 있는 시공간은 한 개인의 꿈이, 그리고 그 개인의 성장과 인생 이야기가 오롯이 그 개인의 서사로 포괄될 수 있는 녹록한 시공간이 아니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위세를 떨치던 1960년대 쏘련, 그곳에서는 국가권력과 군부의 가이드라인과 추상적인 구호와 영웅화 작업 등으로 유지되는 국가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 운명까지도 공공연히 침식하며, 그러한 침윤으로 인한 상흔을 ‘숭고한 시대적 과업’이라고 대중에게 주입하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 분위기에서 주인공 오몬과 그의 친구 미쪽이 어린 시절부터 품은 ‘우주비행사 꿈’은 애초부터 개인의 순수한 꿈으로 남을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상황은 ‘소박했던’ 꿈에 ‘영웅적 위업’이라는 강요된 이데올로기가 덧씌워지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일그러진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가 비행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비평가 마르끄 리포베츠키는 『오몬 라』에 대해 “이 작품의 패러독스는 주인공의 의식에 뿌리박혀 있는 모든 것이 현실 속에서 가장 높은 위상을 차지한다는 점에 있다. 반대로 현실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모든 것들은 허구적이며, 불합리한 인간 형태로 나타난다. 쏘베뜨의 모든 시스템은 영웅적인 노력과 인간의 희생을 담보로 하여 허구로 가득한 현실을 지탱해 나가도록 설정되어 있다. 뻴레빈의 시각에 따르면, 쏘베뜨의 영웅주의는 선택의 자유를 완전히 파기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라고 평한 바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오몬 라』를 쓰고 있었던 1990년에만 해도 모스끄바의 어느 누구도 쏘련이 붕괴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은 출판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현실 자체가 가지는 허구성, 부조리함, 상대성 등의 감각을 어떻게 표현해 낼 것인가가 뻴레빈의 관심이다. 달에 가고 싶어 하는 소년이 항공학교에 들어가 우주비행사가 되어 가는 개인적 ‘현실’과 국위 선양을 위해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유인우주선에 그를 태워 보내는 국가라고 하는 또 하나의 ‘현실’을 동시에 그려 내는 것. 복수의 현실을 살아야 하는 인간. 또한 복수의 현실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길목과 경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 조건. 그 충돌과 우연의 소용돌이가 만들어 내는 어떤 결과라는 것이 결국 현실이 아니고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확실하지 않은 존재 조건을 어떻게 포착하고 그려 낼 것인가. 전체주의 쏘련에 대한 기억만을 그린다면, 그 표면적인 세계만을 읽어 낸다면 그의 소설을 감각적으로 즐길 수 없다. 얼핏 보면 뻴레빈은 단순히 과거를 풍자하고 있는 듯 느껴지나, 쏘련 시기의 이솝의 언어를 파헤치는 수준의 작가였다면 이렇게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리 없을 것이다. 『오몬 라』는 한 줄기 빛을 향해 모여드는 벌레들처럼, 단 하나의 현실이라는 허구를 추구하는 인간쟀 심리나 성향을 건드린다. 그것이 전체주의와 같은 거창한 것이든 카리스마를 내뿜는 지도자에 관한 것이든 바로 그러한 인간 심성의 반영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뻴레빈의 인물들은 마치 게임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다중적이고 단선적이지 않은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오몬 라』는 현재 영어, 에스빠냐어, 일본어, 중국어, 이딸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체코어, 폴란드어, 헝가리어, 스웨덴어, 히브리어, 터키어, 우끄라이나어 등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러시아어판과 같은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으며, 독일에서는 『달 뒷면의 오몬』, 네덜란드에서는 『오몬과 달을 향한 경주』, 일본에서는 『우주비행사 오몬 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관련 뒷이야기 1957년 쏘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쓰뿌뜨닉 발사를 통해 우주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는데,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이 1958년 인공위성 발사와 함께 1961년 5월에 유인우주선을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쏘련은 급히 유인우주선 계획에 착수한다. 그러던 중 미국보다 빨리 유인우주선 발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1961년 4월, 유리 가가린이 우주 비행에 성공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쏘련이 유인우주선을 발사한 적이 없고 미국에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유리 가가린을 포섭하여 거짓 작전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108시간 지구를 돌면서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던 것이 유명하다. 우주유영 7년 후, 가가린은 전투기 시험비행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쏘련은 그의 사망 원인을 국방부 기밀로 처리했고 비행기 잔해 등에 대한 정보 역시 1급 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가가린의 양심선언을 두려워한 쏘련에서 제거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에는 쏘련과 미국이 유치할 정도의 우주경쟁을 해 왔던 터라 인공위성, 유인우주선, 달 탐사 등의 ‘최초 수식어’에 대한 강박증이 심각했었다. 현재 달 탐사 음모론 역시 이런 당시 상황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으로 어느 정도 인지되고 있다. 미디어 서평 포스트 쏘베뜨 세대 가장 밝게 반짝이는 별. 나보꼬프의 황홀한 세계가 사이버 시대에 재현되다. 「타임 매거진」 리얼함의 정수. 월드 클래스의 소설. 「옵서버」 이제까지 이러한 작가는 없었다. 『타임아웃』 뻴레빈은 왜곡된 세계를 새롭게 비틀어 바라본다. 고골, 불가꼬프, 도블라또프의 전통을 이은, 재기 넘치고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예리함을 잃지 않으며, 특별히 쉽게 읽히는 글. 「뉴욕타임스」 『오몬 라』는 미친 듯이 질주하는 인간 차원에서 본 복잡한 정치적 풍자. 마지막 장면에 묘사된 환희와 걷잡을 수 없는 공포, 용기는 가히 걸작이라 할 만하다. 「빌리지 보이스」 진실이 허구보다 낯선, 현대 러시아의 사회 상황에 대한 쏘베뜨 시대의 풍자가 기묘하게 녹아들었다. 뻴레빈은 설득력과 정신 에너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체제 전복적인 기지를 독특하게 혼합시키는 능력을 타고났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쏘베뜨 영웅주의, 우주의 꿈, 정신의 해독을 좇는 기막힌 여행. 「가디언」 뻴레빈은 부패한 꿈, 사소한 논쟁, 어리석은 발명, 무엇보다 본성의 가장 순수한 영역에 가닿으려는 성향 같은 인간의 모든 것뿐만 아니라 쏘베뜨의 모든 것에 대한 뛰어난 풍자가, 부조리주의의 대가이다. 『스핀』 영웅이 되고 싶지 않은 소년의 우주적인 모험은 결국 쏘베뜨 우주개발 계획을 향한 냉소적인 조롱을 꼭 들어맞게 마무리 짓는 기괴한 깜짝 결말에 이른다. 러시아 부커상 수상 작가의 우울함이 가미된 우아한 산문과 신랄한 유머, 바로 이 눈부신 풍자를 모든 문학 시리즈에 권하고 싶다. 『라이브러리 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