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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 유년기 청년기 파산 법률 사무소와 건물 정면 친구 T까지의 지식 시작 첫 몇 달 첫 몇 달 첫해 첫해 드레훠르하아번 카타드레위프와 드레훠르하아번 두 번째 파산 직장과 사랑 단조로운 나날 카타드레위프와 드레훠르하아번 레이던을 향해서 직장, 사랑, 횡령 레이던을 향해서 카타드레위프와 드레훠르하아번 걱정 레이던에서 드레훠르하아번 직무와 파티 언덕 드레훠르하아번과 카타드레위프 -작품해제 |
Ferdinand Bordewi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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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의 드레훠르하아번이라는 인물은 자기보존과 자기파괴를 동시에 욕망한다는 점에서 일면 20세기 서양 근대의 정신적 불행을 암시하고 예고하는 알레고리의 성격마저 내비친다. 그런 가운데 부모 세대의 어두운 과거를 잇고 끊으면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아들 카타드레위프의 불굴의 투쟁은 또 다른 의미에서 인간성의 낙관적 지평을 생각하게 만든다. 『인성』은 정말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서문 (문학평론가 정홍수)」중에서
카타드레위프가 성년에 이른 지 서너 달째 된 무렵 그에게 경종의 계기가 찾아왔다. 어느 날 번뜩 자신의 장래에 대한 환영이 눈앞에 떠올랐다. 알량한 일자리들, 고용살이, 무직자 생활, 게다가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는 날에는 끼니조차 궁색해질 형편. 그런 인생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잖은가. 그도 이제 어머니가 줄곧 마음에 품고 있던, 그러나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았던 심려와 같은 관점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 p.37 반면, 그가 ―다소간은― 수치스럽게 여기는 점이 있다면, 그건 자신의 파산이었다. 그건 정말 제 탓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사생아라는 것에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물론 사방팔방 외치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아무 거리낌 없이 밝힐 용의가 있었다. 또한 거짓말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또 만약 그가 출세하게 된다면 그때 얻게 될 명예 역시도 바로 그 때문에 한층 더 돋보일 터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왜 그 빌어먹을 함묵 상태를 고집하고 있단 말인가? 아들이 왜 이런 식으로 뒤늦게야 제 아버지의 방문을 알게 되어야만 하는가? 마음속 깊이 어떤 비밀을 안고 있기에? 또 그가 그걸 알면 왜 안 된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꿍꿍이속이 야속했다. 참으로 야속했다. 언젠가 기회를 봐서 꼭 그녀에게 한마디 쏘아붙일 참이었다. 뼈아픈 일침을 가할 터였다. --- p.99 그녀에게 그가 집에 살 때와 같은 애간장을 졸이는 불안감은 사라지고 없었다.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어도 아들을 선동하고자, 제발 훌훌 털고 일어나 나가주기를 바라며 성화가 났었다. 그때 기억은 속가슴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자신도 그런 삶을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다 큰 녀석이 허구한 날 책만 붙들고 앉아서 사회적 진출은 일체 모르쇠로 지내고 있음에 대한 울화. 자신의, 겨레의 정기가 서려 있는 그녀 몸에서 나온, 그리고 로테르담을 누비고 돌아다니는 유일무이한 인물을 아버지로 둔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에 대한 부푼 기대. 또 이런 기대가 물거품이 되고 말 것만 같은 예감. 그런 기억은 여태 가슴속 어딘가에 남아 있었으며, 아들 녀석이 훨훨 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아직도 씁쓸했다. 그가 저 높은 곳을 향해, 그저 단숨에 죽지에서 시원스럽게 활짝 펼쳐지는 날개를 치며 화르륵 날아오르는 모습을. --- p.119 그는 계속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그러곤 태연자약하게 아들의 눈을 직시했다. 그의 태도에는 놀란 기색이라곤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물었다. 부자간의 첫마디. 무미건조한, 지극히 평범하게 들리는 한마디. 그러면서도 비범하기 짝이 없는 한마디. 어느 두 사람의 관계를 그 가장 미세한 세부 조목까지 결정지어 버리는, 깊은 유서를 지닌, 전제군주 같은 목청으로 발성된 한 마디의 단어. --- p.139 파산은 예측 이상으로 그의 영혼을 짓눌렀다. 어느 겨울밤 그는 아래층 커다란 복도의 암흑 같은 어둠 속에 파자마 차림으로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기겁해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는 맨발에 닿는 대리석의 차가운 촉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 후에도 그 겨울에 그와 같은 식으로 서너 차례 정신을 차렸다. 자기가 얼마나 자주 침대를 빠져나갔다가 비몽사몽 다시 돌아왔는지 생각할 적마다 등골이 오싹했다. 그럼에도 그의 강한 의지는 자기연민이나 회한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파산의 고비만 넘기면 모든 게 과거의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설정한 높은 목표만 없었더라면 파산 자체는 그런대로 감수할 만한 일이라는 자각에 이르렀다. 그보다 덜 가진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는 앞으로 전진하고만 싶은 것이었다. 파산에도 불구하고. --- p.177 |